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콜 - 행운의 문을 여는 열쇠
이계준 지음 / 더미디어그룹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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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장내를 둘러보니 부산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음 패널을 준비하기 위해 음향 설비를 황급히 정비하는 주최 측 직원들, 무대 계단을 내려오는 이전 패널 토론자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수많은 청중들. 하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고, 혼잣말을 반복하며 나 자신을 세뇌하려고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연봉을 150배로 키운 사나이

 

책의 저자 이계준은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한 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뉴욕 소재 사모 펀드의 파트너이자 아시아 대표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콜드 콜(cold call: 물건 등을 팔기 위해 임의로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여전히 먹지만 한국에서는 성공 확률이 낮다. 그럼에도 그는 콜드콜을 오히려 "행운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정의한다.

 

그에게 콜드콜은 인생 여정의 순간순간을 잇는 중심축이었고, 매번 뜻한 바를 이루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즉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콘트리트 호스를 잡던 건축기사가 수십억 연봉의 미국 투자사의 고위임원이 된 비결은 단 한가지 바로 콜드 콜이었다. 이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사전 약속없이 직접 전화해 자신과 상품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에선 일반화된 세일즈 기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콜센터 말곤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건축학도의 선택

 

자기 자신에게 감춰진 보물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열정이 바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교 3학년 때인 1996년 여름부터 친구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 6년 넘게 해왔다.

 

그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또한 건축물에 내포된 건축가의 인생철학까지도 좋아했었다. 세계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일본인 건축가는 삼류 권투 선수 출신이다. 이런 영향을 받은 저자는 일찌기 권투에 빠진 듯하다. 당연히 그는 권투 산수가 아니라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밤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축 설계 수업의 학점은 늘 B였다. 아마도 예술가적 기질과 창의력이 부족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의 성향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는다는 소신파였다. 마침내 그는 졸업 설계 수업에서 A학점을, 그리고 졸업 작품전 우수상을 거머 쥐었다. 이듬해 '대한민국 건축 대전'에 입선함으로써 건축가의 꿈은 더욱 확고해졌다. 

 

 

문전 박대

 

1999년,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 당시 한국의 경제는 IMF 외환 위기 이후라 대부분의 기업체들은 대졸 신인 사원 채용 규모를 확 줄이고 있었다. 졸업 동기들은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홀로 남겨진 저자는 학교에 나가 취업 게시판을 이 잡듯이 뒤졌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군 입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엇다.

 

그래서 병무청에 들러 병역 특례 취업에 대해 문의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격이니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조언이었다. 일단 병역 특례 업체로 지정된 건설사 리스트를 구해서 대형사들로부터 하나씩 취업 여부의 가능성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하던 전화는 끝까지 해 보자'

 

마침내 이력서를 보내 보라는 회사가 두 곳 있었다. 대기업 계열사와 최하위급 중소건설사였다. 이는 그가 전화를 걸었던 총 130여 개 기업체 중 약 1.5%에 해당하는 케이스였다. 누군가 '성공이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취'라고 말했다. 기회의 문을 연 것 자체를 성공으로 본다면, 그는 '98.5%의 실패에서 나온 1.5%의 성취'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뤘다.

 

 

결정적 전환점

 

2005년 초여름, 그는 부동산 컨설팅사에 입사한 지 1개월 정도 되던 날, '화이자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화이자는 서울 광장동 주택가에 본사와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시설이 낡고 협소해서 추가로 직원을 채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 최우선적인 과제가 바로 신사옥 매입이었던 셈이다.

 

한국 화이자와 미팅을 가졌다. 중년의 터키 출신 사장은 필수조건을 제시했다. 을지로, 테헤란로, 여의도 등지와 같은 고층 건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사무 공간 면적을 산출해 주었다. 이에 저자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소위 브로커들을 접촉해 오피스 매물 정보를 취합했다. 한편, 화이자는 매주 경과상황을 문의해왔다.

 

추후에 인지한 내용이지만, 화이자는 2년 동안 이 건물 저 건물을 잇다라 '간만 보고' 결정을 못 내렸다는 것이었다. 화이자가 분명 중요한 고객사인 건 맞지만,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화이자 프로젝트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낙담하지 않았다. 다들 외면한 프로젝트였다니 그의 실패는 오히려 희망의 상징이었다.

 

 

위험한 자신감

 

저자는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지난 1년여 동안 뛰어다닌 끝에 화이자 사옥 문제를 결국 해결해 냈기 때문이다. 이 공로로 회사에서 그의 위상은 과장에서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제 본업이던 리서치 일은 신입 직원에게 넘기고, 투자 자문 팀을 신설했다. 상업용 부동산을 맴하는 일에 전력투구하게 되었다. 주로 매도편에서 일을 했다.

