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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 미술관에서 찾은 심리학의 색다른 발견
문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프로이트와 융의 심층 심리학적 관점에서 화가의 무의식에 해당하는 부분을 표출한 작품을 예시로 활용하되, 해석에 관한 정당성은 심리학적 개념을 근거로 할 것이다. 그러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의 상징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 심리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해도 해석이 옳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걸 꼭 말해두고 싶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문주는 프랑스 에꼴 데 보자르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차의과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 최초로 전입 신병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시행했고 다문화 부부, 장기 입원환자,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및 미술치료를 진행했다. 또 한국교육평가원, 코레일관광개발 등 여러 기관, 학교, 기업에서 강의했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예술과 광기의 위험한 동행, 자화상에 숨은 이야기, 아니마와 아니무스, 색채 심리학, 자아의 표현 등에 관해 이색적인 심리학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이를 통해서 화가들의 인생과 작품을 좀 다른 방식ㅇ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처 입은 자아, 붓을 들다
고갱은 고흐에게 보이는 것만 그리지 말고 상상력을 표현하라고 강요했는데, 고흐는 모든 그림은 자연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강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의 예술적 관점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던 것이다.
특히 고흐가 그린 두 개의 의자는 여러 관점으로 자주 분석된다. 매우 상징적인 두 그림은 고흐의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파이프가 있는 빈센트의 의자〉는 1885년 10월에 제작되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고흐의 의자엔 명확한 상상적 흐름이 있다. 아버지가 늘 피우던 파이프를 의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프로이트가 말한 거세 불안과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와 사랑, 증오가 모두 섞인 매개체라 볼 수 있다. 마친가지로 의자 그림에 대한 상징적 해석도 상당히 명백해 보인다. 즉 고흐의 의자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표현된 반면, 고갱의 의자는 훨씬 더 호사스럽고 화려하다.

(사진, 두 의자)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
젊은 시절 화가로서의 재능에 대한 의심과 자신감 부족으로 시달렸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여러 편지에선 스스로 극도의 야심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구스타브 쿠르베, 그는 생애 동안 특히 경력 초기에 외적인 자기만족과 내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두려움에 미친 남자>는 당시 그의 감정 상태를 극단적으로 표현했음을 볼 수 있다.
또 이 젊은 예술가는 절벽 끝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있다. 표정은 절망에 차 있고, 괴로운 마음 상태는 왼손이 고통스런 몸짓으로 머리를 쥐어 뜯는 듯한 행동으로 강조되고 있다. 바로 <절망적인 남자>라는 자화상이 이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
두 점의 그림 <두려움에 미친 남자〉, <절망적인 남자〉는 쿠르베가 화가로서의 초창기에 겪었던 거절과 실패에 대한 감정 반응을 기록한 자화상이다. 그는 객관적 현실을 재현하는 과업에 충실했던 게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자아와 인생의 어려운 순간에 겪은 정신적 상태를 표현하는 데 충실한 자기 치유적 자화상을 그린 게 아닐까.
아니마와 아니무스
분석심리학에서 다루는 여러 원형(元型, Archetype) 가운데 ‘아니마/아니무스 이론’은 남성과 여성의 무의식 성향에 관한 것으로, 두 성별이 가진 의식의 차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구별에서 출발한다. 다만 의식이 다른 만큼 무의식의 영향이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은 오직 남성적이기만 하거나 오직 여성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각기 대조적인 내적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성적이라고 해서 머리카락이 길고 연약하며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에 코스모스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기 쉬운데, 그런 외적인 면머만 뜻하는 건 아니다.
남자에게 어머니가 부정적 영향을 주면 그의 아니마는 의기소침, 짜증스럽고 변덕스러운 기분, 신랄함, 불안, 민감성, 삶에 완전히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극도의 조심성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니마의 기분은 병에 대한 두려움, 무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니마가 미분화 상태에 있으면, 그는 겉으론 이성적이지만 원시적 감정을 미숙하게 폭발시킨다. 평상시에는 이 성적인 남성이 갑작스럽게 분노를 폭발하는 모습은 부정적 아니마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진, 강간)
구름, 모자, 파이프, 사과 등을 우리들의 상상 이상으로 더 신비롭게 그렸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곤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마그리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나, 14살 때 어머니가 자살한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색채 심리학
인류는 파랑을 참 좋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한 디자인 회사에서 150개국 6,300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을 포함한 유럽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은 파랑이었다.
마케팅 분야에서 색채를 연구하는 로드아일랜드대학 라브레크 교수의 대다수 논문에서도 피검자의 색상 선호도에서 1등의 자리는 늘 파랑이었다. 또한 1993년 크레용 제조사 크레욜라가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크레용 색을 조사했는데, 대부분의 어린이가 파랑을 선택했고 남색과 하늘색 역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7년 후 같은 조사를 반복했는데, 전통적인 파랑이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

(사진, 한국인의 색상 선호도)
인간은 초록색을 평화적이면서도 우리를 보호해주는 색으로 인식한다. 어떤 지역에 충분한 녹지가 있다면 물이 있다는 것이고 물이 있다는 건 식량이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초록은 원시적, 본능적으로 인간을 달래주는 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록은 독성, 질투, 초보자라는 상징 또한 강력하다.
자아의 표현
인공지능 AI는 지나치게 완벽하고 정밀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로봇이 그린 그림에는 ‘자아’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일반 관람객의 경우 로봇이 그린 그림과 인간이 그린 그림을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자기 자신이 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결과물은 미학적으로 훌륭할 수 있을지 모르나, 창작자의 고뇌와 의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아는 없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성장 과정에는 이중성이 존재했다. 공증인이었던 아버지가 엄격했던 것과 반대로 어머니는 달리의 예술적 재능과 창의력을 키워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달리가 열여섯 살에 불과했을 때 세상을 떠났는데, 이 사건은 그의 삶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사진, 살바도르 달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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