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창시절 소위 말하는 이과머리가 아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이나 과학은 정말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픈 과목이었고 과외가 불법으로 금지되고 학원수강도 법적으로 금지되던 시절에 혼자 힘으로 공부하기엔 버거워 나에겐 수학과 과학(특히 물리나 화학)은 시련 그 자체였다.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좋았던 게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어쩐지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내 아이들 공부하는 모양새를 보니 나의 그시절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이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학이든 과학이든 좀더 재밌게 공부할 수도 있었을텐데 딱딱한 교과서와 점수올리기식 공부방법으로 인해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엔 과학 관련책들이 참 다양하고도 재밌는 접근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들(백설공주, 인어공주, 오즈의 마법사, 걸리버, 해저 2만리, 앨리스,헨젤과 그레텔 등등등) 은 분명 상상과 허구의 세계에 속한 것들이건만 저자는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에 과학적으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한다. 읽기 전까지는 참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도 다 있구나 했는데 읽기 시작하니까 그 별난 접근법이 재밌어졌다. 이미 밝힌대로 과학영역은 나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건만 재미있게 읽혀지는 걸 보니 지은이의 입담과 재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한 것 같다. (과학도 더 깊이 들어가면 머리에 쥐가 나고 내 두뇌에 과부하가 걸리겠지만)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라는데, 내기억에 선생님들은 늘 근엄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건만 이분은 무척 재미난 분인 것 같다. 이 분한테 과학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복을 타고 난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어떤 굴로 들어갔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그 굴이 어떤 굴이냐라는 의문을 제시하면서 여러가지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지구 공동설, 블랙홀,환각버섯의 섭취 등의 경우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앨리스가 지구를 뚫고 반대편으로 나올 경우엔 어떤 문제가 있을까하는 점도 과학문외한인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에서는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보안문제와 암호에 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데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양자컴퓨터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사람은 역시 끊임없이 배워가야해.. 세상이 엄청 빨리 변화하고 있다니까.)
세계명작 속에 숨어있는 과학이라고 했지만 저자가 찾아낸 과학이 너무나 방대한 양이라 리뷰로 모든 것을 소개하기란 내 짧은 과학지식으론 어림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접근방법으로 학교에서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과학의 세계를 펼쳐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제발,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이 예전의 나처럼 고리타분한 죽은 공부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 한가지 오류 발견~ 제2권에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가 나오는데 헨젤이 여동생으로 그레텔이 오빠로 나온다. 분명히 내가 알기론 헨젤이 오빠고 그레텔이 여동생이건만.. 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