 

실력있는 사람에게는 때때로 불건전한 인물들이 대시하기 마련이다. 저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업용 건물 매각 입찰 때 유리한 조건을 얻고자 그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암흑의 세력들로 그에게 거액의 약속어음을 미리 대가로 제안하면서 자신들의 낮은 입찰액을 수용해 주도록 압박을 가해 왔던 것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발을 잘못 들였던 것일까.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이 있었던 걸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둠의 세계로 끌려들어 간 것 같은 이상한 기운을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 고민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암시가 있었다. 그렇다고 자존심과 양심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후 그는 녹음기로 그들의 협박을 일일이 녹음 파일에 저장하면서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

 

 

 

 

2007년 가을, 그는 애경에 입사했다. 부동산 사업을 그룹의 신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애경이었으니 그에게는 딱 맞는 궁합이었다. 이후 그는 생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엇다. 선진 유통 시설의 벤치마킹을 위해서였다. 동료들과 함께 회사 사장님을 모시고 출강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등지로. 애경 수원 쇼핑몰은 한국 최고수준의 '쇼핑 허브'로 탈바꿈했다. 실천은 진통과 역경을 수반한다. 그러나 끝내는 성공으로 귀결한다.

 

그의 야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학길에 올랐다.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하고자. 경영에 대한 정규 교육과 함께 금융과 부동산 관련 이슈 등에 대해 견문을 더욱 넓혀야 겠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했다. 어차피 위험이란 말 속에는 기회도 공존하기 때문에. 미국 부동산의 매수에 한국 자본을 연결하는 일을 위해 그는 '콜드 콜'을 이어나갔다.

 

 

13년만에 연봉을 150배로 키우다

 

2015년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사무실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자금 유치를 성사시킨 기념으로 마련된 '클로징(거래종결) 파티'였다. 이 자리에 13년 전 건축기사가 주인공으로 서 있었다. 회사 중역들은 가장 큰 공을 세운 그를 '영웅Hero'이라 치켜세우며 슈퍼히어로 '캡틴아메리카'의 방패를 선물했다.그의 연봉은 약 150배 급등했다. 그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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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 1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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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몇몇 매머드 사냥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아주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 큼직막한 고깃덩어리를 얻는 내용은 더욱 아니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 결혼 예물은 나오지만 여자들을 훔쳐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 예물을 놓고 벌이는 말다툼은 나오지만 전쟁 이야기는 아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자들이 겪는 삶의 일생

 

이 소설의 작가 엘리자베스 M. 토마스논픽션과 소설을 넘나들며 동물과 인간의 문화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쓰는 데 평생을 보냈다. 그녀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스미스 여자대학과 래드클리프 여자대학에서 영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했으며, 1950년대 초 문화인류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으로 이주하여 원시 상태에 머물고 있던 그곳 사람들의 삶을 연구했고, 그곳 원주민 인 부시먼을 주인공으로 <무해한 사람들(The Harmless People)>을 발표하여 소수인종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그 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 기초한 여러 권의 논픽션을 출간하다가 부시먼들과 함께 살며 체험한 깨달음을 시베리아 공간 에 투영시켜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원제; Reindeer Moon)>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품으로는 <The Animal Wife>, <The Old Way>, <The Tribe of Tiger>, <Warrior Herdsmen>, <A Million Years with You> 등 다수가 있다.

 

인류가 출현해 지구상에서 정착을 시작하던 구석기시대를 배경으로,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먼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로를 거쳐 지금 이곳에 와 있으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시간의 길 위에 어떤 헌신을 통해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지를 슬픈 서사로 보여 준다. 즉 2만 년 전에 살다간 주인공 야난의 삶을 후손인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숙명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는 데, 소설은 여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들, 운명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통, 남몰래 감춰야 하는 눈물과 슬픔 뒤의 행복 등 여자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도 여자의 절망을 말하는 비극적 스토리가 아니기에 더욱 감동이 크다.

 

 

 

 

구석기시대를 살았던 우리 인간의 선조들은 달의 모양을 보고서 시간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고 이를 기준으로 일생을 살았다. 2만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현재의 시베리아 지방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던 사람들은 1년을 13개월로 나누고 있었다. 즉 3월의 봄을 기점으로 '얼음을 녹이는 달', '월귤의 달', '망아지들의 달', '여행의 달', '파리 떼의 달', '매머드의 달', '노란 잎의 달', '순록으 달', '눈보라의 달', '오두막ㅇ의 달', '굶주림의 달', '포효의 달', '버려징 순록 뿔의 달'의 순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의 원제목이 '순록의 달'이니 이는 10월 정도에 해당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야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다. 나중에 그녀의 가족은 모두 죽고 어린 동생 메리와 둘 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겪게 되는 삶의 질곡이 바로 여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엄마처럼 살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이야기는 차르 강 북쪽 기슭에서 가정 높은 둔덕에 자리잡은 그레이랙의 오두막집에서 시작된다. 이 집은 다른 곳과는 달리 굴뚝이 2개나 될 정도로 크고 널찍했다. 그레이랙과 그의 형제들이 한창 젊었을 때 이 집을 지은 것인데, 이렇게 규모가 큰 것은 그만큼 세력이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즉 오두막 바깥의 초원에 형성된 사냥터를 소유하고 있는 실력자이다. 

