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자본주의 -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노우에 교스케.NHK「어촌」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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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은 '산촌자본주의'를 포함하면서도 보다 심화되고 확대된 개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인간에게 유용한 미사용 자원을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대화하고 적절하게 관리해서 본연의 생명의 순환을 바로잡고 효율성을 높인다. 그렇게 하면 자연은 , 예를 들어 그것이 바다라면 물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준다. 그것은 어부는 물론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지극히 감사한 일이다. - '머리말' 중에서

 

 

자본주의의 유토피아는 어촌자본주의가 개척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NHK 어촌 취재팀은 총 1년에 걸쳐서 세토 내해를 철저하게 취재한 디렉터들이다. 해상, 공중, 바다, 나아가 바닷속까지 들어가 계속 촬영에 임한 오카야마(岡山)와 야마구치(山口)의 젊은 디렉터들이다. 그 광범위하고 꾸준한 취재를 히로시마의 디렉터가 형처럼 뒷받침했다. 또 한 사람의 히로시마 신인 디렉터는 계속 세토 내해의 섬을 방문해서 '어촌'의 풍부한 사례를 축적했다. 정열과 끈기의 취재팀이다.

 

2011년 3월, 동일본은 대지진의 참화를 겪었다. 2008년 리먼쇼크로 인해 지금껏 돈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장애를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하더니 겨우 3년이 지난 시점에 자연 재해인 거대 쓰나미가 밀려들어 발전소의 작동 정지와 함께 온 도시가 악흑 천지로 뒤덮혔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바로 머니자본주의 시스템의 위험성이었다.

 

도쿄에서 히로시마로 근무지 이동 발령을 받은 NHK의 이노우에 교스케 프로듀서는 이곳에서 '산촌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즉 산에는 나무가 가득 자라고 있어서,  돈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많다. 굳이 나무를 자를 필요도 없이 바구니 하나를 들고 뒷산을 잠간 걷노라면 떨어진 나뭇가지나 낙엽을 수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불을 피우고 조리한 밥은 전기밥솥보다 훨씬 더 맛있으며, 에너지 비용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산촌자본주의가 확산되어 요코하마 주택가에선 장작 스토브를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아이들의 급격한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산촌의 초등학교를 지키려고 간사이 지방의 도시 니시노미야에서 노토반도로 이주한 가족까지 생겼으며, 도시에서 전학을 간 아이들은 여름에 강변의 천연 다이빙대를 실컷 즐기고 있었다.

 

세토 내해의 섬에서도 이런 이주가 있었다. 고향 섬의 학교를 다시 열고자 IT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섬 출신의 부부가 오사카 우메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주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도시의 소녀가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이 피부색은 점점 새카매지고, 섬 어르신이 공을 들이는 여름 마쓰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미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쓰레기였던 굴껍질의 활용

 

세토 내해의 히나세는 대표적인 굴 생산지 중 한 곳이다. 바다에는 굴뗏목이 잔뜩 떠 있다. 물 속은 어선의 프로펠러가 엉켜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풀로 가득하다. 이는 3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어부들이 씨를 뿌렸왔던 성과가 최근 4~5년 사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잘피 숲이다.

 

과거 세토 내해는 적조로 가득 참으로써 어획량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놀란 어부들은 치어를 양식해 바다에 방류했지만 노력에 비해 좀처럼 어획량이 늘지 않았다. 히나세 어부 혼다 가즈오 씨는 잘피가 사라진 1975년 무렵부터 그 원인을 잘피에서 찾고 있었다. 적조가 발생할수록 바다는 부영양화富營養化되고 폐사한 물고기는 해안으로 밀려든다.  그럼에도 한동안 어획량은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증가한다. 이후 잘피의 격감에 따른 대가로 어획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다 씨는 동료 어부들을 설득해 잘피 숲 부활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무리 뿌리고 뿌려도 씨가 싹을 틔우질 않았다. 바다 밑바닥을 살펴봐야만 햇다. 이때 오카야마현 수산과의 젊은 직원 다나카 다케히로 씨는 대학 시절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기에 매일 산소통을 등에 지고 바다에 잠수하여 해저 관찰을 시작했다. 해저는 완전히 썩어서 퇴적된 검은 오니汚泥 상태였고, 그런 속에서도 굴껍질이 쌓인 곳에선 싹을 틔우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처럼 바다 밑에 굴껍질이 있으면 잘피가 뿌리를 내리가 쉽고, 게다가 바닥에 쌓인 미세한 입자도 떠오르기 어렵다. 그만큼 바다 표면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바닥에 도달하기 쉬워진다. 잘피 잎사귀에 입자가 붙어서 광합성을 방해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라 해저 부근의 물도 깨끗해졌다. 굴껍질에도 정수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인들도 어촌에 매료되었다  

