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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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국 전쟁으로 말미암아 청조는 10년의 시간과 막대한 경제력·인력을 낭비했기에 19세기 중반의 골든타임과 포텐셜을 허망하게 날렸다고 볼 수 있고, 2차 아편전쟁은 이후 중국에 대한 열강의 이권 침탈의 오프닝으로서 청조가 점차 쇠망해 50년 후의 멸망으로 가는 길을 열어젖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청조 존망의 파천황적 위기라는 정세 분석이 맞는 셈이죠. - '머리말' 중에서

 

 

청나라가 쇠망해가다

 

태평천국의 난이 발발했던 당시 중국을 오간 조선의 사신들은 태평천국太平天國을 지방 도적 떼의 준동蠢動 정도로 그리고 영불연합군에 의한 베이징 함락도 일시적인 사변으로 정세보고서에 기록했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태평천국에 관해 한족 국가 부흥 운동이자 대륙의 패권이 걸린 내란으로, 2차 아편전쟁에 대해선 중국이 완전히 서양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두 나라의 시각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대동소이하다.   

 

즉 청淸나라 말기 홍수전과 농민반란군이 세워 14년간(1851~1864년) 존속한 태평천국은 난징 주변의 그리 크지 않은 영역만 초토화시켰을 뿐 지역 반란으로 끝났고, 서양 세력은 베이징에 들어왔다가 금방 나가 장사에 몰두할 뿐이었다. 이후 청조는 모든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금 힘을 회복하는 동치 중흥기 同治 中興期로 접어들며 반백년을 더 버텼으니, 이 모든 난리에도 청조의 통치가 계속되리라는 정세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굽시니스트(김선웅)는 1981년 대전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굽시니스트라는 필명으로 2009년부터 <시사인>에서 <본격 시사인 만화〉를 연재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 <박4모>,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전 2권),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19세기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사이비 종교 태평천국은 어떻게 시나브로 사라졌을까? 1차 아편 전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던 서구 세력이 어째서 다시 청나라 앞바다에 모였을까? 베이징 앞마당에서는 총포를 쏴대던 영불연합군이 왜 상하이에서는 청 관군의 편에 서서 태평천국을 공격했을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19세기 청나라의 안팎 사정을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책은 태평천국이라는 '내우內憂'와 영불연합군이라는 '외환外患'으로 혼란이 극에 달했던 청나라 말기 상황을 들여다본다. 내부분쟁인 천경사변 이후 태평천국의 상황부터 2차 아편 전쟁의 시작과 끝, 청 황제 함풍제의 붕어와 신유정변까지 다루고 있다. 한편, 책 말미에 실린 '굽씨의 오만잡상'이라는 추가글은 만화에 미처 다루지 못한 역사지식을 제공하는 덤이다.

 

 

 

 

청 제국을 향한 19세기 세계열강의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대포 찜질로 순조롭게 굴복시키고 싶으면서도 청나라가 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서양이 연합군을 결성해 남중국해에 집결하고 총칼을 들고 베이징까지 진격하면서도, 태평천국의 공격에 비실거리는 청 관군에 협력해 상하이를 지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청 제국은 서양의 공격 앞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도 함께 태평천국을 물리쳐달라며 서양에게 손을 내민다. 태평천국은 그들 나름대로 '같은 기독교 믿음의 형제' 운운하며 서양 선교사들을 회유하고, 바다 쪽을 점령하려는 동정 정책과, 장강을 따라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서정 정책으로 청 관군을 향한 공세를 이어간다.

 

 

제2차 아편 전쟁

 

베이징 서북쪽 호수 지대에 조성한 황실 정원-삼산오원. 그 으뜸으로, 만원지원이라 불리는 원명원圓明園. 18세기, 건륭제가 이탈리아 신부 미술가 카스틸리오네 등을 기용해 건축한 서양루 등 화려한 건축물들 안에는 매시간 해당 시간의 동물이 물을 뿜어내는 12간지 분수 시계 등 온갖 진기한 보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원명원에 프랑스군이 난입한 1860년 10월 6일, 원명원 수비대는 전멸하고 내무부 대신 문풍은 자결했으며, 궁인들은 도주했다. 원명원 대약탈로 프랑스군 장병 4천여 명이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보물을 챙길 수 있었다고 하니 도적 중의 도적이다. 한편, 영국군은 다음 날 원명원에 도착해보니 이미 프랑스군이 거의 다 노략질을 한 듯 보였다. 이에 영불 약탈품 분배 위원회를 구성, 이를 고옹 경매에 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벌써 빼돌려 진 상황이었다. 

