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고미 타로 / 비룡소
악어와 치과의사가 똑같이 무서워하고 긴장하고 그랬다가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악어와 치과의사의 똑같은 대사로 처리되는 그림책.  비니도 같이 긴장하고 무서워하다가 안심하곤 했다.  결국은 '이를 잘 닦으라'는 게 이 그림책의 주제이지만 짧은 그림책 속에 완벽한 기승전결의 짜임새란~!!! (비니는 별 다섯/ 난 별 넷)

가장 멋진 뽀뽀   하이어윈 오람 지음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아기 곰이 다치거나 속상해 하면 엄마곰은 아기곰에게 뽀뽀해주고는 반창고를 붙여주는데, 어느 날 엄마에게 속상한 일이 생기자 아기곰이 엄마의 온 몸에 뽀뽀를 해주고 반창고를 붙여준다는 내용.  참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내용이지만 어쩐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예쁘기만 한 내용이라서 그럴까?
(비니는 별 넷/ 나는 별 셋)

어디가니 뽀로로?  아이코닉스 지음 / 키즈아이콘
TV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그림책으로 만나는 것은 별로 반갑지 않다.  아니 반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피하고 싶다.  그러나 비니는 너무너무 좋아한다. 지금까지 뿡뿡이며, 토마스와 기차들 시리즈의 그림책들이 눈이 띄면 꼭 집에 들고와야 했는데, 이 책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플랩북이고 탈 것에 관한 내용이라 33개월보다 훨씬 더 어린 아이도 소화할 수 있을 책이다.  (비니는 당연히 별 다섯/ 난 별 둘..)

털털털 굴삭기  정하섭 글, 한병호 그림 / 비룡소
도깨비 작가로 알려진 한병호님이 그린 그림책이다. 그림도 정겹고 비니가 일하는 차들에 관심을 가져서 읽어 준 책인데, 내용이 좀 산만하다.  승용차보다 느리고 트럭보다 힘이 약한(짐을 실을 수 없다는 뜻) 굴삭기가 아이도 태워주고 산사태로 막힌 도로도 해결해주며 자기에 대한 긍지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아이를 마을까지 태워다 주는 내용은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 구성이 흩어져 있다.  굴삭기를 산사태 사건과 만나게 하기 위해 아이를 끼워넣은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기대보단 별로였다.  (비니는 별 셋/ 나도 별 셋)

꼬리야? 꼬리야!  강혜숙 지음 / 상출판사
화려한 색, 특이한 동물 그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 책이다.  독수리인지 매인지 (발 부분만 보이므로 잘 모르겠다)에게 꼬리를 잘린 도마뱀이 꼬리를 찾아 다니는데 어느새 꼬리가 다시 자라 있었다는 내용.  내용이 단순해서 더 어린 아이에게도 읽어줘도 좋아할 것 같다.  (비니는 별 다섯/ 나도 별 다섯)

하마는 엉뚱해  윤정주 그림, 허은실 글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정말 재밌는 그림책이다.  비니보다 지니랑 뽀가 더 재밌게 읽은 그림책이다. 하마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인데 유머러스한 그림과 글이 웃음을 자아낸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이 하마의 생태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비니의 관심을 적게 받은 것 같다.  조금 더 큰 다음에 읽어주면 효과(?)를 볼 것 같다. 
(비니는 별 셋 / 동화적 줄거리가 없어서 나는 별 넷)

쉿쉿!  백은희 그림, 김춘효 글 / 비룡소
엄마가 아프다.  그래서 아빠가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당연히 지쳤다. 송이는 그런 집안 분위기에 짓눌린 표정으로 조용히 혼자 놀아야 한다는 슬픈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방 여기저기서 동물들이 같이 놀자고 시끄럽게 튀어나온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아빠는 송이에게 조용히 하라며 "쉿!"을 외치고 결국은 아빠가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송이랑 동물들이랑 다 울음을 터뜨린다.  나중엔 아빠도 같이 우는데... 송이가 야단맞고 우는 장면이 비니에겐 너무 슬펐나 보다.  비니도 같이 울려고 해서 나는 웃,겼,다..(비니는 별 넷/ 나도 별 넷)

