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것들의 비밀 - 팔리는 상품, 서비스, 공간에 숨은 8가지 법칙
윤정원 지음 / 라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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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건, 사탕을 생산하는 소기업이건 끌리는 것들의 비밀을 알면 소비자의 관심도 더 쉽게 끌 수 있고, 소비자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더 특별해질 수 있다. 세상ㄹ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의 요구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불어 특별햇던 내 제품이 식상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내 제품의 매력도를 계속해서 높이려면 끌림의 여러 요소를 함께 적용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끌림이 사라진 곳엔 재고만 넘실댄다

 

이 책의 저자 윤정원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로, '한국 CEO들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난 1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기업 인재교육을 기획, 운영해왔다. 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교육 전략 컨설턴트, 인티저그룹 경영 컨설턴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육 사업 본부장을 거치며 경영 교육 컨설팅을 수행해왔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 센터장으로 GS칼텍스, 현대엔지니어링, 하나금융그룹, NH 농협금융지주, 서울교통공사 등 기업맞춤형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 경영교육원은 기업별 맞춤 교육을 통해 실제 현업에 적용할 수 있게 해 실질적인 결과가 있는 교육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앞에서 갈길을 잃어버린 기업인들에게 미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가능한지 생생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교육함으로써 경영인들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 이 책이 바로 기업인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내용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사람이 어디에 끌리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뽑아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즉 취향, 가격, 감정, 편리, 건강, 재미, 연결, 공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알고 있는가 

10원이라도 '가격'이 저렴한가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가 
내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가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게 도와주는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을주는가 
누군가와 '연결'되는가 
'공유'의 만족을 가져다주는가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8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지난 1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기업 인재교육을 기획해왔던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앞서가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한다.

 

취향~ 특별 대우를 해 주는 곳에 끌린다

 

대한민국 증권 1번가 여의도, 점심 때가 되면 식당마다 붐빈다. 그런데, 단골 식당이 있는 나는 전화 예약만으로 즐겨 먹는 메뉴와 함께 계란 후라이를 서비스로 제공받는다. 이렇게 내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보니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다른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단골을 이용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단골을 정해 놓고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개인 취향을 저격하는 영업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1억 1700만 명이 시청하는 넷플릭스는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무엇을' 이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에 '이 영화 중에서 골라봐'라는 선택안을 제시한다. 언제 어디서나 바로 TV 와 영화를 시철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인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로그인하면 사용자의 과거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첫 화면에 보여준다.

 

 

가격~ 가성비가 좋은 곳에 끌린다

 

탁월한 성능에다 깔끔한 디자인의 진공청소기는 가정주부들의 워너비 제품이다. 그렇다. '다이슨' 청소기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부들이 이를 선호한다. 그런데, 성능과 디자인이 이와 유사하면서도 가격이 10분의 1이라면 어떨까? 전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자 지갑이 얇아진 주부들이 당연히 이런 제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 디베아가 만든 무선청소기f6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그래서 이 제품은 '차이슨'이라 불린다.

 

 

감정~ 행복도를 높이는 곳에 끌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라이프 스타일이 최근의 트렌드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일산 웨스트돔 인근에 위치한 작은 가게 앞엔 저녁 정해진 시각이 되면 길게 줄이 늘어선다. 수제 마카롱 전문점이다. 알록달록 고운 빛깔에 앙증맞은 모양의 프랜치 스타일 마카롱이 바록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정 판매 상품을 사려고 순번을 기다린다. 기다림조차도 그들에겐 행복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행복하기보다는 외롭다. 그래서 혼자 있는 기분이 싫어서 홀로 있을 때에 TV를 늘 켜두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혼자임에도 외롭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서 로봇을 만든 사례가 있다. 연세대학교와 카이스트 연구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음향 인식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로봇인 '프리보'를 제작했다.

 

"오호, 친구가 현관문을 열었어. 지금 퇴근한 걸까?"

 

프리보엔 마이크, 사운드 센서, 조도 센서, 온습도 센서 등이 탑재되어 있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소리, 조명의 변화, 진공청소기 소리, TV 소리 등을 인식해서 사용자의 현재 활동에 적절한 문장으로 대화를 건넨다. 프리보엔 여러 명의 '친구'들이 살고있는 셈이다. 소리를 내는 모든 것은 '친구'로 인식한다.

 

 

 

편리~ 귀찮은 일을 줄여주는 것에 끌린다

 

가가호호마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갖추는 이유는 귀찮음을 줄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손빨래보다 엄청 빨리 그리고 쉽게 빨래를 마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찮은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에 따라 점점 더 기술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일에 편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는 가정뿐만 아니라 공장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공장을 가장 잘 정착시킨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지멘스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완성햇다.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생각하는 공장'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공장의 생산 장비에 센서가 부착되어 센서에서 생성되는 5천만 개 이상의 빅데이터가 리얼타임으로 분석된다. 이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불량률을 낮춘다. 나아가 생산주기는 점점 단축된다. 이 공장의 불량률은 0.0012퍼센트로 떨어졌다. 제품 100만 개당 불과 12개의 불량품만 나온다니 거의 없는 것과 같다.

