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시험기간이다.  유진이는 지난 월요일에 시작해서 다음주 화요일까지, 명보는 다음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세 아이들의 하루가 나에겐 한꺼번에 몰아친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뭐 그런거지..  

오늘은 유진이가 겨울방학 방과후학교 안내장을 가져왔다.  지난번에 신청했던 강좌들이 수강료와 교재, 각 강좌별 수강인원 등이 확정되어 온 것이다.  1기와 2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유진이는 각 3강좌씩 모두 6강좌를 듣기로 신청했다.   

1기는 1월 4일부터 1월 22일까지, 2기는 2월 8일에서 2월 26일까지.  한교시당 90분 수업, 3교시까지 하고나면 1시 10분이 된다.  지난 여름에도 학교에서 하는 방학강좌를 들었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 유진이에겐 꽤 유용하다.  1기에는 고전문학, TEPS 강좌(원래 영어 수능유형 강좌를 신청했는데 신청인원이 너무 많아서 TEPS강좌로 밀렸다), 수학 1 선행학습을 듣고, 2기에는 영어수능구문독해, 수학필수개념고2선행, 현대소설특강을 듣기로 했다.  교육비는 한 강의당 4만원대.  TEPS강좌만 신청 인원이 21명이라 62,800원이다.  모두 269500원.  

수학 과목은 그냥 방학 내내 꾸준히 강좌가 열려서 방학동안 충분하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앞부분 진도를 좀 나가다가 중간에 끝날 것 같다.  그래도 강제보충수업이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선생님들이 강의를 맡아서 아이들에게 신청을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율'인 것이다.  이번에도 신청지가 왔을 땐 지리, 경제, 정치 강좌가 있었는데 신청인원이 적어서 폐강이 된 것 같다.  사회과목을 좋아하는 유진이도 지리나 경제 강좌를 듣고 싶어했는데, 아무래도 주요과목 위주로 가야하고 3교시 안에서 선택을 해야하다보니 신청을 못했다.  다른 아이들도 사정이 비슷했을 듯.   

명보도 시험을 코앞에 두고 학원을 끊었다.  2년동안 학원을 다녔으니 지겨울 때도 되었겠다, 싶어서 말 나온 김에 얼른 끊어줬다.  '자기주도학습'과는 거리가 꽤 먼 녀석이라 좀 걱정이 되지만 일단 스스로 해보도록 맡겨보기로 했다.  어차피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학원으로 공부를 해결하는 것도 무리고, 혼자 해보다가 안되면 녀석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겠지... 내가 너무 무사태평한 걸까.. 

유빈이는 드디어 2년 6개월동안 대기자로 되어있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것이다.  6살이면 다니던 어린이집도 끊고 영어유치원이나 일반 사립 유치원으로 바꿔주는데 이제서 어린이집 가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게 좀 웃기는 일일 수 있지만, 워낙 맘에 들었던 어린이집이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가장 대기자 수가 많아 들어가기 어려운 어린이집이라 연락온 게 반갑기만 하다.  게다가 구립이라 교육비도 저렴. ^^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아이들 공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6살에 어린이집 보내면서도 좋아라 하지..) 그냥 선생님들 좋고 주변 환경이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헤헤, 이제 내년 봄이면 하루에 일정한 내 시간이 생긴다.  몇 년만에 가져보는 자유인가..  유빈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첫날엔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들어와야지, 이제 헬스 등록을 하든가 요가를 배우든가 해야지, 책도 차분하게 잘 씹어 읽고, 페이퍼랑 리뷰도 매일매일 써야지,,,  아직 유빈이가 어린이집 갈 날은 멀었는데 공연히 마음이 먼저 들뜨고 있다.   

냄푠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눈비가 오거나, 차를 쓸 일이 있는 날만 빼고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는 분이 1500만원짜리 티타늄 자전거(그런 자전거가 정말로 있구나..)를 사는데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그 분 자전거의 10분의 1가격의 중고 자전거를 얻어 타게 된 게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그 분께 감사.  집에서 남편 사무실까지는 10km가 약간 안 나오는데 (9.7km라던가..), 왕복하면 거의 20km가 되니 꽤 운동이 될 것 같다.  남편 운동에 자극을 받아서 나는 요가 DVD를 샀다.  첫날, 내몸의 뻣뻣함을 절실하게 깨닫고 반성했다.  지금도 여전히 뻣뻣하지만 한결 몸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겨울동안은 이렇게 버티고, 내년에 유빈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 본격적으로 운동 좀 해야겠다.  점점 배둘레가... 흐흐흑...  예전에 알던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정도다.  

