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청결함에 관해선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 날 내가 아빠 등을 때수건으로 밀어주고 있을 때 아빠가 말했었다. 우리가 벗겨낸 이 때는 다 어디로 갈까? 너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니? 우리 몸을 깨끗이 하느라고 우린 또 뭘 더럽히고 있는 건지.

(53)

아빠가 미리 얘기해줬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일이 닥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난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고 두 손도 온통 끈적끈적했다! 이불에도 묻어 있었다. 사실상 온 사방에 묻어 있었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지를 벗으면서 난 아빠가 얘기해줬던 걸 떠올렸다. 그걸 사정(射精)이라고 해. 밤사이에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먹지 마라. 다시 오줌을 싸기 시작한 건 아니니까. 그건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는 신호야. 놀라지 말고 얼른 적응하는 편이 나아. 넌 앞으로 평생 정자를 만들어낼 테니까. 처음엔 뜻대로 조절이 안 될 거야.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쾌감을 느끼는가 싶다가 어, 어느새 끝나버리지! 그러다 점차 익숙해지면 절제할 줄도 알게 되고, 결국엔 최선의 요령을 깨우치게 될 게다.

(140)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낸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 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154)

건강염려증: 몸의 상태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망상. 정신과 몸이 서로에게 술책을 부리는 것. 어쨌든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 일시적인 증상의 희생자일까?

(177)

몸은 사랑의 에너지 덕을 어느 정도로나 보는 걸까. 요즘은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직장 일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다.

(188-9)

손님들 앞에서 이 세상의 여덟번째 기적이라고 자랑하며 브뤼노를 흔들어대다가, 아기를 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앞쪽으로 넘어지면서 바닥까지 굴렀다. 정확히 열한 계단. 난 본능적으로 브뤼노를 감쌌다. 계속 구르는 중에도 아기의 머리를 내 가슴팍에 붙이고, 팔꿈치와 이두박근과 등으로 보호했다. 난 아들을 덮고 있는 껍데기였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우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손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손등, 골반뼈, 무릎뼈, 발목, 등뼈, 어깨, 전부 다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하지만 난 구르는 와중에도, 가슴이 파이고 배가 움츠러드는 와중에도, 브뤼노가 내 품 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인간 완충장치로 변신했던 것이다. 브뤼노가 매트리스 싸인 채 굴렀다 해도 더 안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난 유도를 해본 적도 없고 낙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부성애의 놀라운 발현?

(190)

순전히 정에 겨워 아기를 어르는 것과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어르는 것 사이엔 이런 차이가 있다. 첫번째 경우, 아이는 자신이 사랑의 중심에 있다고 느낀다. 두번째 경우엔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픈 충동을 느낀다.

(224)

흠잡을 데 없는 똥. 딱 한 덩어리뿐이다. 완벽하게 매끈하고, 모양도 반듯하다. 차지면서도 끈끈하진 않고, 냄새는 나되 악취는 아니고, 단면이 깔끔하며 균질의 갈색을 띠고 있다. 딱 한 번 힘줘서 쑥 빠져나왔다. 휴지에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이거야말로 완벽한 장인의 솜씨다. 내 몸아, 참 잘해냈다.

(267)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위아래로 가볍게 흔든다.

: 계속 이야기해봐, 관심 있으니까.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서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한다.

: 그 얘긴 벌써 백 번도 더 했잖아요.

속으로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테이블보에 고정되어 있다.

: 내가 말은 하지 않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요.

빈정거리는 미소

: 내가 맘만 먹으면 박살을 내줄 텐데.

눈의 역할

: 눈을 돌리는 건 자기 맘을 몰라줘서 답답하다는 의미, 눈을 크게 뜨는 건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 눈꺼풀이 축 처지면 지쳤다는 의미……

(281)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 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303)

