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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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김금희 작가님의 글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지나가면서라도 엄청 많이 봤던 책들.... ‘너무 한 낮의 연애오직 한 사람의 차지’ ... 지나가다 많이 봤는데 너무 많이 봐서 내가 읽었다고 넘겨버린 책인가보다.

암튼 이번에 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고 몇 페이지 넘기면서 예감이 또 든다. 나 이 작가님 좋아할 거 같아. 작품 이제 또 다 찾아 봐야지.

 

참 좋았다. ‘경애의 마음

사실 표지나 내지가 정말 내게는 호감이 아니었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책이 너무 더러워서 읽다가 나가서 책 사오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집 앞 헌책방의 책들도 상태가 누런게.... 원래 이런 책인가... 아니면 무지 재미있어서 많이들 빌려봤나보다. 근데 음식물 튄 자국과 과자 부스러기... 도대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사람들 중 책을 이렇게 더럽게 보는 인간들은 뭔가...화가 났으나 .... 무지 재미있는 관계로 빨리 후딱 읽고 나머지 책들을 사보기로 했다.

책소개 중...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단 한명의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반도미싱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며 시작되는 이 소설에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켜켜이 담겨 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경애의 마음은 한가지 독법으로 해석할 수 없을 만큼 다층적으로 읽히는 수작이다. 이 미덥고도 소중한 소설을 곁에 둔다면 지난 세월 우리가 견뎌온 아픈 시간이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유머로 위로되고, 앞으로의 삶을 좀더 단단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차

공란은 곤란하다 / E / 너와 나의 안녕 / 없는 마음 / 살인은 연애처럼 연애는 살인처럼 / 차디찬 여름 / 당신은 여동생이 있나요? / 다친 줄도 모르고 웃는 / 빗방울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어 / 언니는 죄가 없다 / 작가의 말

 

YES24 리뷰

당신과 나를 우리로 연결할 그 어떤 경애 (敬愛)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 2018-08-14

어떤 소설은 한번도 독자를 울리지 않고도 감동시킨다. 침착하고 담담하게, 어떤 과장이나 장치 없이도 그렇게 어느 장면을 마주하게 한다. 김금희는 그 능력이 탁월한 소설가이다. 때론 비장한 문장을 만나면 그녀가 조중균의 세계자체 아닌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조중균처럼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이들. 그래서 어쩌면 세상의 안에 끼어들지 못한 채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사람들을 다시금 첫 장편소설 경애(敬愛)의 마음에서 조우한다.

소설엔 주인공답지 않은 이들이 주축이다. 아버지는 전직 국회의원이지만 정작 자신의 낙하산으로 미싱기 회사에 팀장대리를 단 상수. 그리고 3년 전 실패한 파업으로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고 다니는 경애. 회사에선 그 둘은 영업3팀으로 묶어 버린다. 아무 일도 성공하지 못하고, 하는 것도 없는 그런 루저 집단으로 번번히 성공하지 못할 일만 지시한다.

그렇게 루저로 하나가 된 그들은 서로에게서 발견한 슬픔과 죽음을 서서히 공유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살 수 있는 무기력 상태로 그들을 밀어 넣은 건 바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과 이별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낭만적인 상수와 독특한 경애는 고통에 관한 이해를 토대로 현실(회사)와 가상(페이스북),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며 탄탄히 층을 쌓아간다. 그 누구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가면서.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 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김금희 작가의 이번 소설 역시 이전 작품들처럼 은총, 조선생 등과 같은 어딘가에는 꼭 있을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지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제목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주인공인 경애의 마음이면서 동시에 공경하고 사랑한다는 뜻. 어쩌면 우리는 그 마음을 오랫동안 잊고 지내지 않았을까. 1990년대 노래나 영화처럼 색이 바란 그 마음들을 꺼내보게 하는 장면들이 소설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장면과 마주칠 때마다 작가에게 경애의 마음을 다시 한번 표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풍경을 기다렸을 누군가에게 분명 반가울 소설이다.

 

이게 이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었구나

많은 분들이 찾아서 읽는 작가시구나...빌리려했던 책들이 모두 지저분한게 이해가 갔던....

