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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을 하나 샀다.

큰 머리에 잘 맞나 그냥 헤드폰만 머리에 써 보았다. 음악은 없이...

양쪽 귀를 꽉 눌러주는 것이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음악을 켜놓지 않았으니 정적을 예상했지만

이명이 심하게 들린다.

이 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이명 소리에 집중해봤다.

조금 후에 또 들리는 소리가 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정기적으로 심장 뛰는 소리..

몇 년 전에 부정맥이 있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혹시 심장 뛰는 소리가 중간에 한두 개 빠지나 싶어

일 분 넘게 심장 뛰는 소리에 귀기울여보았다.

이명 때문에 심장 뛰는 소리 듣는 것이 방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빠지는 심장 뛰는 소리는 없는 것 같다.

정기적으로 (건강하게는 모르겠지만)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헤드폰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내 심장 소리를 듣게 해 주는구나.

...

문득 이명이 없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어서 그냥 두었는데,

이명으로 인해

정적을 느껴본 것은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온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느낌은 어떤 느낌이었지?

귀찮음을 무릅쓰고 병원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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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러머 걸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4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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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읽은 존 르 카레의 소설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한 편이야. 존 르 카레는 첩보 소설만 쓰는 사람으로 유명하단다. 예전에 냉전시대에 자신이 직접 첩보 활동도 했다고 했어. 예전에 읽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그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소설이었지. 아빠는 그 소설을 괜찮지만 읽기 쉽지 않은 소설로 기억하고 있단다. 그래도 괜찮았다는 기억이 좀 더 크기 때문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그의 소설을 만나게 되면 반갑더구나.

이번에 읽은 <리틀 드러머 걸>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야. <리틀 드러머 걸>의 원작은 1983년인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14년이고, 아빠가 읽은 책은 작년에 특별판으로 재출간한 책이란다. 왜 작년에 굳이 재출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소개를 보니 알겠더구나.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봤단다. 그런데 그 드라마의 감독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었어. 그래서 책을 재출간 한 것구나. 드라마 덕에 책 좀 팔아보려고 말이야.

그런데 책제목 <리틀 드러머 걸>만 보고, 이번에는 첩보 소설이 아닌가 보네이렇게 생각을 했지만, 첫 페이지를 넘어가기도 전에 , 역시 첩보 소설이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단다. 그런데 왜 제목이 리틀 드러머 걸이지? 드럼을 치고는 소녀가 나오나? 이런 책을 하며 책을 들었지만 끝내 드럼을 치는 소녀는 나오지 않았단다. 아빠가 놓쳤는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도 리틀 드러머 걸이라는 뜻을 보지 못했단다. 그래서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보았어.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하면서 그 뜻을 이야기한 것을 보았단다.

"북 치는 소년이라는 의미의드러머 보이는 서양의 전쟁사에서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 독려하는 존재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여배우 찰리는 낭만에 이끌려 참혹한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순진한 아이, 혹은 어른들에게 이용당하는 아이라는 의미의리틀 드러머 걸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의미인가 보구나.

이 책은 700페이지나 넘는데, 이 책 또한 읽기 또한 쉽지 않았단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읽는 속도도 잘 안 붙었어. 하지만 중간에 놓칠 못했단다. 결말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궁금하게 만들었거든. 비록 조금은 예상이 되는 결말이긴 했지만 말이야.

 

1.

이 소설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고 있단다. 아빠가 그들의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은 알고 있었어. 2000년 가까이 터를 잡고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이 어느날 떼로 들어와 자신들의 땅이라고 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아 버리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만들었어.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순순히 물러날 수 있겠니. 저항했지. 그렇게 그들은 서로 총칼을 들게 되었어. 그게 벌써 70년이 넘은 것 같구나. 유대인의 막강한 경제력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강국을 조정해서 한동안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좋은 시절도 있었단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실체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나서는 좋게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누구나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이라는 든든한 백으로 버티고 있단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1983년이고, 소설의 배경이 1979~1980년인데 이 이후에도 관계가 좋았다 나빴다 하긴 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은 여전하단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이구나.

 

2.

, 그럼 소설의 이야기를 해볼게.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줄거리를 짧게 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본질은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독일 본 근처 바트고데스베르크라는 동네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단다. 그 동네에는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들이 많은 동네였단다. 이스라엘 영사관에 배달된 여행용 가방에 폭탄이 배달이 되었고, 그것이 터졌어. 어린이를 포함한 인명 피해가 있었단다. 수사를 위해 이스라엘에서 파견된 쿠르츠라는 사람이 팀을 꾸렸어. 쿠르츠는 첩보원답게 이름이 여러 개로 나오는데, 쿠르츠로 이야기할게. 이미 그 테러의 배후세력인 누구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어. 팔레스타인의 급진세력인 칼릴이라는 자였지. 그를 잡기 위해 작전을 짰어.