분만실에서 아기를 받을 때 그들은 둘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영원히 셋이다. 반투명한 작은 손가락들, 활짝 피어오른 뺨, 토실토실한 팔과 종아리, 통통한 배, 주름, 보조개, 아기 천사의 튼실한 궁둥이, 이 빵빵한 타이어 같은 생명체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것이다! 또 그 눈길은! 신생아들이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우릴 바라볼 때의 눈길은 어떤 말없는 신성(神性)에 속한 걸까? 이토록 검은 동공, 이토록 선명한 홍채를 가진 두 눈은 무엇을 향해 뜨고 있는 걸까? 누구를 향해 숨겨진 이면을 열어 보이는 걸까? : 앞으로 제기될 모든 질문을 향해. 채워지지 않는 이해의 욕구를 향해. 젊은 부모는 몸의 기운을 다 빼고 난 뒤 정신의 기운까지도 다 탕진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들이 피곤해하는 건, 자기들의 일에 끝이 없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 그레구아르의 속눈썹이 닫힌다…… 그레구아르가 잠이 든다…… 아기를 침대에 눕히는 실비의 태도는 경건하리만치 조심스럽다. 이 전지전능한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처럼 보이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다.

(339)

우리처럼 소심한 보통 사람들이 자기 능력으론 조금도 제어할 수 없는 기계들(비행기, 기차, , 자동차, 승강기,  롤러코스터)을 어떻게 맘 편하게 믿고 생명을 맡길 수 있는 건지! 사용자의 수가 워낙 많다는 사실이 우리의 걱정을 가라앉히는 건 아닐까? 다시 말해 인간의 지성을 믿는다는 얘기다. 그토록 많은 능력자가 힘을 모아 이 기계를 만들었고, 그토록 많은 비판적 지성이 매일매일 그것들에 자기 몸을 맡기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거기다 통계학적 논거까지 덧붙인다. 목을 러뜨릴 위험은 그런 기계 안에 들어가 있을 때보다 길을 건널 때 오히려 더 크다는 식으로. 또한 운명의 힘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기계의 우연에 맡겨야 한다고 해서 속상해할 것 없다. 악의를 가졌을지도 모르는 세포 대신에 차라리 순진한 기계가 우리 운명을 결정짓도록 놔두는 게 낫다.

(458)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그러나 최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이젠 마지막으로 펜을 들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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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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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글자 풍경이라니책 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이 가던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니 책제목 그대로 글자에 관한 책이란다. 글자와 함께 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난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한 가득 실려있단다.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글자체 그러니까 폰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란다.

지은이는 유지원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 겸 대학교수신데,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이란다. 저자 소개를 보니, 얼마 전에 김상욱 교수와 함께 책을 내신 그 분이 바로 이분이었구나. 지은이 유지원님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본 여러 글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실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무심히 지나쳤던 글자들이 이렇게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길거리에 거닐면서 간판이나 교통표지판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글자를 다시 보게 되더구나. 그리고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더구나.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글자 이야기와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다 보니 그곳에 가고 싶게 만드는구나. 코로나19 때문에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1.