 

"유럽에서도 인간은 자연을 관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응답해준다'라는 감각은 없었고, 자연은 그저 관리당하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에 비해서 어촌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지지해줍니다. 겸허하게 자연과 대화합니다. 서양식으로 자연에게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화된 시대를 지나고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에서는 지금,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재고하는 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의 이브 에녹 씨가 2013년 10월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한 말이다. 그는 수차례 일본의 히나세를 방문하여 이곳의 어촌 지킴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바다를 대하는지를 직접 청취하고 목격했다. 즉 바다에 뿌리는 잘피의 '우수한 씨'의 효과를 확인했던 것이다.

 

 

 

되살아나는 섬

 

이는 기적도 우연도 아니다. 바로 어촌이 만들어낸 실력이다. 활력을 잃어버린 섬 노인들을 되살린 것은 뛰어난 간병기술이나 최신식 설비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 자연적인 환경의 제공 때문이었다. 즉 환경은 따뜻한 햇볕이며, 마음 편한 바닷바람과 공기이며, 신선하고 익숙한 식사이며, 나아가서는 다정하게 다가와주는 젊은이들의 존재이다. 자연 속 산책이 가장 좋은 환경이며,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움과 인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과학기술을 최우선으로 하는 풍요로움을 이룩해온 '과거의 문명',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이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굴의 계절, 그리고 알찬 수확

 

어부들의 배가 굴뗏목으로 향한다. 다 자란 굴들이 주렁주렁 달린 와이어를 끌어올려 가위로 자르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배 위로 굴 뭉치가 떨어진다. 수확의 기쁨으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은 어부는 큰 굴을 하나 집어 들어 껍질을 벗기자 새하얀 굴 속살이 껍질 속에 가득 차 있다. 비싼 가격을 받는 최상품이다.

 

한편, 덜 자란 새끼 굴들이 많이 붙은 조개껍질은 와이어에 엮여서 뗏목 밑으로 다시 내려간다. 굴은 매일 밤낮 바닷물을 빨아들여서 부영양화물질을 흡수한 플랑크톤을 걸러내 잡아먹으면서 바닷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또한 바닷속 바위가 되어 많은 생물들의 집을 제공함으로써 콤비나트로 가득 차버린 세토 내해의 환경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원의 재순환인 셈이다.

 

 

 

새로운 어촌자본주의

 

일신교一神敎 전통을 가진 서양에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 미묘한 균형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절대적인 결정자 혹은 어떤 탁월한 결정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모델을 만든다. 이로 인해, '결정자의 결정 시스템과 무관한 그 밖의 다수는 균형의 형성에 참가하고자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촌자본주의는 이처럼 유일신에 의존하는 일을 중단하고 재생-순환-균형이라는 회복 사이클을 위해 우리 모두가 동참할 일이 없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미력한 하나의 존재도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유일신을 강요하지 않는 '21세기 자본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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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노후빈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 지음, 한상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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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나는 7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된다. 과연 웃으면서 살고 있을까... 고령자를 취재할 때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요즘 나는 70대 후반인 부모님이 지금 내 나이였던 당시의 삶의 방식이나 사회 모습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중략) 나이 든 사람도 젊은 사람도 모두 노후 불안을 언제 폭발할지 모를 마그마처럼 떠안고 있다. 나에게도 곧 작치게 될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자. 거기서부터 취재가 시작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일본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의 노후빈곤 르포

 

