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다 -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들을 위한 심리처방전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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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폭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었다. 우선 섭식장애, 그중에서도 특히 폭식증을 앓는 여성들의 반수 이상에서 여성적 나르시시즘이 관찰되었다. 해당 환자들은 자기회의와 깊은 열등감에 빠져 있었고, 그런 문제를 완벽한 몸매나 예쁜 얼굴 등 겉치장으로 상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오히려 더 당당한 척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강인함 뒤에는 한없는 외로움과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파트너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등 대인관계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작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면 이 여성들은 오히려 그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곤 한다.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여자들의 내면은 알다가도 모를 일 투성이다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 1952년생으로, 심리학 디플롬(학 석사 통합과정 학위) 취득 뒤 9년간 바트 그뢰넨바흐에 있는 심인성 질환 전문병원에서 근무했다. 전문 담당분야는 섭식장애와 중독증이다. 현재는 뮌헨에서 심리치료사이자 수련 슈퍼바이저로, 또한 치료사 전문 과정 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주요 연구 분야인 나르시시즘 문제 중에서도 여성들만의 독특한 나르시시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학계와 출판계에서 '여성적 나르시시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긍정적 자기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언한다. 또한 여성적 나르시시즘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완벽한 외모와 우월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얼마든지 조종 가능한 도구'로써 평가절하하거나 학대하는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몸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도 조언한다. 

 

즉 그녀는 독일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 병원에서 10여 년간 각종 심리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임상사례 수천 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여성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여자의 심리학>(2006년, 북폴리오 초판 출간)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개정판이다.

 

중독 증세가 있든 없든 여성적 나르시시즘에 빠진 이들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모르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또한 진심으로 무언가를 원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그런 것쯤은 없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고, 어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저 꾹 참고 견디는 것에 익숙했으며, 자기 일을 뒤로 미룬 채 남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12쪽에서)

 

 

 

 


진정한 자아의 상실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의 애정에 크게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나아가 주변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며 모든 이의 마음에 들려고 애쓴다. 다시 말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이의 본모습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아이의 겉모습이 곧 '거짓' 자아, 탈, 혹은 가면이 된다. '거짓' 자아는 유년기 시절 아이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너무 어린 나이에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 아이는 나머지 자아, 즉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점차적으로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할 능력을 갖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요, 둘째,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전달할 용기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1923~2010년)는 '거짓' 자아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켜 '마치 인양-인격'이라 칭했다.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들은 자기 몸에 대해 무지하거나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자기 몸을 오로지 '거짓' 자아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이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면 과다한 운동과 트레이닝, 다이어트, 무조건 굶기, 구토 등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목표는 날씬해지는 것, 혹은 원하는 수준으로 비쩍 마르는 것이다. 때로는 자기 몸을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혹사시킨다.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뭐든지 되는 대로 집어삼키고 전혀 꾸미지 않으면서 자기 몸을 완전히 방치하거나, 자기 몸에 고통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몸에 대해 자연스러운 시각을 지닐 기회를 오래전에 상실했고, 자기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은 몸이 제안하는 조건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자기들이 몸에 이런저런 조건들을 붙인다.

 

 

성녀인가, 창녀인가

 

그림형제의 동화 <성모 마리아의 아이>에는 경직된 도덕관념을 갖고 살아가는 소위 '마리아의 아이들'의 운명이 잘 나타난다. 이런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극과 극을 오간다는 사실이다. 성에 대한 관심도 욕구도 전혀 없는 성녀가 되거나, 창녀가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존재한다. 여기서의 창녀는 직업적으로 성을 매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 성욕을 마음껏 발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동화 속에서 마리아의 아이가 흘리는 눈물은 회한과 반성의 상징이고, 마리아는 이런 노력의 대가로 자식들을 품에 안겨주었다. 왕자와 공주는 그녀 내면의 아이, 즉 진정한 감정과 욕구, 삶의 의미와 충동을 상징한다. 이 내면의 아이는 지금까지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초자아의 지배에 억눌려왔지만, 진실을 고백한 후로는 자유의 몸이 되고 그녀 삶의 진정한 일부가 된다.바로 여기에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치유하는 길이 숨어 있다. 즉, 진정한 삶을 방해하는 지나친 완벽주의와 도덕심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과 진정한 욕구에 충실한 것이 치유의 길이다. 

