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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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니까 외로운 게 아니라 외로워서 사람이란다.
가끔씩 어쩌다 외로워지더라도
바람 속에 서 있을 때처럼
그냥 온몸으로 안아야 하겠구나.
웅크리며 피하려 들지 말고
두 팔 벌리고 가슴으로 꼭 안아줘야 하는 거로구나.
잘 있었니? 외로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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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5-0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이란 정말 인간의 상태를 좌우하는 커다란 하나의 코드 같아요.
두 팔 벌리고 가슴으로 꼭 안아줘야 하는 거. 음...

비로그인 2007-05-0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도 즐길 수 있으면 좋은 벗인데.
어떤 땐 그게 잘 되고 어떤땐 외로움에 짓눌리는 거 같아요.

섬사이 2007-05-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인간의 상태를 좌우하는 커다란 하나의 코드란 말씀 정말 맞는 말이네요. 사랑보다 외로움이 우리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마치 젊은 시절의 환각같단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숭고한 사랑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말이예요.

체셔님, 저는 짓눌릴 때가 훨씬 더 많은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