책의 저자인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 도고 노리코는 마이니치신문의 사회부 기자로, 스포츠 및 사회, 생활정보 등 을 취재. 2005년부터 [선데이마이니치] 편집부 소속. 주로 연금, 의료, 개호 등 사회 보장 관계 취재를 계속하고 있으며 가나자와 다쿠미는 일본, 해외 미디어 기자를 거쳐 2015년부터 <선데이마이니치> 편집부 소속으로, 고령자들의 생활, 사건, 성과 사랑 등을 주제로 취재 를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선데이마이니치> 시사지에서 장기간 연재한 <탈, 노후빈곤>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일본의 현실을 파헤쳤다. 연금 생활을 해도 일해야 하는 80세 노인, 편찮은 노부모를 부양하다 지쳐 동반자살한 노부부와 딸, 독거노인의 고독사 증가 그리고 청소업체와 집주인 손해보험 상품 등. 이는 경제적, 사회적 고립이 낳은 노후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의 취미생활을 통해 즐겁게 사려는 노인, 노인 밀집 구역에 콜센터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NPO 단체, 편찮은 노모를 부양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전향한 아들 등.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장수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수용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비참한 현실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떠할까? 보건복지부의 자료(2012년)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가 자녀 1명을 대학까지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평균 약 3억 896만원이다. 그리고 자녀의 결혼비용(2015년)은 평균 2억 7420만원이 드는데 전체 답변자의 33.5%는 결혼비용 중 60% 넘게 부모가 부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삼 놀랍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갈수록 우리들의 체감도는 높아만 간다. 그만큼 부담스럽다.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게 만화나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군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갈파하기도 했다. 결혼해서 30대는 직장에서의 자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40대는 자녀들의 학비에 부담을 느끼며, 50대는 자녀들의 결혼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우리 부모들은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는 늘 뒷 전이다.

 

유례없던 지구촌의 저성장기와 함께 우리 경제에도 여지없이 찾아든 '3저(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제사 정신을 차린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이냐, 노후 준비냐'의 문제를 앞에 두고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해야 할까? 일본의 현실을 파헤친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일본 도쿄를 충격에 빠뜨리다

 

2010년 일본 도쿄, 정말 믿기지 않을 끔찍한 현장이 발각되었다. 당시 111세로 알려진 최고령 도쿄 주민 가토 소겐 씨가 이미 30년 전에 사망,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현장을 방문한 담당 공무원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바로 '돈' 때문이다. 자녀들이 장수에 따른 노인의 연금을 대신 수령하고자 사망신고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던 탓이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팔십 세노인의 하루

 

일본 도쿄 기타센규, 이곳에 거주하는 80세 노인 아키모토 다이치(가명)는 매일 아침 4시에 기상한다. 그 어떤 젊은이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버려놓은 폐지를 남보다 빨리 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 무렵, 노인은 수거한 폐지를 도매상에 넘기고 귀가해서 식사를 한 후 또 다시 폐지 수거에 나선다. 이 일은 어두워지는 오후 8시까지 계속된다. 365일 이렇게 반복되는 일과를 노인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 과연 이 노인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요코하마 고토부키 초의 복지 거리

 

요코하마 고토부키 초, JR 이시키와초 역 북쪽 출구로 나와 차이나타운 거리와 반대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밀집 구역이 있다. 이곳은 과거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를 지탱해온 일일 고용 노동자들의 간이 숙박소였다. 이 거리는 더 이상 일거리가 없어 생활보호(기초생활수급) 수급을 받는 이들의 고령화에 따라 복지 거리로 변모했다. 이곳의 7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이들의 85%가 생활보호 수급을 받고 있으며 휠체어 생활과 방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많다.

 

"이곳에는 도쿄대를 졸업한 사람,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 대학 교수였던 사람 등 일류 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은 언제, 누가 이곳 고토부키에 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대인 겁니다"

 

이는 간이 숙박소 인근 노숙자를 돌보는 NPO 단체 대표의 말이다. 이곳 사람들의 과거는 천차만별로, 그 누구도 자신이 빈곤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일본은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고독사로 사망하는 사람이 전국에서 연 3만 명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고독사 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회사가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고, 고독사에 대비한 집주인용 손해보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여 노인자살률이 인구 10만명 당 82명으로, OECD 평균 22명보다 4배나 높다. 2014년 10월 29일, 집을 비우기로 한 세입자와 연락이 안된다는 신고를 접수한 동대문경찰서 형사팀이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1층 주택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입자는 방에서 목을 매 숨져 있었다.