 

 

 

 

상하이 트위스트

1860년 8월, 청나라는 영불연합군과 전쟁 중이었다. 연합군이 톈진 연안에 상륙해서 베이징으로 진격할 참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베이징 쪽에선 청나라군을 두들겨 패고, 상하이 쪽에선 청나라군을 돕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태평천국의 이수성은 상하이의 서양인들 협조를 요청하며 영불 선교사들에게 작위까지 부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남대영을 궤멸시키고 상하이로 진격한 장군 이수성은 청나라와 영불연합군이 전쟁 중이니 당연히 상하이에서 영불이 청나라 편을 들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상황은 완전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즉 상하이의 영불 공사들에게 내려진 본국 전권대표단의 지시는 "상하이의 영불병력은 청 당국에 협력해 상하이를 지킬 것"이었다. 왜 영국과 프랑스는 이런 행동을 보였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그 이유는 첫째, 상하이가 태평천국군에게 점령당할 경우, 청나라에게서 얻은 영불의 이권을 태평천국에게서 갱신받기 어렵다. 둘째, 영불의 전쟁 목적 달성에 태평천국의 상하이 점령은 방해가 될 수 있다. 셋째, 청나라에 지금까지 들인 서열 정리 작업의 공이 아깝고 이젠 마무리 단계이기에 그 과실을 맛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황실의 피난

 

일찌기 제위 초 반부패 개혁 운동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면서 함풍제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숙순은 정국을 주도하는 권신으로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1860년, 영불연합군을 피해 함풍제를 데리고 열하熱河로 도망치면서 숙순의 권위에 살짝 금이 가기 시작한다. 황실의 피난, 원명원 소실, 베이징 함락 등 미증유의 국치 사태를 맞아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숙순의 반부패 숙청에 두들겨 맞았던 관료의 다수가 베이징에서 숙순에 대해 반격의 칼날을 갈기 시작하면서 베이징 내 안티 숙순, 국정 쇄신의 여론은 베이징에 남아 난국을 수습한 공친왕에게 모아진다.

 

하지만 이에 부담을 느낀 동생 공친왕은 함풍제 형님에게 열하에서 자금성으로 환궁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숙순 입장에선 베이징으로의 환궁은 자신에게 책임론과 처벌론이 대두될 수 있는 매우 불리한 일임을 알기에 함풍제에게 서두르지 말고 아직도 영불연합군이 톈진에 남아 있고 함대가 발해만에 진을 치고 있으므로 이곳 열하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건의한다. 황제도 면목이 없기는 매 한 가지라 이를 받아들인다.  

 

 

우화대 전투

 

1862년 7월, 증국전군軍 3만은 난징성 바로 옆 우화대 고지에 도달했다. 지난 1, 2차 강남대영과는 기반이 확실히 달랐다. 장강을 따라 차근차근 난징까지 정석대로 진격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태평천국은 무장 이수성에게 급히 난징으로 돌아오라고 명령을 하달한다. 그리고 난징 주변으로 왕 작위를 부여받은 열세 명의 왕 휘하 13만 병력이 집결한다.

 

 

장강을 통해 보급을 충실히 지원받는 증국전의 군대는 식량이나 화약 어느 하나 뒤질 게 없어서 사기 충만했다. 반면 태평천국은 전술상의 이점도 별로 없고 그들의 전투력도 예전과는 같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화약 공격을 할 경우, 신앙심 투철한 용사가 화약통 둘러메고 기꺼이 자폭 공격에 나섰지만 지금은 병사들에게서 그런 대단한 신앙심이나 신념을 찾아보기 힘들어, 화약통도 목숨을 보전하려고 대충 멀찍이 던져놓고 올 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11월, 병사들의 사기는 추위만큼이나 떨어졌다. 결국 이수성은 군을 퇴각시킨다. 상하이로의 복귀만 염원했던 이수성은 난징 방어에 발이 묶이고 만다.