 

야난의 아버지 아히그레이랙의 처남이다. 아히의 두 누이(틸, 아이너)는 그레이랙의 아내이다. 아히도 부인이 2명(래프윙, 요이)인데, 주인공인 야난과 동생 메리는 래프윙이 낳은 딸이다. 아무튼 야난이 살고 있는 오두막집 부족들은 여름 순록을 따라 이동한다. 사냥터는 풀의 강과 더 멀리 떨어진 불의 강 유역이다. 그레이랙은 이번 사냥은 불의 강으로 간다고 지시했다. 그 이유는 결혼할 여자 셋을 얻기 위해서이다. 야난은 궁금했다. 왜냐하면 오두막집에서 아내가 없는 성인은 4명(티무, 엘로, 스틱, 프록)이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야난은 엄마로부터 자신은 이미 티무의 정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시 부족의 경우 사람이 동물보다는 한 단계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동물적인 생리적 습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부족의 남자들은 여자의 몸을 탐했다. 오두막집 부족에도 이런 사건이 생겼다. 티무가 요이 이모와 몸을 섞는 일이 생기면서 야난의 아버지는 오두막집의 수장인 그레이랙과 불편한 관계가 발생하자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려고 이동하던 중, 엄마 래프윙이 길에서 출산하다가 사망하고 핏덩이 동생도 며칠 후 먹지 못해 죽고 만다. 아버지 아히도 손을 다쳐 팔이 썩어가는 상황이라 사냥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을 겪다가 결국 죽는다. 마침내 남겨진 가족은 달랑 야난과 동생 메리 둘 뿐이다. 어머니가 숨이 끊어지는 상황에서 야난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는 거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았어.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겠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엔 이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너는 티무의 아내로, 메리는 화이트 폭스의..."

 

이후 야난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이어간다. 아버지가 남긴 무기로 사냥에 나서고, 풀뿌리를 캐며 동생과 함께 헤어졌던 오두막집 일족들을 찾아 나선다. 이처럼 힘든 삶의 여정을 거치면서 야난은 전보다 훨씬 강인한 여성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한다. 마침내 부족과 만난 야난, 기쁘기만 할 줄 알았던 그녀의 눈에 부족의 남자들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이나 여자들을 너무 쉽게 대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가했기 때문이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자라서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되겠지.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여자보다 월등히 위대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단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란다"

 

야난은 어머니의 이 말을 불의 강으로 떠나기 전에 상기했어야 했다.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이야말로 여자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알아야 했고, 남자들의 독단을 욕하기 전에 여자의 삶이라 해서 결코 비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옳았다. 남자와의 잠지리도 거부하고, 임신이나 출산은 더 더구나 원치 않았던 야난이었지만 결국 그녀도 자신의 어머니가 걸어왔던 그런 길을 걷고 만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고 외치던 그녀가 말이다.

 

그렇다. 태곳 적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노동을 해야만 했다. 사냥하고, 곡식을 수확하고, 조개나 과일을 채취하면서 말이다. 어디 이뿐이랴? 신석기시대가 도래하면서 부족의 구성원들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오두막집을 너머 도시가 생기고 농업이 발전하면서 더욱 큰 노동력의 투입이 요구되었다. 인간의 수레바퀴는 이렇게 굴러가면서 여자의 위상과 가치는 점점 변하게 되었다. 딸 야난에게 어머니 레프윙이 남긴 유언은 이렇다.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여자보다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니까"

 

 

 

 

 

 

여자의 진정한 정체성은 무엇인가?

 

문화인류학자인 작가가 2만년 전에 살았던 야난을 현재로 소환해서 그때의 여성들 삶을 보여주면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여자의 진정한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며칠 전 '세계 여성의 날'이 지나갔다. 먼 옛날에 비하면 여성의 인권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그런 곳들이 많다는 사실이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여성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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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팔고 싶다 - 억대연봉 안서현의 놀라운 세일즈 성공스킬
안서현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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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자기계발을 쉬지 않고 했고 단 한순간도 게으름 피우며 살지 않았다. 내 인생의 모토는 “막막할 때는 막! 막! 하자”인 만큼 100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온다는 말처럼 나에게도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메신저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세일즈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이다. 사람이 사람을 돈 벌게 해준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세일즈 기술을 제대로 배우면 인생의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억대매출의 세일즈 스킬

 

이 책의 저자 안서현은 탄광촌에서 딸 넷 중 막내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무슨 일을 하든 굉장히 노력했음에도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아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성장했다. 낮은 자존감을 높이고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20년 넘는 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했고, 특별하게 살기 위해 세일즈를 선택했다.