 

세입자 최씨는 전세금 6000만원인 15평 남짓한 이곳에서 생활해왔는데, 전세금 중 5700만원도 LH공사가 대출해준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이었다. 최근 집주인이 바뀌면서 "주택을 철거할 계획이라 집을 비워달라"는 부탁을 받자 그는 28일 LH공사에 집을 비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혼으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홀어머니를 모시던 그는 지난 3월 어머니가 별세한 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일한 혈육인 형은 20년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최씨는 노모가 숨진 뒤로는 외출을 삼갈 정도로 외로워했다"며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가 되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이웃들에 따르면 최씨는 이전 집주인 남편이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갈 정도로 인정이 많고 남에게 폐 안 끼쳤던 깔끔한 사람이었다"며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시신을 수습하고 사후 처리를 도운 경찰들에게 최씨가 무척 고마워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수습할 사람을 위해 흰 봉투에 10만원과 함께 이 문구를 남겼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치매를 앓던 노모를 요양하다 노모가 사망하자 48만 8070원으로 줄어든 기초생활수급액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달력에 공과금을 계산한 흔적이 그의 힘들었던 매일을 느끼게 한다. 노인의 자살은 경제적 빈곤은 물론 사회적 고립까지 더해 그들을 외톨이로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있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앞으로 이 숫자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운 현실 때문일 것이다.

 

 

생활보호(일본 헌법 제25조에 규정된 이념에 기초해 국가가 생활에 곤궁함을 겪고 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옮긴이) 수급자 수는 계속해서 최다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 65세 이상이 그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 독거노인 3명 중 1명, 여성의 경우 2명 중 1명은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고 한다. 어느 누가 이런 사회가 올 것으로 예측했겠는가 말이다. 

"역시 병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 두렵습니다. 지금이야 건강하지만 병원에 안 가봤으니 알 수 없는 일이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일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아, 이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생각합니다. 이불 속에서 죽고 싶지는 않거든요. 일하다가 죽는 것이 소원입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더 힘들어질 겁니다", 취재에 응해준 고령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 달에 약 1만 5000엔 씩이나 하는 보험료를 낼 수 없을 테니 앞으로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사례가 넘쳐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자기 사정에 맞춰 외상처럼 젊은이들을 함부로 부려온 결과가 사회전체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토록 장기화, 고령화된 히키코모리는 이미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최근 20년간 지속된 일본의 경기 침체, 또한 악화하고 있는 고용 환경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히키코모리 자식의 고령화가 진전되면 언젠가 노후 파산이 급증할 수 있다.

평생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대폭 줄어들었고, 퇴직금도 연금도 눈에 띄게 줄어든 시대인데 사상 최저의 저금리에, 세제 우대 금리가 오를 전망이라 30대, 40대의 부동산 구입 열기가 뜨겁다. 3000만 엔 이상 하는 주택에 선금은 전혀 없이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수십 년 뒤 여유 장기 대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진다. 한국도 이미 이미 이와 유사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저금리 때문에 전월세로 사는 것보다 주택담보장기대출로 집을 장만한다.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갑자기 고금리로 접어든다면 결국 이는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다.

 

 

"노후빈곤, 이는 이미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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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기쁨을 길들이다 - 존재의 가장 강력한 경험, 기쁨으로 성장하는 지혜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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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우리 생명력의 발현으로, 존재하고 생을 음미하는 힘에 맞닿는 수단이다. 기쁨을 만끽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경험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의지와 노력으로 기쁨이 떠오르게 할 수 있을까? 기쁨을 길들일 수 있을까? 기쁨을 길러낼 수 있을까? 기쁨의 역량에 바탕을 둔 지혜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 - '서문' 중에서

 

 

어떻게 완전하고 순수한 기쁨에 이를 수 있을까?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세계적인 종교사학자, 철학자이다.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도미니크회 수사인 마리 도미니크 필립과 세계적인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정신적인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인도와 이스라엘에 체류하고 프랑스의 수행 암자와 수도원에서 지내다가 파야르 출판사에서 총서 책임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직접 저자로 나서 피에르 신부, 움베르토 에코 등과 나눈 철학과 영성에 관한 다

 


1994년에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학문적 스승인 에드가 모랭의 뒤를 이어 철학, 사회학, 역사학을 한데 엮은 학제간 연구에서 종교 문제를 다뤘다. 공영방송 프랑스5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사이비 종파, 그 거짓말과 이상>을 공동 연출하고 여러 편의 TV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공동 집필한 희곡 <신의 선의>는 2009년에 초연한 뒤 5개국에서 각색되어 상연되고 있다.

 

 


현재 철학자이자 소설가, 라디오 진행자, 프랑스 최고의 종교 간행물 <종교의 세계> 편집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두 편의 역사소설 <천사의 약속>과 <루나의 신탁>은 20개국에서 1백만 부가 판매되는 등 '프레데릭 르누아르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오직 사랑>,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불교와 서양의 만남>, <이중설계>, <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 철학자>,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등이 있다.