 

 

나르시시즘의 분리모델  

자존감이 약한 여성들은 완벽주의, 거짓 독립심, 성공, 강인함, 감정의 조작, 지나친 적응, 자만심, 쉴 새 없는 활동 등을 통해 열등감을 상쇄하려 든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 이들은 적당한 수준의 성공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걸출한 성과를 올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외모도 '완벽해야' 한다. 흠 잡을 데가 없는 외모,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외모에 가가워야 만족한다. 일에 있어서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들은 절대적 완벽을 기하면서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휘할 여지도 갖지 않는다.

 

이들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이상적 자아상을 설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자기 자신을 판단한다. 자신의 행동이나 외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너무 높은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늘 자기 자신에 대해, 주변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실망만 한다.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은 생각 않고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남들이 칠칠치 못하다고 불평한다. 이에 절망과 열등감에 빠지며,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존감이 약한 여성들은 남들에게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먼저 자기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채 남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기만 바라면서 남들이 원하는 모습에 자기를 맞춘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 

자아의 각종 단면을 통합하는 것은 강점이라는 한 극과 약점이라는 다른 극을 연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강점과 약점이라는 두 개의 극을 이으려면 '내 감정에 충실하더라도 내 강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녀야 한다. 이로써 두 개의 극 사이에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이 공간으로 인해 삶은 한결 더 가벼워진다.

 

열등감과 우월감의 의미를 깨닫는 것도 치료 과정의 하나다. 열등감과 우월감이 불쾌한 감정이나 자존감 상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나아가 양극으로 분리된 심리가 결국 방어기제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극단적 감정을 포기하고 한층 더 건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게 된다. 동화 속 결혼식은 양극의 통합과 더불어 진정한 대인관계를 상징한다.

 

"왕자가 마음에 들었던 백설공주는 왕자와 함께 궁전으로 갔습니다"

 

 

자립심과 긍정적 자기수용

 

견해 차이를 인정하는 것,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도 자립심에 속한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능력,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하는 능력, 그것을 성취하는 능력도 자립심의 일부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를 처음 해보면 당연히 두려움이 느껴진다. 공격이나 비판을 받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해도 나쁜 평판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체험할 수 있다. 혹은 상대방이 설득될 때도 있다. 이런 체험은 치유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문제는 내면의 무언가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을 인지하고 인식하기만 하면 문제는 사라진다. '나는 내 감정을 느낄 권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를 부인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권리를 인식하기만 하면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수 있고, 자기 의견을 고수할 힘도 얻게 된다. 이때 '지금 내 모습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말은 지금까지 해온 자기비하와는 대조된다. 이런 다짐을 통해, 자기를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깰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장은 생각의 일부가 되어 긍정적 방향으로 자존감을 형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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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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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옛날 옷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옛날에 입었던 옷이 오늘날 다르게 변한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처럼, <논어>가 현재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옷을 다시 입으려면 수선을 해야 합니다. <논어> 읽기에서도 바로 그 수선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출발점이 전통사회에서 갖는 <논어>의 지위나 의미가 현대사회에서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공자의 12제자, 각자도생에 나서다

 

책의 저자 김시천 숭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주로 도가철학과 한의철학, 동아시아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 관심을 두고 강의하고, 연구하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철학에서 이야기로>(2004),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2011),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2013) 등이, 역서로 <펑유란 자서전>(공역, 2011)이 있다.

 

<논어>는 공자가 죽은 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이다. 따라서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1천 2백 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이루어진 <논어>의 편찬은, 우리가 오늘날 읽는 책과는 무척이나 다른 공정을 거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비용과 여러 가지 조건을 토대로 일어난 '획기적 사건'이었다. 책을 만들고 그 책에 내용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얼굴의 <논어>를 만나왔다. 동양 고전으로서, 유교의 경전으로서, 나아가 처세의 지혜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의 원형으로서. 이는 누구의 시선으로 읽어 전달되느냐에 따라 빛깔이 오묘하게 달라진다. 동양철학을 인간의 생동하는 삶과 연결해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바쳐온 저자는 <논어>를 공자의 12 '제자들'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옛날 논어가 최초로 편집되던 시기의 관점을 복구해 보고, 나아가 '사람'이라는 존재를 읽는 텍스트로서 재조명하려 한다.

 

공자의 숭고한 어록이라는 관점으로만 <논어>를 읽는 것은 고전의 수많은 틈새를 똑같은 재료로 메워버리는 것과 같다. 이에 저자는 <논어> 속 문장들의 약 55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채로운 등장인물 중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열두 제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대 '공자학단'을 형성한 '개인'들의 철학을 재발견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고전을 현실에 맞게 읽는 적절한 독법 가운데 하나다.