….

이쯤 영국 런던에서 이류 연극 배우로 활동하는 찰리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찰리.. 남자 이름이지만 그는 젊은 아가씨였단다. 반골 성향에 급진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었어. 진보 성향의 세미나에도 참석한 적이 있어. 찰리는 친구들과 그리스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자주 눈에 걸렸어. 그 남자는 키도 크고 매력적인 외모로 여자들의 눈길을 끌었어. 찰리도 마찬가지였지. 찰리 일행은 그 남자를 요제프라는 이름을 붙여서 불렀어. 그리고 결국 그와 안면을 텄어. 말이 적은 그는 그냥 자신을 요제프라고 부르라고 했어. 찰리와 요제프는 더 가까워지고, 일행과 헤어져 둘만의 밀월 여행을 떠났어.

요제프그는 쿠르츠와 함께 일하는 이스라엘 첩보원으로 가드 베커라는 사람이란다. 가드 베커는 찰리를 쿠르츠에게 데리고 왔어. 그들은 이미 처음부터 찰리를 포섭하려고 했던 거야. ? 칼릴의 남동생이자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미셸의 애인 역할을 맡는 거야. 찰리와 친구들을 그리스 여행으로 유인한 것도 그들이었어.

그럼 그들이 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짠 시나리오는 이런 것이었어. 미셸이 런던이 잠입해 있는 동안, 찰리와 알게 되고 사귀었다는 것이야. 그 점을 이용해서 찰리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접근하게 만들고, 결국 찰리를 이용해서 칼릴을 노리는 것이지

쿠르츠는 찰리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찰리가 이 역할을 수용한다면 많은 돈도 약속했어.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어. 찰리는 이 작전에 이상하게 끌렸어. , 아무래도 속긴 했지만, 요제프 때문이 아닌가 싶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찰리는 요제프를 사랑했거든.

….

쿠르츠 일행은 찰리에게 미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주었단다. 그리고 그리스 여행에서 일행과 헤어진 이유도 요제프가 아닌, 미셸과 만나기 위해 헤어진 것으로 했어. 찰리는 미셸의 애인 역할을 하기 위해, 미셸의 대역이 필요했어. 요제프가 그 역할 맡았지. 그래서 찰리와 요제프는 연기이지만 다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단다. 그들은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어갔지. 그리고 찰리는 실제로 폭탄을 운반하는 일도 맡게 되었어. 테러리스트로 첫번째 역할이었어.

….

그러던 중 미셸은 뮌헨 서부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죽었어. 찰리가 미셸의 가짜 애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쿠르츠 일행과 찰리 밖에 없었어.

.

3.

찰리는 애인을 잃은 평범한 영국 여자로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어. 찰리는 자신의 역할에 푹 빠져 있어서 런던에 와서도 자신이 진짜 미셸의 연인이었던 것처럼 생각했어. 슬퍼하고 힘들어했지.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어. 요제프..

….

런던에 있던 찰리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접근했어. 드디어 쿠르츠 일행이 꾸몄던 일들이 벌어지려고 했던 거야. 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갔어.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실상을 보게 되었지. 언제 폭격을 받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 속에서 생활했어.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폭격을 받기도 했단다. 요제프, 그러니까 가드 베커는 찰리가 팔레스타인에 있으니 찰리의 안전을 위해 폭격을 하지 말자고 했지만, 그들에게 그들만의 대의가 있었겠지.

미셸의 지인들이 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어.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찰리의 연기에 결국 찰리를 믿게 되었어. 이번에는 팔레스타인의 지령을 받고 가명으로 유럽으로 향했어. 그곳에서 칼릴을 만났어. 찰리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동안 쿠르츠 일행과 한동안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쿠르츠 일행은 혹시 찰리가 배신한 것은 아니가 그런 의심을 하기도 했어찰리의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봤을 때,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직접 눈을 보고,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났으니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쿠르츠가 짠 이 작전은 결국 성공했을까? 이 작전의 결말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을게.

….

찰리는 쿠르츠에게 완벽하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인데,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 사랑이었어. 요제프와 사랑.. 요제프도 첩보원으로 국가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찰리를 만난 것이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찰리를 사랑했던 것이야. 모든 것이 끝나고.. 찰리와 요제프는 다시 만났단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사랑뿐이었지..

