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니의 취미생활
1. 낙서, 또는 예술활동
마트에서 저렴하게 묶음판매를 하는 스케치북 10권을 사다 안겨줬더니 크레파스, 색연필, 싸인펜.. 심지어 언니 책상서랍안에 은밀하게 잠자고 있던 매직펜까지 다양한 필기구로 스케치북 한권을 순식간에 소비하고 있다. 짜식~ 필력이 제법이다. ㅎㅎㅎ 얼마전엔 자기 안에서 넘쳐 솟아나는 예술의 끼를 펼치기에 8절지 스케치북이 너무 작았는지 거실 유리문에다가 색연필로 화려하게 추상화를 그려놓았다. 뭐, 바람직한 취미생활이다. 날씨도 추워지고 맘껏 나가놀지도 못하고 답답할텐데 그렇게라도 에너지를 소비해야겠지..그럼..
2. 매달리기
처음 시작은 이랬다. 장롱에 옷을 걸어놓는 기다란 막대봉을 뽑아다가 남편이 들고서 매달리기를 하게 해줬던 것이다. 워낙 기어오르고 매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비니의 불타는 습성에다 기름을 확 뿌린 격이 되었다. 이제 장롱안의 옷걸이 봉뿐만이 아니라 냉장고 손잡이를 잡고도 두다리 반짝 들고 매달리고, 여름내 오빠가 쓰던 잠자리채도 뒤져서 들고 나와 나더러 들고 있으라고 해놓고는 매달린다. 우와~~ 우리 가족은 근력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10킬로그램이 넘는 인간 역기가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3. 집짓기
블록으로 집짓기 놀이를 하는 거라면 무척 모범적이다. 그러나 어디 아이들이 그런가?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블록이라는 한정된 재료 안에서 머물수 없다. 그 커다란 이불과 빨래건조대가 훨씬 집짓기에 효과적이다. 블록으로 만든 집은 아무리 쌓아도 들어가 놀 수가 없지만 빨래건조대에 이불을 씌워 만든 집은 무척 아늑해서 들어가 놀기에 최고다. 나름대로 엄마 자궁안으로 돌아가고픈 욕구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그런데 이 집짓기 놀이에는 늘 공범자가 있다. 열두살 위인 중1짜리 언니와 열살 위인 5학년짜리 오빠..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4. 잠자기 전 독서를 위한 책나르기
잠들기 전 엄마 팔베개 하고 누워 독서에 열중하기 위해 거실 책꽂이에 있는 자기의 그림책들을 낑낑 대며 옮기는 것이다. 한 다섯권정도만 가져오면 될 것을, 아무리 말려도 울며불며 30권정도의 책을 이부자리 머리맡에 옮겨놓는다. 누구 닮아서 책욕심이 저리도 많아? 잠자리 들기전 비니의 강도높은 책 운반 노동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 두고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