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개조 - 쓰러져 가는 회사라도 강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8단계 매뉴얼 CEO의 서재 17
사에쿠사 타다시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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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미는 내가 CEO로 재임한 12년 동안 '회사 개조'라고 할 만큼 대대적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개혁은 커다란 리스크를 동반한다. 잘못된 전략이나 방식으로 접근하면 회사는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며 자칫하다가 '죽음의 계곡'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한다. 개혁이나 사업 회생을 위해서는 사전에 진단과 전략 수립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 '진짜 원인'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떻게 회사를 회생시켰을까?

 

책의 저자 사에쿠사 타다시는 매출 1조 5천억 ㈜미스미 그룹 현직 CEO로, 1967년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미쓰이 석유화학을 거쳐 일본인 최초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 1975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 서른세 살 나이에 스미토모화학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하여 재임 4년 만에 종업원 120명 회사를 30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보인다. 37세인 1980년에는 오츠카전자의 기업회생 작업에 손을 대 파산 직전의 회사를 3년 만에 완전히 복구시켰다.

 
이후 60억 엔 규모의 벤처캐피털 회사의 사장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41세에 독립, 이때부터 전문적으로 부진한 사업의 재건만을 담당하는 '기업회생전문가(턴어라운드 전문가-turnaround specialist)'로 활동해 일본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최고의 기업회생전문가로 인정받는다. 2002년부터 ㈜미스미 그룹의 CEO로 재직하고 있으며, 당시 매출 6000억 규모를 1조 5천 억 규모로 성장시켰다. 책을 통해 저자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미해결 오리무중 사건의 수사 추적물을 다룬 '형사 콜롬보'는 한 때 인기 시청 프로그램이었다. 콜롬보 형사가 그토록 유능한 해결사가 된 것도 아마 지난 날의 실패나 실수 경험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추측된다. 중요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고 간과해 버린다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고, 심지어 구속까지 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회생도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다. 현명한 사업가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질척한 '혼돈'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날카롭게 '수수께이 풀이'를 해서 문제점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앞서 콜롬보 형사의 추정처럼 사업가 또한 이런 업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 중에 실패 내지는 실수를 범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탁월한 능력이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면 그 회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도 생긴다. 물론 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사업의 일부를 매각했다고 해서, 살아남은 사원들이 활력을 되찾고 회사의 전투력이 눈에 띄게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적자를 줄였을 뿐 조직 내의 업무 방식도 예전 그대로이고, 실적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전략도 여전히 부재하기 때문이다.

 

미스미의 8가지 약점

 

1. 영업 조직과 사업 조직의 단절

2. 비효율적인 고객센터 운영, 사기 저하

3. 물류를 외주에 의존하여 진화가 더딤

4. 정보시스템도 외주로 약체화, IT 조류에 뒤짐

5. 시너지 없는 다각화 사업

6. 해외 진출 정체

7. 사내의 위기의식 실종

8. 경영 리더가 성장하지 못함

 

따라서, 저자는 인원 감축과 같은 일시적 구조조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이에 그는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경영 리더가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고 그 전략에 공감한 사원들이 하나로 뭉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를 한다면 비로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며, 심지어 '예전의 그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몇 배는 더 열정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수차례 했고, 새로운 전략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회사 개혁의 제일 중요한 원칙임을 강조한다.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으로는 반복적으로 꾸준하게 실천하는 게 최선이자 최상이다.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살아났다고 자만에 빠져 더 이상 개조에 나서지 않는다면 또 다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미스미 그룹이 오래도록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구호'나 막연한 '정신론'이 아니라 조직이나 전략에 구체적인 '장치'를 담았다. 사내의 시스템을 꾸준히 혁신해 회사의 구성원들이 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비대해진 조직에 따라붙는 관료화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에.

