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

아침에 일어나자 마음속의 공허가 느껴졌다. 바깥 대기는 온화했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의 녹색 물결이 내 안으로 바다를 실어왔고, 그 소리와 더불어 떠나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다. 잠에 쫓겨 갔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부르르 몸을 흔들어 그것을 떨쳐냈다. 사람들이 결혼으로 행복해 하듯 나도 음악 안에서 행복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음악에 관한 모든 질문에 하나의 대답으로 충분하다고 결론 내림으로써 이미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던가. 음악이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가운데 우주를 향해, 상충하는 것들이 화합점을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그 대답이 아니었던가.


(18)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수습하리라. 내게는 여유와 사랑과 고독이 필요했다. 그러면 은밀히 나를 괴롭히는 불안, 나를 압박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의문의 근원과 그에 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21)

아프리카는 성격이 분명한 대륙이다. 아프리카라는 단어 속에는 코끼리의 울음소리와 치타의 으르렁 소리, 사자의 포효가 있고, 나아가 강렬한 태양 아래 쩍쩍 갈라지는 대지의 소리가 있다. 그곳에서는 공허조차 생동감에 넘친다. 아프리카는 지구라는 행성이 들려주는 원시의 노래다. 이 대륙의 본질 속에는 깊이 있고 유쾌한 그 무엇, 유쾌하지만 꼭 즐겁다고는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느껴진다. 알티플라노의 인디언들이 서글프고 수심에 찬 것만큼이나 근원에 닿아 있는 유쾌함 말이다.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이라는 목신의 피리 속에 깃든 잉카족의 그 천식성 숨결은 언제나 내 마음을 죄어들게 했다. 자신들의 신이 살해당한 후 귀머거리가 된 하늘을 향한 그 말 없는 애원, 소통이 불가능해진 그 대화, 드넓은 피라미드의 계단 위로 속절없이 흘러내린 그 많은 피, 그 종족은 핏속의 혈구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들의 음악에서는 빈혈증세가 느껴진다. 산소 결핍과 신들의 무분별에 짓눌린 그 종족. 치명적인 코카나무 잎에 마취된 남녀들, 현실을 거부하고 조상이 그려놓은 하늘의 어둑한 별들 속에서 죽고자 하는 그들의 갈망.


(43-44)

그의 얼굴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행운이 함께해 집중할 줄 아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내가 그들의 마음에 새기고자 했던 게 바로 그거랍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부하고 심화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적절한 때에 전인미답의 것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런 열의야말로 배움이고, 이런 배움의 과정 가운데 열심히 헌신하기만 한다면 인간은 최상의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현재 있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소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오만을 가져야 하지요.”


(44-45)

그러면 선생님, 어떤 학생이 좋은 학생, 최상의 것을 성취하는 학생일까요?”

간단하게 대답하지요. 이전의 지식을 답습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 학생, 그렇다고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학생. 아울러……”

아울러?”

현재 존재하는 걸 포착할 채비가 되어 있는 학생, 순간의 신비를 관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은 학생이란 순간을 타는 곡예사입니다.”


(50)

그렇지요. 많은 예술가와 영웅과 성자들이 그런 위대한 교훈을 주고 있지요.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역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위대한 창조의 알파벳을 배우기 위한, ‘지금 여기에 낙원을 쓰기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따라서 모든 글쓰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편지가 됩니다. 시인 오든은,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개념을 좀 더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오직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고 그런 죽음은 비극이 아닙니다. 인간이 뭔가를 창조하는 건 바로 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고, 그 창조가 끝나는 것도 오직 이 죽음에 의해서지요.”