다음엔 너야   에른스트 얀들 지음, 노르만 융에 그림, 박상순 옮김 / 비룡소
좀 살벌한 분위기의 그림. 한 두 군데씩 고장난 장난감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그 삭막하고 어두운 방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진다.  하나씩 옆 쪽에 난 문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다친 곳이 멀쩡해져서 나오는 걸 보면 나쁜 곳은 아닌가 본데..  맨 나중에 피노키오를 닮은 인형이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야 비로소 문 안쪽이 보인다.  인자한 표정의 의사 선생님(장난감 수리공?)이 웃고 계시다.  그런데 안심은 되면서도 여전히 살벌함이 가시지 않는 건 왜일까? 의사선생님, 인자한 표정만 짓고 있지말고 병원 인테리어에 신경 좀 쓰셔야겠어요!!!  (비니는 별 넷/ 나도 별 넷)

누구의 자전거일까?   다카바타케 준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다양한 자전거가 등장한다. 악어, 코끼리, 캥거루, 카멜레온, 타조, 두더지, 오리, 심지어 애벌레가 탈 수 있는 자전거까지!!!  비니는 동물에 따라 자전거 모양이 바뀐다는 것이 재밌나 보다.  가장 맘에 들어하는 자전거는 맨 나중에 나오는 여자아이의 자전거지만 말이다.  뒤에 달팽이를 태우고 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달팽이를 향해 비니가 하는 말, "꽈당 안하게 조심해서 타~" ^^
(비니는 별 다섯/ 난 별 넷)

노란 풍선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색을 절제해서 쓴 그림책이다. 노란 색과 약간의 핑크 정도의 색이 보이고 연필이나 콘테같은 것으로 빠르고 거칠게 스케치한 듯한 느낌의 그림이 마음에 든다.  노란 풍선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의 천진한 마음과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감겨버린 풍선을 내리지 못해 슬퍼하는 아이의 감정이 너무 잘 나타나 있어 나도 반한 그림책이다. 비니도 풍선을 좋아해서 그런지 풍선과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듯 하다. (비니는 별 다섯/ 나도 별 다섯)

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   사라 다이어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이레)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도깨비들이 해, 달, 하늘, 땅, 바다를 각각 하나씩 훔쳐가 버린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여 서로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법~!!!  그 사실을 깨달은 도깨비들이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고는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감탄하며 바라본다는 내용이다.  자연은 아름다우며 그것이 제자리에서 서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이다. 사람아, 이제 자연을 그냥 좀 놔두어라. 탐욕을 버리고 자연이 그 고유의 질서대로 흘러가는 것을 그냥 바라보아라. 하는 그런 내용.  글도 짤막해서 비니가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비니는 별 넷/ 나도 별 넷)

하나도 안 심심해   마갈리 보니올 지음,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안 심심하다는 내용인데 내용은 좀 심심하다.  좀 맹물맛이 나는 그림책이랄까.
그래도 가끔은 무미무취의 맹물이 가장 맛있게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맹물같은 내용 속에 담긴 아이와 곰인형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정은 이 책의 담백함을 장점이 되게 한다.  심심한 아이가 곰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세계를 엿보게 한다.  (비니는 별 셋/ 나도 별 셋)

내 곰 인형 어디 있어?
제즈 앨버로우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커다란 곰의 곰인형과 작은 소년 콩이의 곰인형이 서로 바뀌었다.  결국은 각자의 곰인형을 찾긴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상황이 재밌게 표현되어 있다.  콩이는 자기 곰인형이 커져버렸다고 속상해하고 곰은 자기 곰인형이 너무 작아졌다고 속상해 한다.  비니는 그런 상황이 즐거운 것 같다.  나중에 콩이 곰이 똑같이 곰인형을 안고 침대에 들어간 모습에서 웃음 짓는다.  (비니는 별 넷 / 나도 별 넷)