 

 

"위기를 부르지는다고 위기의식이 높아지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발발이나 일본의 무역 규제 등과 같이 회사가 경영 내외적 여건의 변화로 위기를 느낄 때 통상 기업과 경영자는 위기의식을 갖자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런데, 회사가 느끼는 '위기'와 사원이 갖는 '위기감'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비례 관계라 하는 편이 옳다. 예컨대 사원들의 실적이 추락, 위기감이 높아야 할 회사일수록 사내 분위기는 해이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실적이 좋아 위기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업일수록 사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위기감을 높이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위기감이 부족해!"라고 소리친다거나, 경영 풍토를 바꾸기 위해 "풍토를 개혁합시다!"라고 외치는 구호 등은 별로 의미가 없다. 즉 사원들을 변화시키려고 "의식을 개혁합시다!"라고 부르짖기만 하는 경영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저자도 이런 경험을 했던 터라 이후부터는 이런 구호성 언어를 내놓지 않았다. 반면에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먼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출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나아가 솔선수범의 자세로 경영자 스스로 선봉에 서서 모든 비난과 저항을 받아낼 각오로 기존의 조직과 가치관을 무너뜨려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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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지랖으로 돈을 번다 - 주는 사람이 더 잘되는 천국의 마케팅
아이번 마이즈너.마이크 마세도니오.존 윤 지음, 민지홍 옮김 / 코칭타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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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오지랖의 핵심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입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합니까?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나도 돈 많이 벌고 잘 될 수 있는 돈 버는 오지랖의 방법을 알려 주면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도울 용의가 있습니까? 저는 여러분 대부분이 그런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퍼럴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 '서문' 중에서

 

 

리퍼럴 마케팅을 아시나요?

 

책의 저자 아이번 마이즈너미국의 뉴스채널 CNN"현대 네트워킹의 아버지"라 칭한 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리퍼럴 조직인 BNI의 설립자 겸 CHIEF VISIONARY OFFICER로 1985년에 BNI 설립. BNI는 현재 전세계에 9천 개 이상의 챕터를 갖고 있으며, 멤버 간에 연간 수백만 건의 리퍼럴을 주고받고 있다. 저서로는 <거장에게 배운다>, <대가들의 성공 백서> 등이 있다.

공저자 마이크 마세도니오리퍼럴 인스티튜트의 사장이자 파트너로, 기업가와 영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리퍼럴을 통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을 돕고 있다. 리퍼럴 인스티튜트의 클라이언트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여 경제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기록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또 다른 공저자 존윤비즈니스 협업, 리퍼럴 마케팅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세계 최대 리퍼럴 마케팅 회사인 BNI의 한국 대표이다. 2019년 현재 BNI 코리아는 1,200여명의 소기업인들이 35개 그룹에서 매주 만나 협업하는 한국 최대 소기업 협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전세계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8%의 사람들이 판매나 고객 확보 등 자기 일에 '소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단 3%만이 그런 소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소개가 사업에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업의 중요한 부분은 운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소개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자주 받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사람들이 질색하는 그 오지랖이 빛을 발한다.

 

잘 준비된 고객 소개를 "리퍼럴"이라고 부른다. 리퍼럴을 만들어 내는 오지랖, 돈 버는 오지랖을 "리퍼럴 마케팅"이라 부른다. 그래서 저자는 리퍼럴 마케팅이 사업을 키우는 놀라울 방법일 뿐 아니라 세상의 비즈니스 방법을 바꾸고,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로 바꾸는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많은 한의원들이 폐점을 하고 있는 지금, 오진영 한의사는 오히려 연고도 없는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평택, 대구, 서울 송파구 등의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며 한의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로운 지역에 갈 때마다 1년도 안되어 환자가 몰려드는 인기 병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이도 어린 여성 한의사, 그것도 유명 한방병원에서의 경력도 없음에도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그녀의 특별한 오지랖이었다. 평소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돕지 않고선 몸이 건질거려 못 참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녀 혼자서 오지랖을 떨지 않았다. 대신에 여러 분야의 오지라퍼들을 모아서 팀을 꾸렸던 것이다. 가히 별종들인 오지라퍼 팀과 함께 "리퍼럴 마케팅"을 펼쳤다. 오 원장이 새로운 곳에서 개업할 때마다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매출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

 

광고~ TV, 라디오, 신문, 잡지, 게시판, 이메일 등 비용이 많이 소요됨

PR 캠페인~ 시간적 제약, 막대한 비용

전화영업~ 전화로 잠재고객을 접촉

리퍼럴~ 잘 준비된 소개

 