 

 

 

 

태평천국의 오류

 

태평천국은 난징 주변의 장강을 모두 점거했음에도 장강을 오르내리는 선박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수군이 소멸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이해한다 손치더라도 강변에 포대를 설치하고 대포를 쏘면서 강을 이용하는 배를 격침시켰다면 역사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장강의 스케일이 엄청나게 거대하므로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비교해 보자면 한강대교의 길이가 1,005미터인데, 난징장강교의 길이는 무려 6,772미터이라니 그 규모에 어안이 막힐 정도이다. 아무튼 청나라 황실의 보물들이 프랑스의 퐁텐블로 궁에 자리잡고 있으니 부끄러운 중국 역사의 한 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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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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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표정이 밝으면 국민은 마음을 놓는다. 반대로 표정이 어두우면 이내 마음이 불안해진다.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지만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정부의 페르소나를 벗겨봐야 잘 알게 될까. 정부는 미지의 세계다. 제대로 된 실체를 알기가 어렵고 사랑하기는 더욱 어렵다. 정부를 믿고 의지하려 해도 애증이 교차한다. 정부는 국민을, 국민은 정부를 잘 모른다. 더 좋은 정부가 되려면 정부와 국민의 사랑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 'prelude' 중에서

 

 

좋은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저자 김광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로, 철학(X축)과 과학(Y축)의 직교좌표에서 정부를 조명하며 미래에 더 좋은 정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궁리한다. 관료적 권위주의로 직조된 상상의 실재에 불과한 정부의 본질을 파헤치고, 4차원 지구에서 디지털 독재를 막으려면 적어도 초공간에서 처방전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고민은 정부의 페르소나(persona)를 벗겨보려고 아무리 애써도 법과 제도의 틀 속에 갇힌 우리가 과연 자유, 평등,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에 있다. 인내와 관용의 토양 위에서 싹터야 할 자유, 필요와 능력에 노력이 보태져야 굳어질 평등, 내 것을 버리고 남에게 주는 것이 정의라는 의식은 지금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물론 정부에서 일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1등급 공무원들이 분명 있다. 그런 반면에, 그저 정부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아니면 집권하고 있는 정권을 위해 충성하는 이들이 있다. 자, 우리들 모두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등급이 더 많아야 나라의 앞길이 트이고 더 좋은 정부가 될 수 있을까?

 

 

 

 

관료 문화

 

관료의 정신세계야말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요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의 관료 문화가 철기시대만도 못하다면 이를 누가 믿겠는가? 2500년 전 철기시대는 전쟁 무기와 생산 수단을 철기로 바꾸면서 급성장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 문자가 생기고 지혜를 갖춘 많은 철학자들이 중심 역할을 했다. 정신문명의 기초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관료주의 또는 관료적 권위주의가 굳어지면서 정신문명의 기반이 붕괴되었고, 관료 문화는 온통 경제로 도배되었다. 문자를 뛰어넘어 동영상과 홀로그램이 텍스트를 대신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문명이 바로 눈앞에서 펼져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료주의는 마치 '신'인 양 변화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향후에는 뷰로크라시bureaucracy(관료주의)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평등조직으로 변해간다는 의견이 나온 지 오래다. 21세기는 운영 주체가 따로 없이 알고리즘이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누가 높고 누가 낮으며,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라는 기존 인식의 대변환이 이루어지는 시대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정부가 어떻게 바뀌어야 국가와 국민이 편해지는가를 묻는다. 미래정부를 새 패러다임에서 설계하지 않을 수 없다. 

 

 

관료제도

 

관료제의 기원은 그 역사가 엄청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관료제는 기원전 3,000년경 숫자와 상형문자로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세금을 징수하게 되면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직업은 샤머니즘이고, 그 다음이 관료라는 말이 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또한 새 종교가 될 '데이터이즘'의 기초가 된다. 기록하고 분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록이라는 자료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정보가 된다.