….

소설을 읽고 나서, 박찬욱이 연출했다고 하는 드라마를 한번 보고 싶더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독일 당국이야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지만 어쨌든 증거를 제공한 건 바트 고데스베르크 사건이었다.

책의 끝 문장: 도시는 두 사람에게 너무 낯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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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금 근대문명이 벼랑 끝에 이르렀다는 것은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인류가 살아남고, 인간다운 삶이 최소한이나마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을 지속시키려면, 근대문명을 넘어서 생태문명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생태문명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우리들 뇌리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 고정관념, 즉 역사는 보다 나은 단계로 발전해간다는 이른바 발전사관과 이에 결부된 시대구분입니다. 근대문명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고, 생태문명을 재창조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발전이니 진보니 하는 관념적 장벽부터 깨뜨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10)

그러니까 생태문명의 재창조란 근대가 이 세계를 전면적으로 지배하기 이전의 거의 모든 토착적 혹은 전통적인 삶의 복구를 통해서 또하나의 비근대적 문명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복구는 단순한 복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근대를 통과해오는 동안 불가피하게 손상된 자연적 및 사회적 질서를 수선, 치유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류 사회에 축적되어온 갖가지 창조적인 지혜와 경험과 기술을 살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재창조라는 용어를 강조하는 것은 그런 뜻입니다.

(34)

일본 우파세력이 문재인 정부 등장을 얼마나 싫어하고 경계했는지 지난해 초 출간된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의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을 보면 잘 드러나 있다.

대사직(2010~2012)을 포함해 한국에서 12년을 일한 일본 고위 관료 출산인 그가 그 책에서 풀어놓은 얘기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박근혜는 뭐니뭐니 해도 5,000만 한국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었다. 그게 고작 100만 명의, 그것도 북조선(북한)의 공작원이 관여했을지도 모르는 데모()의 의해 탄핵결의로 내몰렸다. 이것이 민주화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문재인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나라, 김정은의 북조선을 어떤 나라보다 지지하는 정책을 내걸고 있다.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정말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가?” <산케이 신문>과 더불어 일본 보수우파의 대변지인 <요미우리신문> 등은 촛불시위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미숙한 탓이라고 논평했다.

(36)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 모리시마 교수는 그 이유를 정치의 빈곤을 들었다. “정치가의 일은 새로운 정치적인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보는 그는, 정치혁신 없이 이대로 갈 경우 일본은 고립돼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정치의 빈곤을 떨쳐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것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밝아지고 경기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모든 6개 블록으로 나눈 동북아 공동체의 수도를 독립한 오키나와에 둔다면 남북한 분단이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독도 등을 둘러싼 영토문제도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갈라파고스 일본에서 그런 생각이 가능할까.

(50)

아베는, 일본군 성노예뿐만 아니라 난징학살 등 아시아태평양전쟁이라는 침략전쟁 중에 일본군이 저지른 온갖 전쟁범죄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그러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려는 적극적인 활동을, 최초로 국회의원이 된 1993년부터 지금까지 26년에 걸쳐 일관되게 계속해왔다. 그 활동 내용은 정치적 반대 운동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만과 허위, 정치적 압력 등 온갖 사악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었다.

(56-57)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도, 피해자를 기억으로부터 말소시켜버리는 것에 대해서 그의 저서 <자율적 책임을 위한 교육>(1971)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무력한 우리들이 학살당한 사람들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 즉 기억마저 죽은 자들로부터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기억이야말로 우리가 죽은 이들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전쟁 중에 저지른 온갖 잔학행위를 그런 일들은 없었다.”라면서 부정하는 것은 피해자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것, 즉 그 사람들의 기억을 빼앗는일이다. 그러므로 난징학살 따위는 조작이라고 태연히 말하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아베와 그 무리들은 기억망각의 무덤에 떨어뜨리고 망각의 무덤을 파는 자들이며 동시에 기억의 도적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82)

정치지도자는 다음에 열거한 것을 마음에 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 인류의 도덕률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침범할 수 없는 자유와 존엄에 대한 권리를 대등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통찰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 이 인류의 도덕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혹은 자국민 혹은 자국의 이익추구보다도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

- 정치지도자는 타국의 국민도 자국민과 마찬가지로 인정해야 할 이익추구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 따라서 양보의 미덕, 절도와 자제 등 기본적 미덕은 도덕적 계율이며, 이들은 결코 방기돼서는 안되는 이성적 원리라는 것.