"리퍼럴 마케팅은 고객이나 클라언트를 늘리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다"

- 톰 피터스

 

 

 

좋은 입소문은 자연히 고객들의 귀에 속속 들어걸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또 입소문을 타면 금방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리퍼럴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리퍼럴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차근차근 실천함으로써 기대하는 결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전략 2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1. 강력하고 다양한 인맥을 만들기

2. 긍정적인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리퍼럴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서 무턱대고 행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게 리퍼럴을 제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즉 나에 관한 좋은 평가를 남들에게 퍼트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리퍼럴 제공자에게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방법과 조건으로 제공하는지, 품질과 가술은 어떤지, 경쟁업체보다 우수한 점은 뭔지 등등. 장기적인 신뢰관계의 구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5가지 열쇠

 

저비용 리더 전략~ 이케아, 월마트, 항공사 제트스타 등

폭넓은 구매층을 타깃으로 한 차별화 전략~ 노드스트롬, 홀푸드

최고의 가격 대비 성능 전략~ 제네럴모터스의 새턴 모델

저비용을 기초로 한 틈새시장 전략~ 의류회사 갭

차별화를 기초로 한 틈새시장 전략~ 롤스로이스의 한정품 하이엔드급 특별 주문 판매

 

"네트워킹은 사냥이 아닌 농사에 가깝다"

 

네트워킹 10계명

 

언제나 네트워킹 도구를 지니고 다니기

몇 명과 아는 사이가 될지 목표 설정하기

주인처럼 행동하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5W의 질문하기

기능할 때는 언제든지 리퍼럴 제공하기

자신의 상품/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기

만나는 사람과 명함 교환하기

한 사람과의 대화는 10분 이내로, 친고와 동료와 길게 대화하지 않기

수집한 명함 뒷면에 메모하기

만난 사람 사후관리 하기

 

 

 

 

가성비가 가장 좋은 마케팅

 

이밖에도 책은 네트워킹도 무작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별로 나누어 정보 수집정서적 지지비즈니스 성공 이렇게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네트워킹 그룹에 가입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내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지, 나에게 리퍼럴을 줄 사람들은 어떻게 찾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서 나에게 좋은 고객을 소개해줄 수 있도록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과 스케줄을 짜고, 나에게 리퍼럴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와 보답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빠뜨리지 않음으로써 내 매출과 평판 모두를 높일 수 있는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짜는 방법도 차근차근 설명한다. 마케팅 비법 때문에 고민하는 판매업 종사자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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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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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기업가와 은행가는 히틀러가 권좌에 오르도록 지원했고, 그가 추진한 퇴행적인 사회 정책과 재무장 프로그램, 그리고 전쟁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미국의 대기업가와 은행가 역시 히틀러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동안 그를 지원했고, 그들 회사의 수익성도 나치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 덕분에 극대화되었다. 미국 기업들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에 자국과 그 동맹국뿐만 아니라 독일까지 포함한 모든 참전국에 전쟁물자 등을 공급해서 전례가 없을 만큼 큰돈을 벌 수 있었다. - '서문' 중에서

 

 

자본과 전쟁은 상호 협력관계

 

책의 저자 자크 파월은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로, 1946년 벨기에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토론토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요크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론토대학, 요크대학, 워털루대학에서 유럽사를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그동안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로 출판되었으며,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는 책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항한 미국의 위대한 성전, 즉 '좋은 전쟁'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돈과 사업 관계, 그리고 이윤에 따른 충돌로서 기술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엄청난 계급전쟁The Great Class War 1914-1918>, <시간의 먼지 아래Beneath the Dust of Time> 등이 있다.