 

에어로빅강사 일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강원랜드 카지노 딜러로도 일했다. 이후 딜러 일을 과감하게 그만둔 후, 병원 관련 경력이 없음에도 성형외과 상담실장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한 달 동안 매출 1억 원 달성이라는 폭발적인 성과를 냈다. 현재 한국세일즈마케팅코칭협회 대표직을 맞고 있으며 세일즈 강의 및 SNS 마케팅 강의, 퍼스널 브랜딩 강의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또한 세일즈기술과 매출증대 코치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고 동기부여가로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 외에도 13년 동안 병원상담실장 경력으로 여성전문직종인 병원상담실장들을 양성하고 있다.

 

 

 

 

연애하듯 세일즈하라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고객이 제품을 구입할 때 어떤 선물을 할지 고심이 크다. 특히, 특정 고객이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할 때면 그 부담이 더하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개척 영업을 할 때는 첫 인사시 사탕을 하나씩 드렸고, 구매시에는 별도의 선물을 주었다. 이후 고객과의 인연이 깊어질수록 전보다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해선 고심이 필요했다.

 

100만 원 이상 구입한 고객에게는 가족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패밀리레스토랑 상품권을 선물했다. 고객들은 화장품을 구입하면 대부분 컨설턴트들이 화장품 샘플을 주거나 화장품 중에 다른 것을 줬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니 너무 신선하고 좋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화장품도 사고 기분도 좋아지고 가족들끼리 같이 식사할 수 있는 시간도 보냈다고 좋아했다. 물론 화장품은 소모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재구매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선물도 끊임없이 연구했다. 

 

 

성공한 세일즈는 이유가 있다

 

'세일즈는 무엇을 판매하는가' 보다 '누가 판매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일즈맨은 스스로가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도록 노력해야 하며 작은 약속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잘 되는 세일즈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다. 고객과의 사소한 약속 하나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비즈니스의 근본이며 세일즈맨은 '신뢰'를 가장 지켜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객과의 처음과 끝을 좌우하는 것도 신뢰라는 점이다.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은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이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자.

 

 

결국 사람이 재산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대개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긴다. 인간관계란 상대적이므로 모든 사람들과 모두 가까이 지낼 수는 없지만, 관계가 좋다면 당장 간이라도 뻬줄 수 있을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겠지만 세일즈에 있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화장품 세일즈에 처음 나섰을 때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간절함이 컸기에 시작했지만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를 알리는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즉 '시집 가더니 돈이 없어서 이젠 화장품 세일즈까지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결혼생활 모습이 초라해 보일까 봐 친구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엄마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숨기고 싶었다. 당시 옆집에 살던 언니가 여유가 있는 편이라 화장품 세일즈를 시작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가장 비싸고 좋은 걸로 5개를 사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첫 세일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세일즈는 지인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 가급적 시작 단계부터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라는 조언들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처음 세일즈에 나서는 사람들은 지인 판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녀도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화장품 세일즈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흔쾌히 주문을 해주엇고, 아는 사람들까지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사람이 돈을 벌게 해준다는 어른들의 말이 실감났다.

 

 

옳은 방법으로 세일즈하라

 

모든 고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세일즈맨의 판매 마진을 말이다. 그래서 고객들은 세일즈맨에게 덤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나 때문에 돈을 버니까 당연히 그 일부를 돌려달라'는 식이다. 워낙 세일즈맨들이 많다 보니 서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객들은 결코 놓치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요구사항이 심해진다.

 

고객에게 세일즈를 하려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과 스스로에게 항상 당당해야 한다. 고객과의 협상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고객에게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객과 많이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고객의 성향을 더 많이 알 수 있다. 그래야만 나만의 세일즈 능력으로 고객을 리드해 나갈 수 있다. 세일즈맨들은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안내해 주는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고객과 협상하지 말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설득을 하는 세일즈맨이 되어라. 세일즈맨들이여, 옳은 방법이 결국 이긴다.

 

 

꽂히는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라

 

고객들을 만나고 실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핵심이다. 즉 화술이 뛰어나야 하는 법이다. 말과 설득이 없는 세일즈는 세일즈가 아니다. 성공적인 세일즈를 하고 싶다면 먼저 고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나만의 세일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정의는 '내가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주려고 설명하는 것이다'라는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고객에게 설명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헷갈리거나 독이 될 수 있다. 너무 장황한 설명은 고객이 힘들듯이 자신 또한 힘이 든다. 설명을 많이 하겠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면 어디서 설명을 마쳐야 할지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이런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선 '한 방에 꽂히는 나만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설득하지 말고 선호하게 하라

 

저자는 성형외과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할 때 고객들을 상담하는 업무를 맡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웠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엔 4가지가 있다. '말을 유창하게 잘한는 것',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것', '공감하는 것', '표현하는 것' 등이다. 10년 이상의 상담실장 경력이 갈수록 그녀를 유창한 화술로 변모시켰다. 이는 당연히 매출로 연결되었다. 