 

그가 제시하는 기쁨의 지혜는 생의 모든 고뇌까지 포용하면서도 생을 사랑할 수 있는 완전한 기쁨, 순수한 기쁨에 이르는 길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자 실천적 해결책이다. 이 책은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슬픔에 잠긴 프랑스 국민들에게 '기쁨'이란 어느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이자, 역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은 책으로 각인되며, 출간 즉시 프랑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쾌락 없이는 행복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의 쾌락은 스스로 선택한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스토아학파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 일과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우리들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게임 중독자라면 본인 스스로 결단력 있게 이런 중독과 싸우며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생이 불시의 사고, 사별, 재앙으로 시련에 빠뜨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토아주의자들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그들은 수레에 묶여 끌려가는 개의 비유를 들었다. 개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힘으로 버텨봤자 결국 가야 할 곳까지 끌려가게 마련이다. 버텨봤자 괜히 힘만 빼고 몸만 다친다. 개가 헛되이 몸부림치지 않고 수레의 진행 방향을 순순히 따라간다면 어차피 도착하는 곳은 같아도 가는 도중의 고생은 한결 줄어든다.

 

 

니체가 생각한 기쁨의 원리는 역량이다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삶의 비극적 차원을 수용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 종교의 병적인 시각, 구원받으려면 고행을 겪어야 한다는 시각은 거부했다. 또한 불교를 공부한 후에는 이 종교가 번민을 거부했지만 욕망의 소멸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니체는 이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제3의 길, 즉 생을 고통까지 포함해서 긍정하는 길을 제시했다.

 

우리를 옭아매고, 상처 입히고, 두렵게 하는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생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성한 긍정, 이 절대적 동의를 니체는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다. 운명애는 바로 우리들에게 닥치는 모든 것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절대적 기쁨의 조건이다.

 

"기쁨은 역량이다. 그 역량을 잘 키우고 건사하라"

- 달라이 라마 

 

기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는 보는 법, 접촉하는 법, 눈여겨 바라보는 법, 냄새 맡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나아가 마음으로 느끼는 법을 다시 배워 자신의 감정과 따로 노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매시에 시간을 들일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충격, 단 세개의 음표에서 기쁨이 솟아나는 일을 드물다. 기쁨이 태어나게 하려면 우리 몸과 정신을 온전히 감각에 맡겨야 한다. 이렇듯 우리 감각에 접속하는 것은 슬픔, 분노,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들에도 그만큼 여지를 내주는 일이다.

 

 

도교는 유교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사상이다

 

공자는 행복하기 위해 인간은 을 갖춰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덕을 갖추려면 우주의 질서를 본받아 살아야 한다. 반면 도교 사상가들은 우리 인간은 천상이 아닌 지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다. 향후 300년간 해가 몇 시 몇 분에 뜰지는 예측할 수 있어도 내일이 어떤 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교 사상은 때를 아는 철학이다. 도교가 그토록 강조하는 '무위無爲'는 아무 행동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인생의 흐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 목표, 자기 의도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되, 무슨 수를 동원해서든 빨리 실현하고 말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생이 내 시도에 맞서거든 힘으로 버티지 말고 생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라. 그 목표는 나중에 이뤄질 수도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해방의 길

 

스피노자 자신은 욕망을 "인간의 본질 자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 욕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할 때 예속되어버리고 만다. 욕망이 자기 존재 역량을 증진하기는커녕 위축시키는 대상들에게로 향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슬프고 불행해진다. 슬픔과 수동적 기쁨에서 능동적 기쁨으로 나아가는 해방의 과정은 욕망을 억압하거나 제거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알아보고 욕망이 좋은 방향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의지의 힘만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을 이성과 의지의 힘으로 길들일 수 없는 일종의 악악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각은 '집착이 ㅜ불행을 낳으니 집착의 원인인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불교적 시각과도 차별화된다. 오히려 그는 욕망은 인간의 본질인만큼 그 감정을 위축시킬 게 아니라 더 풍부히게 고양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글기 위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에 더 이상 기쁨이 없다면 그 관계가 정말로 나에게 좋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반복적으로 슬픔을 느낀다면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런 감정은 대부분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못할 때 찾아온다. 관계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분별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아를 초월해야 진정 능동적 기쁨을 접할 수 있다