 

책은 크게 2부('독일 재계와 히틀러', '미국 재계와 나치 독일')로 구성되었는데, 미국 및 독일 대자본과 히틀러 사이의 협력 관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수많은 책과 자료를 참조해 나치즘과 파시즘이 어떻게 등장했으며, 자본주의와 어떻게 결탁했는지, 독일과 미국 및 기타 국가의 자본가들이 나치즘과 파시즘의 성장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낸다. 나치즘과 자본주의의 역사는 일종의 러브스토리로 볼 수 있으며, 그리고 히틀러를 뒤에서 떠받친 자본가들과 대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이익을 본 주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 재계와 히틀러

 

1929년 말, 전 세계적으로 재앙과도 같은 경제 위기가 발발하자 독일도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의 바이마르 연립정부는 긴축 정책을 펼쳤는데,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독일의 기업계와 금융계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히틀러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타개할만한 의지와 능력을 지닌 인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일의 경제활동인구 중 절반을 차지했던 공장 노동자들은 세계 위기를 자본주의체제가 사망 직전에 겪는 고통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러시아식 혁명을 꿈꾸며 공산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갔다.

 

히틀러의 계획이 끔찍한 전쟁을 초래할 게 분명한데도 독일의 기업가와 은행가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독일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충분히 강해서 어떠한 전쟁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전의 전쟁(1918년)에서 패전국이 된 것은 배신, 즉 독일 내부의 적색 혁명론자와 유대인이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다음 전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배신자'들을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독일 지배층 역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이는 총알받이가 될 사람이 자신들이 아니라 서민들이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독일 유권자 다수의 표를 받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심하게 조작되었던 1933년 3월 5일 선거에서조차 그는 과반이 넘는 표와 의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광범위한 폭력과 협박, 그리고 독일 재계의 엄청난 재정 지원으로 실행한 프로파간다와 대규모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당은 43.9퍼센트라는 실망스러운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그가 무한한 권력을 누리게 된 것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게 아니었다.

 

히틀러는 자신이 집권하면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를 몰아낼 것이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것이고, 소유주들은 다시 '자기 집의 주인'이 될 것이며, 임금을 올리지 않은 채 노동시간을 늘릴 것이고, 사회적 비용 또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더불어 재무장 프로그램을 통해 강한 독일을 만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러한 주장은 기업가와 은행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점점 히틀러를 지원하는 자본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히틀러 정권은 독일에서 자본주의체제를 결코 위협했던 적이 없다. 이 정권이 여러 의미에서 사실상 독일 자본주의의 산물 그 자체라는 사실 또한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많은 역사학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나치스는 민간기업을 국영기업으로 전환하여 독일의 자본주의체제를 위협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가 없다. 나치즘하의 독일 경제에 대한 책을 집필한 샤를 베틀레임은 약간의 과장을 섞어 이렇게 설명한다.

 

"나치 정권하에서, 독일 경제는 점점 더 몇몇 독점기업에 장악되어갔다. …… 나치 정부가 기반으로 삼았던 재산이, 나치 정부가 유지·보호·옹호·육성했던 재산이 바로 독점자본가들의 재산이었던 것이다"

전쟁 기간 동안에 유럽 내 유대인 수백만 명이 아우슈비츠나 트레블링카 등의 절멸수용소에서 살해되었다. 어린이나 노인처럼 노동할 만한 힘이 없는 사람들은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스로 살해되어 화장되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고된 노동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독일 기업들은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수용소 근처에 공장을 지었다. 이게파르벤은 아우슈비츠에 이른바 부나베르크라는 거대한 공장을 지어 합성고무를 생산했다. 특히, 도이체 방크가 자금을 댄 사업이었다. 지멘스와 크루프 역시 유대인들에게 노예노동을 강요했다.

독일에서 나치즘과 자본주의의 역사는 친밀한 관계의 연대기이자 일종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끝을 향해 가는 동안, 그 관계는 힘겨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전쟁이 끝난 바로 그 순간까지, 독일 재계는 나치 정권에 충실했고, 히틀러가 절망적일 만큼 참혹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물자를 생산했다. 역으로 나치 정권도 몰락하는 그날까지 거대 기업과 은행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었다.

 

미국 재계와 나치 독일

유럽의 파시즘은 유럽의 전통적 지배층이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그리고 경제 위기인 대공황의 여파로 발생한 문제들을 과격하게 해결하려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가장 핵심 권력층인 재계財界는 '파시스트 옵션'이 매우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파시즘식 해결책은 값싼 노동력과 함께 새로운 시장과원료 공급처를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여럿 있었다.