(52)

그런대로 애를 쓰긴 했지요. 학교(school)의 어원이 된 여가라는 뜻의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에는 시제가 없답니다. 자유의 시제인 셈이지요.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시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자유를 수련하는 곳이고 학생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에게서 필요한 것, 잉여의 것을 덜어내는 존재입니다. ‘스콜레는 본질적인 시제인 셈이지요. 현실 속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여는 시제이자, 가장 인간적인 행위, 곧 글, 사랑, 세계의 발견 같은 영혼의 활동에 스스로를 내어주는 시제입니다. 스승은 가르침을 주지만 작품 역시 사랑을 가르치지요. 당신은 음악가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81)

개개의 공간에는 독특한 소리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도시를 생각해 보세요. 두 눈이 천으로 가려지고 청각만을 쓸 수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어딘가에 떨어졌다고 해보죠. 그렇다 해도 거의 즉각적으로 그곳이 프랑스의 어느 도시란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거예요. 성당의 종탑에서 시간을 알리는 소리, 뛰어노는 아이들의 외침 소리, 아침마다 열리는 하수구의 물소리, 창문 아래로 지나가는 유리 장수의 외침 소리 같은 게 들릴 테니까요. 그것이 도시라는 것, 하지만 파리나 리용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도시라면 줄곧 이어지는 자동차 소리, 전철이 우틍거리는 소리, 열차가 삐걱대는 소리, 소방대와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상점이나 자동차의 경보음이 줄곧 들려올 테니까요. 가엾은 사이렌들! 과거에는 노래를 부르더니 오늘은 울부짖고 있네요.”


(88)

한밤중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제겐 그렇답니다. 또 너울거리는 대양 속에 울려 퍼지는 고래의 노랫소리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늑대의 커다란 외침소리가 으뜸이죠.”


(119)

뉴욕을 떠나면서 나는 휴가, 곧 여행이 내게 필요한 휴식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의 판에 박힌 일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빡빡한 일정이 표시된 시간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나 자신에게 생각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이란 사물함 속에 넣어두고 떠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끝에 이르러도, 극지나 적도에 가도 사람은 여전히 자기 고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옥이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135-136)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언제든 무력감이 솟구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절망이 엄습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온 힘을 기울여 자신을 통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환기시켜야 한다. 그런 빛살, 그런 열정, 그런 문장 없이는 자신 안에서 그 무엇도 완벽해질 수 없다. 내게는 그것이 음악과 늑대인 셈이다.

어떤 행위에 속에 어떤 생각 속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와 견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 무수한 상황들을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충족시키기 어려운 바람이다. 하지만 그런 바람 없이 기적은 과거에도 일어날 수 없고, 지금도 일어날 수 없을 터.


(139-140)

오랫동안 나는 톨스토이와 더불어 지냈고,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광란의 밤을 보냈으며, 독일 소설들과 더불어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즐거워했다.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거나 속수무책의 악의와 맞닥뜨릴 때면 언제나 책 속에서 도움을 구했다. 책 속에서는 심술궂은 이들조차 저속하거나 비루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속속들이 어리석은 이를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독서는 언제나 나를 언제나 지복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주었다. 강렬한 감정, 다시 말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열정적인 가슴을 갖도록 해주었다.


(166)

예술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어요. 예술은 사랑을 펼치죠. ‘곧 진정한 사랑을 믿는 이들의 작품 속에는 사랑의 실존에 대한 기쁨이 표현되어 있어요. 조토의 프레스코화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나요? 아레초에 있는 시바 여왕의 눈길을 본 적이 있나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셨나요? 언어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지만, 가장 내밀한 마음속의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예술은 드러내지요. 예술은 영혼과 친숙하게 반말로 이야기합니다. 예술의 소통 대상이 바로 영혼이기 때문이죠. 예술에는 구원하는 힘이 있습니다. 예술은 종교, 곧 사랑과의 관계를 새롭게 합니다. 거기에 창조, 즐거움, 공감 같은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있어요. 조금 전 당신은 지성과 악의 새로운 결합을 강조했죠. 예술은 지성을 직관적인 사랑으로 돌려놓습니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특별한 힘이고, 예술의 능력은 아름다운 희망이기 때문이죠. 예술은 제 영혼을 무한하게 만들어줍니다.”


