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 - 한국가전산업의 전설, 강국창 회장
강국창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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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나를 자랑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포기가 빠른 지금 이 시대, 실패 앞에 두려워하는 지금의 세대들과 끄트머리를 함께하고 있는 선배러서, 내가 느낀 인생의 정의, 행복의 정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들이 다시 일어서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메세지다. - '프롤로그' 중에서

 

 

누구나 금수저가 될 수 있다

 

책의 저자 강국창은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1943년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7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태백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태백에서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1961년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합격하여 상경했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에는 육군 소위(ROTC 3기)로 전역했다. 이후 전공을 살려 동신화학(주)과 동남샤프공업(주) 등의 가전회사를 다니다가 1976년 성신화학을 창업했고, 1983년에는 동국전자(주)를 설립하여 30여 년이 넘는 동안 최고 경영자로 전자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에 멈추지 않고 왕성한 열정을 앞세운 그는 2000년 제주도에 수산 양식장을 지어 수산업에 뛰어 들었고, 2011년에는 스프링데일 골프&리조트를 개장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현재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경영 일선에서 새로운 도전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꾸준한 운동과 사회 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 열정적인 경영인이다.

 

총 5개 파트(세움, 배움, 채움과 비움, 돋움과 닿음, 나눔)로 구성된 이 책은 냉장고 도어 개스킷 등 가전부품에 들어가는 주요 성능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제조 기업 동국성신(주) 강국창 회장의 도전과 응전을 담고 있다. 즉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전형적인 흙수저로 태어난 한 소년이 승승장구하는 제조업체의 성공 경영인으로서 금수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삶은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무엇을 절실히 바라며 살아왔느냐의 합계다"

 

 

세움

 

실패라는 얼굴은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 실패가 찾아옴을 미리 안다면 어느 누가 실패를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실패란 갑자기 찾아온 손님처럼 보여지지만 사실은 사전에 예고편을 여러 차례 보여 준다. 단지, 이를 알아 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를 우리들은 '징후徵候'라고 말한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는 스토리를 쓴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도 갑자기 찾아온 부도에 사복형사의 눈을 피해 몸을 숨겨야 했고, 회사 재정 담당자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야속하기만 했다. 실패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대부분 이러하다. 초기에는 실패의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그 탓을 모두 외부로 돌린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성이 이성으로 바뀌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저자도 독점 상품의 개발 성공에 심취한 나머지 교만에 빠져 너무 일찍 포도주를 들이킨 셈이었다. 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의 세계에서 성공의 기쁨이란 잠시 누리는 것이지 영원히 계속된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일 뿐이었다. 후속 상품의 개발 의지도 느슨해지고, 실패를 대비한 플랜B도 구축하지 않은 채 지나친 욕심만 앞세워 무리하게 기업확장에 나섰기 때문에 부도 사태를 맞은 것이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깨달음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패는 하기 마련인데, 중요한 건 실패 자체가 아니다. 실패했을 때 주저앉느냐 일어서느냐가 그 사람의 미래와 행복을 좌우한다. 주저앉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무기력함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본능을 이기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시 일어설 때 잡고 설 버팀목이 있으면 그 인생은 최고가 된다" (35쪽)

 

 

배움

 

흙수저가 금수저로 바뀌려면 뭔가 자극을 통한 변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의 자극이란 바로 '배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배움의 과정은 '대충'이 있을 수 없다.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며 진정한 갈망과 절실함이 충일할 때 비로소 그 꽃을 피운다. 저자 또한 "배움을 향한 정성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행운이라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할 기회, 평생 동반자를 얻을 기회, 큰 돈을 벌 기회 등등. 그렇다면 이런 기회는 찾는다고 잡을 수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들에게 "기회는 개개인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즉, 기회라는 것이 공중에 둥둥 떠다녀서 우리가 그걸 하나씩 붙잡는 게 아니다.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의 사건들 사이에 여러 가지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회는 어느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되거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특징을 지녔다. 지금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수저 타령'만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탄광촌의 아이들이 대부분 광업소에 취직, 광부가 되는 길을 택했다. 사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저자도 다른 애들처럼 탄광촌의 유일 학교인 태백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그의 꿈은 광업소 취직이 아니라 대학교에 진학,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더 큰 기회를 만나고 싶었다. 다행스럽게 교육에 관한 한 너그러웠던 부모님과 운좋게 강원산업에서 인재를 양성한다는 후원 정책 덕분에 그 꿈을 현실에 옮길 수 있었다. 그는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합격했다. 

