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면서 경험한 것이기에 다른 기업 또는 일반 중소기업이 받아들이기에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른다는 생각 또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나 조직이라도 그것이 움직이고 발전해나가는 데에는 보편적인 원리와 원칙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 그러한 원칙을 담고자 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성장에 필요한 통찰을 만나다

 

이 책의 저자 권오현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사명으로 인해 글로벌이 초경쟁 사회로 진입한 최근 10여 년간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즉 1985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 1992년 '세계 최초'로 64 메가 디램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삼성전자가 걷게 되는 '초격차 전략'의 실질적 토대를 닦았다.

 

그는 2008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총괄 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에 올랐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현재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가 2017년 봄부터 2018년 여름까지 1년여에 걸쳐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과 단독으로 진행한 수차례 대담을 통해 이 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흔히 우리들이 사용하는 '격차'라는 말은 간격이 멀어진다는 뜻을 가진 격隔을 가리킨다. 곧 다가오는 가을엔 올 시즌 프로야구를 결산하며 왕중왕을 가린다. 5강强이 진출하는 왕중왕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면 정규 시즌 성적이 상위에 랭크되어야 한다. 그래서 1위 팀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초격차를 벌여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하고자 한다. 선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격차'에서의 격은 '자격이나 지위 등이 서로 다른 정도'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격格을 말한다.

 

 

 

 

탁월한 리더의 덕목

 

수많은 리더십 학자들은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는가?'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를 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타고난 본성(진솔함, 겸손, 무사욕無私慾)이 좌우한다거나 또는 후천적 노력에 의한 외적 덕목이 더 중요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리더의 자질은 본성에 의한 영향이 3분의1,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3분의 2쯤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외적 덕목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리더십이란 이런 덕목들이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골고루 갖추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즉 네 가지 요소 모두에서 골고루 '탁월함'이 발휘되어야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한편, 이와같은 요소들의 완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가졌다면 이런 사람은 리더가 되기보다는 탁월한 리더를 곁에서 보좌하는 참모가 되는 편이 옳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리더의 유형을 말할 때 카리스마적 리더, 실행력이 뛰어난 리더,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능숙한 리더, 새로운 조직을 만들 때 필요한 리더 등으로 그 형태를 분류하지만 이는 편의적이고 작위적인 발상일 듯 싶다. 최근에 들어 요구되는 리더십의 형태가 변했다할지라도 한국적인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리더를 구원투수처럼 등판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을 잘 만드는 리더를 투입했다가, 조직을 안정시킬 단계에 왔다고 해서 그 리더를 다른 사람으로 갑자기 교체할 수 없다. 따라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등을 골고루 갖춘 인물이 진정한 리더이다.

 

우리 주변의 뛰어난 학자들이나, 특출한 사상가들은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통찰력이 뛰어난 계량경제학자나 경영 대학에서 경영 전략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경영을 맡기면 그 회사가 성장하게 될까? 그들의 뛰어난 통찰력이 경영 성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다. 그들에게 맡겨진 '사명'은 다른 것이다. 저자는 삼성전자를 관리하면서 통찰력은 뛰어나지만 행동에 굼뜨고 추진력이 약한 사람을 의외로 많이 봤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정작 필요한 실행은 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단력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항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미래를 망치는 최악의 리더

 

리더의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항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실패한 리더는 '미래를 망친 리더'라고 단언한다. 리더가 물러난 다음 회사가 급격하게 쇠퇴의 조짐이 보인다면 이는 바로 최악의 리더가 남긴 최대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절대로 범해선 안 될 실패가 '미래를 망쳐놓는 것'이다. 

