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의 카페놀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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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카페놀이 - 600만 블로거가 다녀간 진의 서울 베스트 디저트 & 카페 52곳!
김효진 글.사진 / 더블북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책이 임자를 잘못 찾아왔구나'였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20대로 접어든지 3년 미만인 아가씨에게 갔다면 환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고 저자의 표현대로 한다면 '달다구리'하고 '느끼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황당하고 낯선 느낌이었다.
책이 다룬 주제 자체도 그랬지만 저자의 문장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 블로그를 통해 저자가 올린 카페소개글들이 책으로 묶여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가 선정한 '좋은 카페'의 기준은 또 뭔지, 그것도 궁금했는데, 차례를 살펴보니 '100Q100A'가 있길래 혹시 거기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자의 혈액형, 이상형, 좋아하는 색, 숫자... 이런 것들이 줄줄이 적혀있었다. 이 난감하고 황당함이란.
이 책에 소개된 카페들 중에 신사동에 있는 카페 두 어 군데는 알고 있는 카페다. 하지만 워낙 내가 이런 카페들에 시큰둥하는 성격인데다가 한 잔에 만원쯤 하는 커피나 2만원을 육박하는 햄버거나 음료나 디저트 등까지 갖춰 먹으려면 5만원을 가볍게 점프하는 스파게티의 사악한 가격들을 편안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찌질함까지 갖췄기 때문에 그런 카페들과 되도록 상종을 하지 않는 편이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비싼 돈 주고 커피를 왜 마시냐는 남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단다.
"평생을 혼자 노총각으로 살 거 아니면 좋은 카페 몇 군데쯤은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한적한 골목길 허름한 계단에 앉아 마시는 것도 꽤 근사하고 멋진 일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푸드전문취재기자라는 저자가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일한 나름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면 좀 너그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카페의 인테리어나 메뉴 소개를 넘어 전문가다운 예리함이 더해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제목에서 드러난대로 말마따나 그저 '놀이'다, 생각한다면 놀고 싶은대로 그냥 놀면 그만이다. 노는 방법은 사는 방법만큼이나 천만가지로 다양할 것이고 카페놀이가 적성에 맞는다면 이 책 속에 소개된 카페들을 찾아가 직접 확인해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임자를 잘못 만나도 단단히 잘못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