 

 

돋움과 닿음

 

성공이라는 기회를 잡으려면 스스로의 인생 목적과 삶의 방향성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 뚜렷한 방향이 없다면 마치 배가 망망대해를 떠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이 오르고 싶다면 발돋움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돋움과 닿음을 설정한 끝에 비로소 자신의 인생 표지판이 분명해지고 또렷해지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지나침이 심하면 오히려 안 함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바로 '견제와 균형'을 제대로 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기업 현장도 그렇다. 여러 부서의 힘이 톱니바퀴 물리듯 잘 돌아가야 원하는 목적과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모든 부서가 골고루 동반 성장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정 부서나 부문에만 힘이 쏠린다면 결코 회사나 조직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하려는 회사를 추구하는 경영인이라면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이다.

 

갈수록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기업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창의력'이 더욱 요구된다 하겠다. 지구라는 행성의 중생대를 지배했던 큰 덩치의 공룡이 일시에 절멸한 것도 결국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었던 것처럼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도 반드시 도태되고 만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하나의 방법을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즉 한 우물을 파더라도 변화에 적응하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저는 전형적인 흙수저 인생입니다. 탄광촌 출신의 돈도 빽도 없는 뼛속가지 흙수저 인생이엇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를 흙수저라 부르는 사람도 없고, 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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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험을 바로잡아드립니다 - 보험료는 줄이고 보장액은 키우는 똑똑한 보험설계
최성진 지음 / 라온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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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된다. 무대 매너, 목소리, 성량, 정확한 발성 등 여러 가지 재능을 수월하게 해내야 훌륭한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 보험설계도 마찬가지다. 보험의 여러 기능을 잘 파악하고 고객에 맞게 자유자재로 설계할 줄 아는 설계사가 있다. 그들은 정말로 고객에게 필요한 보장이 어떤 보장인지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들은 보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맞춤 설계를 찾아낸다. - '프롤로그' 중에서

 

 

보험, 신경 쓰는 만큼 달라진다

 

책의 저자 최성진은 현재 (주)글로벌금융판매 GA보험회사에서 영업팀 실장을 맡고 있으며 전화로 하는 영업부터 직접 대면하는 영업에 이르기까지 13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 결과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가 보상의 정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험의 중요성과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며 사람 중심 보험을 전파하고 있다.

 

관리하는 고객들에게 '울보 설계사'로 통할 만큼 눈물이 많지만 그만큼 고객과 소통하며 사람 중심 설계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설계사에게 인정받는 설계사'로 통할 만큼 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해 야만 고객 감동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이 보험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제대로 든 보험 하나가 큰돈 지출을 막는다)와 제2장(보험설계의 중심은 사람이다)에서는 저자가 보험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을 담고 있다. 즉 사람 중심의 설계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고객과 현장에서 소통했는지 사례별로 소개한다. 제3장(신규 보험은 애초에 유지 가능하게 설계한다)에서는 보험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제4장(기존 보험은 점검하여 바로잡는다)에서는 이미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본인의 설계가 어떤 보장을 받는지를 잘 모르는 고객, 보험료에 맞게 보장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한 고객, 아는 설계사를 통해서 가입은 했지만 어떤 내용의 보험인지를 잘 모르는 기존 고객들을 위해 필요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평탄한 직장생활을 거쳐 고위직을 은퇴한 후 사업에 나서 큰 부를 일구었다. 그래서 평소에 보험 가입은 왠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고 믿었던 후배에게 투자자문사를 맡겼다가 소위 '한 방에 훅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다. 현재 새롭게 뭔가를 도모하고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나이다. 지나간 세월의 물을 먹으며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은 쌓였을지언정 앞으로 치고 나가는 동력은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피지컬 컨디션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잦다. 변변한 보험 계약이 한 건도 없기 때문에 늘 노심초사의 심정이다. 최근엔 아내가 자주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더욱 걱정이다. 이런 때 이 책을 만나 꼼꼼하게 읽으면서 밑줄을 여러 곳에 긋고 그었다. 깨달은 바는 보험에도 믿을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보험도 재테크이므로 가급적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고객들을 위해 영업한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병원에 잘 가는 편이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도 잘한다. 이때 보험회사는 심사를 해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기록을 남겨 보관한다. 이런 경우 고객이 이후 보험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면 기존의 병원 기록 때문에 리모델링에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런 방식으로 고객에게 부담보가 생기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부담보는 특정 신체 부위가 말 그대로 특정 기간 혹은 보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아예 보장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디스크 진단이 많은 편이다. 그러면 척추 전체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보험을 보장받는 기간 동안 척추로 인한 질병, 예를 들어 목뼈(경추), 등뼈(흉추), 엉치뼈(천추) 등 척추로 연결된 많은 부분들은 전혀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록 척추 관련 암을 진단받아도 의사의 질병 코드가 척추와 관련되어 있으면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보는 고객에게 그만큼 불리하다. 