 

 

 

 

<논어> 속의 사람들을 읽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큰 틀에서 <논어>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가지 통계를 인용하면서 우리들이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읽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논어>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발견과 각자도생하는 공자의 제자들을 살펴본다.

 

현대 중국과 한국의 많은 학자들은 <논어>가 증삼과 그의 문하생들이 편찬했다는 걸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증삼은 이 책에 몇 번 출현했을까? <학이>편에 2번, <이인>편에 1번, <태백>편에 5번, <선진先進>편에 1번, <헌문>편에 1번, <자장>편에 4번으로, 총 6편밖에 출현하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증삼이 5번이나 출현하는 <태백>편의 경우에 다른 제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증삼과 그의 제자들이 편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논어> 전체가 아니라, <태백>편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논어>에 접근하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선진>편에는 독특하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공자의 제자 29명 가운데 2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선진>편은 '공자의 제자 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선진>편만 읽어도 공자의 여러 제자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2부("운명이여, 안녕")에서는 공자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무인武人 '자로'와 수제자로 알려진 '안회'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이상으론 공자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던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되어 새 삶을 살지만, 그의 개성과 소신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안회는 아주 어린 나이에 제자가 되어 공자의 가르침을 철저히 읽히지만 비천한 출신 때문에 벼슬을 포기하고 새 삶을 개척하는데, <논어>에선 홀대받고 <장자>에선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우린 소개된 이야기들을 통해 몇 가지를 읽어낼 수 있다. 우선 자로가 공자학단 내에서 이른바 재야在野와 연결하는 모종의 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자로가 야인 출신인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와 함께 공자학단은 야인의 삶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공자학단에 속했지만 야인의 세계로 넘어가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다. 학단 내부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안회가 바로 그 사람이다.

 

 

3부(메멘토 모리, 죽은 자를 기억하라")에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자공'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자공은 공자학단이 실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으로 지원한다. 만약에 그 시절 이런 인물이 없었다면 아마도 역사적인 인물 공자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특징은 자공의 역할을 중심축에 두고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4부("어디에나 길은 있다")에서는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즉 '재아', '염구', '증삼'이 바로 그들이다. 재아는 유가 전통에서 배반자로 취급받았지만, 그는 합리적 사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사조의 개척자인 셈이다. 염구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로 공자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찾는다. 증삼은 <효경>의 저자로 알려졌으며, 이후 그의 제자 문하에서 맹자가 배출된다.

 

재아가 가장 재아답게 드러나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재아가 물었다. "3년상은 1년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공직을 맡고 있는] 군자가 3년 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는 분명히 망가질 것입니다. [또 군자가] 3년 동안 음악樂을 하지 않으면 음악은 분명히 사라질 것입니다. 옛 곡식이 없어지고 햇곡식이 올라오는 것과 [계절마다 바꾸어 사용하는] 불씨 얻을 나무를 바꾸는 데도 1년으로 충분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편안하냐?"
[선생님의 반응이 예상외로 공격적인 말로 돌아오자 재아는 결심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편안합니다"

[물러설 줄 알았던 재아가 다시 도발적으로 대답하자 선생님도 계속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 군자는 [부모의] 거상 중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음악을 들어도 즐거운 줄 모르고, 집에 있어도 편안하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너는 편하다고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해라"


재아가 나가자 선생님이 [주위의 제자들을 둘러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재여(재아는 재여의 자이다)는 어질지 못하구나不仁. 자식이 태어나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난다. 3년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다. 재여는 자기 부모에게 3년 동안 사랑을 받기는 했을까?"

 
여기서 재아는 "생명은 1년을 주기로 순환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켜야 할 '상'이라는 예의 기간도 자연법칙에 따라 1년으로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라고 공자에게 물은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너는 부모가 돌아갔는데도 맛있는 게 입에 들어가느냐?"며 쏘아붙이며, 한마디로 공자가 반칙을 한 거다. 거기다 재아의 뒷담화까지 한다. 만약 공자가 재아의 질문에 바로 "사람이 태어나고 부모 품을 벗어나는 데 3년이 걸린다면, 부모와 헤어지는 것도 3년이 걸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대답했다면, 둘 사이의 이야기는 합리적인 토론이 됐을 것이다.

 

 

5부("나는 나의 길을 간다")에서는 공자가 죽은 후 공자학단이 여러 분파로 나뉘어 여러 나라로 흩어져 유학을 퍼뜨리는 역할을 보여준다. 이들은 사상적 경향도 각각 달랐으며, 대표적으로 자하의 '경학經學'과 자장의 '유술儒術'이 이와 같은 유가의 분화와 개성을 잘 대변한다.

