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우리 뽀는 마음 편하게 학원을 땡땡이 쳤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들의 얼굴이 환했다. 예상대로 컴퓨터를 켜고 오랜만에 실컷 게임을 즐겼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건 탐탁치 않았지만 자유를 허락하기로 한 날이었으므로 그냥 묵인하기로 했다. 저녁 먹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 하더니 저녁 먹고 나서는 잠깐 잠을 잤다. 학원을 안가도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졌나보다.
수요일, 아침에 깨웠더니 일어나길 힘들어 한다.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늘 그렇다. 아침밥을 반공기정도 겨우 비우고 유난히 힘들어 하며 학교에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마음이 좋지 않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모습이 어제와 반대다 짜증섞인 목소리로 "아, 오늘도 학원에 가기 싫다"한다.
염려스러웠다. 하루 학원에 안갔다고 저렇게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나 싶었다. 그래도 수학이랑 국어 시험을 잘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땐 잠깐 반짝한다. "정말? 우리 아들 열심히 하더니, 축하해!"했더니 녀석, 쑥스러움과 잘난척하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 떠오른다. 그러다가 학원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까 또 우울해한다. 학원에 안가도 된다고, 아예 그만둬도 된다고 했더니 또 그건 안된단다. 만족스런 시험결과가 학원에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학원 덕이겠지. 하지만 그 대신에 우리 뽀가 잃은 것을 생각하면 마음 편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우울하다.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자꾸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도 보충한다고 늦게 오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정확히 6시 32분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뽀의 얼굴이 환했다. 우울한 기분이 말끔히 씻겨 나갔다.
" 너, 학원 체질이냐? 학원 갔다 오니까 얼굴이 밝아졌네."했더니
"엄마는~~집에 왔으니까 좋은거지."한다.
그래, 그렇지. 싫은 일을 해치웠을 때의 가뿐함이겠지. 한달에 한번은 학원에 안가기로 했다. 뽀가 원하는 날에.. 녀석, 우리 엄마는 참 착하다며 아첨을 떤다.
큰딸 지니가 수학학원에서 문화상품권을 상으로 받아왔다. 뽀가 한장만 달라고 누나를 쫓아다니며 난리다. 지니는 넌 줘봤자 인터넷 게임에서 캐쉬충전이나 한다고 안된다고 난리고,, 뽀가 심술이 났다. 옆에서 비니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지켜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애들 셋과 복닥복닥 사는 내 모습이 친정엄마는 안쓰럽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복해서 좋겠다고도 한다.
간혹 아이들이 힘들게 할 때마다 큰딸 지니때문에 힘들면 "사춘기 딸 키우는 재미"라고 웃어넘기고, 뽀가 힘들게 하면 "아들 키우는 재미"라고 웃어넘기고 비니가 힘들게 하면 "늦둥이 키우는 재미"라며 웃어넘긴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으랴.. 그런데 그러다 보면 정말 재밌어진다.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내게 즐거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