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냄푠은 지방 출장 일정이 잡혀 있었다. 백양사 탱화의 색을 잡으러 떠날 예정이었던 거다. 그런데 금요일에 남편이 주문했다는 배양토와 상토(?)가 4포대나 배달되어 왔다. 낑낑거리며 베란다로 옮겨 놓았는데 그걸 나 혼자 화단에 뿌리고 밭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출장가야 하는 토요일날 아침에 남편은 화단에서 삽질을 했던 거다. ㅋㅋ 얼마전에 화단에다 꽃나무 몇개를 심더니 갑자기 부쩍 화단에 관심이 많아진 남편.. 앵두나무를 심고 싶다느니(앵두나무는 우리 냄푠 어린 시절 추억의 상징같은 나무다) , 장미묘목을 좀 더 사올 걸 그랬다느니 하면서 나보다 더 꽃나무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던 거다.
그러더니 마침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진해서 발벗고 나서다니... 그것도 출장가야 하는 날 이른 아침에..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남편을 베란다에 앉아 빼꼼히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에 슬쩍 추켜세우며
"당신 일하는 거 보니까 이담에 농사 지어도 잘 하겠다." 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게 헤벌쭉 웃는다.
"농사지어도 굶어 죽이진 않을거 같아?"
"응"
ㅎㅎㅎ 농사는 무슨~~ 그 정도 일하고서 농사에 자신감을 갖는담?
암튼 냄푠이 애써준 덕분에 화단 흙의 빛깔부터가 달라졌다.
어떤 책이었던가? <원예도감>에서 였나?
정원사는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 아니라 흙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했다. 꽃나무를 심으면서도 흙이 부실한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어서어서 뿌리가 자리를 잡고 무럭무럭 크고 꽃피우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