 

통찰, 개성화 과정, 생에 대한 동의로 내공을 쌓을수록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아와 완전히 동일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가 나의 감정, 신념, 생각, 마음으로 구성된 프레데릭으로만 요약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내 존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안에 프레데릭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그 무엇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의 정신에 속하는 훨씬 더 심오한 정체성으로서의 자기Soi 말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자아와 동일시된 자기의 해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진정한 자기성취는 자기상실의 경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야만 자아Moi에서 자기Soi로 넘어갈 수 있다. 더욱 깊이 내려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될수록 어린 시절부터 마음과 감정이 형성해온 자아의 거짓 정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단순한 삶의 기쁨

 

저자의 직접 체험이다. 나환자촌에는 아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400여 명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의료팀이 와서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괴사된 손이나 발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곳곳에서 기쁨이 샘솟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분위기를 불편해하던 어느 독일인 의사가 기억난다. "저 사람들은 뭐가 저리 좋을까요? 다들 저렇게 흉측한 꼴을 당했는데, 팔을 잃고 다리를 잃고 사람 몰골조차 아닌데 말입니다" 그 의사는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빈자 중의 빈자요, 병자 중의 병자인 나환자들은 아직도 사랑하고, 먹고, 말하고,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뻐했다. 그들은 생을 사랑하기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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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1년에 단 한 건만 성공해도 월세보다 낫다
이명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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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채의 집을 갖고 월세를 받는 생활도 괜찮지만, 1년에 한 건만 제대로 된 투자를 해도 월세를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경매이다. 또한 투하된 자본에 상관없이 1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드는 시간이나, 1,0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으며,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도 경매이다. 이 얼마나 멋진 사업인가, 당신도 경매를 통해 부자로 향하는 지름길로 들어서기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적은 돈으로도 경매에 성공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명재는 여러 번의 사업실패를 겪은 후 직장생활을 하며,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내려면 경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100권이 넘는 경매 관련 서적을 읽었다. 수년간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경매 관련 강의를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경매 공부에 매진했다.

 

경매실전에서 위장임차인, 법정지상권, 지분, 유치권, 선순위가등기 등 일반물건부터 특수물건까지 두루 낙찰 후 처리까지 경험이 있으며, 그 중 선순위가등기 물건은 3년여의 세월을 거쳐 대법원까지 진행하며 소송기술까지 익혀 현재는 혼자서 소송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괴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특수물건이 아닌 일반물건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개 되었다.

 

그는 일반물건으로도 고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어 임대수익 최소 연 20% 이상에 시세차익까지 동반되는 물건만을 소유하고 있다. 수익을 불리려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철학으로 어려운 부동산 경기에도 손해나지 않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이자 부동산 매매사업자로서 서울 강남과 대전에서 경매입문자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명재 메이저경매'의 대표이다.

 

일반적으로 어마어마한 자본금과 어려운 법률용어, 그리고 명도와 같은 실전 시의 어려움 등이 수반되는 게 경매라고 우리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선 경매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5천만 원 아니면 1억 원? 그렇지 않다. 500만 원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큰 금액을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보다 중요한 건 경매에 임하는 마인드이다.

 

 

 

소액으로도 성공적인 경매 투자가 가능하다

이 책에는 1,0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수익을 낸 물건에 대한 사례가 수록되어 있으며, 저자는 지금도 이런 물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금이 별로 없거나 경매 경험이 없다면 먼저 적은 금액으로 주변의 물건부터 시작해 본 후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적으로 자본금을 불려 더 큰 물건에, 더 수익이 많이 날 수 있는 물건에 도전해갈 수 있다.

 