 

"조목조목 따지고 비교해서 고객이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설계를 한다"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은 한 고객이 울면서 전화로 이 사실을 전해왔다. 그녀는 저자와 보험 리모델링을 1년 전에 한 고객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없었고, 친정 식구들도 없었다. 오직 어린 자녀만 2명뿐이었다. 사실 보험 가입 후 피검사를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고객이다. 매일 암 진단금을 받는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이런 고객의 형편을 알기에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 고객의 보장 내용을 살펴봤다. 다행히 유방암 진단금이 5,000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의료실비도 가입했기 때문에 당장의 치료비는 감당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면 의료실비가 없었기에 보장받을 게 거의 없었다. '내가 정말 좋은 일을 한 거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뿌듯해졌다.

 

 

고객의 보험 유지에 집중하라

 

보험을 해지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의료실비 정도는 남겨야 아프거나 다쳤을 때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건만 가입해둔 종합보험 안에 의료실비, 진단금, 수술비 등 모두가 구성된 경우라면 적어도 의료실비는 남기고 다른 보장들을 해지하면 된다. 그런데 종합보험은 대개 보험회사가 의무적으로 사망이나 후유장해 보장 등의 조합을 가입하도록 설계해놓은 특징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의료실비만 남기려고 해도 보험료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는 대부분 장기적 납입 기간을 선택한다. 짧게는 10년, 보통은 20년에서 30년까지도 납입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고객의 경제 상황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처음부터 분산해서 가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성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해지하는 것을 자주 반복하는 고객도 있다. 고객의 보험 유지를 위해 고객의 성향과 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보험은 가입이 목적이 아니라 유지가 목적이다"

 

 

사람 중심의 재무 설계

 

재무 설계는 각자 소득의 범위를 고려해서 저축과 소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길어진 노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설계사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단계이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의 직업, 나이, 목표, 라이프스타일 모두가 재무 설계에 반영된다.

 

 

비혼주의非婚主義 고객은 월급의 50% 정도를 노후 대비에 쓰고 싶어 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는 연금상품을 제안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객이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시로 인출이 가능한 별도의 목적 자금 상품에 적립이 더해진 플랜을 제안해도 좋다. 반대로 결혼을 생각하는 고객의 목표는 주로 결혼 자금 마련이다. 은행처럼 자유로운 입출금 방식은 고객이 자주 인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대신 확정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재무 설계는 고객의 입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랜을 찾는 단계로,

고객의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이다"

 

 

의료실비보험, 고객에게 정말 필요하다

 

신규로 처음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은 대부분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위험하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조건 의료실비보험이다. 각종 다양한 질병과 상해가 있지만 고객한테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장 영역이 넓은 보험을 1순위에 두는 것이 고객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암 진단율이 높기 때문에 암보험에 가입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더라도 일단은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것이 고객한테는 무조건 도움이 된다. 가족력과 직업, 고객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보험을 만드는 것이 고객이 탈 수 있는 보험에 근접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을 거쳐야 완성된다.

 

 

보험 설계에 따라 보상 결과가 달라진다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도 이를 설계하는 보험설계사도 보험의 가치는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젠 장수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건강 100세 시대가 아니라 유병장수有病長壽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100세 시대가 되었다. 이에 보험에 관심을 갖고서 설계한 보험은 길어진 평균수명을 살아감에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젠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무쪼록 이른 시기에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나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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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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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세입자 출신으로, 철거민들이 만든 논골신협을 운영 중인 유영우 이사장이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하며 출자금을 내지 않고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여쭤봤는데, 정작 본인은 "무임승차"가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타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운영이 안 된다"는 그의 대답은 "타인의 '무임승차'를 노여워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자신을,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터주었다. - '서문' 중에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의 저자 조문영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류학과에서 서울시 신림동 난곡 지역의 가난과 복지의 관계를 다룬 연구로 석사학위를, 스탠포드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중국 동북 사회주의 노동계급의 빈곤화 과정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과 한국의 빈곤, 노동, 청년,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THE SPECTER OF "THE PEOPLE">, <정치의 임계, 공공성의 모험>(공저), <헬조선 인 앤 아웃>(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빈곤이라는 주제가 점점 한국 사회 공론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던 저자는 총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세 가지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빈곤 활동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청년들에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빈곤은 어떤 모습인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띄고 있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 문제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책은 용산참사로 포문을 연다. 현재 용산4구역은 주상복합단지로 변신 중이다. 당초에 세웠던 용산국제업무지구 - 역세권 개발사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초유의 대규모 PF사업이라고 떠들썩했던 이 프로젝트는 투기거품만 만들어내면서 경제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몬 이후 결국 무산되고 만 결과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인근의 땅을 매입, 시세차익을 본 용산구 국회의원 진영은 4선 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이며, 과잉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현재 경주시의 국회의원이다.