 

 

건강~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끌린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짐하는 게 금연과 다이어트라고 한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추구를 위해선 헬스장을 찾아야 한다. 신년맞이 할인상품을 쏟아내는 헬스장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영업전략을 사용한다. 또 맛은 별로지만 가격은 비싼 편인 유기농 식품을 찾는 것도 바로 건강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이 시판되기 전까지 무수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므로 여러 실험 참가자의 피부에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장품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대체 피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런데, 수제작으로 살아 있는 피부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보존 기간이 짧다. 이에 로레알3D프린팅 기술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가노보는 로레일과 독점 계약을 맺고 화장품 테스트용 3D프린팅 피부를 개발했다.

 

 

 

재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재미에 끌린다

 

영화, 소설, TV, 게임, 공연, 테마파크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재미를 판다. 사람들은 이런 재미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이와같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일에 지친 마음이 힐링되면서 내일을 위한 재충전이 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케이팝의 선두 주자는 7인조 보이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다.

 

이들은 미국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여세를 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지로 월드 투어 콘서트에 나섰다. 전 세계 10~20대가 이들에게 빠진 비결은 바로 '재미''공감'이다. 이들 특유의 멋진 칼군무에다가 젊은이들이 성장기에 겪는 혼란과 사회적 불만 등을 노랫말에 담았기 때문에 'BTS 월드'가 탄생한 셈이다.

 

 

연결~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에 끌린다

 

튼튼한 인맥의 연결 고리가 많을수록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연결의 대상은 지역과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이젠 전 세계로 넓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SNS의 등장이다.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페이스북은 2018년 현재 전 세계 2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14억 명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모여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면 더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공유~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 공유에 끌린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는 많은 돈을 주고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는 좋은 물건을 싸게 공유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이들은 지구촌의 환경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서 지원의 낭비를 지양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눠 쓰려고 노력한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뿔 하나가 달린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점점 많이 등장하자 그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이젠 기업가티가 100억 달러가 넘는 '데카콘'(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의 동물)이 등장했다. 세계 10대 데카콘 중 4개가 바로 공유 기업이다.

 

에어비앤비(미국) - 숙박 공유

우버(미국) - 차량 공유

위워크(미국) - 사무 공간 공유

디디추싱(중국) - 차량 공유

 

공유 경제의 급성장은 스마트폰과 밀레니얼 세대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위워크는 2008년에 시작, 2010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는데 공실률이 높아 걱정하는 건물주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심 사무실을 사용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성장했다. 이 시스템은 한국 서울에도 종로, 여의도, 을지로, 청담동, 논현동 등지에 이미 진출해 성업중이다.

 

 

 

끌림을 플러스하면 특별해진다

 

서울 지하철 삼성역의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은 그 규모가 웅장하다. 이곳은 공간의 경험을 통해 방문객을 증대시키고 도서 매출을 덩달아 높였다. 이 책은 사람들이 끌리는 여덟 가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런 끌림을 비즈니스에 가미함으로써 성공 스토리를 만든 사례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젠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다. 평범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특별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통해 '끌림'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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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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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라기 경기를 잘 들여야보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언어의 줄다라기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우리도 모르게 빠져 있는 함정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언어 감수성은 높아질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언어 감수성을 높여라

 

언어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어 표현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언어 감수성이 높아지면 그 이전까지는 거슬리지 않던 많은 표현들이 자꾸 거슬리게 되면서 마음이 쓰이게 된다. 마음에 걸리는 표현들이 많아지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말에 주목하며 자기 말에 담긴 표현을 점검하려는 태도가 우리들에게 생긴다.

 

책의 저자 신지영은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언어 탐험가다. 그녀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가르치고 있다. 언어의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하는 인문학자로,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꾸 키워 물려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저서로는 <말소리의 이해>, <한국어의 말소리>, <THE SOUNDS OF KOREAN>,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조카 현진이와 떠나는 신지영 교수의) 한국어 문법 여행>, <열려라, 말>, <한국어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 <말소리 장애> 등이 있다.

 

저자가 만든 10개의 경기장은 팽팽한 '언어의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봉건적이고 반민주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각하라는 단어가 민주화운동의 파고에 밀려 사라졌듯이 언어는 언어사용자들 간의 치열한 격돌을 통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들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 작동원리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줄다리기 경쟁은 이어진다.

 

 

 

 

각하라는 호칭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는 임금과 신하가 있고, 주인과 노비가 있고,양반과 상민을 구분하는 신분제도에 기반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인인 평등한 나라임을 만천하에 알려주는 셈이다.

 

선거를 통해 나라의 대표자인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 동안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탁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나라를 운영한다. 임기가 끝나면 대표자의 자격이 없어지고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각하가 가진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신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신분제를 전제하는 이 표현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부인하는, 반민주공화국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각하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제한다.

