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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ㅣ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1 큰아이에게 사주었던 책.. 성폭행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웬지 꺼림직했던 책,
성폭행에 대한 나의 의식이 바로 이 수준이다. 성폭행을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꺼려지고 피하고 싶은 거.
저자 이금이씨를 믿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우리 아이에게 절대로 주지 않았을 거다.
이게 내 마음이다. 어둡고 흉하고 추한 사회의 이면을 아이들에게 감추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 그런 추한 세상은 없다고 믿게 하고 싶은거.. 엉터리이고 비겁한 태도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추한 면들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몰라서, 어른인 나조차도 받아들이기에 역겹고 당황스러워서 허둥대게 되니까 자꾸만 덮어놓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딸에게 주기까지는 망설여졌지만 읽으라고 권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모인 나까지 읽어 보길 참 잘했다.
심심찮게 잊을만 하면 보도되는 갖가지 성에 관련된 사건들을 접하면서 딸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초조하고 불안해 하면서 내 아이가 그런 몹쓸 일을 당하는 일이 절대로 절대로 없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 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에 이 책의 두 유진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일이 없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 큰유진의 엄마처럼 대범할 수 있을까? 까맣게 타버린 속을 애 앞에 다 드러내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저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이 사회가 싫을 뿐이다.
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 대상이 어린이이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가난하건 부자건 간에 성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용납되고 용서되기엔 그 상처가 너무 깊다. 아울러 성폭력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폭력도 묵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학교현장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체벌하는 동영상이 나오곤 한다. 사랑의 매라곤 하지만 보기에 좋진 않다. 섬뜩하다. 아이들은 폭력까지도 보고 배운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랑의 매도 결국은 폭력이라는 점에서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폐쇄적이고 자기세계 안에 갇혀있는 것 처럼 보인다. 많이 원인들이 있겠지만 옛날에 비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교류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가족구성원간의 유대감도 많이 약해졌다. 늘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이 책에서 다뤄진 성폭력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다양한 종류와 형태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지켜주어야 할 부모로서 오늘 내 아이들에게 말로 또는 눈빛으로라도 폭력과 학대를 하고 있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우리의 십대들을 위하여 더 많은 성장소설들이 출간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아이들에게 그 책들을 마음놓고 읽을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마련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