IMF 외환 위기 이후로 약 20년 동안 불경기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전대미문의 3저 시대에 접어들 정도로 늘 침체국면 속에서 나라의 경제는 항상 어려웠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는 항상 돈을 벌고 있고, 어느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 부동산을 무턱대고 사놓으면 장기간 고생할 수 있다. 가격 상승은커녕, 겨우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젠 부동산 투자도 물건을 고르는데 무척 신중해야 한다. 시세가 오를 곳을 찾던지, 매입 시점에서 최소한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해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전체적인 흐름도 알아야 하지만 투자 대상 부동산의 수익성을 분석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같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꾸준히 오르는 주택이 있는 반면 몇 년째 제자리인 곳도 있다. 재테크의 절대원칙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이듯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다면 언젠가는 이익을 내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싸게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경매를 통한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저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를 택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대학생 시절 농수산물 장사를 시작, 스무 살 청년임에도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학비와 용돈을 충당할 정도로 제법 돈을 벌었다. 이후 8년이 흐르자 몸이 피곤한 장사가 싫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병을 만났던 셈이다. 김치냉장고의 출현과 함께 대형마트와 김치공장의 등장으로 인해 가격파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무조건 현금 거래였지만 외상거래가 생겨났다. 업체간의 출혈경쟁 탓에 부도나는 업체가 속출했다. 저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상액이 점점 늘어나자 그는 장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운동화 빨래방'과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이마저 접고 경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내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는 3년 만기 적금 1천만원으로 경매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돈으론 불가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유독 한 사람만은 100만 원으로도 경매가 가능하다고 격려했다. 결국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전경매에 입문했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처음으로 낙찰에 성공, 이후로도 170만 원, 550만 원, 800만 원 등 적은 돈으로 낙찰받아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 스토리는 책 속에 담겨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 경매 준비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효율적인 들이 탄생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알맞는 앱을 설치하면 손 안에서 경매 업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네이버 부동산 앱, KB 부동산, 인터넷등기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민원 24, 대한민국법원, 부동산 생활백서, 스피드옥션, 스마트 온비드, 음성녹음 등이 있다.

 

 

돈 버는 법은 따로 있다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상승할 부동산을 매입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시세가 오를 물건을 찾던지, 투자 대상 부동산의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부동산을 경매로 매입하는 것이 최상의 부동산 투자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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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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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극남한국 최고의 불교 소설가다. 그는 1985년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중편소설 <등대에 불 밝히기>로 KBS문학상을 수상,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후 2003년에는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2013년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속해서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궁합>과 <명당>이 영화화되고 있으며, 최근에 유마거사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 <유마>를 출

 

 

 

  

 

소설로 되살아난 무소유의 삶

 

작가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법정 스님의 생애를 왜곡이나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렸다. 게다가 법정 스님 입적 이후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글들이 정확하지도 않은 헛소문이라는 것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냈다. 소설에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뿐 아니라 법정 스님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여럿 소개된다. 스승과 도반 등 주변 인물들과의 일화에서 드러나는 법정 스님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소설의 숨은 재미다.

 

책을 사랑했던 청년 재철(법정)은 출가 후 스승인 효봉 스님 몰래 숨어서 습작을 하다가 들켜서 여러 번 혼쭐이 나곤 했다. 그가 어렵게 써놓은 글들은 노트째 아궁이에서 불태워졌다. 그럼에도 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순 없었다. 쓰고 또 쓰고, 그러다 마침내 <대한불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시 <미소>가 실리면서 '시인'으로 당당히 데뷔한다. 그런 눈물겨운 습작의 과정이 있었기에 훗날 정제된 글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5년 전부터 그의 일대기를 쓰기 시작해, 끈질긴 추적 끝에 스님의 초기작 23편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초기작들은 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법정 스님이 1963~69년에 직접 기고한 글들이다. 워낙 초기작이어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다가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작품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소설에는 법정 스님의 시 12편, 불교설화 7편, 칼럼 4편이 실려 있다. 당시의 그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망과 산중 수행자의 고독한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 <부처님 전상서> 등의 칼럼을 통해서는 불교계에 개혁과 성찰을 촉구하며 직설을 던지는 젊은 수행자의 결기를 읽을 수 있다. 이제, 소설 속의 몇몇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너 왜 술 안 마시냐?"
재철이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광순이 물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재철은 서글프게 웃기만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었다. 아니, 이별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떠나야 할 길이었다. 두 눈 부릅뜨고 당당히 가고 싶었다.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싶지 않았다. 광순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끝내 재철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저들끼리 얼싸안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널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꼭 책을 봐도 철학책이나 보고 앉았더니 결국에는 중이 되겠다고?"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스승이 들이닥쳤다. 스승이 노트를 집어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스승의 눈이 뒤집어졌다.