자장자장 잠자는 집   유리 슐레비츠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다 자고 있는 집.  벽도 의자도 접시도 시계도 모두모두 다 쿨쿨 자고 있는 집이 등장한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다들 잠에서 깨어 춤을 춘다.  그러다 음악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나면 다시 잠 들어 버린다.  비니는 용케도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장면에서 "엄마, 햇님 쨍 한 거지?" 한다.  아마 온통 어두운 푸른 빛으로 칠해진 집 그림에 음악 소리와 함께 노랗고 환한 빛깔이 등장하기 때문인가 보다.  비니의 잠자리 그림책이 되어주길 바랬는데 그러긴엔 "햇님 쨍~!" 장면이 비니에게 너무 인상적이다.  (비니는 별 셋 / 나도 별 셋)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조대인 글, 최숙희 그림 / 보림
잘 알려진 전래동화다.  우리 민화 속 호랑이를 닮은 그림이 정겹다.  비니는 호랑이가 팥밭에 나타나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호랑이를 손으로 가리며 "안돼!"하고 소리쳤다.  그러다 호랑이가 당하는 장면에선 슬그머니 웃는다.  옆에서 같이 그림책을 보고 있던 십대의 지니와 뽀는 호랑이가 송곳에 엉덩이를 찔리는 장면에서 자기들이 "으윽~~!!"하며 괴성을 지른다.  오랜만에 어릴 때 읽던 그림책을 다시 보니 무척 반가운 모양.  (비니는 별 넷/ 나는 별 다섯)

잠자러 가자    이자벨 조사 글 그림, 이진경 옮김 / 달리(이레)
밤에 무서워 잠을 잘 수 없는 강아지 아가디르는 이불 속으로 숨었다가 달나라로 떠난다.  달나라에서 밤을 비춰주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편안하게 잠든다는 내용인데 그림도 별로 맘에 들지 않고, 이야기도 그다지 썩 끌리지 않는다.  비니도 두어번 읽어달라고 하더니 그 다음엔 찾지 않는 그림책이 되어버렸다.  (비니는 별 둘 / 나도 별 둘)

호호할머니 신나는 썰매타기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유명한 호호할머니가 한겨울 추위에 떠는 동물들과 침대로 만든 썰매타기 행사를 벌인다. 한겨울에도 나가서 씩씩하게 뛰어놀다 보면 춥지도 않고 오히려 더워서 땀이 난다는, 한겨울 추위 물리치기를 위한 그림책이다.  비니는 자기도 썰매를 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해왔고, 난 겨울에 눈이 펑펑 오면 같이 나가서 놀자는 말로 얼버무리고..  언제나 씩씩하고 활달한 호호할머니는 늘 매력적이다. (비니는 별 넷/ 나도 별 넷)

꼬마 구름 파랑이   토미 웅거러 글 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비니에게는 너무 심오한 그림책.  전쟁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괜찮은데 전쟁장면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왜 그래?"를 연발한다.  "서로 다르다고 싸우는 거야."하면 그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그렇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싸운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비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오빠도 똑같이 좋아해서 그게 문제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조금 더 큰 다음에 다시 읽어줘야 할 듯.   (비니느 별 셋 / 나는 별 다섯)

수학은 재미있어 4. 뿔 난 동그라미
이소라 글, 이혜리 그림, 김용운 감수 / 비룡소
수학의 분류개념을 이야기 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비니는 비룡소의 수학은 재미있어 시리즈를 대부분 다 좋아한다.  이혜리님의 그림인데 이혜리님 특유의 그림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게 좀 아쉽다. 
(비니는 별 다섯 / 난 별 넷)

그 외에 프뢰벨 자연관찰 시리즈에서 <비둘기>,<개구리>,<무당벌레>,<참새>,<달팽이>,<게>,
<병아리>,<포도>,<코끼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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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지적, 현실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한 단계 걸러서 이야기 전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굳힌 작가 김훈.

‘칼의 노래’(생각의나무)를 시작으로 ‘현의 노래’(생각의나무) 그리고 ‘남한산성’(학고재)까지 김훈의 역사소설이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남한산성은 30~40대 남성 독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소개될 정도다. 여기저기서 한국소설의 위기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김훈은 이런 한탄에서 비켜나 있다.