 

1. 이 말이 사용되는 공간은 신분제에 기반한 사회다

2.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말을 듣는 사람보다 신분이 낮다

3. 이 말을 듣는 사람의 지위는 고위 관료다

4. 이 말을 듣는 고위 관료는 누군가에 의해 임명되었다

5. 신분이 더 높은 사람에게 합하, 저하, 전하, 폐하라는 경칭을 사용해야 한다

6. 각하로 불릴 수 있도록 이 사람을 임명한 왕이나 황제가 존재한다

 

 

대통령이란 이름은 민주주의 정신에 배치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호칭하다 보니 대통령을 손윗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어, 스스로 그 아래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국민들이 대통령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 일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기여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이란 단어에 담긴 이데올로기는 민주주의적인 이데올로기와는 거리가 멀다.    

 

봉건군주제에서의 왕은 통치자였고, 백성은 통치의 대상이었다. 왕은 백성을 거느리고 다스리는 대상으로 여기는 게 자연스러웠고, 백성은 왕의 다스림과 거느림을 당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의 국민은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즉 대통령이란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를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장애는 정상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정상인을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를 기반으로 장애인을 정의하면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있는,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된다. 물론 장애인을 의도적으로 이렇게 정의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은 장애를 갖지 않은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의 상대적인 표현을 정상인이라고 함으로써 '장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은 정상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게 된다. 즉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것은 정상이 아닌데 자신은 장애를 갖지 않아서 정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 된다. 만약에 화자話者가 장애인이라면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칭해야 할까? 이는 더욱 문제가 된다.

 

 

미혼과 기혼에 담긴 두 가지 이데올로기

 

기혼과 미혼이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살펴보자. 이는 세상 사람들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이다. 즉 결혼을 이미 한 사람과 아직 하지 않은 사람으로 말이다. 이는 결혼 경험 여부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분류법에 따르면 기혼도 미혼도 아닌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되고 만다.

 

첫째, 결혼을 한 사람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즉 이혼은 없다.

둘째, 미혼자는 언젠가는 꼭 결혼을 해야 한다.

 

따라서, 두 범주만을 설정함으로써 결혼을 이미 한 사람은 기혼으로 불리며 반드시 그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력한 메세지를 받게 된다. 또 미혼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기혼의 상태로 곡 변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받는 셈이다. 이렇게 기혼과 미혼의 표현 뒤에는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고,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우리에게 제공하게 된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나?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아내를 '미망인未亡人'이라고 부른다. 이를 해석하면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 된다. 이는 백년해로하려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외롭고 슬픈 처지에 놓인 여인에게 '왜 아직 죽지 못해 살고 있느냐?'고 염장질을 하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과부'나 '홀어미'보다 고급스러운 단어라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단어의 유래는 <춘추좌씨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 표현은 다분히 중국의 순장 제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따라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죄인이라는 뜻에서 남편을 잃은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미망인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미망인이라는 표현은,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응당 따라 죽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어른은 은어, 신어, 유행어에 불편하다

 

우리들은 욕설이나 비속어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듣기 삻은 말을 듣는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반면에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자기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들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그리고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요즘 어른들의 불편함은 사실 언어 권력을 침해당한 데서 오는 언짢음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언어의 사용자가 되려면 누구나 그 언어를 배워야만 한다. 말하자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태어난 후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언어를 배운다. 즉 언어란 어른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언어의 권력자는 가르치는 사람인 어른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젊은 계층에서 사용하는 신종어, 은어, 유행어는 이를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어른들에겐 언짢은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통을 위해 기꺼이 스마트폰에서 생소한 이 말의 뜻을 찾아보고 익힌다.  

 

 

관 주도 언어 정책에 반기를 들다


언어의 주인은 당연히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언어 규범이란 게 있다. 이는 언어 사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규범은 사용하는 '민民'이 만들고 '관官'은 정리하는 것이다. 즉 민이 사용하는 언어를 제대로 관찰하여 규범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즐겨먹는 짜장면을 모두 그렇게 부름에도 불구하고 관이 주도한 규범에는 '자장면'으로 되어 있다.

 

짜장면의 등장은 임오군란 때 들어왔던 청나라 군인들이 인천 쪽에 화교 공동체를 이루며 살게 되면서 이들이 먹던 '작장면'이 한국화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널리 퍼져 1960년대부터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외래어표기법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맞추어 표기한 것이 바로 '자장면'이다.  


2009년 5월, SBS는 <짜장면의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짜장면의 이름을 돌려받고자 했다. 이후 한 네티즌은 "정부는 지금 당장 짜장면을 돌려달라!"라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결국 2011년 8월 31일에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다. 짜장면을 통한 저항은 언어의 주인은 언어 사용자라는 점과, 언어 규범을 만드는 주인공 또한 언어 사용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언어 정책에 대한 항거였다. 또한 관 주도적인 언어 정책에서 민 주도적인 언어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외침이었다.