글자의 모양이 그 글자를 쓰는 사람들의 성향이 나타난다고 하는구나. 그 예로 이탈리아와 독일을 들었는데, 독일의 글자는 좁고 어둡고 뾰족한 반면에 이탈리아의 글자는 둥글고 넓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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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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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네.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들 중에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없다고 말이야. 그랬나? 하나도 없단 말이야? 우리가 하도 영어, 영어 하니까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많다고 무의식으로 생각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구나. 유럽에서는 정말 영국만 영어를 쓰는 건가?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더구나. 지은이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영어로 문의를 했더니, 온통 프랑스어로 답변을 해주었다는 거야. 기분 나쁘다는 거지, 프랑스에 물어보면서 감히 영어로 물어본다고? 자존심 강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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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라이프치히에서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에, 한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자료를 청하는 문의를 영어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우편함에 답신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보니 답신과 자료들이 온통 프랑스어였다. 아시아식 이름에 독일 주소를 가진 지구상의 누군가가 고급 프랑스어를 번역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들은?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언어,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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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에 온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담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니코드라는 것이 있단다. 지구상의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유일한 코드로 암호화하는 것이지한글의 한글자 하나하나 모두 유니코드화되어 있다고 하니 참 신기하구나. 새로운 글자를 발견되거나 만들어지면, 그것도 새로 유니코드로 바꾼다고 하니, 인터넷에 유니코드를 검색해봤더니, 세상에는 참 많은 글자들이 있더구나. 도대체 이런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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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유니코드라는 체계에의 영감은 이런 시적인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다. 유니코드는 현재 13만 여개에 이르는 글자들을 포괄하고, 포함된 글자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유니코드의 모든 글자에는 16진법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유니코드는 인류를 거쳐간, 알려진 모든 문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사용인구가 소수라고, 심지어 더 이상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법은 없다. 쐐기 문자에서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모든 글자들이 지금도 유니코드의 자리들을 차곡차곡 채워 가며 바벨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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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나라의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단다.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를 비롯하여 수많은 글자체. 그리고 늘 새로운 글자체나 나오고 있단다. 그런 글자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만드는 한글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글자들을 디자인해야 할 텐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단다. 그리고 책이나 공식 인쇄물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명조체이건 언제 처음 시작 되었을까. 이 명조체의 최정호라는 분이 처음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그 전에 있던 궁체를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한 자 한 자 모눈종이에 적었다고 하는데 폰트를 만드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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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최정호는 모눈종이에 한글 글자체들을 하나씩 설계해 나갔다. 이 설계용 도안을 활자 혹은 폰트의 원도라고 한다. 최정호는 명조체의 원도를 설계하려면 붓글씨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명조체는 궁극적으로 인쇄용 글자다운 면모를 가져야 하므로 서예와 달리 더 체계적이고 고른 모양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따라서 작은 크기로 긴 텍스크에 적용해도 충분히 잘 읽히도록 명조체는 궁체보다 속공간을 크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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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문서편집기에도 많은 폰트가 있단다. 어떤 폰트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폰트도 있어. 핸드폰에도 다양한 글자 폰트가 있단다.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을 가끔 보면 독특한 폰트로 설정해서 쓰는 사람이 있더구나. 아빠는 몇 년 전부터 새로 출현한 맑은 고딕이라는 폰트가 맘에 들더구나. 꽤 사용했는데도 잘 질리지 않고 말이지. 이 자리를 빌어서 맑은 고딕을 디자인한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ㅎㅎ

너희들도 앞으로 많은 글을 쓰게 되겠지. 손으로 직접 쓰는 글도 있을 테고, 디지털 기기로 쓰는 글도 있을 테고그런 글을 너희들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런 저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고 싶어지더구나. 핑계 같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생각만큼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연필로 한 자 한 자 쓰고 정성스레 글을 쓰고 싶지만, 컴퓨터로 따닥따닥 두들기는 것이 전부구나. 아무래도 아빠가 글을 자꾸 쓰고 싶은 것은 점점 그리움이 쌓여서 그런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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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순우리말 그림은 어원이 같다. ‘긋다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긁다에서 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글과 그림은 그 자리에 부재하는 화자, 소리, 대상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리움도 글과 그림과 어원이 같다. ‘그림도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무언가와 더 잘 연결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그리움을 동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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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책의 끝 문장 :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사람’과 닮은 ‘사랑’이 나타나, 그 동적인 ㅇ받침이 정적인 ㅁ받침을 돌돌 밀고 가는 이미지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 ‘사람’을 돌돌 움직여 살게 하는 동력은 ‘사랑’이구나!’
‘살아’가고(生) ‘삶’을 이루고 ‘사람’이 되고 ‘사랑’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 근거로 따지면 모두 어원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 서로 비슷한 소리와 모양으로부터 즐거운 상상을 누릴 수가 있다. - P136

한국어 음성 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生)을 연상시키고 ㄹ은 활력(活)을 일으킨다. ㅅ은 에너지이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 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사랑이 사람 사이에 흘러 들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랑’이라는 한국어 단어 속에는 소리와 뜻과 모양조차 이렇게 서로 사랑을 한다. - P137

세계의 다양한 문자문화권에 정체와 흘림체가 있다. 인간에게는 글씨를 ‘또박또박 단정하게 쓰고 싶은 마음’과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모두 있어서 그렇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유연한 흐름과 고유한 리듬이 글자 구조와 세부에 영향을 미쳐서 흘림체만의 독특한 형태가 나타난다. - P179