이런 기현상에 대해 평론계는 김훈에 관한 여러 가지 담론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계간지 ‘창작과비평’과 ‘문학의문학’ 가을호는 김훈의 역사소설 비평을 동시에 내놓아 화제가 됐다. 창작과비평은 문학평론가 김영찬씨의 ‘김훈 소설이 묻는 것과 묻지 않는 것’이라는 평론을 실었고, 문학의문학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의 ‘김훈 소설, 혹은 그 이마고에 관하여’라는 글을 담았다. 두 평론은 김훈의 역사소설과 작가 김훈에 대한 장점과 한계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point 1 김훈의 역사소설이 사랑받는 이유


‘김훈의 소설에서, 전쟁이란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됨됨이를 축약해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알레고리다. … 따라서 그의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외양을 하곤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역사의 옷을 빌려 (작가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치와 자아의 자리를 되새기는 자의식적 소설이다. … 따라서 사실은 이렇다. 그것은 모두 ‘세상의 길’ 위에 선 ‘나’의 이야기다.’(‘김훈 소설이 묻는 것과 묻지 않는 것’ 중에서)


‘역사는 오늘의 삶과 자기 정체성을 되비쳐 볼 수 있는 유력한 준거틀이다. 소설가들이 역사를 빌려오는 것은 얼크러진 현실의 복잡한 정황 때문에 그것을 전체로서 그러쥐고 통찰하기 어려울 때다. … 1인칭 서술자 이순신의 목소리는 실은 김훈 자신의 목소리다. 김훈은 교묘하게 복화술을 한다. 이순신이 모멸과 치욕의 현실 앞에서 드러내는 자의식은 실은 김훈 자신의 자의식이다.’(‘김훈 소설, 혹은 그 이마고에 관하여’ 중에서)


김영찬씨와 장석주씨는 김훈이 역사소설에 매진하는 이유를 ‘도피’라고 설명한다. 김영찬씨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불편하니까,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한 단계 걸러주는 것이다”면서 “독자는 역사소설을 통해 현실과의 거리감을 느끼면서, 김훈의 문체가 보여주는 미학적인 아우라 같은 것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장석주씨는 “김훈의 역사소설은 현실과 맞서기 어려울 때 찾는 일종의 도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현실소설에서 하는 것보다 역사소설을 통해서 하는 것이 독자나 작가 모두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현실소설에서는 많은 제약을 받지만, 역사소설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을 통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point 2 변하지 않는 허무주의


‘김훈의 소설에서 세상의 참혹함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세상이 살육과 유혈로 얼룩지고 지배와 폭력이 창궐하며 고통과 죽음이 흥건한 곳이라는 뜻이 아니다. 참혹함이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세상의 질서에 압도되는 김훈의 인물들을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는 정념이다. 그것은 무력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어떻든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고 굴욕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하고 도저한 체념에서 나오는 것이다. … 김훈의 소설은 그렇게 저 불가피를, 그리고 불가피 앞에 선 자의 우울과 허무를 냉정한 시선으로 드러내놓는다.’(‘김훈 소설이 묻는 것과 묻지 않는 것’ 중에서)


‘이순신의 사유, 고뇌, 외로움, 불안, 절망은 박제된 역사적 인물의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구체적 현전이다. … 오로지 제 운명의 버거움을 힘겹게 견인해가는 자의 버거움이 드러난다. 대타적세계(세상과 불화로 인해 고립되는 것)와의 되먹임(피드백)의 고리가 끊긴 곳에 제 실존을 세운 자는 필경 허무주의자로 나아간다. 허무주의자는 생존 상의 가치가 결여된 선택과 행동을 취한다.’(‘김훈 소설, 혹은 그 이마고에 관하여’ 중에서)


작가 김훈에게는 ‘허무주의자’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하지만 김훈의 허무주의는 독자들에게 큰 사랑과 동감을 얻어내고 있다. 김훈이 펴낸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나무)이나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생각의나무) 등의 에세이집에서도 그의 허무주의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김훈의 역사소설에서도 허무주의가 깊숙이 깔려 있다고 두 사람은 평가하고 있다. 김영찬씨는 “김훈에게는 허무주의, 파시스트, 남성우월주의 등의 단어가 따라다닌다”면서 “그의 작품을 읽으면 왜 그런 규정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point 3 김훈은 역사소설을 계속 쓸 것인가


“거대한 불가피 앞의 무력한 우울과 신음을 통절하게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유려하게 미학화하는 김훈의 소설은 … 그러면서도 김훈은 일각의 그들과는 달리 결코 공상이나 판타지, 취미나 텍스트 등으로 도주하지 않고 현실의 감각을 환기시키면서 그것을 진지한 사유와 성찰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있다. 저 스스로 2000년대 문학의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바로 그 안에서 그와는 또다른 길과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는 김훈 소설의 미덕은 바로 거기에 있다.’(‘김훈 소설이 묻는 것과 묻지 않는 것’ 중에서)