 

 

언어 감수성을 가져라

 

언어 감수성을 통해 '성찰적 말하기'와 '배려의 듣기'가 가능해지므로 화자와 청자 간의 거리를 좁히게 된다. 성찰적 말하기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배려의 듣기란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 표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동의하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저자는 성숙한 소통을 위해서 언어 감수성을 가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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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직업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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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직업이 흥미롭고, 의미 있고, 때때로 즐겁고 종종 재미있는 것이길 바란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러한 포부를 가진 적이 없다. 그들은 단지 일한 것으로 식탁 위에 몇 가지 음식을 차릴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는 축복 받은 동시에 저주 받았다. 왜냐하면 청구서 대금을 지불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의 영혼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직업을 찾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서문' 중에서

 

 

내가 찾고 싶은 인생 직업

 

책의 저자 THE SCHOOL OF LIFE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기관으로,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유럽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삶의 중요한 화두로 꼽고, 철학, 예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이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여섯 번째 도서인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성취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가이드가 되어준다.

 

우리들 모두에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직업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좁게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고, 넓게는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성취하는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직업 선택에 있어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비롯해 평생을 두고 즐거워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법, 올바른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직업을 대하는 자세

 

인간의 역사에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저 웃어넘기고 말 일이거나 괴상한 생각이었다. 과거의 인간은 밭을 갈고, 가축을 기르고, 광산을 파고, 요강을 비웠다. 그래서 인간은 힘들었다. 농노나 소규모 자작농이 기대할 수 있는 '만족의 순간'이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일하지 않는 시간에서 찾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예컨대 내년에 있을 명절 축제라든지, 지금 여섯 살인 우리 맏이가 장가갈 날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돈만 많으면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당연했다. 고대 로마의 식자층識者層(이들의 태도가 수백 년간 유럽을 지배했다)은 애초에 돈을 받고 하는 일은 모두 창피한 것으로 생각했다. 고대 로마에서 비즈니스를 뜻하는 단어가 'negotium'이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negotium'은 글자 그대로 '즐길 수 없는 활동'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인은 사냥이나 파티 같은 별로 많지 않은 레저 활동이 행복한 삶의 유일한 기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중세 말 경에 심상찮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즉 '돈'과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들이 출현했던 것이다. 초창기의 성공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베네치아의 예술가 티치아노(1488~1576년)다. 그는 일을 하면서 창조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창작 결과물에 대해 제값을 보상받는 데도 관심이 아주 컸다. 이런 혁명적인 생각이 점차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돈'과 '내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희망사항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직업 탐색의 문제

 

1. 역량 부족~ 학교, 대학, 기술학교의 등장

2. 취업 정보 부족~ 취업 대행사, 헤드헌팅 회사, 인맥 사이트 등

3. 일관된 목표가 없음~ 적성과 취향(마이어스-브릭스 검사)

 

 

내게 즐거운 직업 찾기

 

자기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한 만큼 오랫동안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즉 잠간 마음에 들었던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나아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찰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커리어 계획 수립 단계로 나아감에 있어서 섣불리 뭔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유년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밥업이 잇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자신이 특별히 떨리는 흥분을 느낀 것이 언제인가? 마음을 편히 먹고 가장 우연하고 사소한 경험부터 떠올려보라.  

어쩌면 여덟 살 때 오래된 집 방바닥에 엎드려 색종이를 잘라 색깔별로 늘어놓던 기억이 그런 일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그냥 빈 스케치북에 직선만 죽죽 긋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다이런 기억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내밀한 감정의 역사에서 핵심이 되는 순간을 꼽을 수 있다. 즉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랑스럽다거나 괴롭다는 느낌을 주었던 사건이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의 조각이 본성의 중요한 성향에 관해 힌트를 줄 것이다.

 

'내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그 즐거움이 어디에 있을지 노동시장을 샅샅이 뒤져보아야 한다. 아무리 구체적인 직업이라고 해도 그 바탕에 놓인 즐거움의 종류는 일반적인 개념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연봉이나 기술적 조건과 같은 외부 요인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떤 직업이든 독특한 즐거움의 집합으로 보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즐거움을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로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이 주는 12가지 즐거움

 

을 버는 즐거움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

창의성이 주는 즐거움

이해가 주는 즐거움

자기표현의 즐거움

기술이 주는 즐거움

남을 돕는 즐거움

리더가 되는 즐거움

가르치는 즐거움

독립성이 주는 즐거움

질서가 주는 즐거움

자연이 주는 즐거움

 

 

올바른 직업 선택의 장애물

 

마침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이상적인 커리어가 무엇인지 정리되었다고 선택의 어려움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남아 있는데, 가족의 기대와 강요, 직업적 성공에 대한 강박, 주변에 대한 평가, 자기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완벽주의와 패배주의 등 심리적 장애물들이 많다. 이 중 가장 버거운 것이 가족으로부터 받게 되는 기대와 압박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언제나 '가족이 미리 정해준 답'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종사하고 싶은 직업을 제한하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몇 가지 옵션을 추구하도록 부추긴다. 우리는 집안의 배경 때문에 더 가지기 쉬운 직업이 있고, 반대로 가지기 더 어려운 직업이 있다. 좋게 보면, 가족이 정해준 답은 직업 세계에 대한 내 가족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다.