 

반면 미국에선 이미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려, 파시즘이 발흥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쉽게 추정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1920년 대와 1930년 대의 믹국 기득권층도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이 촉발한 대공황을 심히 우려하고 있었다. 파시즘의 싹이 미국 당에도 퍼지고 있었다. 미국 권력층 일부는 실제로 미국의 파시스트 조직을 지원하고 해외의 파시스트와 교분을 가졌다. 그런데, 이들은 파시스트 정권 없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찾았던 것이다. 바로 '전쟁'이었다.

 

반유대주의는 히틀러가 출생하기 전에도 최소 1천년 동안 존재해왔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경엔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드레퓌스 사건) 등 여러 나라에 상당히 퍼져 있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 1918년이 되자 반유대주의는 좌파 혁명에 대한 공포가 덧붙여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공포가 유럽과 미국의 중산계급과 지배계급에 퍼져나갔던 것이다. 유럽의 반대유대주의자는 반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고, 반마르크스주의자는 반유대주의자가 되었다.  

 

1930년대에 미국 재계의 반유대주의는 반사회주의 및 반마르크스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이른바 '빨갱이 사냥'이라고 불리던, '붉은'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로 표출되었다. 재계의 대다수 거물들은 루스벨트의 뉴딜이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경제생활에 대한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며, 유대인이 영감을 주고 지휘한 미국 볼셰비키화의 서곡이라며 반감을 표출했다. 산업계와 금융계 지배층에 속한 반유대주의자들은 루스벨트를 유대인이거나 유대인의 꼭두각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939년과 1940년의 독일군 승리는 '전격전' 덕분에 가능했다. 전격전이란 기동성을 최대한 높인 새로운 전투 형태로, 육상과 공중에서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어 매우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게 주요한 특징이었다. 이런 전격전의 수행에 엔진, 탱크, 트럭, 비행기, 연료, 엔진 오일, 고무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은 미국 기업에서 공급했던 것이다. 미국의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전격전'은 히틀러의 꿈으로만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나치 독일에 지사를 둔 미국 기업의 소유자와 경영진은 히틀러의 승전에 기여한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 부분 자랑스러워했는데, 히틀러의 승리가 곧 그들 자신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치가 승전을 자축할 때, 제너럴모터스, 포드, 아이비엠 등의 기업이 그들과 함께했다. 1940년 6월 26일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변호사 게르하르트 베스트리크가 이끌던 독일 기업 대표단이 독일군 승전을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 당시 미국의 수많은 기업가가 참석했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전에 없던 호황을 맞았다. 미국 기업의 독일 내 자회사들은 히틀러의 승전으로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유럽에서의 전쟁은 수익 극대화라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미국도 전쟁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트럭, 탱크, 항공기를 비롯한 여러 물자들에 대해 엄청난 양의 주문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경제적 수요 측면에서 뉴딜보다 '펌프에 더 많은 마중물'을 부은 셈으로, 이는 강력한 케인스식 경제 부양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공황은 마침내 끝나고 말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무기대여법'을 도입, 미국 군수사업은 영국에 전쟁 물자를 공급함으로써 노다지를 캘 수 있었다. 영국은 막대한 빚을 2006년 12월 29일에서야 완전히 갚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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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을 떠나는 게 집에서 멀어지는 건지 가까워지는 건지, 보라보라에 도착하면 여행이 시작되는 건지, '그'가 외간 남자인지 남편인지조차 몰랐던 , 아직은 모든 것의 경계가 희미했던 나의 첫 보라보라. 그 시작을 함께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식 없는 결혼을 했고 검은 고양이 쥬드와 함께 보라보라섬에 살고 있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남태평양의 보라보라섬에서 살다

 