 

요리 실력이 좋을수록, 레시피가 좋을수록 필요한 정보가 된다. 새로운 정보는 또 다른 기록이 되어 관리된다. 이들이 반복되며 빅데이터가 되고 관료의 손에서 요리된다. 빅데이터가 커질수록 더 탁월한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데이터는 인간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상의 신흥 종교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된다. 이것이 관료의 손에 맡겨짐으로써 정부가 새로운 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새 판을 짜야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고故 칼 세이건은 총인구 75억 여명에다 총생산이 63조 달러 이상인 이 지구라는 행성도 광활한 우주에서 바라다 보면 '파리한 하나의 파란 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미하기 짝이 없는 그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부딪히며 불안을 점점 더 키운다. 걸핏하면 손팻말을 들거나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한다. 그래도 정의를 빙자하며 권력을 잡고 있는 국가기관이 도대체 무엇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이에 저자는 해결책을 지구에서 벗어나 5차원으로 바라보면 된다고 강조한다. 벗어나기 위해선 현재의 문제를 현재의 틀로만 보면 해답이 없다. 인간은 어차피 틀 속에 있어 안온하겠지만, 문제투성이의 틀 속에서 마냥 시간만 보낸다면 인생은 허무해지기 마련이다. 틀 밖에서 틀 안을 관조하며 나를 다시 생각하면 된다. 정부도 기존의 관습대로 법, 제도, 정책 등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바꾸어 틀을 더 투명하고 유연하게 만들고 이 틀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좋게 하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미래에 바뀔 정부도 현재의 틀로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해선 안 된다.

 

새로운 형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틀을 확 바꿔야 한다. 새 판new paradigm을 짜야 한다. 기존의 같은 틀 안에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물이 새는 것과 같다. 틀은 오래될수록 물이 새게 되어 있다. 미래정부를 염두에 두어야 할 논거들이다. 틀은 새로 짜기도 힘들지만, 같은 틀속에서도 이랬다저랬다 하며 국민을 괴롭히는 게 큰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부동산 정책이 제멋대로 바뀌는 게 좋은 예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새 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치, 정의를 망친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지구의 4차원 시공간에서 살고 있다. 스티븐 호킹<위대한 설계>에서 전후, 좌우, 상하, 과거와 현재 등의 4차원 공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5차원을 생각치 않고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카쿠 미치오 교수<초공간>에서 길이, 폭, 두께, 시간 등의 4차원을 넘어 10차원으로 가면 지금 우리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새삼 깨우칠 거라고 역설한다. 나아가 초공간에서는 염력念力, 즉 마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지금까지 그렇게 변했고, 또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해 간다면 정치의 5차 공간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상상의 질서에 불과한 법과 제도로 국민을 제어해야 질서가 잡힌다는 인식은 옛날이야기가 되고 있다. 기껏 국민을 흰쥐 실험하듯 하고 감미료가 잔뜩 들어간 정책으로는 국민의 건강만 해치고 마음을 사지 못한다.

 

보통 정치인들은 힘만 생각한다. 정의를 표방하지만 내 것을 포기하고 남에게 주는 것이 정의라는 것은 전혀 모른다. 힘과 함께 가야 할 기氣의 중요성을 모른다. 힘과 기가 모두 올발라야 한다는 말이다. 물리력에 빗댄다면 믿기, 열기, 나누기, 받들기'4기四氣'다. 진동이자 울림으로 국민에게 문을 열고, 믿게 하고, 있는 것을 나누고, 떠받들어 감동하게 하는 것, 기력을 합친 것이 5차원 정치다. 

 

이처럼 고차원 초공간은 매우 단순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자기 자신을 가볍게 하라. 국민들의 지지률이 떨어진다고 보여주기 식의 엉뚱한 쇼를 벌일 일이 절대로 아니다. 정말로 5차원 공간 정치를 하고 싶으면 방송에 나가 떠들지 말고, 나라 걱정 그만하고 차라리 은거隱居하라. 그것이 나라와 국민을 돕는 길이다.

