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비니가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장실도 못가게 하던 녀석인데 요즘은 "엄마 씻고 올게, 좀 기다려"하면 자기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다.
밥달라, 우유달라, 물달라, 빵달라, 크레파스 달라, 책읽어달라, 비디오 틀어달라, 어부바해달라,,, 요구사항도 그만큼 늘어나긴 했지만.. 갑자기 추워져서 밖에 데리고 나가질 않다가 어제는 날씨가 따뜻하길래 같이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도서관에 다녀왔다. 가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을 못이기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니느라 정작 책은 제대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1층이 유아도서들이고 2층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공간인데 우리 비니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데 재미를 붙여 계속 나를 잡아 끌고 2층을 올라가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가봤자 제대로 책도 못볼 거 애데리고 왜 가나 싶지만 유빈이가 하루 빨리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내 욕심때문이다. 많은 책들로 둘러싸인 세상과 분리된 듯한 아늑한 공간에 대한 친밀함이 유빈이 마음 속에 빨리 자리잡길 바란다.
우리 둘째 뽀는 제법 의젓해져간다. 하도 촐랑거리고 진중한 맛이 없어서 걱정했더니만 요즘은 꽤 큰 티를 내곤 한다. 그래도 뭐 비니가 잠든 틈을 타서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 안기며 좋아하는 걸 보면 아직 어린애이긴 하지만 말이다. 종합학원에 다니고 나서부터 공부에도 은근히 신경을 쓴다. 얼마전에 학원에서 성적표를 받아왔는데, 지난달 보다 참 많이 향상되어서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지난번에 읽은 책에서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기 암시의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해서 좀 신경을 써서 한마디 말이라도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게 조심해서 했더니 그 효과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우리 뽀를 더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줘야 겠다.
우리 첫째 지니, 사춘기 여중생... 엄마에 대한 은근한 반항심을 숨기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 ㅎㅎㅎ 성장한다는 표시다. 그래도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자면 지니는 무난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잘 지켜봐야지.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짜증낼 때가 많다. 아.. 우리나라 교육환경 좀 확 바뀔 수 없나? 애들이 불쌍하다. 이 찬란한 십대의 날들을 저렇게 찌들어서 보내야 하다니..
어제는 잠자기 전에 애 아빠가 "야, 니들 자기 전에 아빠한테 뽀뽀 안하냐? "했더니만 다들 들어가 아빠 입에 뽀뽀를 한다. 그러고는 돌아나오면서 우리 큰딸이 하는 말,
"내 친구 00은 뽀뽀해주고 3000원 받았다더구만~ 그것도 볼에다 뽀뽀하구선"
"그래서~ 지금 뽀뽀해줫으니까 돈 내놓으라는 거냐~?"했더니
"누가 돈 달래? 그래도 지금 이 나이에 엄마 아빠한테 뽀뽀해주는 건 나밖에 없어"한다.
그래, 인정한다. 중학생 딸이 엄마 아빠 입에다 뽀뽀해주는 집이 그리 흔하진 않을 것 같긴 하다. 그 점에 대해선 우리 큰딸에게 어느정도는 고마워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아들딸을 두었다는게 우리 부부의 행운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이뿐 아들딸들이 공부에 치인다. 학교에 왜 보내야 하는 걸까? 가끔 이런 의문이 솟구친다. 공부는 학원이 더 잘 가르친다. 그럼 학교는? 인성교육? 오, 천만에, 혹독한 경쟁 시스템안에서 인성은 무슨.. 학교는 군대같기도 하고 폭력집단 같기도 하고.. 아아아아아아앙 근데 학교에 왜가야 한는거지? 그건 무슨 관성의 법칙 같다. 여지껏 보내왔으니까 그냥 보내는거.. 그게 우리 사회의 정규코스니까, 그걸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니까.... 그게 다야? 정말?
막내 비니는 유치원도 일곱살 한해만 보내거나 아예 보내지 말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자유는 없는 걸까? 우리 큰딸은 체육은 엄마아빠 닮아서 영 꽝인데, 그래서 체육있는 날은 아침부터 짜증섞인 표정을 하곤 하는데, "전 체육이 싫으니까 그 시간에 차라리 미술을 할래요"라고 하지 못한다. 아니, 하다못해 "전 뜀틀이 싫어요. 베드민턴을 치면 안될까요?"란 말도 못한다. 우리딸은 달리기는 못하지만 수영은 무척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학교엔 수영장 시설을 갖춘 곳이 얼마 없다. 그래서 우리 큰딸은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달리면서 이 운동장이 수영장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가끔, 홈스쿨링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이 없다. 난 개척정신을 타고나지 못했나 보다. 도전정신도 부족하고 용기도 없고,,, 나 역시도 사회규범에 길들여진 못난이밖에 안되는 모양이다. 공연히 애들한테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