 

 

 

 

십인십색 <논어> 이야기

 

<논어>는 공자가 어떤 완벽한 가르침을 남겼는데, 그보다 떨어지는 인간들이 덜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다. 제자들 각각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 가르침을 각자의 삶 속에 적용하거나 때때로 거부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만들어나갔다.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가는지가 새로운 <논어> 읽기의 출발이자 완성이 될 것이다.

 

그래서 <논어>에서 찾아야 하는 진면목은 공자라는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고, 삶의 이야기는 늘 다른 사람과 포개어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는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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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미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김봉중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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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최고의 우방으로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대들보 역할을 하는 미국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우리의 주권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 둘 중에 어떤 게 미국의 얼굴일까요? 어쩌면 이러한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진짜 미국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머리말' 중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알고 지내온 터라 이 책을 완독한 후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미국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이 출간된 셈이다. 책의 저자 김봉중 교수는 <오늘의 미국을 만든 미국사>, <무엇이 대통령을 만드는가>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했으며, 다양한 포럼과 강연 등을 통해 역사학의 대중화에 많은 열정을 쏟아 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노력에 따른 결정체라 할 만큼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역사, 지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문화와  생활, 한미 관계 등 5부로 구성되어 '움직이는 미국'을 다각도로 살피고, 미국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움직이는 한국'을 돌아보게끔 한다.

 

방대하고 복잡한 미국의 역사와 사회상을 '개인주의', '명백한 운명', '프런티어 신화', '자유와 평등' 등 미국적 신념 및 가치관과 연결 지어 서술하고 있다. 편하게 읽히는 문장과 쉽고 친근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미국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미국인의 정체성과 미국 사회를 이루는 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제1부(역사)는 방대한 미국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미국이 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 했는지, 13개의 주로 출발한 신생 국가가 어떻게 50개 주와 워싱턴 D.C.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라가 되었는지 등을 알아본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발전은 전쟁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정설이다.

 

이에 저자는 미국의 독립 전쟁과 미국을 최강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서 전쟁, 전 세계에 미국의 힘을 확인시킨 1, 2차 세계 대전, 미국 사회의 분열을 초래한 베트남 전쟁과 냉전 등을 시대순으로 설명한다. 또한 한미 관계의 출발점이었던 한국 전쟁을 포함해 9, 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도 충실히 소개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전쟁을 둘러싸고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에 요청되었던 책임이나 미국 내의 다양한 여론, 첨예한 갈등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들의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중국이 공산화된 직후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 소동과 트루먼 행정부의 위기가 어떻게 한국 전쟁 개입과 연결되는지를 읽게 되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힐 수 있다.

 

 

 

제2부(지리)에선 미국의 프런티어 신화를 설명한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넓은 영토를 가지게 된 중요한 계기는 바로 서부 개척이다. 인디언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해 서부 개척 이야기 등을 살피며 미국인들이 믿은 '명백한 운명''프런티어 신화'에 관해 알아본다.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자신들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신대륙에서 지상 낙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국 영토의 확장을 '명백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국경은 정해져있는 정체적이고 방어적인 개념이 아니라 유동적이므로 경계 너머로 확장하는 출발선으로 여겼기에 모험심과 진취성을 '프런티어 정신'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러한 믿음이 바로 미국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움직이는 미국'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제3부(정치, 경제, 사회)제4부(문화, 생활)에서는 한국의 사회상과 대비되는 다양한 미국적 특징들을 소개한다. 즉 미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루는 뿌리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면서 그 해답을 미국인의 역사적 인식과 기억에서 찾는다. 예컨대 정부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이주자들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땅을 일궈야 했던 초기 정착기나 서부 개척기의 기억이 개인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던 문제들, 작게는 아메리칸 풋볼의 인기에서부터 크게는 미국의 취약한 복지 제도며 총기 소유 문제도 '노력하는 만큼 성공한다'는 아메리칸드림이나 '자유와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개인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훨씬 선명해진다.