대개의 붓은 한 번에 약 10밀리리터 정도의 먹물을 머금는다. 먹물은 탄소와 아교와 물의 혼합물이다. 색을 내는 탄소입자가 종이에 자국을 남기고 물은 증발한다. 그러나 눈이 녹은 맑은 물은 색을 내는 입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붓은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마른 천에 물기가 닦이고 말려졌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은 붓털에서 그대로 증발했을 터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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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3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풍경, 이 들어가면 괜히 좋더라고요. ㅋ 글자를 통해서 본 세상 나라 구경이겠네요.

bookholic 2020-08-23 23:42   좋아요 0 | URL
네, 책 속에 세상 곳곳의 글씨체 사진들도 많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딩 2020-08-23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아주 흥미롭게 봤어요~ 보고 나니 간판 표지판 도로 모든 곳의 글자를 몇 번씩 더 보게 되었어요 :-)

bookholic 2020-08-23 23: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책을 읽고 난 다음 길거리의 글씨체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어요..
‘저긴 왜 굳이 저런 글씨체를 사용했을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막시무스 2020-08-24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다가 몇번 접었는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시원한 하루되십시요!ㅎ

bookholic 2020-08-25 00:17   좋아요 1 | URL
ㅎㅎ, 네.. 즐독하시고.. 막시무스님도 시원하고 행복한 화요일 되십시오~~^^
 













(10)

강수량은 땅의 단단한 정도를 결정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로 만든 벽은 쓰러진다. 따라서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였고, 자연스럽게 나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


(62-3)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벼농사는 옆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지을 수 없다. 다른 말로, 이웃과 잘 지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벼농사 지역에서의 삶이다. 그래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우리 할머니는 서울에 와서도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셨다.


(64)

반면 밀 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부터 다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함께 줄을 맞추어서 모를 심지만, 밀 농사 지을 때는 땅 위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밀은 맨땅에서 자라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가 집중호우 없이 적당히 고루 내리는 지역에서 농사짓기 때문에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밀 농사는 벼농사에 비해서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고, 모여서 살 필요도 적다. 자연스럽게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관개수로 토목공사를 하고 집단 모내기를 하면서 벼농사를 짓던 사람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격이 만들어지게 된다. 벼농사 지역의 이혼율이 밀 농사 지역보다 매우 낮은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 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77)

기둥 중심의 건축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건축 공간이다 보니 여러모로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으로 발전했고, 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113)

바둑과 동양 건축물의 배치 모습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바둑돌을 건물이나 담장으로 보고, 바둑돌이 만드는 빈 집을 마당으로 본다면, 바둑판의 돌이 놓인 패턴과 동양 건축물 배치의 패턴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바둑돌들이 둘러싸서 빈 공간을 만들 듯이 동양 건축에서는 건물과 담당으로 둘러싸서 마당 같은 빈 공간을 만들면서 건축물이 성장한다. 혹은 검정색 돌이 건축물, 흰색 돌이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좋다.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서 패턴이 정해지고 곳곳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둑과 동양 건축의 공통점이다.


(117)

서양의 문화는 양식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반복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는 마치 체스에서 각각의 말들이 다른 형태의 규칙과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양식 혹은 규칙을 만들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이 서양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건물은 놓인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변화시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연출해 왔다. 물론 여기에도 풍수지리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존재했지만, 그 풍수지리라는 규칙도 물과 산과 사람의 상대적인 관계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 이렇듯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상대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153)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현실 삶에서 충이나 효 같은 관계를 중요시했다. 기둥 구조를 써서 기둥과 기둥 사이로 주변 환경이 잘 보이는 동양의 건축은 땅과 연결되어서 집을 짓는 개미처럼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이 중요시 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공통적으로 사후 세계, 이데아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형이상학적 원칙을 중요시 했다. 이들은 땅과는 관련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관념적으로 무에서 새로운 법칙을 만든다.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주변의 아무런 영향 없이 내제된 법칙에 의해서 허공에 집을 짓는 벌과 비슷하다. 서양의 공간은 주변과의 관계를 맺지 않고 자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이기 때문에 벌집처럼 기하학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피라미드판테온도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자족적인 법칙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수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서양의 종교적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84)

도자기에 그려진 중국식 정원 디자인과 중국 철학은 자연을 대하는 유럽인의 자세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곧바로 정원 디자인에 반영되어서 기존의 기하학적 형태의 정원 디자인에서 야생 상태의 자연으로 환원시키듯 디자인하는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우리가 알 만한 정원 중 픽처레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곳은 뉴욕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가 있는 지역이 지금의 공원처럼 원래 그렇게 나무가 울창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곳은 아니었다. 그곳의 언덕, 나무, 수 공간 등은 실제 자연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되고 건설된 것이다. 실제로 센트럴 파크의 호수는 인공 호수고 흐르는 물은 모터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공급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자연을 모방해서 자연스럽게디자인하는 것이 픽처레스크 정원 양식이다.


