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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부엌에 초파리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1층이라서 그런걸까?
여기로 이사오기 전엔 여름에도 초파리들을 보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정말 끔찍하게도 싫은데 코딱지만한 녀석들이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을 가졌는지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게다가 장소가 부엌인지라 함부로 살충제를 뿌려대지도 못한다.
그래서 고심끝에 화원에서 '긴잎 끈끈이 주걱'이라는 식충식물을 사왔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괴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생긴 걸로 따지자면 파리지옥에 비하면 무난한 스타일을 가진 식충식물이다.
그런데도 이런 묘하게 괴기스런 느낌이 드는 건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이용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마치 살인청부를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폴폴거리며 천진스럽게 날아다니는 초파리들에게 어쩐지 미안하단 생각이..
초파리와 긴잎끈끈이주걱과 나,
이렇게 셋 중에 가장 흉물스러운 존재는 바로 나인것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