 

 

공유정부로 가는 길

 

정부는 공직자의 물건이 결코 아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하는 소유의 시대가 가고 사용과 접근의 시대가 벌써 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직자들은 아직도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선거구가 자신들의 소유물인 양 쪼개고 합치는 꼼수들을 자행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관리들도 자신의 자리가 자신의 소유물인 듯 착각해선 안 된다. 집권했으니 이제 마음대로 하겠다는 지금의 작태에 경고장을 보낸다.

 

정부는 입장을 바꾸어 을乙이 되겠다는 심정과 각오로 민간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보조금 찔끔 주고는 매사를 간섭하고, 농락하고, 억압하는 시대의 관행부터 거두어야 한다. 정부 한계의 보완 내지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공유정부는 결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공유정부와 더불어 함께 가야 할 정부의 기본 정신은 플랫폼 정부다.

 

정부가 뭔가를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 새 판만 깔아주면 된다. 공유정부가 미래정부여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현재의 반응은 미미하다. 그러나 정부가 다이어트로 건강해지는 길은 공유정부밖에 없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로봇 공무원의 등장

 

미래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도, 관련 학자들도 어떻게 다가올지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막스 베버 시절에 시작된 조직론이나 책임론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흔히 로봇이 공무원의 일을 얼마나 맡을 수 있느냐를 궁금해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문가 21인의 의견을 분석한 것을 보면, 정부 행정 관리자가 하는 일의 57%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공공행정 전문가는 65%의 일을 로봇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의회 의원, 고위 공무원, 공공단체 임원들이 하는 일의 54%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 공무원의 하루는 어떨지 상상해보자. 그들은 집에서 출퇴근할까? 휴가는 갈까? 휴식은 어떻게 취할까? 어디서 근무할까? 책상은 있을까? 승진 경쟁을 할까? 자기네끼리 회의는 어떻게 할까? 이들은 집에서 출퇴근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집과 직장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잠은 자지 않겠지만 휴식은 취할 것이다. 조용히 명상하며 창조적 일을 구상할 것이다.

 

이들은 어떤 일을 맡게 될까? 이들이 맡을 일을 준비하는 것은 사람 몫이다. 초기엔 기존 관료들이 이 일을 담당할 것이다. 로보 공무원에게 맡길 일의 종류는 다양하다. 사람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하게 된다면 임무의 중심은 이들에게 옮겨갈 것이다. 로보의 숫자를 어느 정도 유지할지, 부처끼리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될지는 앞으로 설계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반인간, 반기계와 함께 공존할 마음과 하드웨어를 준비해야 밝은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겼으면 한다.

 

 

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인들 간의 사랑도 뜨겁다가 식는 것처럼 국가나 정부에 대한 애증도 엇갈리게 마련이다. 모든 국민들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좋은 정부는 없을 것이다. 비록 좋다고 평가를 하는 정부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애증을 갖는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은 낡은 제도와 법을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함께 공존하며, 서로 존중하는 그런 제도와 법을 준비해야 더 좋은 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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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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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서문' 중에서

 

 

말이 쌓이면 품격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이기주는 작가 겸 출판인.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살아간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주로 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기 좋아한다. 퇴근길에 종종 꽃을 사서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등이 있다.

 

그는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감성이 더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말을 소재로 삼은 까닭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자 필독서이기도 하다. 

 

 

 

 

잘 듣는 것이 먼저다

 

옛말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했다. 즉 귀을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또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래야만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우리들은 '경청'의 중요성에 관해 자주 얘기 듣는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을 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는 의사소통 과정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말 많은 자, 이로 인해 화禍를 당한다

 