책의 저자 김태연은 언제나 여름인 남태평양의 외딴섬 보라보라에서 9년을 살았다. 맨몸으로 바다를 헤엄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별자리를 바라보며 온갖 나무와 꽃 이름을 알게 되는 근사한 삶을 꿈꿨지만, 사실은 암막 커튼 쳐놓고 넷플릭스 보는 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먼 북소리가 아닌 인생 종 치는 소리가 들려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 ‘보라보라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약 4년간 칼럼을 연재했다. 지금은 잠시 섬을 떠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으며, 다시 심심한 세계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는 백 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 제도 중 한 곳이 보라보라섬이다. 흔히 요즘 젊은이들에겐 '신혼여행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그런 휴양지이다. 그 유명한 화가 폴 고갱이 인생의 말년을 보낸 곳이 인근의 타히티섬이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폴리네시아의 풍광은 푸른하늘과 넓게 펼쳐진 비취빛 바다가 가히 쉬어감직해 보인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섬이라곤 우리나라 남쪽의 제주도와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모시고 온천여행을 갔던 일본의 삿포로가 전부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괌, 하와이, 몰디브, 타히티 등지로 하니문 여행을 떠난다고 하지만 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었다. 당시 처음 가 본 제주도는 멋진 이국적인 풍광 탓에 무척 인상이 깊었기에 이후에도 휴가철엔 가족여행으로 종종가곤 했다.

 

그런데, 저자가 살고 있는 보라보라섬은 잠간이면 몰라도 여기서 줄곧 살아간다는 게 다소 단조로와서 지겹겠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기사 인생이 뭐 별건가? 하루하루 행복하면 그뿐이지.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엔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빛의 바다와 하늘에서 힐링받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시끄럽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와 동떨어진 섬에서 살아간다는 게 마치 떠다니는 배에서의 선상생활과 비슷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양식과 기름 등을 충분히 비축해둬야겠기에 말이다. 화창한 날씨가 일년 365일 내내 이어질 수는 없는 법, 혹여 태풍이라도 들아닥치거나 폭풍우가 몰려온다면 외출은 아예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꼼짝 없이 실내에서만 지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필품이 동이 나더라도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도 없을 것이기에 뭍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그냥 버텨야만 할 것이다. 하기사 제주도에 살던 과거의 젊은이들도 늘 뭍을 그리워했다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돈 쓸 곳이 없어서 소비생활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소비생활을 안 하니까 파는 곳이 안 생기는 건지 궁금했다. 모아나의 가족들을 만나고 나니 후자가 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비할수록 우리는 더 결핍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34쪽)

 

함께사는 고양이 쥬드는 네 살이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30대, 얼추 저자의 나이와 비슷한 셈이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들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을 성큼 앞질러 갈 것이다. 당연히 쥬드도 그럴 것이다. 아무튼 쥬드는 보라보라섬에서 저자의 한국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다. 말이 통하겠냐마는. 어쩌면 쥬드가 말을 할 수 없기에 안심하고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잠결에 가족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는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언니와 남동생은 소파에 아무렇게나 누워 과일을 먹고 있다. 눈을 뜨니 보라보라섬. 모든 것이 꿈이었다. 이럴 때 나는 깜짝 놀란다.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내 모습이 낯설다. 막상 한집에 살았을 때는 그렇게 당연하게 여겼으면서, 사소한 일로 미워하고 지겨워했으면서. 가족이란 정말 뭘까. 사랑하고 미워하는, 힘 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약이고 병인 사람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 가능한 태도로 표현하는 일. 아마 자주 짜증이 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반복해서 실패하겠지만,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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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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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시대 마지막 선비를 자처하는 할아버지, 시의원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한 아버지, 동네 슈퍼를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사학과 전임강사인 이혼녀 여동생, 갖은 고생 끝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고모.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기고도 그에게 술을 얻어먹고 다니는, 입사시험 88연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동석. 동석의 가족들에게는 각각 돈이 필요한 사연이 있다. 그때 일본 군인과 눈이 맞아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도망쳤던 할머니가 67년 만에 돌아와 60억 유산이 있다고 말하는데

 

 

 

 

거액의 유산을 갖고서  67년 만에 귀환한 할머니

 

 