 

 

 

 

먼저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장 지글러는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심정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저술, 출간했다. 몇 년 지난 도서이다. 고통의 외면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장 지글러의 도서가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가? 

 

이는 개개인의 도덕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 대목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변모해있다. 그렇지만 결코 로봇이 인간화될 수 없음을 학자들은 지적한다. 왜 그럴까? 이 또한 로봇에게는 인간 본연의 감정인 도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의 행위는 로봇 같은 기계에 못지 않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역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어난 나치의 행위, 어리디 어린 꽃봉오리를 무참히 짓밟은 일본 군국주의가 자행한 위안부 사건, 또 열 살 미만의 지구촌 어린이가 5초마다 1명씩 아사餓死하는 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식량농업 독점세력은 수확한 옥수수와 밀을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의 생산을 위해 소각하는 행위를 한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된다"

- 데이비드 흄, 철학자

 

자, 다시 용산참사로 돌아가보자. 왜 용산참사가 발생했을까? 이는 바로 돈과 직결되어 있다. 돈을 벌겠다는 개발 프로젝트와 이에 동참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경제적 약자들을 주거공간 내지는 삶의 터전에서 밖으로 내몰아낸다. 갈 곳없는 이들은 결국 공권력에 대항하며 죽음도 불사하는 항거에 나선다. 물론 이에 동참하지 않는 철거민도 분명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시사상식사전은 용산참사를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시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시에 진행되었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농성자들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였기에 억울한 당사자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빈곤한 약자들의 사회에 대한 부당한 항거와 농성에 대해서만 벌을 내리고 무리한 진압작전을 펼쳤던 공권력은 무혐의처분을 내림으로써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과거사위원회"검찰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하고 개발지상주의로 국가의 사회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수많은 희생을 보아야만 이를 멈출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생떼를 부리면서 개발행위를 막는 것도 분명한 위법이자 월권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럴지라도 이런 일은 해결은 우선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화두에서 출발돼야 한다고 본다. 즉,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수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그림 속엔 이미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삶을 살아가던 힘없고 가난한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담지 않는다. 이들이 이곳에서 쫓겨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은 부족한 것이다. 이 땅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어지는 매수희망자들의 투자로 인해 땅 값이 올라 배를 불리지만, 정작 여기에 세 들어 살던 가난한 이들은 아무런 혜택이나 대책도 없이 떠나야만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일방적 요구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빈곤은 일부 소수가 스스로 만든 문제(?)

 

빈곤은 앞서 살펴본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경계선 밖에 고립되어 있다. 우리 사회 또한 빈곤은 소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빈곤은 '극빈'과 '불쌍한 사람'으로, 동시에 본인 스스로 '자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의존적 인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빈곤사회연대는 이러한 빈곤의 재현에 맞서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조직하거나 사회구조나 제도상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갈수록 고립의 담과 울타리는 점점 높아지고 테두리가 넓어진다. '나도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빈곤을 탈피하고자 미국으로 월경越境하는 멕시코인들이 증가하자 희대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막고자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선에 높은 담을 둘러세우려 한다. 말하자면 '빈곤은 너희 사정이고 우리만 잘 먹고살면 된다'는 식의 비도덕적인 깡패 수준의 행위나 다름 없다.   

 

학교는 우리들에게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어릴 적부터 우린 경쟁에 매우 익숙해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사회 모습이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누구의 탓이 아닌 본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알고보면 사회구조적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항과 항거라는 반사적 행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맞아, 이건 권리야'라고 말이다.

 

 

 

 

빈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서울역 지하통로의 홈리스들, 쪽방촌 주민들, 철거민들,  리어카 노점상 등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빈곤의 모습은 근본적인 이유가 문제인지, 나아가 왜 이는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함도 동시에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공생共生과 연대 방식'으로 그 대안을 풀어가는 활동가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자립'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문제점들을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최근에 발생한 '일본의 경제보복'도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기업이 죽어야 한국 경제가 죽을 판이 되어야 일본 경제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동북아 경제를 주무를 수 있다고 아베는 판단한 것이다. 아마도 여기엔 아베와 트럼프 간의 사전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미국도 자국의 반도체 사업 등에서 큰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빈곤은 경제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이는 사회와 연결되는 사회학 분야이자. 사회구성원들을 컨트롤하는 정치학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빈곤은 여러 얼굴을 가진 모습이다. 따라서 책에서 소개되는 대학생 38인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들은 모든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빈곤이란 숨기려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치부이며, 이를 무시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상호 이해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측은지심'이라는 도덕성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라