 
비록 역사가 짧지만, 민주주의만 놓고 보면 미국은 가장 연속적인 역사를 지녔다. 세계 최초로 혈연에 따른 세습이 아니라 임기가 정해져 있는 직위로서 국가 원수를 탄생시켰으며, 남북 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등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선거를 시행했다. 경제가 부흥할수록 민주주의가 안정되고, 민주주의가 안정될수록 경제도 성장하는 선순환은 미국인들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자기와 다른 문화를 접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네strange'보다 '흥미롭군interesting'이라고 표현한다. 인종집합소라고 불리는 미국은 편견 없는 시선과 열린 태도로 인해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으며, 개인주의적 풍토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백인 우월주의, 이민자 배척 등의 역사 또한 엄연히 존재했으며, 현재의 미국 사회는 여전히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라는 깊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처럼 미국 사회의 밝고 건강한 모습뿐 아니라 어두운 면면들도 다루기에 미국 사회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5부(한미 관계)에서는 긴장 속에서 발전해 온 양국 관계를 다룬다. 1866년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제너럴셔먼호가 다가오면서 어설프게 첫 대면을 시작한 이후 한국 전쟁, 미국의 경제 원조, 반미 운동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미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친미와 반미라는 이중주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만큼, 이제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이익을 생각하며 미국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더욱 균형 잡힌 지식인이 되라

 

이 책은 새롭게 미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어학연수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휴가철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에게 미국에 관해 충실한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저자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더욱 균형 잡힌 지식인이 되라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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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심장 여행 - 생명의 엔진, 심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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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심장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먼저 심장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연극, 매듭, 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여행 과정에서 여러분은 혈관계가 독일 고속도로와 많은 면애서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심장에 관한 지식 프로젝트

 

우리들은 심장마비라고 부르는 심근경색의 증상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심할 경우 심장이 온 몸에 피를 공급해야 하는 임무를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영양분과 산소를 실은 풍부한 피가 두피에서 새끼발가락까지 구석구석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생명은 심장에 달려 있다.

 

우리들의 심장 박동은 빠를 때도 느릴 때도 심지어 잠깐 멈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하루에 평균 10만 번 정도는 뛴다. 심장은 한 번 뛸 때마다 약 85mm의 피를 펌프질한다. 즉 하루에 8,500리터의 피를 혈관으로 내보낸다. 이만한 양의 액체를 운송하려면 엄청나게 큰 유조차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심장은 정말로 놀라운 존재이다.

 

굴뚝에 연기가 나듯 매일 담재를 피우고, 맥도널드를 단골로 삼아 매일 커피를 두 잔씩 마시면 심장의 펌프질은 이상이 없을까? 어떤 질병이 심장을 약하게 할까? 심장에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계란을 마다하고 채식주의로 살면 심장이 더 강해질까? 중세시대엔 왜 환자의 소변을 맛보았을까? 등, 이런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낡은 심장과 식어버린 심장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예방을 통해 심장이 멈추는 순간을 최대한 뒤로 미룰 수 있다. 적절한 예방책이 취해진다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삶을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심장질환 예방의 첫걸음은 웃음이다. 비록 삶이 때때로 괴로울지라도 마소 하나로 온갖 근심을 날려버릴 수 있다.

 

 

 혈관은 우리 몸의 고속도로다

 

발가락에서 심장으로 가야 하는 피는 어떻게 1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오르막 구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을까? 정맥에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 판막 덕분이다. 판막은 혈류에 밀려 위쪽으로만 열리고 아래쪽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피가 역류하는 것을 막는 심장판막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몇몇 정맥판막이 고장 나고 제 기능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아직 고장 나지 않은 주변 판막의 부담이 가중되고 그 구간의 정맥이 팽창한다. 그 결과가 정맥류다. 일반적인 결합조직의 약화가 정맥류를 야기하기도 한다. 정맥류는 다른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직장의 동맥과 정맥이 팽창해 항문에 출혈과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치질이 대표적인 예다.

 

 

 

응급구조사로서 첫 경험

 

우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세 시간 넘게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저자의 첫 출동은 대재앙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속으로 계속 물었다. 자신이 실수한 건 없었나? 정말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을까?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 사람들이 죽는 걸 계속 보게 될 텐데, 과연 내가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자는 심근경색에 관한 모든 내용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으며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점검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불안감이었다. 우리가 실수한 게 없다고 확신할 수 있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응급구조사라도 모두를 구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겸허히, 그러나 가슴 아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혈관폐색이 심해 심장이 멎으면, 환자를 발견한 사람은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당연히 최근에 배운 응급처치술을 떠올려 그대로 한다면 아주 좋겠지만, 배우지 않아 서툴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때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의학 지식이나 의료기구 혹은 제세동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바로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심근경색 환자는 끔찍한 공포를 느낀다.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이것은 환자에게 해롭다. 그러므로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를 가능한 한 편안하게 보살피고 최대한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정성껏 보살핌을 받는다고 느끼면 상태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고 흥분하면 환자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침착하게 환자를 돌보고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많은 도움을 준 셈이다. 환자가 추워하면 따뜻하게 덮어주고, 답답해하거나 숨쉬기 힘들어하면 창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환자의 안색이 창백하다는 걸 질책하듯 지적해선 안 된다. 이런 단순한 배려만으로도 응급 상황에서 생존할 확률을 확연히 높일 수 있다.