‘김훈 소설은 진화 중이다. 진화의 단계에서 역사소설은 악보 상의 휴지부(休止符), 잠시 쉬어가는 쉼표다. 김훈은 이 휴지부, 쉼표를 빠르게 건너갈 것이다. 지금까지 김훈 소설은 그 본질에서 독백이다. 앞으로 나올 소설은 독백에서 벗어나 다향의 울림을 가진 대화일까?’(‘김훈 소설, 혹은 그 이마고에 관하여’ 중에서)


역사소설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역사소설을 통해 그의 매력을 계속 발산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소설로 변신을 꾀할 것인지. 두 평론가는 김훈이 이제는 현실소설로 넘어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장석주씨는 “‘남한산성’의 인물 캐릭터가 너무 기계적으로 나뉘어 있고,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평하면서 “(김훈이) 언제까지나 역사소설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작품은 현실소설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작품성 측면에서 보면 현실소설이 실패할 확률은 60% 정도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예상을 하는 이유는 역사소설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은 단점이 현실소설에서는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우월주의나 몸에 대한 파시슴적인 요소들이 현실을 다루면 다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김영찬씨 역시 “역사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현실문제를 다룰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그의 작품 성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평한다. 또한 “현실소설을 펴냈을 때는 역사소설이 보여줬던 흡입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두 평론가의 이야기처럼 역사소설에는 김훈의 매력과 장점을 부각하고 동시에 독자들이 불편할 만한 내용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김훈이 현실소설을 냈을 때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불편함이 여과 없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훈의 다음 행보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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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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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의 문기>를 읽고는 내친 김에 빼들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서양화보다 우리 옛 그림들이 더 낯설다.  아마 화가 이름을 대보라고 해도 서양화가들의 이름을 우리 옛 화가들보다 더 많이 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그런 점이 못마땅하기도 해서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책을 사서 꽂아두곤 했는데, 그 낯설음에 쉽게 펴보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좀 더 일찍 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일었다.  이미 2005년에 작고하신 오주석님이 생전에 열강하신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이 책은 우리 옛 그림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옛 그림들을 세세하게 살펴가며 설명해주는 오주석님의 칼칼하고도 열정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너무나 재밌게 페이지를 넘겨 갔다.  게다가 이 책은 풍부한 작품 사진을 포함하고 있는데,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나 이 재,이 채의 초상 등등 많은 작품의 세부를 확대해 놓은 사진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덕분에 글 중간 중간 작고 흐린 글씨로 ‘청중들 “와”하고 크게 감탄하는 소리’, ‘청중 웃음’과 같은 강의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문(?)들의 지시에 따라 나도 “와”하고 감탄하고 웃기도 하는 감응과 공감의 묘미를 맛보기도 했다. 

오주석님은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것 같으나 ‘풍속화가’라는 그릇된 선입견밖엔 아는 게 없는 김홍도의 인물됨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더욱 열강을 토하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비로소 김홍도를 풍속화가라고 규정짓는 것이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을 알겠다.  또 우리 옛 그림의 깊고도 구수하고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매력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 커다란 여백들 속에, 단숨에 내려 그은 듯한 일필휘지의 붓자국 속에, 바늘처럼 가느다란 세필로 그려진 수천 번의 붓질 속에, 어눌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저 그림 속 인물들 안에 오랫동안 바라보고 씹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있구나, 하는 느낌은 가슴 속까지 찌릿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훌륭한 명작들이 일본식 표구에 갇혀서 그 빛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웠다.  과연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가두고 있는 일본식 표구와 이명기의 채제공의 초상을 부드럽게 안고 있는 우리의 장황은 비교가 무색할 만큼 차이가 확연했다.  오주석님의 말씀대로 일본식 표구는 ‘개꼬리가 개를 흔드는’ 꼴이라는 게 딱 맞는 표현이었다. 

우리 나라의 국가 공식 영정이라는 이순신 초상, 논개 초상, 춘향 초상 등이 일본 총독에게 한복 입은 아녀자들이 금비녀를 뽑아 바치는 그림을 그려 대동아 전쟁 선전에 앞장선 김은호라는 사람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스러웠는데,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 나라 화폐의 인물 초상들도 빨리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일기도 했다. 

