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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직업 ㅣ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오늘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직업이 흥미롭고, 의미 있고, 때때로 즐겁고 종종 재미있는 것이길 바란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러한 포부를 가진 적이 없다. 그들은 단지 일한 것으로 식탁 위에 몇 가지 음식을 차릴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는 축복 받은 동시에 저주 받았다. 왜냐하면 청구서 대금을 지불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의 영혼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직업을 찾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서문' 중에서
내가 찾고 싶은 인생 직업
책의 저자 THE SCHOOL OF LIFE는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기관으로,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유럽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삶의 중요한 화두로 꼽고, 철학, 예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이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여섯 번째 도서인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성취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가이드가 되어준다.
우리들 모두에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직업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좁게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고, 넓게는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성취하는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직업 선택에 있어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비롯해 평생을 두고 즐거워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법, 올바른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직업을 대하는 자세
인간의 역사에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저 웃어넘기고 말 일이거나 괴상한 생각이었다. 과거의 인간은 밭을 갈고, 가축을 기르고, 광산을 파고, 요강을 비웠다. 그래서 인간은 힘들었다. 농노나 소규모 자작농이 기대할 수 있는 '만족의 순간'이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일하지 않는 시간에서 찾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예컨대 내년에 있을 명절 축제라든지, 지금 여섯 살인 우리 맏이가 장가갈 날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돈만 많으면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당연했다. 고대 로마의 식자층識者層(이들의 태도가 수백 년간 유럽을 지배했다)은 애초에 돈을 받고 하는 일은 모두 창피한 것으로 생각했다. 고대 로마에서 비즈니스를 뜻하는 단어가 'negotium'이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negotium'은 글자 그대로 '즐길 수 없는 활동'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인은 사냥이나 파티 같은 별로 많지 않은 레저 활동이 행복한 삶의 유일한 기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중세 말 경에 심상찮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즉 '돈'과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들이 출현했던 것이다. 초창기의 성공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베네치아의 예술가 티치아노(1488~1576년)다. 그는 일을 하면서 창조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창작 결과물에 대해 제값을 보상받는 데도 관심이 아주 컸다. 이런 혁명적인 생각이 점차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돈'과 '내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희망사항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직업 탐색의 문제
1. 역량 부족~ 학교, 대학, 기술학교의 등장
2. 취업 정보 부족~ 취업 대행사, 헤드헌팅 회사, 인맥 사이트 등
3. 일관된 목표가 없음~ 적성과 취향(마이어스-브릭스 검사)
내게 즐거운 직업 찾기
자기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한 만큼 오랫동안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즉 잠간 마음에 들었던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나아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찰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커리어 계획 수립 단계로 나아감에 있어서 섣불리 뭔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유년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밥업이 잇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자신이 특별히 떨리는 흥분을 느낀 것이 언제인가? 마음을 편히 먹고 가장 우연하고 사소한 경험부터 떠올려보라.
어쩌면 여덟 살 때 오래된 집 방바닥에 엎드려 색종이를 잘라 색깔별로 늘어놓던 기억이 그런 일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그냥 빈 스케치북에 직선만 죽죽 긋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다. 이런 기억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내밀한 감정의 역사에서 핵심이 되는 순간을 꼽을 수 있다. 즉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랑스럽다거나 괴롭다는 느낌을 주었던 사건이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의 조각이 본성의 중요한 성향에 관해 힌트를 줄 것이다.
'내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그 즐거움이 어디에 있을지 노동시장을 샅샅이 뒤져보아야 한다. 아무리 구체적인 직업이라고 해도 그 바탕에 놓인 즐거움의 종류는 일반적인 개념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연봉이나 기술적 조건과 같은 외부 요인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떤 직업이든 독특한 즐거움의 집합으로 보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즐거움을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로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이 주는 12가지 즐거움
돈을 버는 즐거움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
창의성이 주는 즐거움
이해가 주는 즐거움
자기표현의 즐거움
기술이 주는 즐거움
남을 돕는 즐거움
리더가 되는 즐거움
가르치는 즐거움
독립성이 주는 즐거움
질서가 주는 즐거움
자연이 주는 즐거움
올바른 직업 선택의 장애물
마침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이상적인 커리어가 무엇인지 정리되었다고 선택의 어려움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남아 있는데, 가족의 기대와 강요, 직업적 성공에 대한 강박, 주변에 대한 평가, 자기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완벽주의와 패배주의 등 심리적 장애물들이 많다. 이 중 가장 버거운 것이 가족으로부터 받게 되는 기대와 압박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언제나 '가족이 미리 정해준 답'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종사하고 싶은 직업을 제한하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몇 가지 옵션을 추구하도록 부추긴다. 우리는 집안의 배경 때문에 더 가지기 쉬운 직업이 있고, 반대로 가지기 더 어려운 직업이 있다. 좋게 보면, 가족이 정해준 답은 직업 세계에 대한 내 가족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다.
가족이 정해준 답은 부모가 존중하고 열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모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부모가 특별히 소망하는 직업이 있다. 그것은 위대한 작가일 수도 있고 판사나 공공기관의 장일 수도 있다. 이런 직업은 부모의 직업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체로 부모가 한때 자신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직업이다. 즉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경우다. 예컨대 가수가 꿈이었던 부모가 자식의 가수 뒷바라지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1871년에 처음 출판된 <미들마치Middlemarch>에서 작가 조지 엘리엇은 성공한 제조업자의 아들이었던 프레드 빈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레드가 사랑하는 부모님은 아들이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아들이 그 직업과 잘 맞아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성직자라는 지위를 아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성직자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직업이었지만 이와 달리 프레드는 측량사가 되어 스스로는 매우 만족한다.
조지 엘리엇은 이것이 프레드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투쟁이었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보여준다. 프레드가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통감했고, 그의 직업을 창피하게 여긴 누이와는 어떻게 불화가 생겼으며, 대학 동창생들은 그를 얼마나 실패자라고 생각했는지 설명한다. 조지 엘리엇이 부모가 정해준 답에서 헤어나지 못할 뻔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프레드가 한 것처럼 속박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직업 문제로 고민한다면 기대치를 낮추어라
이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앞서 우리들은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자기 자신의 꿈과 캐릭터를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행복을 어떤 식으로 고려하든 간에 '기대치'의 문제가 남는다. 즉 자기 자신의 행복도는 스스로 얼마나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느냐에 좌우된다.
슬프지만 우리들이 겪게 될 어려움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신이 가진 잠재력의 상당 부분을 개발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거의 확실하다. 당연히 개발하지 못한 채 무덤으로 향할 것이고, 해내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패배감마저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창피해야 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직면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치를 낮추어라. 오히려 이것이 스스로를 만족하도록 만들어 준다.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자신의 행복과 만족, 성취감 등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