(89)

발전소 주변에는 여전히 극심한 비극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일 원자력긴급사태가 발령되어 처음에는 3km, 다음에는 10km 그리고 20km로 강제피난 지시가 확대되었고,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짐만 가지고 집을 떠났다. 가축이나 애완동물들은 버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0~50km 떨어져 있어서 사고 직후에는 아무런 경고나 지시도 받지 않았던 지역민 아디테무라에는, 사고 후 1개월 이상이 지나고 나서 극도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피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마을 전체가 피난했다. 사람의 행복이란 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족, 친구, 이웃, 연인과의 평온한 말이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평범하게 이어지는 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된 것이다. 피난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체육관 등의 피난소, 다음에는 2인당 4조 반( 7.3m2) 정도 넓이의 가설주택, 그리고 재해부흥주택이나 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주택으로 옮겨 갔다. 그러는 동안에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생활이 파괴되고, 절망의 나락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99)

그때와 달리 이제는 주위에서 플라스틱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플라스틱은 조물주가 미처 만들지 못한 물질을 인간이 만들어 신의 실수를 만회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통계를 해석하거나 분석할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어떤 수치는 즉자적으로 공포를 불러온다는 것을 안다. 플라스틱이 생산된 이래 작년 기준으로 83t 정도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300년 전도가 걸린다고 하니 인간이 만들어낸 그것들은 현재의 인류가 모두 자연사할 때까지 건재할 것이다. 이 수치는 낯설고 두렵다. 어떤 느낌인가 하면 플라스틱이라는 변형되기 쉬운 어떤 것이 인류를 변형시키는 중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전혀 관련 없는, 성형수술을 의미하는 영어 ‘plastic surgery’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드는 착각, 그러니까 플라스틱이 인류를 어떤 다른 존재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140-141)

- 인류는 그걸 왜 해결하려 안할까요.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일이라 그런가요? 이게 인류의 모순일까요?

이상하죠. 그러니까 인류는 자기 혼자나 가족이 먼저 죽는다고 하면 겁을 내는데, 다 같이 죽는 건 겁을 안 내더라구요. 공멸은 신경 안 써요. 인류의 모순이죠. 한계죠. 그러니까 호모사피엔스라는 게 현명한 인간이 아니죠. 바보죠. 공멸이 더 무서운 건데. 그야말로 다 죽잖아요.

(191-192)

그럼 이제 100년 후의 사회를 농사를 중심으로 해서, 내부와 외부의 관점을 섞어서 묘사해보겠습니다.

(1)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도 농민은 국민의 과반이 넘습니다. 농지는 마을에서 공동소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며, 농민은 모두가 동경하는 직업이 됩니다.

(2)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능한 한 자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외국으로부터 식량 수입은 거의 없어지고, 수출은 식량이 부족한 나라나 지역으로만 하게 됩니다.

(3) 돈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는 보장을 마을에서 얻게 됩니다. 작은 상점가들도 활기가 넘칩니다.

(4)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효율을 경쟁하는 일은 없어지고, 애초에 경쟁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됩니다.

(5) 천지자연에 대한 몰입은 빼놓을 수 없는 관습이 됩니다. 도시에도 여기저기 농지가 조성됩니다.

(6) 천지유정의 풍경이 풍요롭게 되살아나서,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답고 차분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7) 마을의 천지자연으로부터 얻은 장작이나 낙엽, 잡초 등이 주요한 애너지원이 되고,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화석에너지는 중요한 분야나 재해시에 이용하도록 배당됩니다. 농업에 배당되는 것은 간척지의 배수펌프 정도일 것입니다.

(8) 수차나 퇴비의 열, 가스, 유채나 콩의 기름, 태양열 등이 잘 이용되고 에너지 소비 그 자체도 상당히 감소할 것입니다.

(9) 정치는 마을에서 자치가 이루어지고, 지자체 합병으로 거대해졌던 행정단위들의 영역은, 인구 수백에서 수천 단위로 재편성됩니다. 국가는 마을연합의 형태가 되고 그 기능은 극히 제한적이 될 것입니다.

(10) 수송기관은 주로 자력으로 움직이게 되고, 자동차는 제한된 분야에서만 사용됩니다.

(11) 유기농업이 당연한 농법이 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최소한으로만 사용합니다. 농업기술에서는 생산성을 부정하고, 천지자연의 은혜가 오래 계속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심이 되게 합니다.

(12) 교육은 지역을 기반으로 재편성되고, 농사가 필수과목이 됩니다.

(13) ‘농본주의 유산을 인증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관장지가 됩니다.

(14) 농사는 천지에 떠 있는 커다란 배가 되고, 모두 이 배에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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