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CEO,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 시에서 배우는 24가지 자기창조의 지혜 읽는 CEO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브 잡스는 생각이 막힐 때마다 혼자 '비밀 서재'로 갔다. 그곳에서 18세기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펼쳤다. 전에도 읽고 또 읽었던 그 시집의 한 구절에서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200년 시차를 초월한 시적 교감에서 잡스의 인문학적 사고가 꽃피었다. 아이폰의 모서리를 사각으로 할까, 둥글게 할까를 고민할 때도 그는 블레이크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시詩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보물창고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수없이 많이 읽었다는 시 한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의 첫 부분이다. 미세한 '모래'와 거대한 '세계', 땅 위의 '들꽃'과 하늘 너머의 '천국', 찰나의 '순간'과 무한한 '영원'이 절묘하게 대비되어 있다. 잡스는 이 시에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즉 작은 것과 큰 것, 없는 것과 있는 것이라는 시적 은유를 디지털 언어와 접목시키기도 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을 보라.

 

두바이의 국가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열사熱沙의 땅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의 에너지를 시적 상상력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유명한 시인으로 직접 쓴 시가 100편이 넘는다. "내 심장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심장을 울리는 것"이라는 표현은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마크 저커버그도 그랬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심취한 그는 젊은이들과 함께 이 시를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 과정에서 20대의 반응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고, 이들이 친구들의 관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런 사회적 교감 위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최고의 CEO들은 시를 탐독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 '심장cor'에서 나왔다. 해석하자면 '심장을 준다'는 것, 즉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용기courage'라는 말도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격려의 힘은 시소와 닮았다. 받을 때와 줄 때 시소의 높낮이가 달라지듯이, 인간관계도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고 함께 갈 때 아름다운 힘이 솟는다. 우리는 늘 격려를 필요로 하는 '결핍'의 주인이자, 누군가에게 격려를 해줄 수 있는 '배려'의 친구이다.

 

중학생이 된 첫해 여름, 저자 고두현의 가족은 남해 금산의 절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이 절에는 땔감 할 나무를 베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하석근이라는 처사가 있었다. 어느날 이 처사가 학교로 찾아왔다. 아버지 부고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어린 저자에게 아버지의 부음은 충격이었다. 그날밤 하씨 아저씨가 저자를 밖으로 불러내고선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때 난 니보다 더 어렸는데, 아부지가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기를 못 펴고 살았다. '애비 없는 자식' 소리를 들을까 늘 마음을 졸였지. 니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 평생 무슨 일이 있어도 ..... 가죽으면 안 된대이"

 

 

 

 

미쳐야 도달한다

 

후회는 꼭 뒤늦게 찾아온다. 지나간 순간순간이 내 삶의 '노다지'였음을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그때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뉘우쳐도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나마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제 어떤 거친 땅에서도 꽃을 피워낼 수 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중략)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옛 사람들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말하며 어떤 일에 미치지 않고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2백여 년 전에도 이런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많앗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재주가 없었지만 남들보다 몇 십, 몇 백 배 노력해서 일기를 이루었다. 흙수저 타령을 하는 이에게 한심하다고 꾸짖을 것만 같다. 

 

20세가 되어서야 겨우 글 한 편을 지을 정도로 둔재 중의 둔재였던 김득신,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에 들어가서도 늘 외워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는 그의 <독수기讀數記>에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책을 읽을 때마다 횟수를 적어두었는데 <백이전>은 1억 1만 3천 번을, <노자전>과 <보장망> 등은 2만 번을 읽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장자>, <사기>, <대학>, <중용>도 수없이 많이 읽었지만 그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에 싣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의 1억은 지금의 10만이다. 지금 그가 살고 있다면 <백이전>을 11만 번이나 읽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당연히 그는 당대 최고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책에 미친 바보였던 이덕무도 이와 유사하다. 가난한 탓에 땔감이 없어서 찬 방에서 <한서>를 한 질 이불처럼 늘어놓고 <논어>를 병풍 삼아 겨울밤을 지새웠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를 권한다. 뼈아픈 시련을 자기 발전의 밑바탕으로 삼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사람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 올린 사람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가슴과 만나려 했던 이 노력가들의 삶을 비춰보면 애틋한 마음이 절로 인다.

 

 

지금 시대는 '지혜형 인간'을 원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늘 한 발 앞서간다. 아는 만큼 보이니 보이는 만큼 먼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지식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다. 앞으로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단지 지혜는 자신과의 싸움을 요체로 하기 때문이다.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기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 고두현

 

몸과 마음의 집에 창의의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보자.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그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질량이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 즉 자유로운 정신으로 승화되는지를 지켜보자. 창의력은 이처럼 창가에 앉아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다.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해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출하게 잘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에요"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위가 높은 사람인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차이는, 인생행로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는 차이입니다. 그러니 매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떠올리세요. 그 단어를 적용할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거야말로 스스로를 프로로 만들기 위한 찬스이며 프로의식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훈련이니까요.

 

 

용기란 마지막 1퍼센트의 힘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는 정말 뜨겁고 대단해 보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파워 넘치는 삶을 원하지요. 그런데 정작 1퍼센트의 소중함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용기란 거창한 게 아니지요. 하루 한 알의 비타민이 평생 건강을 지켜주듯 일상에서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1퍼센트의 용기'는 저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용기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까?" - 유영만 교수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

 

"어느 길을 갈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 루이스 캐롤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중략)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중략)

흐르는 뭉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앨렌 코트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지침은 삶의 초보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아침마다 되새겨야할 삶의 이정표다. 무엇이든 좋으니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고 했으니, 뭐 특별히 손해볼 것도 없다. 일단 '경험주의'를 즐겨보는 것이다. 90세 이상의 미국 노인들에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가 남는 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90퍼센트가 "좀 더 모험을 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위대한 삶은 평범한 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우리 인생 전체의 그림을 좌우하는 물감이다. 말 그대로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순간들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린다.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기뻐하는 일희일비의 나날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조차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발견한다면 일상의 시간들이 훨씬 더 빛날 것이다.

 

매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토미히로, 구족화가 

 

 

이모작 사고를 해라

 

줄기가 튼튼한 나무는 잎도 무성하고 열매 또한 잘 여문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살찌우는 데 들이는 시간은 따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외국어 하나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삶의 향기와 지혜를 만나야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인생은 그 뿌리부터 다르다.

 

 

 

책의 울림을 느껴라

 

책은 탁월한 성장 호르몬이다. 모름지기 나무란 기름진 흙으로 북돋워줘야만 뿌리도 튼튼하고 그 열매도 단단하다.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은 조선 시대 위대한 문장가였지만 유배지에서 일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버지는 병자호란 때 인조를 따라 강화도로 왔다가 왕이 굴욕적인 항복을 하자 자살하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그의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피난선에 올랐다가 갑판에서 그를 낳았다고 한다.

 

어머니 윤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는 아들에게 엄하게 교육시키며 책 하나만은 잘 읽히겠다고 결심했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책 사줄 돈이 넉넉할 리 없었다. 결국 윤씨는 책을 빌려다가 손으로 베껴 필사본을 만들어 이 책으로 아들을 공부시키면서 "너는 남과 다르니 배움이 한층 깊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손끝에 피멍이 맺히면서 대학자의 기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예로부터 남의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면 도둑이 되지만, 남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면 위대한 선각자가 된다고 했다. 책은 군것질 같은 '여분의 간식'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양식'이다. 책에서 영혼의 샘물을 얻는 것은 어쩌면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삶의 높낮이를 가늠하면서 보다 나은 삶으로 자신을 이끌 책임이 있다. 이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의무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