 

심장으로 뻗은 아스팔트 

니코틴과 담배연기는 혈압도 높이지만,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린다. 또한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들고, 혈관 내벽에 상처를 낸다. 이것이 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이다. 흡연은 심장과 혈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그야말로 나쁜 덫이다. 독일에서는 매년 11만~14만 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럴 만도 하다.

흡연은 또한 면역 체계를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통계를 보면 남자가 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 혈관질환도 더 많이 앓지만, 여자라고 해서 흡연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피임약을 복용한다면 더욱 위험하다. 피임약이 혈전증을 야기해 혈관이 쉽게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흡연까지 하면, 부정적인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질병의 위험이 막대하게 높아진다.

 

 

심장에게 주는 폭탄주

 

수많은 심장 관련 연구들이 심근 손상의 약 40퍼센트가 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근 손상이 나타나면, 심근경색과 비슷하게 심장조직이 괴사하고 이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질환을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중독자는 면역 체계도 약하다. 그들의 신체방어부대는 제대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심장까지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애석하게도 과음은 몸 전체에 해를 입힌다. 뇌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 남성의 경우 고환도 쪼그라든다. 장도 예외가 아니다.

 

점점 혈관이 좁아진다

 

얼마 전 퀘벡의 심장연구소와 라발대학교가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심장 및 혈관 질환의 어떤 위험인자도 갖고 있지 않은 18~35세 남녀 168명을 조사했다. 피험자들은 MRI 촬영을 통해 흉부와 복부의 지방 침전 상태를 점검받고, 동맥경화증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경동맥 검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젊고 건강한 피험자들조차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인생의 초기 3분의 1까지는 혈관 걱정을 안 해도 될 거라 생각했는가?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잘못 알고 있다. 동맥경화증, 현재 널리 만연하고 잇는 이 중병이 새롭게 위험하게 대두된 것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적혈구

 

적혈구는 척추동물의 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세포이다.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인 덕분에 산소를 쉽게 실을 수 있다. 적혈구의 임무는 가스 배달이다. 즉 폐에서 산소를 받아 신체조직에 공급하고, 그곳에서 이산화탄소를 받아 폐로 가져온다.이처럼 운반할 수 있는 것은 빨간 혈액 색소 헤모글로빈 덕분이다.

 

적혈구의 일은 매우 고달파서 오래 살지 못하고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간, 비장, 골수 등에서 대식세포에 의해 분해된다. 우리 몸은 계속해서 새로운 적혈구를 파견해야 한다. 골수는 1초애 약 200만 개, 즉 하루에 무려 1,750억~2,000억 개의 적혈구를 생산해 혈관으로 보내는 것이다. 성인은 골수에서, 태아는 간과 비장에서 적혈구를 만든다.

 

에리트로포이에탄EPO이라는 호르몬이 골수의 적혈구를 생성하는데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대부분 신장에서 생성되는데, 체내 어딘가에서 산소 결핍을 신고하면 신장이 즉각 반응해 EPO 분비량을 늘인다.고된 훈련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1등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간단한 방법이 바로 혈관에 EPO를 주입하는 것이다. 실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도핑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경쟁자들에게는 불공정할 뿐더러 본인은 인위적인 적혈구의 증가로 인해 피가 끈적해져서 심근경색, 뇌졸증, 장기 손상 등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EPO와 강장제의 혼합 도핑은 극히 위험하다. 노란 유니폼(구간 종합 선두주자에게는 노란색 상의를 준다)의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 도핑한 젊은선수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실제로 빈번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도핑 물질은 피나는 훈련을 대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성장 호르몬으로 도핑된 심장은 비록 보통 심장보다 확실히 근육질이지만 애석하게도 근육이 안쪽으로 자라기 때문에 결국 심실이 좁아지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근육을 아주 서서히 키우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좋다. 그러면 심장근육은 점점 더 강해져 도핑 없이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쇼크가 오면 신체기관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이때 환자가 서 있으면 피가 머리로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다. 뇌에 넉넉한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환자는 쓰러진다. 이것은 당혹스러운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몸의 입장에서는 매우 영리한 대처인데, 쓰러져 있으면 서 있을 때보다 확실히 더 많은 피가 뇌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워 있는 환자는 대부분 의식이 있지만, 서 있는 환자는 금세 의식을 잃는다. 앞서 얘기했듯, 이때 환자의 다리를 높이 올려 머리와 뇌로 피가 공급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사랑에 병든 심장 

상심이 정말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까? 그렇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병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후 지속되는 상실감과 슬픔을 비롯해 다양한 연유로 발생하는 장기적인 마음의 고통은 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꼭 대단한 사건만 몸을 해치는 건 아니다.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의 위기'에 빠지고 이것은 결국 몸에 큰 해를 입힌다.

