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심었다. 화단 비어있는 공간에 도라지와 패랭이, 페튜니아 꽃씨를 심었다. 아직 감나무 밑 공간이 남았으니 거기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하고.
모종을 사다 심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모종을 심는 거랑 씨앗을 심는 거랑은 기분부터가 다르다.
씨앗을 심고 싹이 날 때까지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은 뭐랄까... 정말 하루하루를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매일매일 화단을 또는 화분을 들여다보고 그러다 어느날 조그만 연두빛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 때부턴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물론 화원에서 파는 모종보다 잎이나 꽃이 풍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없다. 나는 아마추어니까.
그래도 빈약한 잎과 꽃이라고 해도 그 탄생부터 함께한 정을 따진다면 결코 빈약하다 할 수 없는 기쁨이다.
어제 씨앗을 심었는데 오늘 아침 베란다 버티컬을 거둬보니 비가 내렸다. 감사한다. 씨를 품고 있는 땅을 촉촉하게 적셔준 비가 고맙다.
오후에는 날이 개면서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또 고맙다. 촉촉하게 젖은 땅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해가 고맙다.
언젠가 비니가 조금 더 컸을 때, 화단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 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꽃따고 이파리도 한장씩 따서 소꿉장으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며 노는 모습을.
그런 상상을 하며 웃음 지을 수 있으니 또 고맙다.
꽃씨 심은 봄날은 그래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