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미장원엔 18세의 남자 아이가 있다.  청년이라기 보다는 소년에 더 가까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아이다. 

지난 번에 미장원에 갔을 때부터 새로 들어와 일하고 있었는데, 아직 학교 다닐 나이인 것 같아서 몇살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열 여덟살이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미용실 원장에게 아직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여기서 일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일찍 이 분야 일을 하고 싶어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패스하고 일을 배운 아이라고 했다. 

머리를 하는 내내 가만히 지켜보니 무척 싹싹하고 바지런했다.  머리를 감겨 주는데, 손길이 꼼꼼하고 부드러운데다가 손끝으로 꼭꼭 누르는 지압이 너무 시원했다.   그 아이가 입고 있는 무릎부분이 찢어진 청바지만이  그 아이가 아직도 반항끼있고 어린 십대라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얼마나 힘들까.. 아직은 부모에게 기대서 섣부른 반항을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 시기인데, 일찌감치 자기 길을 정하고 누가 뭐래든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갑자기 아직은 어린 저 아이가 자기 길을 포기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일었다.  커피를 가져다 주는 그 아이에게 베시시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손끝 야무지게 일을 너무 잘하는 것 같네.. 머리 감길 때도 벌써 뭔가 다르던데, 일이 힘들진 않아요?  내가 보기엔 이 쪽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요.  절대로 중간에 그만둬버리면 안되요."

아마 무지 이상한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거다.   나도 내 안에서 언젠가 저 아이가 한국 미용계의 전문가로 우뚝 선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일어나는 걸 느끼며 피식 웃었다.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 저렇게 자기의 갈길을 찾아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너무 이쁘다.  그 길이 대한민국 교육의 주류에서 벗어난 길이라고 해도 너무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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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네가 하고 싶은 일,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라'라는 것이랍니다. 미용실의 그아이, 정말 제가 봐도 정말 대견하구요, 즐길면서 열심히 살아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섬사이 2007-04-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뽀가 요리사가 되겠다는 말을 하면 간혹 어이없다는 듯 웃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 생각엔 요리사라는 직업이 거창하게 장래희망에 오를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 아이가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저는 동네 미용실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아이가 일을 잘 하고 있나 눈 여겨 보게 되요. 그 아인 이런 제 마음을 모르겠죠? ^^

무스탕 2007-04-23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용분야라는게 겉보기엔 화려해 보여도 사실 꽤 중노동입니다. 그런 분야를 알고 혹은 모르고 뛰어든(?) 어린나이의 일꾼들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하고그렇죠..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그런 서비스분야, 특히 남자애가 여자들 머리를 만지는 [미장원] 이라는 저급 기준의 판단을 내리는 장년층이 많은 나라에서 학교도 일찍 땡겨서 마치고(그만둔것이 아닌 마무리 진!) 그 바닥으로 뛰어든 그 아이가 열심히 해서 대성하길 저도 조그맣게 응원합니다 ^^

섬사이 2007-04-2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게 느껴져요. 게다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니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만나면 자기가 가는 길에 회의를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어린 나이에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할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뭐, 어차피 극복해 나가야할 것들이긴 하지만요. 무스탕님의 응원이 그 아이에게 지지직~하고 선한 기운을 불어 넣어 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