(183-184)

고백하건대, 나는 잠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잠이 건방진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하게 대한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고 육체적으로 잠이 몹시 필요한 나는 아주 기분 좋게, 관능적인 쾌감까지 느끼면서 잠의 품에 안겨 몸을 웅크린다. 침대에 들어가 눕는 순간 내 몸은 서양가새풀이 된다. 가장 깊은 꽃잎 속까지 나는 잠을 초대한다. 하지만 종종 연주회에 대한 신경성 긴장이나 피로가 잠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친다. 그럴 때면 다가온다 해도 잠의 포옹은 표면적인 것에 머문다. 이따금 결합이 이루어지면 잠은 나를 일으켜 이끌어간다. 내 꿈은 그와 하나가 된다.


(203)

오늘날 인간은 스스로에게 동물을 혹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고, 종 전체를 아사시키고 질식시키고 멸절시킵니다. 대양 저 멀리에서 수백 년의 수명을 지난 거북이들이 해파리인 줄 알고 먹은 비닐 봉투가 위장에 가득 쌓여 죽어갑니다. 인간이 동물을 신성에 가장 가까운 존재로 여기고 그 절대적인 무구함을 부러워하는 그런 시대가 다시 올까요? 이집트인이나 아스텍족이 섬기던 신으로서의 동물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미트라가 숭배하던 힘센 수소는요? 인간이 동물과 자신의 혈연관계를 존중하고, 살아있는 존재와 대지와의 근원적인 관계를 가꾸어나가던 그런 시대는 어디로 간 걸까요?


(216-217)

구름에도 음악이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작고 둥근 흰 구름. 모리스 라벨과 에릭 시터 같은 풀어헤쳐진 긴 구름. 베토벤 같은 묵직하고 검은 안개구름. 브람스의 구름에는 성당의 하늘 같은 갈라진 틈이 있는데, 그 틈으로 빛줄기로 이루어진 붉은 광채가 비쳐 나온다. 그 광채가 어디에서 솟아나오는지는, 태양에서인지 지옥에서인지 혹은 희망에서인지 알 길이 없다.


(235)

그렇습니다. 자유, 다시 말해서 원치 않는 것을 사랑으로 거부하고, 원하는 것, 받아들일 만한 것을 받아들이는 선택권 말입니다. 저는 불필요한 것들에서 벗어나 빛에 도달했습니다. 청빈의 정신을 넘어서만이 도달할 수 있는 빛 말입니다.


(237)

습관이나 나태로 말미암아 자신의 가슴과 영혼을 진지하게 천착하고 탐색하는 것을 그만둘 때 슬픔이 찾아옵니다. 이런 끊임없는 탐색 속에서만이 인간은 점점 더 소박해지고 진지해져서 모든 수식을 버리고 본질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최고의 기술입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한다는 것은 죽음과 맞서 싸울 무기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효과적으로 삶을, 그리고 빛을 지켜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무기는 그뿐인지도 모릅니다.


(246)

진정한 엘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내 영혼의 가치에 어울리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천분, 곧 자신만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내 스타일은 피아노, 믿음, 글쓰기에 대한 희망이 아닌가. 내 몸은 또 다른 생명을, 음악을, 결혼을, 음을 품고 있다. 내게 도전하는 음악, 나를 충족시키는 음악은 나를 무화시킬 수도, 나를 나 이상으로 들어 올릴 수도 있다. “당신의 삶이 음악의 연장선상에 놓이기를.”이라고 그 교사는 초입에서 그는 나에게 열쇠를 주었다. 세상을 여는 그 열쇠는, 나누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황폐하다는 의미일 터였다.


(247-248)

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다. 행복이 타인에게서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게으르고 무분별해서 자신의 정수에서 행복을 놓치는 것과도 같다. 또한 상대의 본질적인 자유를 빼앗고 그것을 훼방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피상적인 행복에 만족하지 않는 데 있다. 훌륭한 그림이나 시나 노래에 스스로 헌신하듯 행복에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249)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배의 돛 위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세 마리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나 자신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활짝 펼치고 싶었다.