 

반도미싱에서 한 팀으로 만나게 되는 공상수 팀장(대리)과 박경애 주임

공상수.... 회장과 친분있는 국회의원 아버지 덕에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온 사회성 떨어지고 융통성 없으나 항상 열심히 하고 알고 보면 나쁜 짓은 절대하지 않는 그는 인터넷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로 실제 해보지 못한 연애를 웹상으로 상담해주며 많은 이를 위로하고 삶의 위안을 삼고 있다.

박경애.... 회사에 실패한 파업의 주맴버이면서 파업을 중단인 주범으로 매도되어 회사에서 완전 눈칫밥 먹으며 창고에서 회사 비품을 나눠주는 버티고 있는 그녀.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는 그녀는 지나간 사랑도 잘 폐기하지 못 한다. 그렇지만 실패해서도 다시 일어설수 있는 그녀...

둘이 어설픈 한 팀이 되어 베트남까지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E’또는 은총... 상실의 기억, 언죄다의 사연....주인공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되는 것도 없고... 공상수의 찌질함이 참 싫은데 그의 따스함과 인간미를 알기에 자꾸만 응원하고 싶고, 경애의 이야기가 너무 아프고 상황이 답답한데... (나는 그런거 진짜 싫어한다.)....납득이 되었다. 경애의 마음...

멋지고 대단한 상황도 없고 아름답고 잘난 주인공들이 없는데 좋았고 뭐만 보면 잘 우는 나이지만 진짜 한번도 울지 않았지만 공감했고, 감동했다.

충분히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우울하지 않았으며 찌질한 상황들이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답 납득이 되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기에 나오는 영화 작품들과 음악이 다 아는 거라... 세대가 비슷하신가봐. 특히, 델리 스파이스는... 내가 한 때 가장 좋아했던 밴드이고 스탠딩 콘서트.. 이런 거는 뻘쭘하고 부끄러워서 잘 안 가는데.. 그 밴드 덕분에 극장 아닌 클럽... 같은 곳의 콘서트를 몇 번 다니곤 했다. ‘새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예전에 새벽에 고시원 다녀오다가 그런... 고양이....를 만나 너무 충격을 받아 한 동안.. 이 노래 생각 많이 했었는데...

 

참 좋은 소설이었다. 작가 님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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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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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김동식외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나의 힐링 푸드... ‘떡볶이가 나와서 읽었습니다.

여기에는 10명의 작가가 쓴 떡볶이소재로 한 단편 10편이 나온다. 다들 글이야 잘 쓰시니까 작가인 거고... 어떻게 펼쳐나가셨나에 따라 내겐 호불호는 있었다. 그러나 잘 모르는 작가 분들이지만... 이렇게 떡볶이하나로 다양하게 글을 쓰시고 각자 다르게 펼쳐내신게 너무 대단하다. 역시 작가네!... 추억, 먹방, 좀비, 복수, 청춘 등 떡볶이에 죽고 살고 떡볶이에 울고 웃는 이야기들에는 순한맛, 매운맛, 칼칼한 맛 그리고 기묘한 맛까지 담겨 있다는 이런 소설집.. 나의 떡볶이는 추억과 우정과 사랑의 .... 기냥 행복한 맛인데... 암튼 즐거운 읽기였다.

 

김동식 컵떡볶이의 비밀... 동화같다. 유쾌, 발랄한 이야기로 나의 떡볶이 맛에 가장 부합하고 떡볶이를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이야기의 결이었다.

김서령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매운 맛, 씁쓸한... 아픈 맛으로 떡볶이랑 가장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세상이 이런 걸.....

김민섭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 정말 맵고 쓴 맛.... 지방대 강사이다...를 쓴 작가의 글 답다.

김설아 쫄깃쫄깃 탱탱의 모험..... 떡의 일생에 관한 .... 환경이야기일까?

김의경 유라TV......먹방.... 사생활 영상 유출.... 아프고 쓰린 맛

정명섭 좀비와 떡볶이.... 디스토피아.... 어떤 미래에 떡볶이를 그리워하는 맛.

노희준 떡볶이 초끈이론.... 떡볶이의 파장, 비빠이집에서 시작하여 신당동 떡볶이, 떡볶이 회식, 룸살롱 떡볶이... 그리고 ....비밀인 옥수수까지... 어려운 듯 재미있었다.