 

가족이 정해준 답은 부모가 존중하고 열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모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부모가 특별히 소망하는 직업이 있다. 그것은 위대한 작가일 수도 있고 판사나 공공기관의 장일 수도 있다. 이런 직업은 부모의 직업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체로 부모가 한때 자신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직업이다. 즉 신이 성취하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경우다. 예컨대 가수가 꿈이었던 부모가 자식의 가수 뒷바라지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1871년에 처음 출판된 <미들마치Middlemarch>에서 작가 조지 엘리엇은 성공한 제조업자의 아들이었던 프레드 빈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레드가 사랑하는 부모님은 아들이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아들이 그 직업과 잘 맞아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성직자라는 지위를 아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성직자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직업이었지만 이와 달리 프레드는 측량사가 되어 스스로는 매우 만족한다.

 

조지 엘리엇은 이것이 프레드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투쟁이었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보여준다. 프레드가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통감했고, 그의 직업을 창피하게 여긴 누이와는 어떻게 불화가 생겼으며, 대학 동창생들은 그를 얼마나 실패자라고 생각했는지 설명한다. 조지 엘리엇이 부모가 정해준 답에서 헤어나지 못할 뻔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프레드가 한 것처럼 속박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직업 문제로 고민한다면 기대치를 낮추어라

 

이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앞서 우리들은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자기 자신의 꿈과 캐릭터를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행복을 어떤 식으로 고려하든 간에 '기대치'의 문제가 남는다. 즉 자기 자신의 행복도는 스스로 얼마나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느냐에 좌우된다.

 

슬프지만 우리들이 겪게 될 어려움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신이 가진 잠재력의 상당 부분을 개발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거의 확실하다. 당연히 개발하지 못한 채 무덤으로 향할 것이고, 해내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패배감마저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창피해야 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직면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치를 낮추어라. 오히려 이것이 스스로를 만족하도록 만들어 준다.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자신의 행복과 만족, 성취감 등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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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7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선량해져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흥분되는 임무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항상 부자가 되거나, 더 아름다워지거나, 더 성공하거나 혹은 유명해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흥미로운 거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는 결국 매우 선량한 한두 사람을 만났을 때다. 우리가 선량함을 이해할 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인생의 의미가 된다. - '서문' 중에서

 

 

착한 사람에게 우리들은 끌린다

 

이 책의 저자인 THE SCHOOL OF LIFE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기관으로,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인생학교에서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삶의 중요한 화두로 꼽고, 철학, 예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이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인 <끌림>은 우리가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선량함'의 가치를 전하고 오늘날 사회생활에서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돈이나 명성처럼 사람들이 단박에 알아차리는 매력은 아닐지 몰라도 '선량함'은 대단히 중요한 미덕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낸 선량함의 가치를 전하면서 자선을 베푸는 법, 용서하는 법, 솔직해지는 법, 상대에게 위안을 주는 법 등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선량함이 강인함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고 착한 사람은 결코 어수룩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소위 자기계발서들은 대개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들거나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애쓴다. 즉 외형적인 부분을 가꾸고 변화시키라는 주문하지만 내면에 대한 성찰은 외면한다. 반면에 이 책은 선량함이라는 내적 가치를 탐구하기 위한 안내서이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선량함'이란 누구나 갖출 수 있는 것이며 인류가 습득한 고도의 미덕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할 수 있다.

 

 

 

 

자비로운 사람

 

자선이란 필요한 것을 스스로 얻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그가 필요한 것을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흔히 '적선積善'이라는 말로 불리는데, 대체로 사람들은 물질을 제공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특히, 물질 중에서도 돈을 기부하는 행위와 지나칠 정도로 연결 짓는다. 하지만 자선의 근본적 의미는 이와같은 금전을 초월한다. 겨울이 코 앞임에도 성 프란치스코는 얇고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는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이 걸친 망토를 건넨다. 이처럼 추앙받는 위인들은 자선활동의 모범을 보여준다.

 

"자비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쓴다"

 

자비심은 수많은 악惡이 판치는 와중에도 여전히 미덕이 존재할 수 있음을 기억하는 마음이다. 자비심은 사람이 몹시 지치고 압박감에 시달릴 때면 형편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마음이다. 자비심은 어떤 이가 욕설을 내뱉을 때 그것이 본심이 아님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대개는 자신이 쉽게 반격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애꿎은 이에게 화풀이하고 상처를 주려는 것임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공손함과 솔직함

 

오랜 세월 인류는 선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손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손한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손함이라는 덕목을 대놓고 배격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본능적으로 '공손함'부터 떠올리지는 않는다. '공손함'은 전통적인 의미와는 거의 정반대로 쓰기도 하는데, 이때는 불쾌하다 싶을 정도로 진정성이 없고 가식적인 태도를 뜻한다. '공손한' 사람은 위선적인 사람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해석하기에 따라 매우 무례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1778년)는 공손함을 설명하면서 비굴함과 노골적인 속임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숨기거나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자신에게 항상 진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글은 새로운 이상적 태도를 제시하며 대중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 이후 전 세계인의 의식 형성에 미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공손함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미국인들은 직설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주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미국 문화가 지구상에 그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공손함보다 솔직함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널리 펴졌던 것이다.