 

장 지글러는 자신의 책에서 "매일 27만 명이 새로 태어나지만 10만 명이 매일 기아로 죽는 것이 지금 인간이 사는 지구의 현실이다"라고 강하게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빈곤을 남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열린 귀를 갖고서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이에 대해 우리들은 답해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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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그레이 - 5060이 신나게 노는 36가지 방법
홍동수 지음 / 라온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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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늘어난 덕에 지금의 은퇴 세대는 예전의 청년 못지않은 건강과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또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누리고, 자녀 부양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 책은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삶의 재미를 찾는 활기찬 시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껏 해보라는 용기를 주기 위해 썼다. 잘 노는 노후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더 청춘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가족과 사회생활에 충실하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못 냈지만 이제부터는 놀이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보자. - '프롤로그' 중에서

 

 

노년들이 신나게 노는 방법

 

책의 저자 홍동수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30년간 국내와 해외 현장에서 토목공사와 고속도로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호기심으로 남들이 하기 어려운 레포츠와 취미생활을 즐기며 액티브 시니어로서 삶의 깊이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인생은 놀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놀이를 통해 삶을 재창조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이 시대의 액티브 시니어들을 재미난 레포츠 세계에 초청하여 재미있는 인생을 함께 즐기려 한다.

 

그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국내 최초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산했으며, 전국의 산야를 산악자전거로 누비고 다녔고, 암벽등반 전문가로 에베레스트 원정도 다녀왔다. 그 밖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샌드 요트를 제작해 타고 다니고, '콜사인 HL1OIR'이라는 아마추어 무선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초경량 항공기(ULM) 조종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승마와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

육체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단전호흡과 명상 등 정신적인 수련에도 상당한 내공을 쌓고 있다. 정년퇴직 후 국제최면 치유사 자격증을 따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며 보람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대학 시절의 취미활동을 지금도 이어가면서 그룹사운드 INDKY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각종 공연을 하며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는 멋진 인생을 즐기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은 왜 시니어들이 은퇴 후에 더 잘 놀아야 하는지, 사회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노후의 모습이 실제로는 시니어들이 삶을 즐기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어서 제2장에서는 놀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고, 제3장은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기 위한 취미생활을, 마지막으로 제4장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를 소개한다.

 

 

 

 

'논다'는 것의 의미

 

은퇴 세대와 곧 은퇴를 앞둔 세대들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나라는 크게 황폐화되었고, 일제 36년의 수탈로 인해 토착자본이 거의 없었기에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그런 삶을 영위해 나갔다. 해외에서 극찬하는 '한강의 기적'은 이런 고통의 감수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직장이 곧 자신의 집이자 인생이었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는 얕은 논리로 무장한 채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뻐젓이 가정이 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음에도 잠 자는 시간을 뺀 하루 일과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다 바쳤던 것이다.

 

이젠 그런 경제적 빈곤을 벗어났는지 새로운 풍토가 발생했다. '워라밸' 현상이다. 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인데, 인간의 행복 추구권을 앞세워 스스로의 삶을 즐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등장한 셈이다. 사실 이런 신조어가 발생하기 전,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등과 같은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실 사람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인간을 대변하는 말로 지금껏 우리들은 '호모 사피엔스(이성적인 사고를 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를 떠올렸지만, 20세기에 들면서 '호모 루덴스'라는 합성어(루덴스는 '놀이'를 뜻하는 말)가 등장함으로써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네델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자신의 책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은 놀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즉 하위징아는 역사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도구를 사용했던 인류가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래서 '놀이 본능'이 더욱 주목받는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인간은 본성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루덴스'라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과거엔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를 '노는 것'으로 간주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나무라고 야단치기 일쑤였다. 학교 교실마다 급훈으로 내걸린 액자 속엔 거의 '근면', '성실'. '정직', '효도' 등이란 글로 가득 채워졌다. 심지어 유아동기 때는 <개미와 배짱이>라는 동화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칭찬의 대상이었고, 노래하는 게으름뱅이 '베짱이'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논다'는 의미는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언어로 늘 다가왔던 셈이다. 한마디로 범생이에겐 '논다'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 <논어>, '옹아편'

 