(240, 241)

인터넷에서 르 코브쥐이에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근대 건축의 5원칙이 나온다. 근대 건축의 5원칙은 근대 건축이라면 가질 법한 다섯가지 특징을 코르뷔지에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1. 필로티, 2. 옥상 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리본 수평창이다.

그런데 사실 르 코르뷔지에가 이야기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인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 나면 다 동양의 기둥식 구조의 건축에서 보이는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245)

생각은 창작아 자신이 의식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영향을 받고 진화하는 법이다.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제품들을 팔기위해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를 비롯해서 1886년에는 에펠탑이 지어진 파리 만국박람회,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등 수많은 박람회의 국가관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건축 디자인이 교류되고 소개되었다. 이러한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이미 서양의 문화는 다른 대륙의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한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공간에 대한 생각이 서양식에서 동양식으로 점차적으로 진화해 갔을 것이다.


(310)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357)

건축에서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은 중력이라는 법칙이다. 많은 건축이 다양한 디자인을 하지만 태초부터 바뀌지 않는 건축의 본질은 중력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 건축에서는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건축물이 디자인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은 본능적으로도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감동을 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랜드마크 건물은 구조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건축물들이었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388)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면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은 종교 단체 최고의 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때 흑사병으로 천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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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2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그럼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를 이야기해보자. 예전에 처음 우리나라에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출간되었을 때, 4권으로 나누어 출간한 것을 두고, 당시 출판사의 얄미운 수법이라고 독자들이 뭐라 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런데, 너희들처럼 어린이들에게는 적당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원본을 보면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그 전의 책들보다 거의 2배나 두껍기도 하고.


1.

마법방어술의 새로운 교수 매드아이 무디 교수님은 우리 편, 그러니까 해리 편인 것 같았어. 해리의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말포이의 못된 버릇을 고친다고 하면서 동물로 변신시켜 혼내주기도 했어. 매드아이 무디는 무서운 마법술을 가르쳐주면서, 해리의 부모님이 아바다 케다브라라는 무서운 마법으로 죽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마법에 살아남은 유일한 이가 해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

트리위저드 경기가 열린다고 했잖아보바통 학교의 교장 맥심 교수와 학생들, 덤스트랭 학교의 교장 카르카로프와 학생들이 호그와트에 방문했단다. 덤스트랭 학교에는 퀴디치 월드컵에서도 활약을 했던 스타 빅터 크룸도 있었어. 그리고 얼마 뒤 불의 잔은 선수 선출을 했단다. 한 학교에 한 명씩. 호그와트에서는 케드릭 디고리, 보바통에서는 플뢰르 델라쿠르, 덤스트랭에서는 빅터 크룸이 뽑혔단다. 그런데 불의 잔은 또 하나의 이름을 뱉어냈어. 바로 해리 포터였지.

해리 포터는 자신의 이름을 넣지도 않았고, 나이 자격도 되지 않았어. 다른 학교의 불만과 항의가 빗발쳤지만, 트리위저드의 규칙상 불의 잔이 선출한 선수는 반드시 경기에 출전해야만 했지. 그렇다 보니, 다른 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호그와트의 학생들도 해리가 욕심을 부려서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모두 그를 미워하고 조롱했어. 심지어 론까지도 자신에게 이야기도 안하고 그런 일을 벌였다면서, 그를 멀리했어. 헤르미온느만 해리를 믿고, 론과 다시 화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남자들이 한번 삐치면 장난 아니지.. 그런데 도대체 누가 해리의 이름을 불의 잔에 넣었을까. 이 경기를 통해 해리가 죽길 바라는 반대 편일까. 아니면 해리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 편일까.

