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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평점 :
군주는 도덕적일 필요가 없으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고 변덕스럽다는 전제하에, 군주는 그들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권력 유지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 행위도 용인될 수 있음을 사시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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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책표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권력 투쟁 속에서 실용적인 통치 지침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정치학과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여겨진다. 또한 권력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이상주의적 철학과는 대조되는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의 기초를 다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저자 김태연 인문학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현명한 지식과 그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사유하는 지식 큐레이터인데, 이탈리아어로 쓰인 초판 원문에서 추린 42개 명제들을 총 4개 파트에 걸쳐서 소개하면서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아울러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말아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 <군주론>15~17장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멕베스>의 주인공은 덩컨 왕의 신하이자 용맹한 전사였던 맥베스였다. 충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수행하던 그에게 3명의 마녀가 왕이 될 상이라고 예언함으로써 욕망의 불길이 타올라 결국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그의 목적은 왕이 되는 것이었고, 그 수단으로 부도덕한 암살을 결행한 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맥베스의 그런 행동을 비도덕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의 정치 철학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통치자는 이상적인 도덕성과 현실 정치 간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칠 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6세기 이탈리아 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로마 교황령 등의 독립적인 도시국가들은 내부의 권력 다툼과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기에 성장한 그는 피렌체에서 외교관과 공무원으로 활동했기에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연구했으며, 외세 침략에 맞서고 내부의 안전성 유지에 깊은 고민을 했던 것이다.
현대의 정치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마키아벨리의 이같은 명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지만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 또한 정당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세부적으론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다양한 윤리적 기준과 법적 규제를 통해 어떤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사회 전체의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외관에 잘 속는다
"대중은 항상 외관에 속고,
세상은 주로 대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 <군주론> 18잔 중에서
독재자 히틀러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대중들의 감정을 선동하는 방식을 통해 권력을 손에 쥐었다. 즉 그의 군복, 제스처 등은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했고, 괴벨스의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나치 이데올로기를 퍼뜨렸다. 또 대중들을 선동하기 위해 반유대주의와 반공산주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선량한 유대인의 대학살극이 자행되기도 했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군주가 실용적인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속이더라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중들은 눈앞에 보이는 환상에 쉽게 현혹되거나 선동되어, 중요한 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무언가를 판단할 때 깊이 생각치 않고 단순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런 경향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강력한 지도자는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는 진실을 숨기고 기만적인 행동으로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기만이란, 단순히 거짓말을 넘어 대중이 자신이 강력하고 안정ㅈ적인 지도자로 인식하도록 연출하는 것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항상 도덕적 지도자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실용적인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이재명 야당 대표가 갑자기 실용주의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대중들은 군주의 도덕성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안정, 평화, 번영을 제공받을 때 군주에게 존경과 충성을 바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전국민 25만원 지급'이 바로 마키아벨리식 기만 전술인 셈이다.
과도한 인자함을 경계하라
"현명한 군주눈 인자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보다
인색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을 선호해야 한다."
- <군주론>, 16장 중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매우 인색한 사람으로, 직원들에게 엄격하고 돈을 철저히 아끼는 생활을 한다. 이런 태도가 주위 사람들에겐 냉혹하게 보였지만 결국 그는 안정적인 생활과 함께 성공한 사업가로 남았던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령 셋이 나타나서 인색함이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교황 율리오 2세를 소환하여 교황직 수행 동안에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자 여러 정책을 펼쳐서 군중들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고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었지만 장기적으론 나라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원금 지급, 공공 프로젝트 추진, 교회 영광 재현용 건축 사업 등이 나쁜 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자원과 예산의 효율적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 경영에선 자원을 잘못 분배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며, 직원들을 위한 복지 정책이 초기엔 인기를 얻는데 유효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결국 기업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명한 지도자(경영자)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는 비록 인색하게 보일지라도 장기적 안정을 위해 절약하는 게 필요하다.
긍정적보상은 점진적으로, 잔혹함은 단번에 주어라
"모든 잔혹함은 한 번에 실행되어야 하고,
반면에 혜택은 조금씩 나누어 주어야 한다."
- <군주론>, 8장 중에서
어느 기업의 CEO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회사의 재정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신속하게 공지하고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다. 한 번에 충격과 고통을 안겨주고 끝냄으로써 직원들의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 잔류한 직원들에게 작은 보상을 점진적으로 제공했다. 먼저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성과에 다라 보너스를 지급하며, 승진의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천천히 늘렸다. 이런 혜택이 주어질 때마다 직원들은 회사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었으며, 생존 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높이는데 성공했다. 이 이갸기는 마키아벨리식 전략으로 파산 위기를 극복한 한 회사의 사례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혹함은 신속하게, 혜택은 점진적으로 베풀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잔혹한 대우는 반복되면 반감을 키우지만, 혜택을 조금씩 게속 나누어 주면 감사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추가 설명한다.
<군주론>에선 악행을 통해 군주가 된 사례로 밀라노 공국의 통치자 루도비코 스포르차를 언급한다. 그는 스포르차 가문 출신으로 어린 조카가 밀라노 공국을 상속받자 섭정을 맡아 실질적으로 밀리노를 다스렸던 인물이다. 이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루도비코는 권력 유지를 확고히 하려고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단행, 반대자들을 철저히 제거하고,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도 있는 정치적 인사들을 단번에 처리했다. 이 전력은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는 "모든 잔혹함은 한 번에 실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며, 신속하고 강력한 통치로 반대 세력의 반발을 차단코자 했다. 이를 통해 그는 밀라노 내에서 입지를 굳히고 통치 기반을 안정화했다.
이후 루드비코는 밀라노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혜택을 점진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는 예술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유명 예술가를 후원했다. 이로 인해 밀라노는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로 발전했고, 군중들은 통치자로서의 루드비코에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이런 점진적 혜택 제공이 바로 마카이벨리의 "혜택은 조금씩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며, 이는 군주가 군중들로부터 더욱 지지를 얻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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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뒷표지)
메디치 가문에 외면받은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담은 <군주론>을 메디치 가문에 헌정했지만, 아이로니하게도 메디치 가문은 이를 외면했다. 아마도 그가 공화정에서 활동했던 이력 때문인 듯 싶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부활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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