스스로를 '여가 전문가'라고 말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면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때의 '노는 것'은 당연히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이는 입증된다.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나도 '노는 것'을 매우 즐겼다. 당시 생소했던 '보디빌더'가 되겠다고 용돈을 모아서 부모님 몰래 체육관을 다니거나, 이도 부족해 태권도, 합기도 도장 등에서 운동을 즐겼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학생 입장 불가'인 영화를 관람하다가 여러 차례 단속에 걸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단체 모임에서 여흥을 즐길 때 흘러나오는 노랫말이다. 그렇다. 젊을 때 놀자는 말이다. 하나 정작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고 보니 젊을 때 놀지 못한 게 너무나도 분하고 원통해서 목이 터져라 이 노래를 부르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요양원에 들어가신 나의 어머니께서도 아버지의 사업이 잇단 부도를 맞자, 가계의 재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영남권에선 매우 유명한 시장에서 포목상을 하셨다. 4남매가 모두 대학을 마칠 때까지 일을 손에서 놓질 않았던 분이다. 일전에 요양원 생일파티에 참석해서 부른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나이가 들면, 놀고 싶어도 힘이 딸린다. 이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심지어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여행도 늙어선 못한다는 말까지 있다. 나이 들어 놀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키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뻔하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해서 기초체력을 배양하는 게 최상이다. 그렇게 해야만 공전에 치트를 친 <꽃보다 할배>처럼, 해외 배낭여행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평소의 꾸준한 운동이 수명 연장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오스카 프랑코 교수팀이 40년 동안 지역 주민 5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의 수명 차이는 불과 3~4년밖에 안 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운동한다고 보낸 시간을 빼면 사실상 수명의 차이는 미미하다. 하지만 우리들이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즉 수명 연장보다는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함이다. 몸이 건강해야 노후에 삶의 질이 높아진다. 허약한 상태로 병을 달고 사는 장수보다는 건강체를 유지하면서 활기찬 노후를 즐기는 장수를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즐기려면 운동이 필수적이다.

 

 

레포츠는 동호인 카페를 이용하라

 

요즈음은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아지는 추세이다. 오래전에 TV를 시청할 때 한 동안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볼 수 없던 코메디언 백남봉이 서울 미사리 인근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암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완치 판정을 받자 이렇게 동오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이라는 재산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아프고 난 후에 깨닫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온라인도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겠냐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이에 관해 저자는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은 직업, 나이, 재산 등 모든 걸 떠나서 오로지 자전거를 취미로 하는 대화만 하며 발생하는 비용은 무조건 n분의 1이다. 멋진 어른이 되고자 지갑을 열어 커피 한잔 사려고 해도 각자 부담하겠다고 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한다. 덤으로 아들 뻘인 젊은이들과 어울리기에 항상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잘 노는 사람들의 특징

 

호기심이 많다

자발적이다

창의적이다

대인관계가 좋다

 

 

패러글라이딩은 시니어를 위한 레포츠

 

설악산 대청봉에서 패러글라이더로 하산했다는 저자는 놀랍게도 패러글라이딩이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적합한 레포츠라고 권한다. 실제 동호회 회원도 50대가 가장 많은데, 이는 자연을 즐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레포츠이기 때문이란다. 생각만해도 멋지다. 새처럼 하늘을 난다는 게 말이다. 하늘을 날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순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지상에서 교육을 받은 후 자신과 잘 맞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단체로 움직이면 크게 도움이 된다. 최근엔 장비들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이지만 하늘을 난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단체로 움직이는 게 좋다. 이륙장 인근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 활공장이 의외로 많다. 양평의 유명산, 보령의 성주산, 단양의 두산, 단양의 양방산, 문경의 문경활공장 등이 있다. 느낌상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해보지 않는 사람들의 지나친 상상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망설임은 약자들은 전유물이다. 당장 시작해보자.

 

 

겨울 스포츠, 스키

 

지금은 과학의 발전으로 여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두바이 얘기가 아니라 한국에도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하나 아무래도 스키는 겨울 레포츠의 꽃이다. 백설이 하얗게 덮인 슬로프를 멋진 고글을 쓰고 누비는 이 스포츠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신세대 시니어라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고가인 장비를 굳이 구입할 필요도 없다. 스키장 주변에는 장비를 대여해주는 렌트숍이 많다. 심지어 스키복까지 빌려 입을 수 있다. 복장은 눈에 젖어도 보온이 되는 방수 기능의 스키복과 장갑,  고글, 헬멧 등을 갖추면 된다. 비록 운동신경이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3일 정도 반나절씩 강습을 받는다면 초보자용 슬로프는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 이 역시 체력을 미리 단련해 두어야 한다. 겨울 시즌에 이를 즐기고자 한다면 가을부터 체력을 단련하는 게 좋다.

