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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미국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김봉중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우리는 오랫동안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최고의 우방으로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대들보 역할을 하는 미국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우리의 주권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 둘 중에 어떤 게 미국의 얼굴일까요? 어쩌면 이러한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진짜 미국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머리말' 중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알고 지내온 터라 이 책을 완독한 후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미국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이 출간된 셈이다. 책의 저자 김봉중
교수는 <오늘의 미국을 만든 미국사>, <무엇이 대통령을 만드는가>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했으며,
다양한 포럼과 강연 등을 통해 역사학의 대중화에 많은 열정을 쏟아 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노력에
따른 결정체라 할 만큼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역사, 지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문화와 생활, 한미
관계 등 5부로 구성되어 '움직이는 미국'을 다각도로 살피고, 미국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움직이는
한국'을 돌아보게끔 한다.
방대하고 복잡한 미국의 역사와 사회상을 '개인주의', '명백한 운명', '프런티어 신화', '자유와 평등' 등 미국적
신념 및 가치관과 연결 지어 서술하고 있다. 편하게 읽히는 문장과 쉽고 친근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미국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미국인의 정체성과 미국 사회를 이루는 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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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역사)는 방대한 미국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미국이 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 했는지, 13개의 주로 출발한 신생 국가가 어떻게 50개 주와 워싱턴 D.C.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라가 되었는지
등을 알아본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발전은 전쟁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정설이다.
이에 저자는 미국의 독립 전쟁과
미국을 최강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서 전쟁, 전 세계에 미국의 힘을 확인시킨 1, 2차 세계 대전, 미국 사회의 분열을 초래한 베트남 전쟁과
냉전 등을 시대순으로 설명한다. 또한 한미 관계의 출발점이었던 한국 전쟁을 포함해 9, 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도 충실히 소개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전쟁을 둘러싸고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에 요청되었던 책임이나 미국 내의 다양한 여론, 첨예한 갈등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들의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중국이 공산화된 직후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 소동과 트루먼 행정부의 위기가 어떻게 한국 전쟁 개입과 연결되는지를 읽게 되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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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지리)에선 미국의 프런티어 신화를 설명한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넓은 영토를 가지게 된 중요한 계기는 바로 서부 개척이다. 인디언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해 서부 개척 이야기 등을 살피며 미국인들이
믿은 '명백한 운명'과 '프런티어 신화'에 관해 알아본다.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자신들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신대륙에서 지상 낙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국 영토의 확장을
'명백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국경은 정해져있는 정체적이고 방어적인 개념이 아니라 유동적이므로 경계 너머로 확장하는 출발선으로 여겼기에 모험심과
진취성을 '프런티어 정신'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러한 믿음이 바로 미국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움직이는
미국'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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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정치, 경제,
사회)와 제4부(문화, 생활)에서는 한국의 사회상과 대비되는 다양한 미국적 특징들을 소개한다. 즉 미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루는 뿌리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면서 그 해답을 미국인의 역사적 인식과 기억에서 찾는다. 예컨대 정부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이주자들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땅을 일궈야 했던 초기 정착기나 서부 개척기의 기억이 개인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던 문제들, 작게는 아메리칸 풋볼의 인기에서부터 크게는 미국의 취약한 복지 제도며 총기 소유 문제도
'노력하는 만큼 성공한다'는 아메리칸드림이나 '자유와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개인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훨씬
선명해진다.
비록 역사가 짧지만, 민주주의만 놓고 보면 미국은 가장
연속적인 역사를 지녔다. 세계 최초로 혈연에 따른 세습이 아니라 임기가 정해져 있는 직위로서 국가 원수를 탄생시켰으며, 남북 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등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선거를 시행했다. 경제가 부흥할수록 민주주의가 안정되고, 민주주의가 안정될수록 경제도
성장하는 선순환은 미국인들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자기와 다른 문화를
접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네strange'보다 '흥미롭군interesting'이라고
표현한다. 인종집합소라고 불리는 미국은 편견 없는 시선과 열린 태도로 인해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으며, 개인주의적 풍토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백인 우월주의, 이민자 배척 등의 역사
또한 엄연히 존재했으며, 현재의 미국 사회는 여전히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라는 깊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처럼 미국 사회의 밝고 건강한
모습뿐 아니라 어두운 면면들도 다루기에 미국 사회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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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5부(한미
관계)에서는 긴장 속에서 발전해 온 양국 관계를 다룬다. 1866년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제너럴셔먼호가 다가오면서 어설프게 첫 대면을 시작한 이후 한국 전쟁, 미국의 경제 원조, 반미 운동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미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친미와 반미라는 이중주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만큼, 이제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이익을 생각하며 미국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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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균형 잡힌 지식인이 되라
이 책은 새롭게 미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어학연수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휴가철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에게 미국에 관해 충실한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저자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더욱 균형 잡힌 지식인이 되라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