 

최악의 리더들의 특징은 한결같다. 모든 좋은 것을 실컷 다 누린다.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회적 위상을 내심 즐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물러나고 난 다음 회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이는 바로 가장 심각한 실패를 초래한 거다. 재직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조직을 생존시키고 조금이나마 성장을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막아버렸다면 이 사람은 '최악의 리더'가 된 셈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의외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실적이 좋아 보이도록 착시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한다. 즉 미래는 아랑곳않고 당장 자신의 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현실을 왜곡한다. 실적을 부풀리기 용으로 엉뚱한 곳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시킨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정체가 탄로나기 마련이다. 재임 기간이 끝나고 나면 조직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이것이야말로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태도는 자신의 후계자나 부하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후배들을 이용하려고만 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부하나 후계자를 절대 키우지 않는다. 반면에 물러난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오히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들만의 왕국을 파괴하라

 

사일로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왕국입니다.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각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고독한 섬나라 왕국의 왕처럼 행세한다. 다른 사일로와의 소통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은 왕국의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른바 그들은 제품 개발의 왕, 제조의 왕, 그리고 마케팅의 왕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현재 위치에 크게 만족한다. 그래서 어떤 직원이 제품 개발의 왕에게 개발 방식을 다르게 해보자고 의견을 내면 개발의 왕은 이를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옛날에 다 해보았다며 입 다물라고 윽박지른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조치한 방식은 '제품 개발의 왕'을 그 사일로에서 차출해 '제조의 왕' 자리에 앉혀 주는 것이다. 당연히 본인도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인사 발령을 낸다. '제품 개발의 왕'은 당황한다. 비록 왕의 자리에 추대되어왔지만 그는 개발 부문에서만 왕이었을 뿐 제조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새로 추대된 왕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일로에 속한 부하 직원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소통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부처 이기주의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교차 배치를 하다 보면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자신이 언제 어느 사일로로 배치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일로들끼리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개발, 제조, 마케팅이 서로 대화의 채널을 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리미리 다른 사일로와 협력을 하게 한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발적으로는 이런 채널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일로의 행동 양식은 그런 특징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편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 한다. 즉 기존의 사일로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더 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요소가 일정 부분 동원되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저자의 관찰을 통한 결론이었다. 리더는 이런 강제적인 부분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외도 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외부의 강제력이 없어도 스스로 변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늘 소수였다. 물론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조직을 이런 방식으로 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몇몇 부서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면 좋을 듯하다.

 

 

혁신만이 생존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라.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을 한다는 사실을.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한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만약 사람을 교체해야 할 경우 이 점을 꼭 기억해 두라. 혁신을 위해서 인적 자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경우,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기존 사람들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것도 혁신의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직원이 오너십을 갖게 하라

 

많은 리더가 직원들을 단순한 베이비시터로 대하고 그렇게 활용한다. 직원들이 성장해서 그들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아이를 임시로 맡아서 키우게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물론 베이비시터도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를 잘 돌보려고 노력한다.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먹이고, 혹시 뛰어다니다가 넘어질까 살펴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처럼 그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맡은 아이의 인격 도야를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베이비시터가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베이비시터로서 대하는 리더는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베이비시터가 집을 떠나면 결국 그 많은 일을 다시 자기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먹여야 하고 뛰어다니다가 넘어질까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아이 돌보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제아무리 바쁘게 움직이며 일해도 직원들은 베이비시터로서의 사명을 다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리더는 직원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타성에 젖어 일한다", "게으르다", "책임감이 없다"라고 탓만 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쉽다. 직원들을 베이비시터로 만들지 말고 그들이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게 만들어야 한다. 부하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부하들을 불신하니 리더 자신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감독하고 보고받으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서 일하던 패스트 팔로워 시대에 어느 정도 통했던 리더십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옛 시대의 잔재물이다. 만약 퍼스트 무버로 전환시키기 원한다면 권한 위임이 꼭 필요하다.

 

 

시장 개척자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이다. 한국 경제도 이제 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저자가 크게 성취를 이룬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창조하는 '시장 개척자'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요즈음 세계 음악 산업에선 한국의 보이 그룹 BTS가 새로운 비틀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작사, 작곡, 심지어 프로듀싱까지 한다. 그렇다. 이젠 우리 사회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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