 

 

악기 연주를 배우자

 

한 가지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이것으로도 삶의 질이 향상된다. 어릴 적에 공부만 한답시고 이를 배우지 못했다면 은퇴자의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배워보는 게 어떨까 싶다. 책의 저자는 대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한 경력자로 베이스기타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지금도 연주 활동을 즐기고 있다. 단순히 남에게 폼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자 자신의 정서를 함양시키는 정신 수양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선 영국의 유명한 그룹사운드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재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크게 관중몰이를 했다. 특히, 젊은 시절의 향수가 떠올랐는지 중장년층들은 서울 낙원상가로 달려가 악기를 구매함으로써 뜻밖의 매출로 상가에서 가게를 꾸려가던 사장님들은 파안대소케 했다고 한다. 굳이 독특한 악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에게 선택하라면 역시 클래식 기타이다.  

 

음악과 관련된 활동은 일종의 '인지 운동' 역할을 함으로써 두뇌를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노화를 막아준다. 캔자스 대학의 연구팀이 60~83세의 건강한 노인들을 상대로 악기를 배우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험한 결과, 나이가 들어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면 두뇌에서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의 자연 퇴화를 상쇄해주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 당장 시작해보라

 

이밖에도 책은 암벽등반, 승미, 스쿠버다이빙, 외국어 스터디, 사진, 서예, 요가, 글쓰기, 낚시 등 다큰 어른들이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는 건전한 놀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한 것에 탐닉하게 되는 습성을 가진다. 내 주변엔 아직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지인이 더러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통화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메세지 주고 받으면 된다'고 하면서 오히려 왜 비싼 전화요금을 부담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노후 빈곤으로 고통받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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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199 2019-07-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서평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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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8년의 금융위기는 단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위기였으며 다만 그 근원지가 북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었을 뿐이다. (중략)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규모와 달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명히 밝혀내는 작업은 (중략) 위험천만한 현재의 상황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금융위기 이후 10년,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책의 저자 애덤 투즈는 현대 경제사 연구 분야의 손꼽히는 학자로 평가받으며, 최고 권위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었다. 그는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과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성장했다.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대학원 연구를 시작하면서 베를린장벽이 철거되고 냉전이 종식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후 런던정경대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예일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컬럼비아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역작으로 평가받는 <대재앙: 1차 세계대전과 국제질서의 재편 1916-1931>(2014)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10년 동안 미국의 권력을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었는지를 서술했다. 그는 울프슨상과 롱맨히스토리투데이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위대한 역사가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파이낸셜타임스>, <LA타임스>, <포린어페어스>,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역사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정치적 "이단아"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맺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결국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세계 경제가 크게 안정된 시기(대안정기)는 결국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정치적 위기로 변모했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 정파가 세를 불렸고 프랑스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온건한 좌파가 몰락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고개를 쳐들었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과 채권자에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이 추진되고 위기 대응의 실패가 누적되면서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으로 삶의 고통이 가중된 대중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통화스와프 협정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해 촉발된 리먼쇼크는 미국의 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사실상 지구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계1위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금융과 투자 관련 비즈니스를 하던 나는 20주년 결혼기념여행으로 스페인에 가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했었다.   

 

아이로니하게도 2008년에 가장 위기에 몰린 나라는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었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했고 무역실적도 호조를 보이던 때라 한국과는 상관 없을 줄 알았던 미국의 금융위기가 유탄이 되어 한국 금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 경제를 떠받들던 수출전문 재벌인 현대, 삼성, 대우 등이 갑작스레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상관없는 금융위기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만 유별나게 동유럽이나 러시아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와 하나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한국이기에 이후 외환보유와 축적에 공을 들여 당시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나 되었음에도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가진 약점은 극복될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동북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기치를 내걸었던 한국은 통화와 자본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이에 한국 금융업의 상당 지분을 해외투자자들이 보유할 수 있었고, 한국의 은행들은 글로벌 달러시장에서 단기로 저리자금을 빌려와 한국 국내에서 장기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었다.

 

반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율에 맞서 지키려는 재벌들의 고민이 생겼던 것이다. 이에 달러를 빌려 한국 자산에 투자하고 나중에 환율이 유리할 때 이를 상환한다면 충분한 이익이 생길 수 있었다. 이런 계산하에 한국 기업들이 단기로 차입한 돈이 2008년 6월 기준 무려 1,760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다 금융업계가 상환해야 할 채무는 800억 달러로 2009년 여름까지는 상환을 연장해야 할 형편이었다.