어제, 알라딘에서 그림책 몇 권을 구입했다.  불매선언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하지 말자..하고 있었는데 옆라인에 사는 연하녀네 집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려다가 그만...  연하녀네 아이 신이가 <이가 빠지면 요정이 온대요>라는 책을 선물해달라는데 그 책이 절판된 책이었던 거다.  그런데,,, 마침 그 책이 알라딘 중고로 나와있어서, 그 책과 함께 <사랑해 100번>을 신이를 위해 더 주문했다.  신이 동생 현성이(3살)는 아이즐에서 나온 <영어동요>를 해달라기에 그 책에다 <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를 더 보태서 주문.  총 4권을 주문했다.  <이가 빠지면 요정이 온대요>란 책이 알라딘 중고로 나와있지만 않았어도 참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알라딘 컵과 탁상달력의 유혹을 과감히 물리쳤다.  (용하다, 섬사이!!) 

올해의 책 선정에 매일 참가하고 있다.  넷북이 당첨되었으면 하는 바람..(난 그런 요행운이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면서!!)  며칠 전에 노트북을 하나 사줄 것처럼 냄푠이 슬쩍 이야기를 비추더니 다시 묵묵..  하긴 난 노트북 없이도, 넷북 없이도 잘 살 자신이 있지만 말이다.   

오늘은 지난 주에 꿀로 유자차를 담가 놓았던 것을 한 해동안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 넷과 나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엄마들인데도 경로사상(?)이 투철해서인지 이런 저런 것들을 참 많이도 챙겨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던 이웃들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도토리묵이라도 한 번 더 쑤어서 나눠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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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2-1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이에겐 이미 방학이 방학이 아니군요. 그래서 더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네요.
요즘 중고등학교 입시 체제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중에 이번 겨울호 창비어린이의 대담 기사를 보고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도 좀 더 실감이 되었고요. 하지만 무엇이 정답인지 정말 답답하더군요.
내년 봄에 대한 기대가 크시겠어요 ^^

섬사이 2009-12-11 21:29   좋아요 0 | URL
앗, 저 지금 막 hnine님 서재에 가서 쇼팽의 야상곡을 듣고 왔는데. ^^
교육문제는 아무래도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아요. 성경 말씀처럼 "거듭나지 않고서는" 손대기 어렵지 않을까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교육문제 해결이 더 어렵지 않을까, 아아아~~ 왜 생각이 비관적으로 흐르는 거죠...
내년 봄을 생각하면 마음이 들썩거려요. 너무 좋아요. 유빈이에겐 미안하지만. ㅋㅋㅋ

꿈꾸는섬 2009-12-1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너무 힘들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ㅠ.ㅠ
유빈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다니나봐요. 우리동네에도 저렴한 구립이나 시립 어린이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요. 이제 좀 편안하게 볼 일 보실 수 있겠어요. 운동도 하시면 좋겠어요.^^

섬사이 2009-12-12 01:5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제 큰아이 둘이 모두 학원을 안다니니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힘들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희 동네에도 구립이나 시립에 들어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유빈이는 2년6개월을 기다렸죠.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일찌감치 구립어린이집에 대기신청부터 해놓는 엄마들도 많아요.
오랜만에 찾아오는 자유라, 한동안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심심하게 있어보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

마노아 2009-12-1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교육문제에 있어서 의연하게 대응하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모두들 이만큼씩의 여유가 있으면 다함께 덜 고단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내년 입학이면 1월이에요, 3월이에요? 섬사이님의 자유시간이 저도 함께 기다려져요. ^^

섬사이 2009-12-12 21:28   좋아요 0 | URL
아이가 셋이 되면 의연해지고 싶지 않아도 자연히 의연할 수밖에 없어요. 대한민국 교육문제도 어쩌면 자녀 많이 낳기가 해결방법이 될 수도... 유빈이는 3월에 입학이예요. 막상 자유시간이 생기면 뭘 할지 몰라 멍하게 지낼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