 

그녀의 기존 세일즈 방식은 노력이었지만 1인 창업의 세일즈 방식은 그녀를 알리는 브랜딩에 집중하면서 다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를 스타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낸 것이다. 고객들은 그녀가 궁금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세일즈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왔다. 힘들게 설득하지 않아도 고객들은 그녀를 찾아오기 전에 이미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왔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세일즈로 억대연봉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부터 세일즈를 시작해 성공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 성공담을 쓴 맹렬 여성이다. 그녀는 세일즈로 억대연봉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세일즈로 자신의 변화된 삶의 터닝포인트를 잡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세일즈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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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 인생의 지혜를 담은 고전 강의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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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풍에 돛단배처럼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는 불운한 일이 닥치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모든 일이 극에 달하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경 속에서도 신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순경(順境)일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거안사위(居安思危). 매사에 조심하여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첫 번째 의견이다.

 

 

인생의 지혜를 고전에서 찾는다

 

이중톈은 사학자이자 방송학자, 역사학자이다. 샤먼廈門대학교 인문대학원 교수. 1947년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태어나, 1981년 우한武漢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샤먼대학 인문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문학, 예술, 미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분야를 연구하며 학제간 연구를 통해 탁월한 글을 써왔으며,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통섭한 연구로 중국의 신 '르네상스맨'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중국의 사회상을 반영한 스타작가이다. 2007년 4월까지 그의 책 6권은 1억 위안이 넘는 수입을 창출했고, "이중톈 현상"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역사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였다. 2006년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대중들에게 강의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저서로는 <중국인에 대한 한담閑話中國人>,  <중국의 남자와 여자>, <중국 도시 중국 사람>, <품인록>, <제국의 슬픔> 등이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인의 일상생활과 문화관습을 다루었다. 저자의 유쾌한 입담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낸 중국인에 관한 해석을 담고 있는데, 차별화된 관점과 중국인 학자의 내부적 시선으로 중국인의 진면목을 탐구한다. 상다리가 부러져도 차린 게 없다는 주인의 허풍부터 뇌물은 혐오해도 받지 못하면 혼자 바보가 된다는 이상한 공평의식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중국인의 사상과 문화를 다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역과 중용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 다가올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갖고, 병가와 노자를 통해 사람의 본성과 개인의 잠재된 힘을 이해하고, 위진시대의 지식인과 선종 조사의 일화를 살펴보며 인생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우리들 모두에게 이미 익숙한 고전인 <주역>, <중용>, <손자병법> 등이 인간의 지혜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했으며, 여러 고전을 서로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주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주역>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불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변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변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현상이나 사물은 변한다. 그러나 사물이나 현상의 배후에 있는 규율, 법칙은 불변한다. 다시 말해 변화하는 것은 현상이고, 불변하는 것은 규율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현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 역시 규율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원히 변화하며, 유일하게 불변하는 것이 바로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불변이다. 변화의 규율 역시 불변이다.

 

'변화의 규율이 불변'이라면 마땅히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역>이 하는 일은 이러한 규율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은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동시에 보편적이고 주도면밀한 진리이다. 이른바 '주역'이란 가장 간단한 부호와 체계로 부단히 변화하는 현상 배후의 영원불변의 본질적 규율을 인식하고 개괄하며 차악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p.27

 

 

모순을 통한 변화, 변화를 통한 발전

태괘는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다. 비괘는 반대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다. 우리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럼 비괘의 형태가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역경>은 맞는 것이 아니며, 좋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런가? 무슨 문제도 없고 어떤 모순도 없는데 왜 좋지 않다는 것인가?

 

관계가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天地不交). 그리하여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좋은가?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왜 그런가? 위치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위치가 맞지 않은데 왜 좋은가? 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그것이 '맞지 않기不對' 때문이다. 맞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음, 이것이 바로 비괘이다.

 

"모순이 있어야 충돌이 있고, 충돌이 있어야 변화가 있으며,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고, 발전이 있어야 전망이 있다"  

 

 

임기응변의 방법

공자의 흥정에는 원칙도 있고 최저 또는 최소 기준이 있다. 일종의 마지노선이 있는 셈이다. '견자'라는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견'이란 무엇인가? 하지 않는 바가 있음이다有所不爲. 왜 하지 않는가? 도덕적이지 않고 정확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열사가 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할 수 없다. 단지 소수의 몇 사람이 가능할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말言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나는 영원히 진실만 말하겠다고 하거나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고, 또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가능할까? 혹시 가능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최소, 또는 최저의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만약 그것도 할 수 없다면 아예 어떤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겠다고 최후의 선을 그어버리면 된다. 이 정도는 아마도 많은 이들이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현실적인 처세 기술

중용은 처신의 예술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조의 두 번째 정처인 변부인卞夫人의 예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국지, 후비전后妃傳>의 배송지裴松之 주注에 따르면 변부인이 정실이 된 후 조조는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전리품 중에서 장신구를 얻으면 제일 먼저 그녀에게 보여주며 좋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그러나 변부인은 그중에서 중간 정도의 것을 고르곤 했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이 반복되자 조조가 기이하게 여기고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변부인이 말하길, 가장 좋은 것을 고르면 사람들이 탐욕스럽다고 할 것이고, 가장 형편없는 것을 고르면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것을 골랐다고 했다. 그녀는 분명 제대로 처신할 줄 아는 여인이었다. 이처럼 변부인은 중용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과연 중용은 어려운 것인가 아닌가?

