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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ㅣ 사계절 1318 문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평점 :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에 집에 있는 위인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은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미켈란젤로와의 경쟁이 매우 뜨거웠다는 내용만 기억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격렬하게 활활 타오르는 불에 비유하고 다빈치를 얼음처럼 차갑고 잔잔한 호수로 비유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작가 코닉스버그는 <클로디아의 비밀>에서는 박물관을 배경으로 삼아 미켈란젤로의 천사상을 추적하더니만 이 책에선 다빈치와 그의 조수 살라이, 그리고 공작부인 베아트리체를 통해서 모나리자를 이야기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나리자를 통해서 다빈치와 살라이, 베아트리체 공작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더 맞다.
영주와 귀족, 라틴어와 그리스어, 예술과 학문, 전쟁과 축제 등이 어우러진 르네상스 시대의 한복판, "남과 동떨어져 저 높은 곳에 머물고자 했"던 완벽주의자 다빈치와 "한 벌의 그림 물감만큼 다채로운 기질을 갖고 있는" 살라이, 그리고 "아름다움에 민감한" "자기만의 잣대"를 가진 베아트리체 공작부인을 통해서 엮어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기마상과 최후의 만찬을 비교하며 예술적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그 당대에서 지금까지 예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다빈치의 고뇌를 간파하는 베아트리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즐거웠고, 책 속에 나오는 몇 가지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훌륭한 충고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한편으로 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살라이의 다채로운 빛깔이 부럽기도 했고, 베아트리체의 개성있고 재치있는 성격과 타고난 예술적 감각, 그리고 마법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탐나기도 했으니까. 꽃은 수수해도 소용돌이치는 개성있는 이파리를 지닌 베들레헴의 별꽃처럼 나의 이 평범하고도 평범한, 아니면 그 보다도 못한 나에게서 조금은 남들과 다른 개성과 장점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어보는 것이다.
<클로디아의 비밀>에서도 작가의 탄탄한 구성력에 감탄했었지만 이 책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다. 조밀한 짜임새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찌르는 글들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