우리의 옛 그림에서 읽을 수 있는 조선의 합리적 유교주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도덕관은 자본주의의 천박함을 기워줄 대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민족주의는 극단의 부족주의로 치달을 위험도 있다.  그러나 극단의 보편주의 또한 위험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다양성의 인정인데, 우리나라로 보자면 오히려 자기 빛깔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이 더 병이지 않나 싶다.  일제의 문화말살과 역사왜곡의 억압 정책 속에서 뒤틀리고 조각나 버린 우리 문화를 회복하고 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당당히 제 빛깔을 발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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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랑 가끔 가는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에서 행사가 열리네요.
이름하여 "나랑 같이 노올자"라는 행사인데
작년에도 가서 그림책 작가 한병호님도 먼 발치에서 뵙고,
가방에 그림도 그리고, 영상그림책도 보고.. 왔었죠.
올해는 비니가 더 컸으니 더 많이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요.
혹시 참가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까 싶어 행사 팜플릿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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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기 - 세계가 높이 산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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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록유산 등재라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사실로 다가오지 않았었던 건, 등재가 당연하다는 식의 우월감 때문이 아니라 우리문화를 폄하해 바라보는 문화적 열등감과 무지 때문이었다. 이 책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 문화재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학교 국사시간에 누구나 들어봤을 ‘직지심체요절’,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과 차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의궤’까지 다루고 있다.

그것이 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는지,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중국문헌으로 분류되어 있던 직지를 발견하고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받기까지 분투한 박병선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세계 최초의 인쇄본 다라니경이 발견되던 때의 극적인 이야기, 조선 세종 때 고려대장경을 탐낸 일본이 사신을 보내 단식투쟁까지 벌여가며 대장경을 가져가려고 하던 이야기, 또 한국전쟁 당시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에 불복하면서까지 귀중한 유산을 지켜낸 김영환 대령님의 이야기,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의 실록을 지켜낸 선비 안의와 손홍록의 이야기 등등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의 찬란한 기록유물들을 토대로 풀어내는 우리민족의 드높은 인문정신, 치밀하고 세밀한 기록정신, 그리고 그런 훌륭한 기록물들이 나올 수 있었던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적 토대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반성하게 되고 폄하되었던 우리 옛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의 싹이 돋아나는 걸 느끼게 된다.

매일매일 날씨와 천체의 변화는 물론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이라크 자이툰에 우리 군대를 파병하는 국무회의 기록이 단 두 줄로 처리되었다는 사실도 참담하거니와 전재산 29만원의 신화를 남긴 전두환은 아예 국무회의 기록을 자기 집으로 싸들고 들어갔다니 어이없고 황당하기만 하다.

‘훈민정음’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글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한글의 우수성을 피력하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이거나 세뇌시키듯 되풀이 되던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주장은 항상 뚜렷한 근거도 논리도 없는 듯 보였었다.  심지어 고등학생 시절 한 선생님은 영어는 항상 주어 동사가 분명하고 우리말처럼 애매하지 않다며 영어에 비해 우리말과 글이 한참 뒤떨어진다는 듯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이 책에 쓰여진 글대로  휴대전화 문자시대의 엄지족의 탄생도 한글의 과학적인 구조와 편리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IT시대에 우리가 컴퓨터 자판에 적응력이 뛰어난 것도 필경 한글 덕이다. 간송 전형필 님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지키기 위해 힘쓰신 노고(전형필 님께 우리가 어디 훈민정음 해례본의 덕만 입었겠냐만) 새삼 머리가 숙여지는 것은 해례본이 아니었다면 한글 창제의 원리도 모른 채 ‘세종이 문의 창살을 보고 우연히 만들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한 마디 반박도 못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는 아찔함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앞서 <한국인을 춤추게 하라>는 책에서 우리민족의 신기를 설명했다고 한다.  신기에 문기를 덧붙이면서 저자는
“저는 지금까지 본 문기와 신기의 정신이 한국인의 심성 안에 내장되어 있는 멜로디 혹은 가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멜로디가 한국인에게 다시 들려질 때, 한국인은 자신만의 춤을 추게 될 것입니다.  춤을 추면서 한없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동안 겪었던 많은 아픔들을 스스로 치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이나 자신들의 문화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문기와 신기의 정신이 어우러진 멜로디가 우리 귀에 하루 속히 들려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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