 

 

전쟁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 

손자가 전쟁 계획을 수립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利'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오직 이익만을 도모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점을 분명하게 언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전의 전쟁은 언제나 무슨 정의라든지 도덕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자가 말한 전쟁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였다. 참으로 대단한 견해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시라. 전쟁은 얼마나 많은 본전이 필요한가? 그런데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는가? 설사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막상 본격적으로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최소의 대가를 통해 최대의 승리를 추구하지 않겠는가? 아군의 희생은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적군을 완전히 궤멸시키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니 '전쟁의 경제학'이야말로 모든 전쟁에 임하는 용사나 통치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승리하는 자와 패배하는 자

 

"이길 수 없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고(不可勝在己),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렸다(可勝在敵)"

 

손자의 말이다. 이는 패배 여부는 자신에게 달렸고, 승리 여부는 적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패배 여부가 자신에게 달린 것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 여부가 적에게 달린 것은 적군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승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자신이 실패하고, 적군이 잘못을 저지르면 적군이 실패한다. 결론적으로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는 쪽이 실패한다. 잘못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는 다른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손자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사고방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승리와 실패 가운데 실패가 승리보다 더 중요하며, 적군과 아군 중에서 적군이 아군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쟁의 결과는 승리, 패배, 그리고 무승부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경우를 얻으려면 적군이 실패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나쁜 경우를 면하려면 자신이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 실패가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다.

 

 

노자의 창반조唱反調

 

노자가 가장 존중한 것은 무엇인가? 갓난아이, 여인, 물, 곡(轂), 곡(谷), 박(樸). 이러한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이 어림, 유약, 음성陰性, 허공, 원시原始. 여기서 우리는 노자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아래쪽으로 향하고 부드러운 것을 귀하게 여기며, 양陽보다 음陰을 추구하며 무無를 숭상하고 원시 상태를 좋아한다.

 

이는 전통적, 주류적 또는 유가적이고 대중적인 가치와 다른 길을 간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노인을 존중하는데, 이는 노인들이 경험이 많고 그만큼 지혜롭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자는 오히려 갓난아기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또 중국 전통사회가 당연시 여기는 남존여비 사상과는 다르게 여지들이 남자보다 총명하고 능력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부러 상반된 주장을 하고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노자의 '창반조'이다.

 

 

사람은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이들이 있는가? 있다. 강과 바다이다. 알다시피 강과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이 원치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진흙이나 오수汚水 등 천하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마다하는 일이 없다. 그 결과 강과 바다는 '백곡의 왕百谷王'이 됐다(<노자> 제66장). 사실 강이나 바다가 백곡의 왕이 된 것은 스스로 낮추고 텅 비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강과 바다와 마찬가지이다. 

 

"나라의 굴욕을 떠맡는 이만이 사직을 지키는 군주라고 할 수 있고,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일을 떠맡는 이만이 천하의 왕이 될 수 있다"

 

 

고고함이 풍기는 외모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것은 지혜를 숭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진시대에 널리 유행한 풍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한말에서 위진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 CCTV에서 <삼국을 품평하다品三國>라는 강연을 할 때 제갈량이나 주유, 손책 등이 미남이라고 말했다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영웅에 대한 논할 때면 당연히 그들의 내심세계라든지 위대한 업적, 또는 민족 대의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용모로 사람을 평가해以貌取人" 얼굴이 잘생겼다는 식으로 말하니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지는 알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떤 시대이든 그 시대의 풍조나 기풍이 있기 마련인데 이 점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역사를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중시한다. 물론 이런 가치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어떤 시대의 풍조가 용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이를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정감을 갈망하다

위진시대에 이르자 유가 사상이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나고 공맹의 도 역시 더 이상 환대를 받지 못했다. 대신 환영을 받은 것은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불교와 현학이다. 리쩌허우(李澤厚)는 <미의 역정(美的歷程)>에서 위진 풍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재적 지혜, 특출한 정신, 탈속(脫俗)의 언행, 아름다운 풍모"

 

이제 더 이상 인격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인정에 대해, 내심의 느낌, 심령의 위안에 대해, 그리고 정감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유에 대한 동경, 진정한 정감에 대한 갈망, 세속에 대한 멸시, 내심에 대한 복종 등등은 모두 '사람의 정감'과 관련된 표현들이다. 이로부터 중국철학과 예술은 점차 내심세계로, 정감의 세계로 달려갔다. 그래서 그 시기를 중대한 전환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불교의 근본

 