'말로써 興흥한 자, 말로써 亡망한다'는 말을 우린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세 치 혀를 앞세워 말로써 상대를 기만하고 욕 보이며, 심지어 이로 인해 상대가 자살을 하게 되는 살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침묵의 가치를 높이 칭송해왔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에게도 침묵은 비밀의 병기였다. 그는 병사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를 때마다 뜸을 들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그 말 때문에 근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나깨나 말조심을 하자.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말도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개 술자리나 비공식적인 사석에서 특정 인물을 비난하고 헐뜯는 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억압된 심리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카타르시스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우리들은 '뒷담화'라고 말하는데, 이또한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는 '악플'과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 사실상 직장 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웬만하면 내가 이런 얘기 안 하는데"

 

그런데,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은 다시 내개로 돌아온다. 그렇다. 말에는 귀소 본능이라는 게 있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알을 산란하려는 본능을 지닌 것처럼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뱉어 낸 말이 독을 바른 화살이었다면 나중에 나는 이 독화살로 인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함부로 타인을 지적하지 말라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 <명심보감>, '언어편' 중에서

 

저자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지적 과잉의 시대'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불평과 지적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모습이기에 말이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내 말에서 향기를 풍겨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나의 말에서 향기가 난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몰염치한 망발을 내뱉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특히, 구설수에 휩싸여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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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긴다 - 디지털 G1를 향한 중국의 전략
정유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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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필자는 그 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 격차를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다. 특히 직접 목격한 중국 경제의 최근 변화와 도전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4차 산업혁명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국력을 집중하는 중국의 전략과 태도를 잘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중국을 읽는 핵심이면서 동시에 조선, 반도체 등을 이을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세계경제 패권 전쟁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양국 정상간의 회담으로 일시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양국 간에 진행되는 경제 패권 전쟁이고 그 배후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놓여 있다. 세계의 공장, 짝퉁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어떻게 미국이 경계할 정도로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었을까?

 

이 책의 저자 정유신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기술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그 전 28년 동안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 및 벤처캐피털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즉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금융경력을 시작해 대우증권 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은행 부행장, SC증권 대표이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겸하고 있다. 2013년 중국인민대학교 재정금융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그는 중국 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화를 꼽는다. 산업화와 정보화에 뒤쳐진 중국이 발견한 성장의 모멘텀이 바로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화다. 모바일은 31개의 성으로 분절되어 있는 중국을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바꾸었다.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자 기술과 자본, 인재들이 모여 들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는 포춘 500대 기업 중 98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하드웨어 창업의 메카가 된 선전에는 세계 각지에서 기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든다.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스타트업의 잠재력에 주목한 중국 정부는 1억 명의 창업자를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매년 1만 5,0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2017년에는 22개의 기업(미국 28개)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이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로 시작된 변화에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되면서 중국 전체가 혁신 체제로 접어들었다. 유통, 금융, 제조 등 경제의 핵심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결합이 가속화되었다.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면 기업이 그 목표를 실현시키는 사회주의 특유의 톱다운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고 세계 1위의 패권 국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총 8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아 보자.

 

 

 

 

모바일이 디지털 시장을 만들다

 

과거 중국 기업이 1-2개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확장해 나갔다면,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된 지금은 런칭과 동시에 중국 전역에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모바일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중국 기업이 내수로 얻을 수 있는 시장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모바일 업체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 중국에 진출하려면 지역별로 유통망을 뚫고 오프라인 판매를 해야 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디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술 창업의 러시 

산업은 기술과 시장이 만날 때 성장한다. 시장이 충분히 크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있을 때 산업이 융성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단일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거대 시장이 있으니 똑똑한 사업가가 연이어 출연하고 기술자들이 밤을 지새우며 개발에 매진한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자 기업가가 뛰어들고, 새로운 기술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가가 줄을 잇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걸다

중국은 이제 막 개막한 4차 산업혁명 전쟁에 승부를 건다. 중국은 4차 산업의 시장 크기, 투자액, 변화 속도가 압도적이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국은 실현 가능한 모멘텀을 맞았다. 중국은 디지털 G1 달성을 통해 글로벌 G1이 된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4차 산업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뒤 글로벌 1등 국가로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려 한다.