또다시 나는 내 운을 시험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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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1 1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엘렌 그리모 글도 잘 쓰는 군요
피아노 연주 실력도 뛰어나지만
이분 늑대도 키운다고 합니다 ^ㅅ^

bookholic 2021-08-21 15:24   좋아요 3 | URL
이 책에서도 뉴욕 늑대 센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늑대에게 물린 에피소드도...ㅠㅠ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요~~

mini74 2021-08-21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요즘 음악에 홀릭하신건가요 ㅎㅎ 앞에 요스케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 책도 문장이 참 좋아요 *^^*

bookholic 2021-08-22 06:10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다고 하는 책들 찾아 읽다가 우연히 겹쳤어요~~
저는 scott님이 들려주는 음악으로 충분~~^^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단다. 그 책을 쓰신 분은 수잔 와이즈 바우어라는 분이었는데, 최근에 책 관련 SNS에서 그 분의 다른 책을 우연히 보고 검색을 해보았어.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때 지은이의 다른 책들은 왜 안 읽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검색을 해보니 아빠가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이 여럿 있었단다. 그 중에 한 권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을 이번에 읽었단다. 제목이원제가 궁금하더구나. 원제는 <The story of Western Science>로 대충 해석하면 서양 과학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겠구나. 지은이는 이 책이 온 세계의 과학 이야기가 아닌 서양 과학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다소 겸손한 제목을 지었던 것이구나. 그런데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출간하여 뽑은 제목이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 무슨 말인지 대략 감이 오긴 하지만, 말이야. 아빠에게는 거부감을 주었어.

갑자기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읽고 썼던 독서 편지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 때도 아빠가 그 책의 책 제목에 딴지를 걸었거든책 제목에 굳이 교양 있는 교양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했을까 말이야.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많이들 볼 것 같았거든 말이야. 아무튼 그랬어. 이 책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은 한 마디로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서양에서 출간된 과학책 중에서 지은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학책 36권을 소개해주는 책이었단다. 책 소개를 해주는 여러 가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 과학 고전부터 최근 책까지 과학에 관련된 책만 소개해 주는 그런 책이야. 가끔씩 과학 관련 책들을 읽는 아빠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단다.


1.

이 책은 고대의 과학책부터 소개하기 시작하여 현대의 과학책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과학사 흐름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책으로 읽는 과학사라도 해도 좋을 것 같았어. 기원전 420년 경에 쓴 히포크라테스의 <공기, , 장소에 관하여>서부터 1987년에 쓴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까지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에 대한 발전, 생명체와 진화에 대한 책들, 물체의 운동에 관한 책들, 천체의 이동에 관한 책들, 지구의 정체를 연구한 책들, 그리고 현대과학의 꽃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에 관한 책들까지

여기에 나와 있는 책들이 번역되어 모두 출간되었다고 해도, 감히 읽기는 어려운 것 같더구나. 이 책에서 소개된 36권의 책에서 아빠가 읽은 책도 두어 권 있었단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라든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책들이야. 그리고 아빠가 예전부터 읽고 싶어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대화: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책도 소개해 주었단다. 각각의 책들을 더 짧게 소개해 보고 싶지만, 능력도 안 되고, 이 책의 뒤편에 잘 나와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되겠다 싶었단다.

그래서 오늘은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짧게 마치려고 한단다.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위대한 두 과학자에 의해 거의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단다. 그 대표적인 것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분 발견 등이 있어. 그리고 다윈의 종의 기원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단다.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은 월리스라는 사람인데 다윈에 비해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이야. 그런데 뉴턴과 라이프니츠처럼 서로 자신이 처음이라고 다툰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학회에 발표하고, 그 이후에도 자신들의 연구를 서로 교류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것에 비해 월리스가 유명하지 않은 점이 아쉽긴 하구나. 아무래도 찰스 다윈이 쓴 역저 <종의 기원>의 힘이 컸던 것 같구나. 기록이란 것이 역시 중요한 것 같구나.