불교의 근본은 무엇인가? '각오覺悟'이다. 생각해보자. 무엇이 불佛인가? 불은 불타佛陀를 말한다. 즉 깨달은 자이다. 물론 '각오'는 불교에서 온 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성불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자각自覺'으로 자신이 깨닫는 것이다. 둘째는 '각타覺他'로 다른 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각행원만覺行圓滿'(깨달음과 행함이 원만하게 하나가 됨)이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만 부처가 될 수 있다.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범부, 속자俗子일 따름이다. 보살菩薩은 앞에 두 가지는 부합하나 마지막 한 가지가 부족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 부처나 보살과 다른 점은 바로 깨달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부처는 깨달은 자이고,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각오는 성불의 관건이다.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책은 중국의 지혜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경전, 지혜, 도덕, 종교 등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개론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인들이 진정으로 듣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의도 하에 집필한 것이다. 이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을 두루 섭협해서 쌓아놓는다고 해서 곧 지혜가 되는 게 아니다. 단순한 앎이 행함과 어울려 미미를 창조해야한 가능한 것이다. 책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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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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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이런 모순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는 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모색했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해답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절제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 이것이 그가 찾은 해답의 핵심이다. - '14쪽' 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톨스토이가 답하다

 

이 책의 저자 이희인광고 카피라이터로 20여 년 넘게 살아 왔으며, 여행자라는 또 다른 이름 을 얻게 되었다. 문학과 음악, 사진, 여행, 광고 등 문화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줄곧 마음을 끈다. 군대 취침등 아래서 읽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감전돼 러시아 문학으로 관심이 번졌고 운명적으로 톨스토이와 만나게 되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지난 겨울, 톨스토이 묘지 앞에 서는 데 성공했다. 저서로 <여행자의 독서> 시리즈, <여행의 문장들>을 포함한 아홉 권의 책을 냈으며, 대학에서 광고와 사진 등 을 강의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시각예술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한 작가가 평생 쓰고 발표한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인간 세상의 특정 국면에 머물기 마련인데, 톨스토이는 자신의 90여 권 책들 속에 인간의 삶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었다. 즉 사랑, 결혼, 성, 죽음, 도덕, 법, 종교, 의식주, 도시, 문명 등 그가 취급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톨스토이 안에는 삶의 모든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철학자이자 사상가로도 부른다. 톨스토이에 없는 삶이라면 어쩌면 우리들 삶에도 없는 것이리라.

 

대체로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작에 속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1910년)의 일부만을 취해 이를 톨스토이의 사상 전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피하려고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 속에 담긴 생각들을 들추어내고 있다. <안나 카레리나>(1877년), <부활>(1899년),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년), <크로이체르 소나타>(1890년) 등에 언급된 톨스토이의 말과 사상을 다루었다.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를 펼치면 맨 먼저 대표적인 구절을 만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서로 비슷한 것이고, 불행한 가정은 어느 경우나 그 불행의 상태가 다른 법이다" 이는 바람 잘 날 없는 이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첫 머리를 떼는 말이다. 즉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가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들켜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진 첫 장면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결혼생할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인간의 물욕物慾을 감안한다면 무한대가 아닐까 싶다.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건강, 성적 매력, 취미 등등 다양한 요소들에 얽힌 문제들에 대해 부부가 합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중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이들과도 마땅히 잘 맞아야 할 것이다. 이들 중 한 가지 요소가 어긋나더라도 사실상 그 결혼을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일상에서 흔히 '행복'이란 용어를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는 듯하다. 도대체 맛도 없도(아니 너무나도 다채로운 맛이겠지만), 냄새도 나지 않고, 색깔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과연 누가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소위 '잠결에 뜬구름 잡는 격'이 아닌가 말이다. 행복과 불행이란 말은 서로 반대어이지만 사실은 비교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부탄이라는 히말라야 산 아래의 작은 나라 국왕이 자신들은 행복지수가 높다고 강조하는 말은 단순히 자기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 국민들도 문명화가 가속될수록 소유 욕구가 더 늘어나면서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욱 생겨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럴진대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구장창 한국인의 행복도가 OECD국가들 중에서 최저수준이라고 떠들어댄다. 왜 그럴까? 해결책도 없으면서 단지 상대편을 깍아내리려는 꼼수일 뿐인 것이다.