 

솔직한 사람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세상이 거부하지 않으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견해를 숨김없이 표현하는 일은 전혀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리낌 없이 드러낸 의견이라면 꼴사납고 지겹고 잔인한 말일 수가 없다고 전제한다. 이런 면에서 솔직한 사람은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바라본다.

 

반면에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충동과 자기 자신을 근본적으로 의심한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고 바라는 것이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불순한 욕망이 있으며 매순간 사람들을 모욕하고 상처 주고 싶은 충동이 있음을 감지한다. 때때로 자신이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이 어디까지 남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지 절대 잊지 않는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정중하면서 따뜻한 사람앨런 밀른<곰돌이 푸> 시리즈에 나오는 상냥한 엄마 캥거루 캉가와 닮았다. 한번은 덩치가 아주 크고 몹시 시끄럽고 활력이 넘치고 공격적인 티거가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 들어오자 동물들이 모두 당황한다. 동물들은 티거를 아주 조심스럽게 대한다. 이 장에서 쓴 표현으로 말하자면, 정중하지만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캉가는 티거를 만났을 때 따뜻하게 반긴다. 캉가는 자기 새끼인 를 대하는 것과 똑같이 티거를 대한다. 킹가는 친절을 이렇게 규정한다.

 

"덩치가 크다고 해서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라지 않는 건 아니야. 티거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루처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단다"

 

정중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 낯선 이를 대할 때 구체적이고 명확한 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 기저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단단하고 품위 있어 보여도 이면에는 연약한 자아가 있기 마련이라는 통찰이 있다. 때로 갈등하기도 하고 미숙하기도 하며, 금세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육체적 욕망에 괴로워하기도 하며 언제라도 혼자 남을 처지에 있는 연약한 자아이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기술은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매혹적이고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사악해서가 아니다. 이 기술을 배운 적이 없고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별로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말하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 사람들과 교제를 한다. 사람을 만나는 데 굶주려 있지만 정작 남의 말을 잘 들어주지는 않는다. 이때 우정은 사회화된 이기주의일 뿐이다. 

 

 

마음이 열린 사람

 

마음이 열린 사람은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킬 빌미가 내 안에 있다고 해서 선량함과 겸손, 자비심 같은 미덕이 동시에 공존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 이들은 '죄'와 '죄인'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이들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하려고 애쓴다. 우리 안에 감추어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에서 도움을 받고, 관심을 받으며, 우정을 나눌 권리마저 영영 손실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안다. 마음이 열린 사람은 자신의 바람과는 별개로, 좋은 사람이라도 별로 착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도 자꾸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마음이 열린 사람은 고맙게도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누군가 저지른 악행을 접할 때도 그 사람을 혹독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이들이 관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을 개선하는 방식을 놓고 나름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냉혹한 비난이 아니라 따뜻한 용서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든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착한 사람은 바보가 되기 쉽다고들 말한다. 자기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더욱 먼저 챙기고 배려하며 심지어 스스로를 희생까지 하면서 남에게 자비심을 베푸는 사람이 어떻게 남보다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들 중에 포함된다. 이처럼 점점 퇴색되어 가는 '선량함'이라는 미덕을 새롭게 우리들에게 화두로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도록 만든다. 열린 마음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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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치 - 마음을 훔치는 기술
바네사 반 에드워즈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대인관계 기술을 익히면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사회적인 윤활유를 얻는 셈이다. 즉, ‘인간행동의 법칙’을 이해하면 모든 일이 더 유연하게 돌아간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첫인상을 줄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실수로 관계가 어긋나버리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줄어들 것이다. 데이트 상대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고, 친구들과 더 강력하고 든든한 우정을 맺게 된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익히면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기술

 

책의 저자 바네사 반 에드워즈인간행동연구소 '사이언스오브피플'의 대표로 눈빛과 몸짓만으로 신뢰를 끌어내는 인간행동 탐구가이다. 그녀가 인간관계를 주제로 운영하는 유튜브의 조회 수는 2,000만을 넘고, 웹사이트 방문자는 월 20만 명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에 칼럼을 기고하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워크숍을 이끌어 인간관계에서 탁월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현재 온라인대학 유데미(UDEMY)에서 9만 명의 학생들을 '캣치'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녀가 아이로니하게도 과거엔 사람들 앞에 서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횡설수설할 정도로 대인공포가 심했다고 한다. 이에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8년간 실험 연구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에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개발한 전략들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즉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먼저 파악하고,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를 알려준다.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50여 개국에서 5만여 명의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본 기술 14가지를 엄선한 것이다. 파트1에서는 첫 5분에 매력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첫인상을 남가는 법을 소개한다. 파트2에서는 사람의 속마음을 재빨리 읽어내고, 행동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파트3에서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팀을 이끌어가며, 확실한 관계를 맺는 법을 소개한다. 즉 팀원을 파트너로, 썸 타던 사람을 연인으로, 고객을 마니아로, 지인을 평생 친구고 바꾸는 가장 발전된 인간관계로 다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애플이 '올해 가장 기다려지는 책'으로 선정하면서 출간 전부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고,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간관계의 공식을 알면 누구를 만나도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고,