=============================

(196-197)

월리스는 이러한 생각을 원래의 유형에서 무한히 멀어지려는 변종들의 경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짧은 글로 작성해서 편지와 함께 다윈에게 보내면서 이 글을 찰스 라이엘이나 그 밖에 관심 가질 만한 자연사학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윈은 깜짝 놀랐다. ‘이 글은 내 이론과 정확히 같은 이론을 담고 있다.’ 편지에 적힌 부탁대로 다윈은 이 글을 라이엘로 보냈다. (‘나는 이보다 더 놀라온 우연의 일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 그게 무엇이건 나의 독창성은 깨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윈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간단한 초록도 보냈다. 라이엘과 동료인 조지프 후커(왕립 식물원장이자 다윈의 친구)는 두 글 모두를 린네 학회에서 발표했다(린네 학회는 100년 역사를 가진 자연사 학회다). 1858 8월 월리스와 다윈의 이론이 린네 학회 모음집에 나란히 게재됐다.

=============================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사 책이 아니다.

책의 끝 문장: 그 약속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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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8 0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이런 책도 썼군요. 참 쉽게 책을 잘 쓰는 사람인데 이 책도 쉽게 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진짜 과학문맹이라서 과학관련만 들어가면 일단 식은땀부터 나는 사람인지라요. ㅎㅎ

bookholic 2021-08-19 09:30   좋아요 0 | URL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전 5권)>보다는 별로였어요~~
과학 고전들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했는데, 어렵겠는데... 이런 생각만 들었어요~~^^
 















(204)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 거지.”


(233)

물론 콜리가 스스로 깨닫거나 책에서 읽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책보다 더 정확하고 지혜롭다는 인간의 삶에서 나온 진리였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313)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 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 게 먼저야.”

하지만 저는 틀릴 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 건 틀림의 연속이야.”


(343)

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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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3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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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사할린> 마지막 3권의 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이 소설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 이규정 님이 오랜 시간 동안 취재를 하고 쓰신 것이니까 때문에 등장 인물의 이름은 허구일 수 있지만, 그 인물들의 삶은 실제란다.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모두 실제로 그러했다는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깝더구나. 강제로 끌려간 사할린 땅에서, 조국이 해방이 되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 하긴 하지만,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한()이 맺혀 있을까.

….

세월이 흘러 1960년대에 들어섰어. 이제 누구나 사할린은 소련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냉전 시대 소련과 우리나라는 왕래가 어려운 사이였어. 사할린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젠 더 어려워졌어. 우리나라 정부에서 신경이라도 쓰면 모를까, 외면하고 있으니 더욱 힘들었지. 사할린의 우리 동포들은 예전부터 각자 도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구나.

남아 있는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어. 그들의 아이들, 그러니까 사할린 동포 2세들은 우리말보다 러시아 말을 더 잘했어. 그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겠지.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해서 사할린을 떠나 러시아 본토로 공부하러 가기도 했어. 이젠 한국 사람이 아닌 사할린 사람으로 러시아 사람으로 살아갔단다. 그래도 자기 자식들은 같은 한국 사람과 결혼해주길 바랬는데, 사랑에 국경이 있는가, 러시아 사람들과 결혼하는 2세들도 있었단다.


1.

이문근은 사할린에 있는 동포들 중에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단다. 그래서 동포들이 상의할 일이 있거나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문근을 찾아왔단다. 이문근은 그곳에서 우리 동포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어. 아내 최숙경을 찾아 해방이 되고 나서 사할린에 온 이문근. 최숙경은 이미 사할린을 떠나고, 이문근은 사할린에서 발이 묶이고이후 최숙경에 대한 소식을 듣지도 못한 채,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어느덧 1980년대에 들어섰고, 이문근도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단다. 1988년에는 남한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왔어. 이런 일을 계기로 남한과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고향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젠 그들이 사할린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고향을 가더라도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와야겠지..

