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열이 펄펄 끓는 유빈이가 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큰아이들에게 유빈이를 맡기고 빵을 사러 파리바게뜨에 갔다.  지난 가을엔가 오픈한 빵집인데 우리 아파트에서 한 정거장 정도 걸어가야 한다.  개나리가 실눈을 뜨고 있는 길을 지나서 달콤구수한 빵냄새가 가득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넉넉하게 빵을 골라 계산대로 갔는데 빵을 비닐봉지에 담던 알바생이 갑자기 옆에 있는 다른 알바생에게 하는 말이

"아~~ 나 중학교 있는 거 너무 싫어~" 하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 빵가게 근처에 우리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렸는데 말인 즉슨, 중학생들이 빵을 사러 와서는 바닥에 침을 뱉는다는 것이다. 알바생들 입장에선 정말 짜증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닥에 떨어진 침을 닦아내는 것, 불쾌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러고 보면 늘 입안에 갖고 있는 침이고,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나눌 땐 타액교환도 서슴지 않는 우리들이건만 그 침을 신체 밖으로 내놓는 일만큼은 커다란 실례이자 불쾌한 행위로 규정지은 사회적 약속도 어쩐지 좀 이상하단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통념상 알바생으로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을 게 분명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짜증이 잔뜩 나 찌푸리고 있는 알바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 유치한 상상이 시작되었다.  혼자서 작은 케이크 가게를 꾸려가는 아가씨의 이야기가 슬금슬금 파고 들어오더니 떡하니 자리잡고 영역을 넓혀간다.  열여덟 우리 큰딸 수준에도 못미칠 유치한 상상이라 누구에게 풀어 보여주기도 민망하지만 나로서는 아무도 모르게 등장인물을 누구로 캐스팅할까, 고민해보는 소소한 재미를 덤으로 얻어 즐겁다.

작은딸은 아프고 큰아이들은 중간고사 시험대비로 들어간 정신없는 시기에 철없는 푼수엄마는 이런 상상으로 속을 풀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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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4-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들의 무례한 행동들은 왜 일까요? 그 나이가 되면 그런 행동을 왜 서슴없이 할까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닐텐데 이해가 잘 안되요.

섬사이 2010-04-27 11:40   좋아요 0 | URL
그래야 '쎄'보여서가 아닐까요....??

무스탕 2010-04-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큰 애가 중2때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있어요.

[지구는 중2가 지킨다]

정말 딱 맞는 표현이더군요 -_-
우리 아이들도 어여빨리 그 시기를 무사히 넘기길 바랄뿐이지요..

섬사이 2010-04-27 11: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해결해 주면 좋겠어요.
특히 아들은 내가 아니라 시간이 키우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