차무진 서모라의 밤.... 무협 소설같은 판타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조영주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 40년 만에 찾아온 귀국 길,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을 찾아 떡볶이 기행을 하는 할머니와 그녀의 사연... 그리고 그런 맛집....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이리나 송 구리 당당.... 초임 기간제 교사 29(구리) 그녀의 모교 근무 이야기, 진상 옆 자리 선생님(슬프지만... 꼭 있다... 이런 분들은 너무 편하고 좋기에 절대 절대 일찍 그만 두지도 않고 평생 편하게만 길게 산다.)과 첫 담임하며 만난 제자 은서... 추억의 방앗간 떡볶이집 자리에 있는 튄떡’... 그런 이야기.... 밥 먹고 살기 참 힘들다.

 

암튼 힐링 푸드 떡볶이때문에 읽었고 다양한 이야기로 흥미롭게 잘 읽었다. 모든 작가님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나도 떡볶이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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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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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7년의 밤으로부터 이어져 온 정유정 님과의 인연(물론, 나만 인연이지. 나만 작가님을 알고 좋아하지.) ... 작가님은 그냥 믿고 보는 작가이다. 그런 거 치고... 책은 일찍 샀지만 너무 늦게 읽은 경향이 없지는 않다.

표지가.... 너무 형광색이어서.... 나는 불호. 안에 목차를 보니... 진이, 민주, 지니... 아니 이름도 내이름과 친구이름... 이거 더 빨리 읽었어야 했지만 괜히 미루었다 연말 결산에야 읽게 되었다. 역시 정유정 님이다. 참 좋은 글이었다.

사람에 관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찌질하고 비루한 군상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거기엔 인간미가 있더라고. 그리고 납득이 되기도 하고. 작가 님은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는 또 않지. 그렇기에 여운이 있는 걸까?

이건 동물과 인간에 대한 교감도 있고, 동물권에 대한 것도 담겨있는 판타지이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구조를 가진 것이 보노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짐작은 했지만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들이 너무나 끔찍하기도 했고....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yes2에서의 책소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직후 보노보 지니와 하나가 되어버린 사육사 진이는 찰나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청년 백수 민주와 거래를 하고,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야기는 가장 절박한 상황 앞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고, 진이(지니)와 민주의 시점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면밀하게 장악한다. 빈틈없는 자료 조사로 판타지마저 현실성 있게 그려낸 촘촘한 플롯, 독자를 단박에 사로잡는 흡인력과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까지 정유정 고유의 스타일은 건재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소통이다. 소설 속 진이와 민주가 보여주는 선택은 그러한 소통과 공감이 가져온 선택이자, 정유정이 그려내고자 했던 가장 섬세한 방식의 자유의지이다. 소설은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다움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삶의 희망으로 치환하는지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성장소설과 스릴러를 거쳐 판타지까지. 책을 펼치는 순간 보이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독자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맨다.

 

정유정님은 어쩜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창의적이고 의미까지 있는 이야기를 이런 독특한 소재와 방법으로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따뜻하기까지 하잖아. 판타지 장르이지만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는 능력, 몰입감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자료 준비도 엄청 나셨겠지?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 성장하는 민주’.... ‘진이지니의 인생을 보여주고.... 이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지만 또 새드 엔딩은 아닌 매력적인 이야기들...

 

암튼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주신 작가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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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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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장은진

 

몇 년 전... 이 작가 님을 알게 되었다.(뚜루 님의 카페에서 책 읽기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 그 뚜루님은 어디서 무얼하실까?) 참 독특하고 참신하면서 재미있는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이다.

많은 작품을 하시는 분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잊고 살았다가 서점에서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작가 편에서 만났다. 이런 시리즈는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는데... 읽고 나서는 참 좋았지만 읽기 전까지는 손이 가기 어렵게 나온 책 같다... 나에게는 그렇다. 딱 각 잡힌 양장본 스타일은 손이 좀 덜 간다. 무거운 책도 싫은데 무거울 거 같고 뭔가 어려울거 같고.... 그래서 보건교사 안은영도 한참 뒤에 읽었다. (물론, 너무 너무 상큼하고 기발하고 재미있었지만....)

 

암튼 그래도 제목도 표지도 괜찮아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처럼 다른 책을 제치고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잠깐 책소개를 볼까...