첫 5분 안에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인간관계가 어렵고 힘들지만 결코 피할 수만은 없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영위하려면 관계가 원만해야 하니까 말이다. 물 흐르듯 술술 풀리는 자연스런 대화법으로 비즈니스와 인생을 승승장구로 이끌고 싶은가? 책에서 소개하는 14가지 기술은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매력을 더해주는 노하우이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필살기가 될 것이다. 이제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보자.

 

 

공간을 장악하라

 

낯선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했을 때 어색하지 않게 가장 많은 사람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험관찰 결과 명함을 가장 많이 받고, 대화 상대가 끊임없이 찾아오는 '위치'가 따로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고,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행사장을 3가지 구역으로 나누어보자. 시작구역, 사교구역, 그리고 열외구역이다. 시작구역은 모든 행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신경이 가장 곤두서는 자리다. 사람들은 행사장에 갓 도착했을 때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거나, 휴대전화를 진동모드로 바꾸거나, 화장실로 직행해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시작구역을 맴도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이것은 사교의 함정이다.

 

명함을 가장 적게 받은 사람들은 시작구역에 있는 이들에게 곧바로 들이대는 경향이 있었다. 아직 행사에 익숙해지지 않은 누군가에게 접근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신의 등 너머로 자기가 아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또 이들은 음식을 가지러 가거나, 호스트에게 인사하기 위해, 또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곧 자리를 뜰 가능성이 높다.

 

마법이 일어나는 곳은 사교구역이다. 가장 좋은 장소는 '음료 바에서 빠져 나가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손에 음료수를 들고 다른 사람들과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다. 음료 바 양쪽으로 스위트 스폿이 2개 있다. 모임이나 행사에서 가장 명함을 많이 받거나 SNS에서 가장 많은 친구를 맺은 사람들은 이 스위트 스폿을 차지하고 있었다.

 

별표가 스위트 스폿이다

 

 

마음을 흔들어라

모든 좌석이 매진된 하인츠 홀은 2,600여 명의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모든 시선은 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가 등장할 무대로 집중되고 있었다. 사실 오늘의 지휘자는 당초 다른 인물로 예정되어 있었다. 독일의 유명 지휘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였다. 공연 바로 며칠 전 그는 건강이 악화되어 무대에 설수 없게 되자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곧바로 대타를 물색했고, 래머라이트가 선택되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이미 관객들도 알고 있었다.

 

"무대에 나가기 전에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 있었어요.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거의 잠도 못 잤어요"

 

이렇게 고백한 레머라이트가 마침내 무대에 나왔을 때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그를 지켜봤다. 강력한 첫인상을 만들기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초. 레머라이트에겐 '신뢰를 쌓을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연주를 보여주겠다는 기대를, 연주자들에게는 자신을 믿고 따르라는 확신을 주어야 했다.


뉴욕타임즈 평론가 제임스 R. 외스트리치가 '과감한 손동작으로 완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흡입력 넘치는 레머라이트의 공연에 관한 소문은 쫙 퍼져나갔다.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재빨리 레머라이트와 재계약에 들어갔다. 레머라이트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들은 새로운 지휘자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5분 만에 파악하죠" 그 첫 5분간 레머라이트는 무슨 일을 한 것일까?

 

 

비언어적 방법으로 신뢰를 끌어내라

 

최고의 테드 강연자들은 두 손이 잘 보이게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의 손을 볼 때 더 편안해지고, 친근함을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기다릴 때 절대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리지 말라. 이런 행동은 인간관계의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이젠 악수를 청할 차례다. 이는 접촉을 통해 안전한 사람임을 확인하는 행위다. 악수도 매너가 있다.

 

훌륭한 악수 매너

 

뽀송뽀송한 손바닥

엄지를 수직으로 세우기

단단하기 쥐기


복숭아가 잘 익었는지 보려고 손에 쥐어본 적 있는가? 사람마다 '단단함'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악수할 때 이 느낌을 참고해보자. 과일가게에서 복숭아를 고를 때는 약간 저항이 느껴지는 순간까지만 눌러봐야 한다. 잘 익은 복숭아라면 금세 쑥 들어가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아직 복숭아가 딱딱하다면 꽤 꽉 쥐어도 멍들지 않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근육이 긴장하는 게 느껴질 때까지 상대방의 손을 쥐다가 멈추자. 그리고 제발 손을 축 늘어지게 내밀지 말자. 이는 관계에 치명적이다

 

 

대화 스파크를 일으켜라

저자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놀라움'의 요소를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종종 자신의 명함과 함께 "엿 먹지 않는 법을 배우세요(Learn how not to suck)"라고 쓴 막대사탕을 건넨다. 사람들이 그녀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커피 대신 코코아를 대접한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들에게 꽃 대신 공기정화용 식물인 에어플랜트(air plant)를 보낸다.

