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개서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ㅣ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나에게 내 지식의 정도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소위 "가방끈"이라는 게 있다면 과학의 가방끈은 엄청 짧을 것이 분명하다.  나의 이 짧은 과학가방끈은 나를 자기연민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나의 이 컴플렉스에 대한 보상심리로 찾아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열가지 이슈"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현대과학과 내가 좀더 친숙해지는 것, 그리고 눈부신 발전 뒤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을 빌려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기대했던대로 현대과학과 친숙해지기는 일단 어느정도 성공이다. 아니, 친숙해지기 정도는 아니고 소개받은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접하는 수박겉핥기식 과학정보도 무시할 건 아니어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의 사람을 정식으로 소개받은 그런 느낌이다. (정식으로 소개를 받았으니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느냐 마느냐는 내가 하기 나름인가요?)

두번째의 기대, 과학의 발전 뒤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그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저자의  칼날이 무디다. 10가지 이슈에 대한 뒷마무리가 개운치가 않고 어째 흐지부지하게 흐리고 끝나버리는 것 같아 찜찜하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 소개서다. 하리하라라는 중매인을 통해 과학을 소개받은 셈이다. 원래 중매인은 상대방의 결점은 다 드러내지 않는게 예의니까 저자는 예의를 다 갖춘 것이다.

차라리 책의 알맹이에 비해 너무 무거워보이는 부제는 달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나처럼 과학가방끈이 짧은 사람에겐 컴플렉스에 상처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과학도서라는 점에서 좋다.  너무 수준높은 전문지식을 펼쳐놓아도 받아들이지 못할 게 뻔하니까.  하지만 과학가방끈이 비교적 긴 분들은 다른책을 찾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