사할린 사람들은 그 동안 꾸준하게 고국으로 편지를 보냈단다. 하지만 그 편지들이 제대로 고국으로 오기는 쉽지 않았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련과 남한은 사이가 좋지 않아 편지도 쉽게 오갈 수 없었거든. 그런데 오랜 시간을 걸친 편지들이 하나 둘 고향 땅에 도착하기 시작했단다. 사할린에 살고 있는 정상봉이 보낸 편지가 동생 정상규에게 도착을 했고, 최해술이 보낸 편지는 뒤늦게 그의 그의 아들 최상표에게 도착했고, 이문근이 보낸 편지도 결국 조카 이철환에게 도착했단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해주었어. 이문근도 이철환의 답방을 받았단다. 조카인줄 알았던 이철환이 자신의 양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최숙경이 끝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은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살다가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어.

이 얼마나 슬프고도 허망한 소식이었을까. 희망이라는 것이 이렇게 삶의 끈과 관련이 있던 것이란다.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었다고 알고 있어 희망을 잃고 일찍 삶을 마감하고, 이문근은 언젠가 최숙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때문에 살아있었고 말이야. 최숙경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문근은 1여 년 뒤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때는 1991년이었어. 안타깝게도 그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사할린의 가족을 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할린 방문이 준비 중이었단다. 최숙경은 만나지 못해도, 이철환은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2.

이철환은 이문근과 소식이 닿은 이후, 이문근이 죽은 줄 모르고 사할린 이산가족모임에 가입하여 사할린 방문을 준비했단다. 이철환, 최상필, 김종규 등은 모두 2차에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1991 5 22일 드디어 사할린으로 향했단다.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당시 사할린은 소련의 땅이고 소련에 개방의 바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자유가 통제되던 사회주의국가였단다. 사할린에 도착한 이들은 그런 제한에 낯설고 낙후된 시설에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만난다는 희망 하나로 기쁘고 들떴단다. 이철환처럼 안타깝게 만나려고 했던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도 있었지만그래도 사할린에서 지낸 가족들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다른 사할린 동포들과 만남을 통해 아쉬움을 털 수 있었단다. 이철환은 이문근이 남긴 일기장과 유품을 통해 이문근을 만났단다.

소설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빠도 사할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했단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은 또 한 세대 이상 흘렀으니, 그 후손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다 되었지만,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은 아직도 우리말을 하고 우리 풍속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구나.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오늘 편지는 이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1975 5월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수목에는 나뭇잎이 파릇파릇 돋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비행기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를 전속력으로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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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무릇 사람의 형체는 긴 것이 짧은 것만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만 못하며 살찐 것이 여윈 것만 못하다.

사람의 피부색은 흰 것이 검은 것만 못하며

색이 엷은 것은 진한 것만 못하다.

살찐 사람은 습기가 많고 여윈 사람은 화()가 많다.

피부가 너무 흰 것은 폐의 기가 허한 것이며

검은 것은 신장의 기가 넉넉한 것이다.

이렇게 형체와 색이 달고 오장육부도 다르니,

비록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같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치료법은 확연히 다르게 된다.


(31)

부자는 몸이 편하되 마음은 불편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몸은 고달프되 마음은 편하네

어찌 같은 약을 쓸 수 있겠는가.

높은 곳은 건조하고 낮은 곳은 습하고 기압과 음식이 다르니

달리 써야 하지 않겠는가.


(90)

봄은 간장,

여름은 심장,

가을은 폐,

겨울은 신장의

기운이 강하다.


(92)

음식물에 넣어서 맛을 내는 것이 양념이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념(藥念)에서 나왔다.

약처럼 생각하고 음식에 첨가하라는 뜻이다.

양념으로 음식에 넣는 파, 마늘, 생강, 고추 등이 모두 약이다.

모두 따뜻한 성질이다.


(133)

네 병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네 마음을 다스려라.”