 

 

중국 정부의 선 허용 후 보완 정책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당 독재 체제인 중국은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반응한다. 핀테크라는 새로운 금융 기술이 쏟아질 때 우리나라는 사업 승인을 미루고 소비자 제도를 먼저 만들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산업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전면 허용하고, 신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관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다가 개선이 꼭 필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보완했다. 한국이 규제에 막혀 있는 사이 중국 핀테크는 한국을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 경쟁력을 만든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미국은 P2P대출(개인 간 대출) 업체가 100곳을 넘긴 적이 없지만, 중국은 2,000-3,000개 P2P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2016년에 중국에서 이뤄진 벤처 투자는 402억 달러로 한국보다 22배 더 많지만, 투자를 받기 위한 경쟁률은 1,501대 1로 한국의 278대 1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시장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극심하고 생존율이 낮아,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업체는 세계 시장을 이끌 만큼 강력하다. 경재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더이를 더욱 키운다.

 

아마존은 14년만에 시장 침투율 50%에 도달

알리바바 타오바오왕은 9년만에 도달

 

 

인터넷 플러스 정책

디지털 시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다. 산업의 중심에 인터넷을 두고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골자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유통, 물류, 인프라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도시 중심의 전자상거래를 발전시켜 중소 도시, 농촌, 국제 간 거래에 적용시켰다.

 

인터넷 플러스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 중심으로 민간에서 이루어지다가 2015년 3월에 정부에서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햇다.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신기술과 산업의 융합, 전자상거래 촉진, 인터넷 금융 발전, 인터넷 기업 해외 진출 등을 이루겠다는 행동 전략을 2015년 7월에 발표했다.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쏟아질 때,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의 볼멘소리를 무시하고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을 허용했다.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신종 금융 상품이 출현할 때 중국 정부는 선 허용 후 보완의 포용적 정책을 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서둘러 규제를 도입해 위축시키기보다 포용력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낙후된 금융 시스템은 오히려 중국이 핀테크 영역에서 앞서가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도 보다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제조 2025'

2015년 5월 중국은 제조업을 노동 자원 집약의 전통 산업에서 기술 집약의 스마트 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인 '제조 2025'를 선언했다.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9대 전략 과제, 10대 핵심 산업 분야, 5대 중점 프로젝트 계획을 제시했다. 제조업에 인터넷을 융합해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인터넷 + 인더스트리'에 중점을 두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미래 제조업의 중요한 뼈대가 됐다.

 

 

 

팍스 차이나 드림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단순히 경제력이 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가진 언어(영어), 통화(달러), 문화(미국 대중문화) 등의 패권 요소를 중국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과 이해관계를 함께한다는 인식 기반도 중요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DNA에 포용력과 유연성을 담고 있다. 종교, 인종, 피부색을 뛰어넘어 인재를 유입하고, 유연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연 차이나 드림은 아메리카 드림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매우 힘들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가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래 성장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한국은 중국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에 대한 이해와 대응에 따라 중국의 디지털 G1 전략은 우리에게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미래에 대한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모든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풍족하게 살아야 평화와 통일도 함께 뒤따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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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1703년 독일의 수학자 겸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는 미래가 있을 때 비로소 위대해진다" 그의 명언은 현재를 살아가는, 특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들이 그토록 미래에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확실히 설명해준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의미하는 미래는 언제나 높은 가치와 중요성을 동시에 지닌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미래는 인간의 놀라움을 자극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나태한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미국의주요 주간지 <뉴요크>의 편집장 데이비드 렘닉의 발언(1997년)에는 미래 지향적인 생각이 현재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그는 "미래란 언제나 현재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를 혼란과 욕망과 두려움에 빠뜨리는 것들을 물리친다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비슷한 관점에서 데이비드 윌슨은 <미래의 역사>에서 "예언과 예측이 실제로 벌어질 일을 그대로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미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현재에 닥친 공포와 희망, 욕망에 대한 해답을 상당 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트렌드 인사이트 2030>의 저자 로렌스 새뮤얼은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문화 역사학자다. 마이애미와 뉴욕 소재의 컨설팅 회사 아메리컬쳐 창립자로서 떠오르는 문화 트렌드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의 대모'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그는 1990년 이래 포천 500대 기업과 다수의 대형 광고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미국 최고의 컨설턴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제이피 모건의 의뢰로 미국의 부유층 문화를 파헤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문화인류학에 기반한 독특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국의 백만장자들을 5개 유형으로 분류한 것으로, 문화 컨설턴트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고 평가받았으며 다수의 미디어에 조명되기도 했다. 더불어 미국의 대중심리학 매거진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블로거로, 게시한 글은 수십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저서로 <미래가 변하고 있다>, <미래의 역사>, <미국의 부유층 문화> 등이 있다.