마법 나라의 유명한 <예언자 일보>라는 신문이 있는데, 가짜 기사로 도배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수구 신문에 버금갔단다. 그 신문사의 대표적인 기레기는 리타 스키터라는 사람인데, 해리에 대한 가짜 기사를 엄청 실어댔단다.


2.

시리우스와 몰래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시리우스는 벽난로에 잠시 얼굴만 내놓는 마법으로 해리를 만났는데, 덤스트랭 학교의 카르카로프 교수를 조심하라고 했어. 그 또한 한때 볼드모트의 추종자라고 했거든지금도 그럴 거라면서 말이야. 음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은 여기저기 많이 있구나.

, 드디어 트리위저드 첫 번째 경기각기 다른 용과 대결하여 용의 알을 빼앗아 오는 경기였어. 마법세계 가장 큰 경기라고 하기에는 정보 유출이 너무 허술하더구나. 첫 번째 과제를 사전에 모두 알고 있었어. 사실 케드릭만 모를 수 있었는데, 그것 불공평하다면서, 해리가 그 사실을 알려주었어. 그래서 다들 사전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왔지. 해리도 헤르미온느가 아이디어를 주어서, 지팡이로 소환마법을 부려서 파이어볼트를 소환한 뒤에 파이어볼트를 타고서, 용의 알을 낚아채었단다. 그렇게 첫 번째 과제 성공. 이 첫 번째 경기를 마치고 해리와 론은 화해를 했단다. 다행이네빨리 화해를 해서

두 번째 경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단다. 1차 경기에서 구한 용의 알 속에 힌트가 있다고 했어. 그 힌트를 알아보려고 해리가 알을 살펴보았더니, 알에서는 무서운 비명 소리가 크게 들려서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단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노예 같은 생활을 하는 집요정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운동을 했어. 오늘날 노동 운동과 같은 거라면 좀 이해하기 쉬우려나. 헤르미온느는 쉬는 날도 없이 호그와트 집요정들이 요리만 하는 등 노예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했어. 헤르미온느는 집요정의 복지 개선을 위한 모음도 만들어서 해리와 론을 강제로 가입시켰단다.

여기까지가 아빠가 정리한 <해리포터와 불의 잔 2>의 이야기란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 잘못 이야기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고그럼 오늘은 이렇게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다음날 아침이 밝아 오면서 비바람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책의 끝 문장 : 론이 이제 초콜릿 슈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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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해리 포터 이야기를 또 해보자꾸나. 해리 포터가 나온 지 20년이 넘다 보니, 여러 판본들이 있단다. 우리 집에 있는 해리포터도 여러 판본들이 섞여 있는데, 그 중에 <해리포터와 불의 잔(4)>은 아빠가 20년 전에 구입한 책이로구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어 열풍이 일기 시작할 때, 아빠도 1~3권은 친척 형님 집에서 빌려 읽고, 4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때 아빠가 <해리포터와 불의 잔>까지만 읽고 그 이후는 읽지 않았고, 영화도 1편만 봐서 내용은 사실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최근에 너희들과 다시 읽어보니 참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는구나. 영화도 하나하나 찾아보고 말이야.

그런데 이 책 앞면지에 아빠가 적어 놓은 년도 2000년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남다르구나. 이 책을 살 때 20년 후 아빠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을 살 때 이 책을 너희들이 읽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을 살 때 20년이 이렇게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너희들이 해리 포터를 좋아해서, 아빠도 다시 읽게 되다 보니, 옛추억도 꺼내 보게 되고, 옛 책도 다시 꺼내 보고…. 좋은 경험이구나. 20년이 지났지만, 책이 많이 변색도 안되었구나. 오히려 최근에 출근된 책들보다 더 튼튼하고 편집 상태도 아빠 마음에 드는구나.


1.