 

2004년 10월 23일 일본에서 진도 6.8의 큰 지진이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일본의 한 연구팀은 타코츠보 신드롬(일본에서는 상심증후군을 흔히 이렇게 부른다) 진단을 받은 16명을 꼼꼼히 조사했다. 타코츠보는 문어를 잡을 때 쓰는 항아리 모양의 덫으로, 상심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심장의 모양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타코츠보 신드롬을 진단받은 환자 16명은 여자가 15명, 남자가 1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71.5세로 모두 지진을 직접 겪었다. 연구팀은 지진 스트레스가 타코츠보 신드롬 발병률을 24배나 높였다고 추정했다. 이런 증상을 보인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엇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나이 불문하고 심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저자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은 심장을 연구하는 의학도이자 독일 최고의 과학강연자이다. 그는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심정과 혈관'에 대한 유익한 지식들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또한 본인의 응급구조사 시절의 경험을 통해 심장 관련 응급상황과 올바른 대처법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심장을 건강하게 돌보고 100년의 동반자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남녀노소 모두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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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CEO,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 시에서 배우는 24가지 자기창조의 지혜 읽는 CEO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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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생각이 막힐 때마다 혼자 '비밀 서재'로 갔다. 그곳에서 18세기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펼쳤다. 전에도 읽고 또 읽었던 그 시집의 한 구절에서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200년 시차를 초월한 시적 교감에서 잡스의 인문학적 사고가 꽃피었다. 아이폰의 모서리를 사각으로 할까, 둥글게 할까를 고민할 때도 그는 블레이크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시詩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보물창고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수없이 많이 읽었다는 시 한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의 첫 부분이다. 미세한 '모래'와 거대한 '세계', 땅 위의 '들꽃'과 하늘 너머의 '천국', 찰나의 '순간'과 무한한 '영원'이 절묘하게 대비되어 있다. 잡스는 이 시에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즉 작은 것과 큰 것, 없는 것과 있는 것이라는 시적 은유를 디지털 언어와 접목시키기도 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을 보라.

 

두바이의 국가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열사熱沙의 땅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의 에너지를 시적 상상력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유명한 시인으로 직접 쓴 시가 100편이 넘는다. "내 심장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심장을 울리는 것"이라는 표현은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마크 저커버그도 그랬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심취한 그는 젊은이들과 함께 이 시를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 과정에서 20대의 반응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고, 이들이 친구들의 관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런 사회적 교감 위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최고의 CEO들은 시를 탐독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 '심장cor'에서 나왔다. 해석하자면 '심장을 준다'는 것, 즉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용기courage'라는 말도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격려의 힘은 시소와 닮았다. 받을 때와 줄 때 시소의 높낮이가 달라지듯이, 인간관계도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고 함께 갈 때 아름다운 힘이 솟는다. 우리는 늘 격려를 필요로 하는 '결핍'의 주인이자, 누군가에게 격려를 해줄 수 있는 '배려'의 친구이다.

 

중학생이 된 첫해 여름, 저자 고두현의 가족은 남해 금산의 절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이 절에는 땔감 할 나무를 베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하석근이라는 처사가 있었다. 어느날 이 처사가 학교로 찾아왔다. 아버지 부고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어린 저자에게 아버지의 부음은 충격이었다. 그날밤 하씨 아저씨가 저자를 밖으로 불러내고선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때 난 니보다 더 어렸는데, 아부지가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기를 못 펴고 살았다. '애비 없는 자식' 소리를 들을까 늘 마음을 졸였지. 니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 평생 무슨 일이 있어도 ..... 가죽으면 안 된대이"

 

 

 

 

미쳐야 도달한다

 

후회는 꼭 뒤늦게 찾아온다. 지나간 순간순간이 내 삶의 '노다지'였음을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그때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뉘우쳐도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나마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제 어떤 거친 땅에서도 꽃을 피워낼 수 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중략)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옛 사람들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말하며 어떤 일에 미치지 않고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2백여 년 전에도 이런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많앗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재주가 없었지만 남들보다 몇 십, 몇 백 배 노력해서 일기를 이루었다. 흙수저 타령을 하는 이에게 한심하다고 꾸짖을 것만 같다. 

