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자본주의 -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노우에 교스케.NHK「어촌」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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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은 '산촌자본주의'를 포함하면서도 보다 심화되고 확대된 개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인간에게 유용한 미사용 자원을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대화하고 적절하게 관리해서 본연의 생명의 순환을 바로잡고 효율성을 높인다. 그렇게 하면 자연은 , 예를 들어 그것이 바다라면 물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준다. 그것은 어부는 물론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지극히 감사한 일이다. - '머리말' 중에서

 

 

자본주의의 유토피아는 어촌자본주의가 개척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NHK 어촌 취재팀은 총 1년에 걸쳐서 세토 내해를 철저하게 취재한 디렉터들이다. 해상, 공중, 바다, 나아가 바닷속까지 들어가 계속 촬영에 임한 오카야마(岡山)와 야마구치(山口)의 젊은 디렉터들이다. 그 광범위하고 꾸준한 취재를 히로시마의 디렉터가 형처럼 뒷받침했다. 또 한 사람의 히로시마 신인 디렉터는 계속 세토 내해의 섬을 방문해서 '어촌'의 풍부한 사례를 축적했다. 정열과 끈기의 취재팀이다.

 

2011년 3월, 동일본은 대지진의 참화를 겪었다. 2008년 리먼쇼크로 인해 지금껏 돈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장애를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하더니 겨우 3년이 지난 시점에 자연 재해인 거대 쓰나미가 밀려들어 발전소의 작동 정지와 함께 온 도시가 악흑 천지로 뒤덮혔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바로 머니자본주의 시스템의 위험성이었다.

 

도쿄에서 히로시마로 근무지 이동 발령을 받은 NHK의 이노우에 교스케 프로듀서는 이곳에서 '산촌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즉 산에는 나무가 가득 자라고 있어서,  돈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많다. 굳이 나무를 자를 필요도 없이 바구니 하나를 들고 뒷산을 잠간 걷노라면 떨어진 나뭇가지나 낙엽을 수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불을 피우고 조리한 밥은 전기밥솥보다 훨씬 더 맛있으며, 에너지 비용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산촌자본주의가 확산되어 요코하마 주택가에선 장작 스토브를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아이들의 급격한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산촌의 초등학교를 지키려고 간사이 지방의 도시 니시노미야에서 노토반도로 이주한 가족까지 생겼으며, 도시에서 전학을 간 아이들은 여름에 강변의 천연 다이빙대를 실컷 즐기고 있었다.

 

세토 내해의 섬에서도 이런 이주가 있었다. 고향 섬의 학교를 다시 열고자 IT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섬 출신의 부부가 오사카 우메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주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도시의 소녀가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이 피부색은 점점 새카매지고, 섬 어르신이 공을 들이는 여름 마쓰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미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쓰레기였던 굴껍질의 활용

 

세토 내해의 히나세는 대표적인 굴 생산지 중 한 곳이다. 바다에는 굴뗏목이 잔뜩 떠 있다. 물 속은 어선의 프로펠러가 엉켜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풀로 가득하다. 이는 3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어부들이 씨를 뿌렸왔던 성과가 최근 4~5년 사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잘피 숲이다.

 

과거 세토 내해는 적조로 가득 참으로써 어획량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놀란 어부들은 치어를 양식해 바다에 방류했지만 노력에 비해 좀처럼 어획량이 늘지 않았다. 히나세 어부 혼다 가즈오 씨는 잘피가 사라진 1975년 무렵부터 그 원인을 잘피에서 찾고 있었다. 적조가 발생할수록 바다는 부영양화富營養化되고 폐사한 물고기는 해안으로 밀려든다.  그럼에도 한동안 어획량은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증가한다. 이후 잘피의 격감에 따른 대가로 어획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다 씨는 동료 어부들을 설득해 잘피 숲 부활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무리 뿌리고 뿌려도 씨가 싹을 틔우질 않았다. 바다 밑바닥을 살펴봐야만 햇다. 이때 오카야마현 수산과의 젊은 직원 다나카 다케히로 씨는 대학 시절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기에 매일 산소통을 등에 지고 바다에 잠수하여 해저 관찰을 시작했다. 해저는 완전히 썩어서 퇴적된 검은 오니汚泥 상태였고, 그런 속에서도 굴껍질이 쌓인 곳에선 싹을 틔우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처럼 바다 밑에 굴껍질이 있으면 잘피가 뿌리를 내리가 쉽고, 게다가 바닥에 쌓인 미세한 입자도 떠오르기 어렵다. 그만큼 바다 표면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바닥에 도달하기 쉬워진다. 잘피 잎사귀에 입자가 붙어서 광합성을 방해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라 해저 부근의 물도 깨끗해졌다. 굴껍질에도 정수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인들도 어촌에 매료되었다  

 

"유럽에서도 인간은 자연을 관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응답해준다'라는 감각은 없었고, 자연은 그저 관리당하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에 비해서 어촌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지지해줍니다. 겸허하게 자연과 대화합니다. 서양식으로 자연에게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화된 시대를 지나고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에서는 지금,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재고하는 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의 이브 에녹 씨가 2013년 10월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한 말이다. 그는 수차례 일본의 히나세를 방문하여 이곳의 어촌 지킴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바다를 대하는지를 직접 청취하고 목격했다. 즉 바다에 뿌리는 잘피의 '우수한 씨'의 효과를 확인했던 것이다.

 

 

 

되살아나는 섬

 

이는 기적도 우연도 아니다. 바로 어촌이 만들어낸 실력이다. 활력을 잃어버린 섬 노인들을 되살린 것은 뛰어난 간병기술이나 최신식 설비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 자연적인 환경의 제공 때문이었다. 즉 환경은 따뜻한 햇볕이며, 마음 편한 바닷바람과 공기이며, 신선하고 익숙한 식사이며, 나아가서는 다정하게 다가와주는 젊은이들의 존재이다. 자연 속 산책이 가장 좋은 환경이며,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움과 인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과학기술을 최우선으로 하는 풍요로움을 이룩해온 '과거의 문명',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이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굴의 계절, 그리고 알찬 수확

 

어부들의 배가 굴뗏목으로 향한다. 다 자란 굴들이 주렁주렁 달린 와이어를 끌어올려 가위로 자르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배 위로 굴 뭉치가 떨어진다. 수확의 기쁨으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은 어부는 큰 굴을 하나 집어 들어 껍질을 벗기자 새하얀 굴 속살이 껍질 속에 가득 차 있다. 비싼 가격을 받는 최상품이다.

 

한편, 덜 자란 새끼 굴들이 많이 붙은 조개껍질은 와이어에 엮여서 뗏목 밑으로 다시 내려간다. 굴은 매일 밤낮 바닷물을 빨아들여서 부영양화물질을 흡수한 플랑크톤을 걸러내 잡아먹으면서 바닷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또한 바닷속 바위가 되어 많은 생물들의 집을 제공함으로써 콤비나트로 가득 차버린 세토 내해의 환경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원의 재순환인 셈이다.

 

 

 

새로운 어촌자본주의

 

일신교一神敎 전통을 가진 서양에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 미묘한 균형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절대적인 결정자 혹은 어떤 탁월한 결정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모델을 만든다. 이로 인해, '결정자의 결정 시스템과 무관한 그 밖의 다수는 균형의 형성에 참가하고자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촌자본주의는 이처럼 유일신에 의존하는 일을 중단하고 재생-순환-균형이라는 회복 사이클을 위해 우리 모두가 동참할 일이 없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미력한 하나의 존재도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유일신을 강요하지 않는 '21세기 자본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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