"이놈, 여기는 부처를 공부하는 승방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냐?"
"책을 아궁이 속에 처넣어라"

 


도반들이 모두 달려들어 방 안을 뒤졌다. 법정의 책이란 책은 다 모아 들고 아궁이로 달려가 활활 타는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처음이 아니었다. 먼저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한 권도 아궁이행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어렵게 써놓은 설화까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하루는 불임암에서 난초 잎을 닦다가 갑자기 '왜 이러고 있는가'란 생각이 들어 버려야겠다고 맘을 먹고 있을 때 마침 아는 스님이 찾아와서 애지중지하던 난을 그에게 주고 말았다. 하지만 한동안 아쉬웠다. 잠에서 깨어나도 난 있던 곳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그 빈 마음속으로 가득 차오르는 게 있었다. 무소유의 빛이었다. 드디어 비어도 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욕심을 버렸다.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욕심내지 않았다. 소유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진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던 때와는 달랐다. 소유하려다 보면 불행해진다고 막연히 외치던 때와는 달랐다. 이제야 자신의 일상에서 소유라는 개념을 무소유로 전환해가는 지혜를 얻고 있었다. 맑은 가난이 넘치는 부보다 못할 게 없었다. 아니, 훨씬 값지고 고귀했다.

 
욕심 중에서도 식욕이 또한 무서운 것이어서, 부엌에는 '먹이는 간단명료하게'란 글까지 써 붙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늘 찬 두 가지만 해 먹었다. 손이라도 오면 찬을 한 가지 더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두 가지면 충분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세 가지는 엄지 않았다.

 

 

선원에서 거울을 바랑 속에 넣어 왔던 법정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과거 미래사에서 함께 수도했던 도반이 불일암을 찾으면서였다. 그는 방송인 이계진이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법정이 출연한 장면을 시청했던 것이다. 법정이 사용하는 방에 들어가 보니 선원에서 가져온 거울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법정이 이 거울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생각하며 그는 무심결에 거울을 뒤집어보았다. 거울 뒷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처음 삭발한 날'


그 아래 연도와 달과 날까지 정확히 쓰여 있었다. 처음 삭발한 날의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웠으면 그 거울을 가방에 넣어 왔겠는가, 하는 생각에 도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법정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마음이 해이해지면 그 거울을 꺼내 보곤 했다오. 그러면 머리를 깎을 때의 신심이 칼날처럼 일어나곤 했지요"

사람이 홀로 살다 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뭘 먹으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쓰러져 한숨 자고도 싶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뒤꼍으로 나가 대나무로 수저를 만들기도 했다. 대나무라는 게 생긴 것만큼이나 한 성질 한다. 졸다가는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피를 보고 만다.

 
어떤 때는 개울로 나가 돌을 주워 왔다. 흙을 실어다 물로 개어 주워놓은 돌에 진흙을 발라가며 쌓아 올렸다. 그렇게 얼마 후에 해우소 하나가 완성되었다.


돌을 줍다가 손을 다치거나, 허리를 삐거나, 미끄러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뼛속까지 외로움이 밀려들고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그러면 '아아,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생에 대한 미련에 떨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 내 죽으면 물이 되고 불이 되고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될 터인데.... 그래도 두려웠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두려워하는 모순. 그것이 산 생명체의 함정이었다.

 

 

법정은 불일암에서 강원도 오대산 산골짜기의 오두막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수류산방水流山房'이란 현판을 달았다. 오두막을 고치면서도 법정은 오두막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애썼다. 양철 지붕을 너와와 굴피로 대체하고 굴뚝도 굴피로 만들었다. 처마 밑에 난초가 새겨진 나무 현판을 달고, 처마에는 풍경을 달았다. 뜰에는 대나무 평상에다 직접 짠 작은 의자를 놓았다.


본채와 떨어진 흙으로 만든 해우소는 그대로 두었다. 들어가기 전에 '나 있다'라고 쓴 널빤지를 하나 달았다. 벽에는 '기도하라'는 작은 푯말을 걸어놓았다. 큰방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했다. 옆방은 서재로 썼다.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것만 불일암에서 가져다 놓았다. 가능한 한 나답게 살고,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이는 법정 스님이 남긴 열반송이다. 언젠가 법정은 말했다. 자신이 말한 모든 것 그거 다 군더더기. 이제 꽃을 피웠으니 가야지. 바람 불어 그 꽃잎 져 다시 오려면. 그는 언젠가 자신이 썼던 시 <입석자立席者>를 떠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래, 이 세상의 나그네가 되어 세상을 향해 서서 무엇을 했던가. 가자, 다시 오려면. 내가 피운 저 꽃잎들, 바람 불러 지면 그 꽃잎 피우기 위해 다시 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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