<할매가 돌아왔다>(2012)는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자신의 일생을 인정받기 위한 할머니의 투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 김범은 1963년 서울 출생으로, 2001년 조동선 소설 창작반에서 소설 공부를 시작, 90번에 가까운 낙방 끝에 2009년 단편소설 <치즈버거>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재미로만 따지면 최고", "한국의 오쿠다 히데오"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즉시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판권이 모두 계약되는 등 이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2015년 20부작으로 방영되었던 SBS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2014)와 <천하일색 김태희>, <5번 교향곡>(2013년, 전자책) 등이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제니 할머니가 자신의 일생을 인정받고자 벌이는 투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일본 군인과 눈이 맞아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도망쳤고 세상에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완전히 잊혀졌던 할머니가 67년 만에 귀환했지만 정작 할아버지는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더러운 잡년'이라고 쌍욕을 하고, 고모는 '이봐요'라고 부르며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한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무슨 낯으로 이제야 돌아왔냐며 야단이다.

 

 

 

 

"너희에게 줄 유산 60억이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이 말 한 마디에 다들 자신도 모르게 바뀌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다. 워낙 거액이다 보니 이를 무시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후 소설은 뻔하게 예상되는 대로 전개된다. 가족들의 60억 쟁탈전은 어떻게 될까. 60억은 진짜로 있는 걸까. 아무도 관심 없는 할머니가 돌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재미로만 따지면 최고라는 평가와 함께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한여름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최달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불시에 들이닥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할머니의 이름은 정끝순 여사로 달수네 가족들이 광복 직전 염병에 걸려 죽었다고만 알고 있는 바로 그 할머니의 귀환인 것이다. 잠결에 벨 소리를 들은 달수의 아들이자 청년 백수인 동석은 현관문 확대경을 통해 누가 왔는지 살펴보았다.

 

몸이 조그마한 노파가 깃털 달린 밤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동전 사이즈의 은빛 반짝이가 주렁주렁 달린 요상한 원피스 정장을 입었는데, 눈은 커다랗고 뺨이 빨간 모습을 하고 문 앞에 차렷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답이 없다. 재차 물었더니 자신은 정끝순이라고 밝히면서 최달수 집이 맞냐고 물어왔다. 동석은 아버지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노인인지라 별 생각 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잽싸게 집 안으로 들어와 응접실 소파에 덜컥 앉더니 동석이 최달수의 아들임을 확인하고선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네 할머니다"

 

눈을 깜빡이며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내 할머니라니. 그렇다면 아버지의 어머니란 얘기고 할아버지의 아내란 소리며 어머니의 시어머니란 말씀인데. 가만있자, 이건 정말 대단한 사건이었다. 광복 직전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부활하신 것이었다. 이에 동석은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부르며 그녀에게 돌진했다.

 

커다랗고 동그란 할머니 눈이 더 크게 벌어지는 걸 보며 조그만 몸뚱이를 힘껏 껴안았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눈물 없이도 충분히 감격적인 할머니와 손자의 첫 만남이었다. 이 노파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어떤 오해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마치 부활이나 한 듯 오랫만에 귀환한 감동적인 일로만 여겼던 것이다.

 

역시 돈의 힘은 대단했다. 거액의 유산이 있다는 말에 언제 우리들이 할머니를 원망했냐는 듯이 마치 주인한테 충성을 다짐하는 개처럼 꼬리를 내린다. 심지어 백수로 지내는 동석은 자신의 방까지 할머니에게 빼앗기고 거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한편, 동석은 할머니와 함께 종이공예를 하면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듣게 된다. 

 

선비 출신이자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백파 최종태)는 자신의 울분을 할머니에게 분풀이함으로써 카타르시스했다. 말하자면 가정 폭력이다. 세상에 제일 못난 남자가 자기 아내를 때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 내력인지 몰라도 사회운동기로 활동하며 정치인을 꿈꾸었던 아버지 또한 어머니에게 그랬던 것이다.

 

한편, 동석의 영원한 짝사랑 대상이던 현애도 동석의 절친 상우와 결혼한 뒤 폭행에 시달리다 이혼으로 결혼생활을 끝낸다.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가 된 동석은 상우의 여동생 상희와 결혼하고, 상희가 돈벌러 나가는 대신에 백수 동석이 가사일을 전담한다. 다행스럽게도 죽기 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 관계가 복원된다. 소설은 할아버지의 사망과 할머니(미국명 제니)의 미국 귀환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60억 유산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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