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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119! 우리가 간다 - 소방관 ㅣ 일과 사람 3
김종민 글.그림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소방서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건물 중에 하나가 아닐까. 강렬한 빨강의 커다란 차들이 번쩍번쩍 빛을 반사하며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그 곳은 뭔가 대단한 일이 진행중일 것만 같다. 게다가 TV에 종종 보이는 소방관이나 구급대원들의 모습을 보라. 영화 속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각박하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영웅다울 뿐아니라 숭고해보이기까지 하니 소방서야말로 마치 비밀에 싸인 신비의 공간 같다. 마치 슈퍼맨이나 베트맨의 비밀기지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소방서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결계가 쳐진 장소같다.
책을 일일이 다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소방관에 대해 이만큼 자세하게 소개한 책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소방서 최고 미남'이라는 김영민 아저씨가 소개하는 소방서 이야기는 일곱 살 딸아이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만큼 참 잘 엮어졌다. 시시콜콜하다고 생각될 만큼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모습들(출퇴근, 회의, 상황실의 모습, 휴식시간 등)과 소방차들의 종류, 출동할 때의 모습, 소방도구들과 장비들, 그리고 당연히 소방관들이 하는 일까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의 흐름이 어지럽다거나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예를 들어 소방관들의 아침회의 모습을 보면, 24시간씩 교대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아침에 다함께 모여 회의를 한다.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소방관은 방화복을 입고 참석하고, 퇴근할 소방관들은 활동복 차림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 있다. 그리고 소방서 내부의 전경이 그려져 있는데 이 때 소방차들의 종류(지휘차, 탱크차, 굴절사다리차, 고가사다리차, 펌프차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고, 소방차들 뒷편에 있는 장비들 (방화복, 수관, 미끄럼봉, 공기호흡기)까지도 챙겨 설명하고 있다. 아이에게 본문의 글을 읽어준 다음 다시 작게 설명된 글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어주는데, 그 다음 장에 소방장비를 살피는 장면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식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0610/pimg_735544173671990.jpg)
앞에서 말했더 것처럼 신비에 싸인 비밀스러운 곳처럼 여겨지는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잠시 휴식하는 시간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소방관들이 슈퍼맨스러운 모습을 벗어버린 인간다운 면모를 발견하고 친근함을 느꼈고, 딸아이도 긴장을 풀고 소리내어 웃어댔다. 소방관들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멀리 갈 수가 없다. 언제 출동하게 될 지 모르니 소방서 내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고, 휴식시간에도 동료들과 운동을 하거나 체력단련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0610/pimg_735544173671985.jpg)
위의 사진은 소방관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족구를 하는 모습이다. 그 뒷편 건물 창문을 통해 컴퓨터를 하는 소방관, 헬스를 하는 소방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소방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방관들이 보인다. 물론, 우리 막내를 웃게한 소방관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소방관이다. '따르르르르릉~~'하고 출동벨이 울리자 족구를 하던 소방관들을 물론이고 모두 서둘러 출동하는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소방관도 후다닥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던 것. 없어서는 안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존경스러운 소방관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영웅시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들의 자기 일에 충실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웃음이 나면서도 뭉클한 장면이기도 했다. 영웅이라서 소방관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소방관들도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용감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돌아올게!"라고 주문을 걸듯이 스스로 다짐하는 평범한 일상을 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남자 아이들이라면 소방관들이 쓰는 소방도구와 구조에 쓰이는 도구들에도 큰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막내는 여자아이인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구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권윤덕 선생님의 <일과 도구>라는 책이 생각났는데 그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도구에 대한 설명이 책 뒷편에 사전적인 설명으로 작게 적혀있어서 아이에게 설명해주기가 난감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계획과 의도가 서로 다른 책이라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도구에 대한 설명만 보자면 이 책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되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일과 사람'시리즈의 세번째 책인데, 책 사이에 끼어온 이 시리즈에 대한 설명지를 살펴보니 중국집요리사부터 우편집배원, 어부, 채소장수 등 그럴듯하게 폼나는 직업들 보다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될 것 같다.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 따끈해지는 시리즈인 것 같아서 계속 관심을 두게 될 것 같다. 이런 책들을 아이들이 읽으며 자란다면 묵묵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까.
막내는 버스를 타고 도서관 가는 길에 늘 만나던 소방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 책으로 많이 해결했다. 다음에 소방서를 지나갈 때면 예전과는 다르게 좀 아는 척을 하지 않을까? "엄마, 저기 펌프차 있다~~", 뭐 이러면서 말이다. 어쨌든 소방서와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