 

리먼쇼크로 인해 단기성 달러화 대출시장이 그 기능을 멈추자 달러화의 가치는 급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원화와 달러화의 환율 차이를 이용한 캐리트레이드는 갑자기 역방향으로 움지기이기 시작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은 손해를 막기 위해 발버등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원화 가치는 폭락해 외환보유고조차 심리저지선인 2,000억 달러 선에 간당간당하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당시 금융으로 돈을 벌던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2008년 여름에서 2009년 5월 사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00원에서 1600원이 되었다"

 

2008년 가을, 한국 기업들은 위기 탈출에 나섰다. 포스코, 현대차,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수천만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 원화에 대한 압력을 늦추기 위해서였다. 한국 국민들은 애국심의 발로로 달러 저축을 원화 방어에 활용하려고 환전소에 줄을 서는 풍경을 연출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원화 붕괴를 막는 노력을 벌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도움은 나라 밖에서 도출되었다. 10월 30일 한국은행은 미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한다. 비로소 외환시장은 공포로부터 벗어났고, 타격을 입은 금융 부문도 복구를 위해 2009년 초 한국 정부는 550억 달러를 은행간 대출용으로 추가 지원하고, 별도로 부실채권 대비용으로 230억 달러를 책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가 붕괴되다

 

2011년 10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그리스의 정치제도는 와해되고 있었다. 실업률이 2008년 8퍼센트에서 무려 19.7퍼센트까지 치솟아 그리스 국내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다. 이런 위기가 시작되자 정치적 계산에 빠른 야당은 해외 채권단의 요구에 맞서려는 정부에 전혀 협력하지 않았다. 2009년 10월,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이 정권을 잡은 후 긴축조치가 실시되자, 그리스 전역은 대규모 시위와 함께 총파업이 발생했다. 

 

한편,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IMF 긴급자금의 수혈이 필요했다. 실제로 IMF는 8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을 제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당시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자리에서 끌어낼 계획이었으며, 때맞춰 그가 이끄는 내각도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연정 상대인 북부동맹당은 유럽과 IMF가 요구하는 연금제도의 개혁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엔 유럽공산당원이란 평가를 받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도 베를루스코니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2011년 11월 중순, 정치 경력이 전무한 두 남자 루카스 파파데모스(그리스)와 마리오 몬티(이탈리아)가 각각 두 나라의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들은 바로 시장 친화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를 무너트린 건 정부간 협력주의에 대한 독일 측의 끈질긴 고집과 거대한 재정적 통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합된 결과였다. 베를린의 메르켈 총리 주변에서는 어느 누구도 시장의 강압적인 위력에 대해 비통해하지 않았다.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미국보다 정권교체를 더 잘해낸다"는 자랑 섞인 이야기가 나돌았다.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영국의 파운드화응 일일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선 2조 달러 규모의 주가가 증발하고 말았다. 혼란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  그랬다. 영국의 국내 경제는 어떤 파국도 경험하지 않았다. 브렉시트의 찬성파는 자유와 주권, 그리고 지배구조의 변화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후 영국은 누가 지배할까?

 

영국 국민 대부분은 유럽연합 잔류를 찬성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잔류파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찬성파조차도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몇 주의 혼란을 거쳐 테리사 메이가 새로운 수상으로 등장했다. 영국 대기업들과 시티는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각종 유로화 파생상품을 포함, 유로화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시티는 브랙렉시트 이후에서도 글로벌 금융과 유로존 사이를 이어주는 중심축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시티는 런던에서의 금융 시업은 유로존에서의 사업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으로 다해 정부에 로비활동을 펼쳤다.

 

시티에서 의뢰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만일 기존 합의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로존과의 각종 사업이 무너지면서 영국은 320억~380억 파운드가량의 세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일자리도 6만 5000~7만 5000개가 사라져 역시 연간 1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소득세 수입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잔류파들이 국민투표 실시 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제시했을 때는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투표가 끝난 지금은 어떨까? 

 

 

위기에 빠진 경제대국 미국

금융위기로부터 6년, 활동적이고 헌신적인, 그리고 "강력한" 대통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열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후한 평가와 감탄은 냉혹한 적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로 이런 태도의 변화가 보수우파와의 접점을 만들어주었다. 선정적인 3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터무니없는 소문과 음모론을 통해 트럼프는 보수우파와 같은 길을 걷는다.

 

2014년,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장벽"을 세우자는 계획을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었다.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 등 미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절망적인 진단은 마침내 우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의 구호는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의 미국이 위기에 빠졌다!" 현재까지에도 트럼프의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치는 계속 진행형이다. 최근엔 미중 무역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은밀하게 밀약 중이다. 단지 염려스러운 것은 지나치게 자국 이익주의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역할은 뒷전이다.

 

 

 

 

스스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고 국내의 질서는 물론이고, 국제질서가 어느날 갑자기 흔들릴 수 있는 작금의 상황을 염려하면서 "스스로 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얻었으면 한다"라고 자신의 작은 바람을 내비친다. 외환보유고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무역수지도 흑자 중임에도 미국발 리먼쇼크에 의한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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