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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긴다 - 디지털 G1를 향한 중국의 전략
정유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8년 12월
평점 :
이 책에서 필자는 그 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 격차를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다. 특히 직접 목격한 중국 경제의 최근 변화와 도전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4차 산업혁명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국력을 집중하는 중국의 전략과 태도를 잘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중국을 읽는 핵심이면서 동시에 조선, 반도체 등을 이을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세계경제 패권 전쟁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양국 정상간의 회담으로 일시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양국 간에 진행되는 경제 패권 전쟁이고 그 배후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놓여 있다. 세계의 공장, 짝퉁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어떻게 미국이 경계할 정도로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었을까?
이 책의 저자 정유신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기술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그 전 28년 동안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 및 벤처캐피털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즉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금융경력을 시작해 대우증권 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은행 부행장, SC증권 대표이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겸하고 있다. 2013년 중국인민대학교 재정금융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그는 중국 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화를 꼽는다. 산업화와 정보화에 뒤쳐진 중국이 발견한 성장의 모멘텀이 바로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화다. 모바일은 31개의 성으로 분절되어 있는 중국을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바꾸었다.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자 기술과 자본, 인재들이 모여 들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는 포춘 500대 기업 중 98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하드웨어 창업의 메카가 된 선전에는 세계 각지에서 기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든다.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스타트업의 잠재력에 주목한 중국 정부는 1억 명의 창업자를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매년 1만 5,0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2017년에는 22개의 기업(미국 28개)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이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로 시작된 변화에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되면서 중국 전체가 혁신 체제로 접어들었다. 유통, 금융, 제조 등 경제의 핵심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결합이 가속화되었다.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면 기업이 그 목표를 실현시키는 사회주의 특유의 톱다운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고 세계 1위의 패권 국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총 8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아 보자.
모바일이 디지털 시장을 만들다
과거 중국 기업이 1-2개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확장해 나갔다면,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된 지금은 런칭과 동시에 중국 전역에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모바일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중국 기업이 내수로 얻을 수 있는 시장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모바일 업체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 중국에 진출하려면 지역별로 유통망을 뚫고 오프라인 판매를 해야 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디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술 창업의 러시
산업은 기술과 시장이 만날 때 성장한다. 시장이 충분히 크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있을 때 산업이 융성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단일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거대 시장이 있으니 똑똑한 사업가가 연이어 출연하고 기술자들이 밤을 지새우며 개발에 매진한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자 기업가가 뛰어들고, 새로운 기술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가가 줄을 잇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걸다
중국은 이제 막 개막한 4차 산업혁명 전쟁에 승부를 건다. 중국은 4차 산업의 시장 크기, 투자액, 변화 속도가 압도적이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국은 실현 가능한 모멘텀을 맞았다. 중국은 디지털 G1 달성을 통해 글로벌 G1이 된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4차 산업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뒤 글로벌 1등 국가로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려 한다.
중국 정부의 선 허용 후 보완 정책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당 독재 체제인 중국은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반응한다. 핀테크라는 새로운 금융 기술이 쏟아질 때 우리나라는 사업 승인을 미루고 소비자 제도를 먼저 만들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산업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전면 허용하고, 신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관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다가 개선이 꼭 필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보완했다. 한국이 규제에 막혀 있는 사이 중국 핀테크는 한국을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 경쟁력을 만든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미국은 P2P대출(개인 간 대출) 업체가 100곳을 넘긴 적이 없지만, 중국은 2,000-3,000개 P2P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2016년에 중국에서 이뤄진 벤처 투자는 402억 달러로 한국보다 22배 더 많지만, 투자를 받기 위한 경쟁률은 1,501대 1로 한국의 278대 1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시장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극심하고 생존율이 낮아,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업체는 세계 시장을 이끌 만큼 강력하다. 경재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더이를 더욱 키운다.
아마존은 14년만에 시장 침투율 50%에 도달
알리바바 타오바오왕은 9년만에 도달
인터넷 플러스 정책
디지털 시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다. 산업의 중심에 인터넷을 두고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골자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유통, 물류, 인프라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도시 중심의 전자상거래를 발전시켜 중소 도시, 농촌, 국제 간 거래에 적용시켰다.
인터넷 플러스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 중심으로 민간에서 이루어지다가 2015년 3월에 정부에서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햇다.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신기술과 산업의 융합, 전자상거래 촉진, 인터넷 금융 발전, 인터넷 기업 해외 진출 등을 이루겠다는 행동 전략을 2015년 7월에 발표했다.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쏟아질 때,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의 볼멘소리를 무시하고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을 허용했다.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신종 금융 상품이 출현할 때 중국 정부는 선 허용 후 보완의 포용적 정책을 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서둘러 규제를 도입해 위축시키기보다 포용력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낙후된 금융 시스템은 오히려 중국이 핀테크 영역에서 앞서가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도 보다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제조 2025'
2015년 5월 중국은 제조업을 노동 자원 집약의 전통 산업에서 기술 집약의 스마트 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인 '제조 2025'를 선언했다.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9대 전략 과제, 10대 핵심 산업 분야, 5대 중점 프로젝트 계획을 제시했다. 제조업에 인터넷을 융합해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인터넷 + 인더스트리'에 중점을 두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미래 제조업의 중요한 뼈대가 됐다.
팍스 차이나 드림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단순히 경제력이 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가진 언어(영어), 통화(달러), 문화(미국 대중문화) 등의 패권 요소를 중국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과 이해관계를 함께한다는 인식 기반도 중요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DNA에 포용력과 유연성을 담고 있다. 종교, 인종, 피부색을 뛰어넘어 인재를 유입하고, 유연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연 차이나 드림은 아메리카 드림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매우 힘들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가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래 성장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한국은 중국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에 대한 이해와 대응에 따라 중국의 디지털 G1 전략은 우리에게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미래에 대한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모든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풍족하게 살아야 평화와 통일도 함께 뒤따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