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심었다.  화단 비어있는 공간에 도라지와 패랭이, 페튜니아 꽃씨를 심었다.  아직 감나무 밑 공간이 남았으니 거기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하고.

모종을 사다 심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모종을 심는 거랑 씨앗을 심는 거랑은 기분부터가 다르다.

씨앗을 심고 싹이 날 때까지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은 뭐랄까... 정말 하루하루를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매일매일 화단을 또는 화분을 들여다보고 그러다 어느날 조그만 연두빛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 때부턴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물론 화원에서 파는 모종보다 잎이나 꽃이 풍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없다.  나는 아마추어니까.

그래도 빈약한 잎과 꽃이라고 해도 그 탄생부터 함께한 정을 따진다면 결코 빈약하다 할 수 없는 기쁨이다.

어제 씨앗을 심었는데 오늘 아침 베란다 버티컬을 거둬보니 비가 내렸다.   감사한다.  씨를 품고 있는 땅을 촉촉하게 적셔준 비가 고맙다. 

오후에는 날이 개면서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또 고맙다.  촉촉하게 젖은 땅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해가 고맙다. 

언젠가 비니가 조금 더 컸을 때, 화단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 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꽃따고 이파리도 한장씩 따서 소꿉장으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며 노는 모습을. 

그런 상상을 하며 웃음 지을 수 있으니 또 고맙다.

꽃씨 심은 봄날은 그래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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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보면서 낭만적인 모습이 그려지네요. 저절로 미소가 번져요. ^ ^.

프레이야 2007-04-1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씨를 심는 행복한 섬사이님~~ 싹이 올라오면 여기 소개도 해 주세요^^

섬사이 2007-04-1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저는 낭만과는 거리가 좀 먼 사람이지만 봄에는 조금은 그렇게 되고 싶기도 해요.

배혜경님, 싹이 올라오면 알려드릴게요. 두근두근해요. 싹이 안올라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