 

 

 

 60개의 세계적인 트렌드

 

 

비즈니스와 정치는 더욱 더 공생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비즈니스와 정치는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공생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개중에는 아예 '폴리-비즈니스Poli-business'라는 합성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의 기업인들은 정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하며, 정치인들은 비즈니스 언어에 보다 친숙해져야 한다.

 

조직 관리자들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사업 환경에서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우리가 긴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회 변화의 속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남은 21세기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역설과 모순은 문화인류학의 발전 과정에 필히 뒤따른다

 

사방에서 발견되는 역설모순은 어떻게 보면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가령 다양성과 보편성의 대두는 세계가 얼핏 보기에 정반대되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기술적 진보와 인도주의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세계화와 현지화의 기이한 역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이분법이다.

 

신흥국 국민들이 물질적 가치에 강하게 끌리는 반면,

선진국 시민들이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현상

또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범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일반적 시장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인종과 민족이 사회적 트렌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전제로 운영 및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의 '새로운 주류'다"

 

이제는 낡아빠진 '주류-비주류' 기반의 문화적 잣대를 버리고 인류의 대부분이(어쩌면 전부가) 범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그래서 리서치, 마케팅 전문회사 에스니팩츠는 위와 같이 말했다. 마케터들은 세계시장의 개별 소비자를의 인종 혹은 민족 기준으로 깔끔하게 나누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가 범문화주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리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저자는 이 새로운 접근법이 소비자를 자로 잰 듯 구분하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문화적 경험에 좌우되는 사회적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21세기 최대의 문제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은 모든 정치, 경제적 이슈를 초월하는 21세기의 최대 문제가 될 것이다"

- 피터 피터슨의 <잿빛 새벽>(1999년) 중에서

 

피터 피터슨억만 장자 비즈니스맨이다. 이미 그는 오래 전에 인구통계학을 근거로 우리들에게 위험성을 예고했다. 즉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들어서면 수많은 노인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미국 경제와 헬스케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심지어 주요 납세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수혜자인 베이비붐 세대 간에 전쟁 수준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전망하는 이들까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향후 20~30년 동안 자선 활동 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구는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그들은 가장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로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존재한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는 불멸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후대에 이름을 남기고자 한다. 그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이러한 욕구가 얼마나 진지한 것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가치 있는 사고방식이며, 덧없는 '안티 에이징'에 매달리는 것보다 생명을 연장하거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훨씬 건설적인 방법이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약65%는 어떤 식으로든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그들의 엄청난 수를 감안하면 각종 자선 단체들이 기쁨에 들떠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유대감

 

비인간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디지털 세상의 확장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생각한 해답은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항하는 개념인 유대감connectedness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대감을 통해 인간이 관계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가족과 친구,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관계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심 열쇠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하고 있는 파티위드어로컬닷컴의 창립자  페네시의 설득력 있는 결론이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인터넷은 현실의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들을 모아주며 연결성만큼이나 유대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

 

과거의 과학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오늘날의 과학계에서는 기술 연구와 상품화 전략이 2인조 스포츠팀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과학의 앞날에 무시무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존재하지만, 과학계가 생명과 인간성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사회적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

 

타 영역의 모든 흐름은 사회적 변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세계가 점차 인종, 민족 등에 대한 차별 없는 '범문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고령화'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심화될 것이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이 이미 큰 폭으로 증가한 지금,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사람이 '도시'로 대규모 이주해갈 것을 암시한다. 가족 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줄어 '마이크로패밀리'화 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상과 동시에 1인 가구들이 '공유 주택'에 모여 사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특히 사회적 트렌드를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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