 

20세가 되어서야 겨우 글 한 편을 지을 정도로 둔재 중의 둔재였던 김득신,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에 들어가서도 늘 외워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는 그의 <독수기讀數記>에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책을 읽을 때마다 횟수를 적어두었는데 <백이전>은 1억 1만 3천 번을, <노자전>과 <보장망> 등은 2만 번을 읽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장자>, <사기>, <대학>, <중용>도 수없이 많이 읽었지만 그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에 싣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의 1억은 지금의 10만이다. 지금 그가 살고 있다면 <백이전>을 11만 번이나 읽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당연히 그는 당대 최고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책에 미친 바보였던 이덕무도 이와 유사하다. 가난한 탓에 땔감이 없어서 찬 방에서 <한서>를 한 질 이불처럼 늘어놓고 <논어>를 병풍 삼아 겨울밤을 지새웠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를 권한다. 뼈아픈 시련을 자기 발전의 밑바탕으로 삼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사람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 올린 사람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가슴과 만나려 했던 이 노력가들의 삶을 비춰보면 애틋한 마음이 절로 인다.

 

 

지금 시대는 '지혜형 인간'을 원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늘 한 발 앞서간다. 아는 만큼 보이니 보이는 만큼 먼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지식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다. 앞으로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단지 지혜는 자신과의 싸움을 요체로 하기 때문이다.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기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 고두현

 

몸과 마음의 집에 창의의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보자.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그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질량이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 즉 자유로운 정신으로 승화되는지를 지켜보자. 창의력은 이처럼 창가에 앉아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다.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해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출하게 잘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에요"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위가 높은 사람인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차이는, 인생행로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는 차이입니다. 그러니 매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떠올리세요. 그 단어를 적용할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거야말로 스스로를 프로로 만들기 위한 찬스이며 프로의식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훈련이니까요.

 

 

용기란 마지막 1퍼센트의 힘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는 정말 뜨겁고 대단해 보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파워 넘치는 삶을 원하지요. 그런데 정작 1퍼센트의 소중함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용기란 거창한 게 아니지요. 하루 한 알의 비타민이 평생 건강을 지켜주듯 일상에서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1퍼센트의 용기'는 저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용기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까?" - 유영만 교수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

 

"어느 길을 갈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 루이스 캐롤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중략)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중략)

흐르는 뭉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앨렌 코트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지침은 삶의 초보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아침마다 되새겨야할 삶의 이정표다. 무엇이든 좋으니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고 했으니, 뭐 특별히 손해볼 것도 없다. 일단 '경험주의'를 즐겨보는 것이다. 90세 이상의 미국 노인들에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가 남는 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90퍼센트가 "좀 더 모험을 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위대한 삶은 평범한 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우리 인생 전체의 그림을 좌우하는 물감이다. 말 그대로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순간들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린다.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기뻐하는 일희일비의 나날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조차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발견한다면 일상의 시간들이 훨씬 더 빛날 것이다.

 

매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토미히로, 구족화가 

 

 

이모작 사고를 해라

 

줄기가 튼튼한 나무는 잎도 무성하고 열매 또한 잘 여문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살찌우는 데 들이는 시간은 따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외국어 하나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삶의 향기와 지혜를 만나야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인생은 그 뿌리부터 다르다.

 

 

 

책의 울림을 느껴라

 

책은 탁월한 성장 호르몬이다. 모름지기 나무란 기름진 흙으로 북돋워줘야만 뿌리도 튼튼하고 그 열매도 단단하다.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은 조선 시대 위대한 문장가였지만 유배지에서 일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버지는 병자호란 때 인조를 따라 강화도로 왔다가 왕이 굴욕적인 항복을 하자 자살하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그의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피난선에 올랐다가 갑판에서 그를 낳았다고 한다.

 

어머니 윤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는 아들에게 엄하게 교육시키며 책 하나만은 잘 읽히겠다고 결심했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책 사줄 돈이 넉넉할 리 없었다. 결국 윤씨는 책을 빌려다가 손으로 베껴 필사본을 만들어 이 책으로 아들을 공부시키면서 "너는 남과 다르니 배움이 한층 깊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손끝에 피멍이 맺히면서 대학자의 기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예로부터 남의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면 도둑이 되지만, 남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면 위대한 선각자가 된다고 했다. 책은 군것질 같은 '여분의 간식'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양식'이다. 책에서 영혼의 샘물을 얻는 것은 어쩌면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삶의 높낮이를 가늠하면서 보다 나은 삶으로 자신을 이끌 책임이 있다. 이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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