<동의보감>의 모든 가르침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신부님들은 결혼을 버리고 스님들은 세속을 버릴까.

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바른 생활을 하면

누가 병에 걸리겠는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은

병든 사람에게 위안이 된다.

그래도 마음 다스리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의사와 약을 돈으로 사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런 일은 나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아가 자연에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5)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환자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걱정, 공상, 불평을

모두 버리도록

치료해야 한다.

이것이 의사의 몫이다.


(201)

생각이 많으면 집중으로 못하고

욕심이 많으면 판단이 어둡고

일이 많으면 몸이 피곤해지고

말이 많으면 기가 빠지고

웃음이 많으면 마음이 흩어지고 오장이 상하며

즐거움이 많으면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성을 많이 내면 맥이 진정되지 않고

너무 좋아하면 이치를 따지지 못하고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즐거움이 없어진다.


(264-265)

목화토금수는 상생(相生)의 순서다.

나무()를 때서 불()를 만들고

()이 타고 나면 흙()이 생기고

() 속에서 쇠()를 캐고

() 표면에 물()이 생기고

이 물()을 주면 나무()가 잘 자란다.

반면 목토수화금은 상극(相克)의 순서다.

나무()는 흙()을 뚫고 들어간다.

()을 쌓아 물()을 막는다.

()은 불()을 끄고

()은 쇠()를 녹인다.

()는 나무()를 자른다.

모든 인간사와 자연사에 있어 상생과 상극은 매우 중요한 관계다.


(420)

어른들은 휴일이 있는데 청소년들은 왜 휴일이 없는가?

왜 없어요? 토일은 학교에 안 가는데요.

학교에 안 가지만 학원에는 가야 하지 않은가

쉬지 못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다.

토일은 공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네.

공부시키는 학부형은 잡아가든지 벌금을 많이 물게 해야 한다네.


(422)

성내면 기가 거슬러 오르는데

심해지면 피를 토하고 설사한다.

기뻐하면 기가 조화롭게 되고 잘 통해서 느슨해진다.

슬퍼하면 상초(上焦)가 막히고 기운이 흩어지지 못해서

열이 안에서 생기기 때문에 기가 사그러진다.

두려워하면 정이 도망가고 상초가 막혀

기가 아래로 돌아가서 하초가 꽉 차므로 기가 흐르지 못한다.

추우면 피부가 오그라들어 기가 흘러 다니지 못하니 모아지고

열이 나면 피부가 열리고 땀이 나기 때문에 기가 빠져나간다.

놀라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기가 어지러워진다.

피로하면 숨을 헐떡이고 땀이 나서 기가 닳고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기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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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14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서가 동의보감 키워드 컬렉션에서 한참 서성이다 그냥왔는데 이책은 못보았네요^^담아 놓겠습니다

bookholic 2021-08-15 07:12   좋아요 0 | URL
핵심만 정리해서 유머와 함께 만화로 잘 그려주셨어요~~^^
그래서 더 머릿속에 가슴속에~~

scott 2021-08-14 2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발췌 문장만 읽어도 인생 꿀팁으로 새겨야겠네요 북홀릭님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bookholic 2021-08-15 07:14   좋아요 1 | URL
읽고 적고 했으니, 실천을 잘 해야하는데 쉽지 않아요.. 마음 다스리고 비우는 것...ㅠㅠ
soctt님도 광복절 연휴, 좋은 책과 좋은 음악과 즐겁게 보내세요~~^^

mini74 2021-08-14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는게 참 힘든거 같아요. 지금도 쫀드기 먹고 있는 일인 ㅠㅠ 아이들과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

bookholic 2021-08-15 07:15   좋아요 2 | URL
˝어떤 것이든 맛있게 먹으면 보약˝이라는 말도 저 책에 있었어요~~
쫀드기도 맛있게 먹으면 보약~~ㅎ
mini74님도 쫀드기와 책과 식구들 모두와 즐거운 광복절 연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