 

 

사랑에 성공하려면

 

오빠의 바람기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된 일을 중재하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 오브론스키의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얼굴이 잘 생긴 귀족청년(브론스키)을 모스크바 기차역에서 만난다. 그녀는 정부 고위 관료의 부인이자 아들까지 둔 유부녀이지만 우아한 자태와 미모 때문에 사교계에서 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래서일까? 귀족 청년도 이 유부녀에게 푹 빠져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없이 줄기차게 들이댄다. 결국엔 유부녀라는 신분은 잊고 안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남편은 사회적 지위를 의식해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몰래 만나는 두 남녀의 불륜은 시간이 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금방 확 타 올랐던 사랑의 불길은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로 권태기를 느끼던 중, 유부녀인 안나는 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를테먄 돌이길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결국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위대한 이유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는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절대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한다. 모든 인물들의 생각, 행동, 결단에는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안나를 죽음으로 내몬 귀족 청년과 안나의 남편, 그리고 타인들을 악하다고만 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가장 불행한 인간이 되느냐, 그중의 어느 것도 당신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 하지만 그것조차 안 된다면 죽어 버리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저는 기꺼이 죽어 버리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괴롭히는 존재라면 이젠 두 번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질 않겠습니다"

 

이는 불나비처럼 들이대던 귀족 청년이 안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이 저돌적인 공격에 맥을 못추고 안나는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사랑에 눈이 먼 상태였기에 그녀는 비극의 시초를 알아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사랑에 성공한 청년의 노하우는 뭘까? 청년의 고백에서 안나는 진정성, 즉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이다. 그렇다. 타인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심' 뿐인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노동이다

 

톨스토이의 우화(동화) <바보 이반>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다.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흡사하다. 오만해진 리어왕은 세 명의 딸에게 왕국을 분할해서 상속하려고 충성 테스트를 하는데, 간사한 장녀와 차녀의 말에 속아 막내 딸을 추방하고 만다. <바보 이반>에 등장하는 부유한 농부도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남과 차남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바보 이반과 막내 딸에게는 빈 손이었다.

 

도깨비를 살려준 대가로 마음씨 착한 이반은 도깨비로부터 병사와 돈을 만드는 법을 배워 궁지에 몰린 두 형을 도와 큰형은 군사력으로 왕국을 일으키고, 둘째 형은 돈과 무역으로 왕국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만든다. 한편, 이반은 심각한 병에 걸린 나라의 공주를 고쳐준 포상으로 왕의 사위가 된 후 나중에 왕국을 물려 받는다.

 

바보 이반은 왕이 되었지만 장인의 장례를 치르고 나자 임금 복식을 내 벗어 던지고 삼베 속옷에 잠방이를 걸치고 짚신을 신은 채 일(노동)에 매달렸다. 대신들이 이런 왕의 행동을 말리자 이반은 대신들에게 말한다. "임금도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일구고 만들어 먹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반의 귀머거리 여동생은 궁궐의 부엌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밥만 축내는 게으름뱅이의 기준을 만든다. 기준은 정말 단순하다. 즉 '손에 못이 박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남이 먹다 남은 음식 찌거기를 준다. 귀빈이나 고관 대작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렇게 톨스토이가 말하는 '노동'은 거창하고 고되고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자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단지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만들자는 정도다. 이를테면, 자기 빨래는 손수하고 자기 집의 낡은 곳도 직접 수리해서 살라는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아파트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도 않는 도시인들에게 톨스토이는 <바보 이반>을 통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말한다.

 

 

타인의 부고를 접했을 때 우리들의 마음은?

 

나이가 쉰을 훌쩍 넘어 선 톨스토이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할 의도였는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란 책을 펴냈다. 여기에서 그는 우리들에게 묻는다.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은 어떠냐고 말이다. 우리들 대부분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 의례 '다음 세상에선 좋은 곳에서 편히 살길' 이라고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우리들에게 그뿐이냐고 다그친다.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 신사들은 하나같이 머릿속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자신과 동료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하고 계산하기에 바빴다. '요컨대,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고 해서 우리가 오늘밤 유쾌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말일세'

 

슬픈 죽음. 끔찍한 죽음. 참 안된 죽음. 그러나 그보다, 다행인 죽음. 내가 아니라서 다행 인 죽음. 나에게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죽음.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라는 죽 음. 내 즐거운 일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죽음. 그리하여 귀찮은 죽음. 불결한 죽음. 우리 마음은 어느덧 망자에 대한 슬픔과 연민에서 이질감과 경계심, 귀찮음과 불결함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106쪽)

 

참고로, 소설의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러시아에서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소설은 이반 일리치를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죽음에 대해 일생을 바친 20세기 유명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의 이론에도 닿아있다. 퀴블로 로스(1926~2004년)는 수많은 암환자들을 관찰한 끝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라는 5단계로 설명한다. 이 위대한 발견으로 수많은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전에 톨스토이의 작품에 드러나 있다. 

 

 

톨스토이를 읽자

 

톨스토이는 생전에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받은 인물이다. 노년에 들어서는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막강한 팬덤을 구축했고, 전 세계 지성인들도 앞다투며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는 작가들의 작가로 칭송받은 대문호임과 동시에 인간과 인간의 삶을 성찰한 위대한 사상가이다. 요즈음 한국영화는 수작秀作이라 불리면 관객이 일천만 명을 돌파한다. 하지만 톨스토이를 읽는 독자의 수가 일천만을 넘을까? 아무리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을 뭘까? 사색아닐까 싶다. 이는 독서를 통해 쌓이는 능력일 것이다. 잘 풀리지 않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 독서가 필요하다.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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