톰 리들 생각나지? 볼드모트의 원래 이름. 그 톰 리들이 살던 리들하우스에 볼드모트와 웜테일과

4미터가 넘는 나기니라는 뱀이 모여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아무래도 볼드모트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겠지. 웜테일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도 나왔던 피터 패티그루로, 친구들을 배신하고 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된 인물이잖아. 애니마구스로 오랫동안 쥐로 변신해 있었잖아. 그들이 있던 리들하우스는 오랫동안 빈집이었지만, 늙은 정원사 프랭크가 그 집을 지키고 있었어. 프랭크는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들켜서 그만 죽고 말았지.

그런데 해리가 이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꿈으로 꾸고, 이마에 심한 통증을 느꼈단다. 이상한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시리우스 블랙에게 편지를 썼어. 론의 엄마 몰리는 버논 이모부에게 편지를 써서 해리를 초대해 달라고 했어. 굳이 그런 편지를 쓸 필요가 있나버논 이모부는 이제 예전처럼 해리를 막 다루지 못했어. 왜냐하면, 해리가 시리우스 블랙이 자신의 대부라고 이야기했거든. 시리우스 블랙은 머글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범죄자였거든.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해리의 대부라고 하니 예전처럼 못살게 굴지 못했어.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렇다 보니 버논 이모부는 론의 엄마가 해리를 초대해 달라고 하는 것에도 알겠다고 했어. 괜히 거절했다가 봉변당할 수도 있으니론의 식구들은 버논이모부의 벽난로로 방문했다가 난리법석을 떨었고, 해리와 함께 론의 집이 있는 버로우로 갔단다. 그곳에는 헤르미온느도 와 있었어. 그들은 모두 퀴디치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 가기 위해 모여 있었어. 아일랜드 대표와 불가리아 대표의 경기였지. 마법부에서는 그 경기를 위해서 황무지 하나를 구해 놓고, 머글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단다. 그곳에 경기장을 만들고 주변에 세계 마법사들이 머물 수 있는 캠프장을 만들었어.

론의 식구들과 해리, 헤르미온느는 포트키를 이용해서 경기장으로 갔단다. 포트키는 일종의 공간 이동하는 장치야. 퀴디치 결승전이 열리는 곳에는 세계 여러 국가들의 마법사들이 모두 몰려들었어. 불가리아에는 유명한 수색꾼 빅터 크룸이 있었지만, 아일랜드의 팀웍이 워낙 좋아서 빅터가 스니치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가 우승을 했단다.

그런데, 그 결승전이 있던 밤 캠프장에서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어. 녹색 해골 모양의 어둠의 표식이 커다랗게 하늘에 떠 올랐단다. 그 어둠의 표식은 볼드모트가 살인을 저지르면 나타나는 표식이었어. 다들 겁에 질려 도망을 갔어. 마법부에서도 조사를 나왔는데, 어둠의 표식 근처에 있던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의심했어. 더욱이 마법부 바티 크루우치씨의 집요정 윙키가 해리의 요술지팡이를 갖고 있어서 해리를 더욱 의심했지. 해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오히려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누군가 주문을 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어. 그렇게 퀴디치 월드컵 결승전은 무서운 사건과 함께 끝이 났단다.


2.

새학기가 시작되었어. 마법방어술 교수로는 매드아이 무디라는 새로운 교수가 왔는데, 한쪽 눈은 인공눈을 가진 아주 무섭게 생긴 분이었어. 그리고, 올해는 퀴디치 경기가 없다고 했어. 그대신 200여 년 만에 열리는 트리위저드 경기를 호그와트에서 주최한다고 했어. 트리위저드 경기를 호그와트, 보바통, 덤스트랭 이 세 마법학교의 친목을 다지는 마법 경연 대회였는데, 예전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그래서 오랫동안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200여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라고 했어. 각 학교에서 한 명이 선출이 되는데, 17살 이상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해리는 이제 14살이니 당연히 지원을 할 수 없었지. 그 지원서는 불의 잔에 넣으면 되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1권의 이야기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퀴디치 월드컵에서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고, 트리위저드가 경기가 열릴 예정. 이렇게 짧게만 정리해도 될 것 같구나. 책의 제목의 불의 잔은 소개만 되는 수준이었네.. 그럼 다음에 2권에서 또 이야기해보자꾸나.

아참, 해리 포터 마법으로 코로나를 없앴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리들 가족이 그 저택에서 살았던 것은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책의 끝 문장 : 론이 이런 생각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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