 

인생의 다양한 영역들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리들 모두는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수많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선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약간의 독특함은 우리들이 행하는 대화, 회의, 파티, 그리고 SNS를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게 확실하다.

 

대화에 스파크를 더할 방법들

 

SNS에 사람들이 전에 본 적이 없는 사진을 올리자

이메일 서명에 독특한 인용구를 넣는다

고객에게 커피 대신 바닐라티 또는 레모네이드를 제공하자

답례 카드 대신에 답례 스티커, 사탕을 보낸다  

 

 

호기심을 자극하라 

심리학자 엘렌 버샤이드일레인 월스터 박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인간은 비슷한 활동과 대화주제를 즐기는 사람과 어울리기 쉽고, 들째 누군가 동조할 때 덜 외롭고 자신의 의견이 더 옳다는 느낌을 가지며, 셋째 누군가에게 강하게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그들의 행동과 미래의 결정을 좀 더 잘 예측할 수 있고, 넷째 누군가 우리와 비슷할 때 그 사람이 우리에게 끌릴 가능성이 더 커지길 바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인스타크램의 '하트'나 트위터의 '리트윗'은 모두 '유유상종 효과'의 디지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링크를 보낼 때, 이는 '나도 이거 좋아해!'라고 말하는 셈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SNS에 중독되는 이유다. 우리는 친구들과 팔로워들이 우리를 좋아하고 우리와 비슷한지 알고 싶은 것이다. 성공적인 회의나 모임, 데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와, 당신도 그 드라마를 좋아해요? 저 진짜 팬이잖아요!"
"글루텐 프리 식단을 하는 중이세요? 저희 모임에 나오세요!"
"농담하는 거 아니죠? 저 진짜 엄청난 야구팬이잖아요"
"암벽등반에 빠져 계시다고요? 저도 그래요!"

"저도 BTS 아미입니다" 

 

 

말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어내라

미세표정을 알기 위해서는 말 뒤에 숨은 정서적 의도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 전략을 '암호해독'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암호해독 전략을 활용하려면 먼저 말로 표현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 감정과 일치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내가 "괜찮다"고 말하지만 분노의 미세표정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아내는 전혀 괜찮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세표정은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재빨리 지나간다. 1초보다 길면 그건 보통의 얼굴표정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1초 미만의 미세표정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들여다보는 정직한 관점이 된다. 즉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따라서 정확한 해석을 위해 아이콘택트를 하고 찰나의 표정을 읽어야 한다. 

 

 분노

 

 

셀카를 보면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알렉산더 토도로프 박사는 온라인에서 누군가의 사진을 본지 0.1초 안에 그 사람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이 이뤄진다는 걸 발견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토도로프 박사는 한 사람의 여러 가지 사진이 완전히 다른 첫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어떤 사진을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성, 신뢰성, 매력도 등에 관해 마음을 바꿨다.

 

저자가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사람들에게 처음 보는 사람의 사진 400장에 점수를 매기게 한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진들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가짜미소나 입을 굳게 다문 미소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들의 프로필 사진이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미세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자.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

 

편안하게 보이려다가 경멸의 표정을 짓는다

진짜미소 대신 행복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햇볕 때문에 눈이 부셔 분노의 표정을 지은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눈을 껌벅이거나 움찔하다가 우연히 공포의 표정을 짓는다

 

 

약점을 드러내라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춤지 결정해요. 그러한 결정은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에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우리를 짓누르죠. 가장 약점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건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오랜 인연을 만들어주는 용감한 행동이에요" - 프랭크 워렌, '포스트시크릿' 블로그 운영자

 

우리들은 비밀 때문에 사람들이 우릴 받아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비밀을 나눔으로써 가장 빨리 사람들 사이에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자신의 비밀을 아무에게나 노출하라는 게 아니다. 비밀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짓눌리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잘 이용해 인연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사람들 많은 데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강의실에서 엉뚱한 질문을 해도 거의 주목받지 않는다. 주목받았다 해도 이는 금방 잊히기 마련이다. 즉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실수는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 약점은 섹시하다. 약점은 우리들이 상대와 이어질 수 있고, 현실상의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이 점이 매력이다.  

 

 

인간관계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는 법

 

우리들이 살면서 제일 힘드는 게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얼굴을 가꾸고, 옷차림이나 말투를 바꾼다고 인간관계가 술술 풀릴까? 자신과 코드가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이 맞춰줘야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될까? 등처럼 우리들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마치 군계일학처럼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먹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책은 인간행동의 본능을 밝혀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이를 알기만 하면 평범한 사람도 돋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손님이 사무실을 찾아오면 평범한 커피 대신 레모네이드를 대접함으로써 상대방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어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14가지의 마음 훔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힘든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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