세상은 끝나 가는데, 사랑이 시작됐다

이상기후, 폭설, 재난, 그리고 마지막 하루

종말에 대처하는 연인의 자세

 

장은진 장편소설 날짜 없음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날짜 없음은 긴 겨울이 계속되는 기이한 재난을 배경으로, 모두가 떠나 버린 텅 빈 도시에서 살아가는 연인의 하루를 다채로운 감정과 대화 들로 채워 넣은 장은진식 고립형 재난 로맨스다. 장은진의 소설에는 대부분 혼자만의 공간에 고립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타인과 단절되고 싶은 동시에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그려 내는 것은 장은진의 특기다. 대개 종말소설에서는 재난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긴 여정을 떠나거나 험난한 생존 게임에 휘말리는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장은진이 주목하는 이들은 떠나지 않고 남은 자들, ‘하지 않을 것을 택한 사람들이다. 추위와 공포를 무릅쓰고 도시를 탈출하면 더 나은 곳에 도착할지도 모른다거나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에겐 지금 하고 있는 연애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이 젊은 연인의 태도는 우리 세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지니는 태도 혹은 가치관에 대한 거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뭔가 실험가 같은 작가 님은 평범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시작부터 숫자다.

 

179

그게 온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178~1까지 이야기가 계속 된다.

완전 재난 상황이다. 어느날 붉은 비가 계속 오더니 어느 순간부터 회색 눈만 내린다. 아무것도 자라지 못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뭔가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났고 많은 이들이 죽었고 죽이고 죽어가며 떠나는 곳에서의 하루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집중이 안 되었다. 그러나 조금 읽어가면 갈수록.... 어둡고 우울하고 꿀꿀하기만 할 것 같은 재난 세상의 고립된 인간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차갑고 쓸쓸하지만은 않다.

참 독특한 작가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는 건데.. 사랑이 있고 이웃이 있고 인간미가 있고 이상하게 희망이 있다. 가족이 떠난 곳에서 남은 의사인 그녀에게는 구둣방을 하고 있는 그가 있다. 그에게는 이라는 개 한 마리가 있는데 버려졌던 그 에게 대하는 눈빛에 그녀는 그에게 먼저 반했다. 많은 이들이 회색인이 되어 도시를 벗어났다. 뭔가 좀비의 행렬같은 그들의 순례 행렬에서 이탈한 그들에게는 .... 오늘이 마지막 날인지도 모른다. ‘그게온다니까...대략... 지구 종말이라고 할까?

그렇게 그의 컨테이너 구둣방(가게 겸 숙소)에 있자니 습관처럼 마직막 인사처럼 많은 이들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들....

 

책이 참 매력있었다. 어두울 것 같지만 그래도 우울이 다가 아닌... 왜 종말을 이야기하는데 따뜻함이 있지? 이야기 중간에 환상특급이야기가 나온다. .. 초등학교 때 정말 재미있게 봤던 이야기였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고 친구들에게도 얘기했고 언젠가 나의 일기장에도 쓰여있는 이야기가 여기 나온다. 항상 부산한 자녀들과 이웃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살고 있는 그녀는 조용히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발견된 오래된 시계 모양의 목걸이... 그걸 끼고 조용히 해!” 했더니 모든 것이 멈췄다. 사람들도 공기도, 바람도, 새도, 물도... 정신 사나운 일상에서 이 stop의 시간을 누리며 행복했던 그녀에게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소련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녀는 선택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대신 그녀는 끝없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 암튼 이런 이야기... 나는 종말을 맞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할까?

 

주문을 풀래요

왜요?”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과 죽는 편이 덜 불행하지 않을까요.”

“......”

같은 순간을 살다, 같은 순간에 죽는 것. 해인 씨는요?”

“......”

왜 대답 안 해요?”

저도요

정말 우리가 하는 얘기를 엿듣고 있었던 걸까? 반이 자기도 그렇다는 듯 내 말에 멍, 하고 짖었다. 하지만 저마다의 눈동자는 모두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게 마법의 목걸이가 있다면 그 움직임만은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들의 불안이 아니라 그들의 불안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의 불안을 위해서. p.93

 

주인 남자는 개의 몸에 쌓인 눈을 맨손으로 털어 주며 오랫동안 눈을 맞췄다. 나는 그 광경을 밖에 서서 숨죽인 채, 눈을 맞으며 지켜봤다. 순간 심장이 꽁꽁 얼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찾아왔다. 고약한 날씨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 남자의 눈빛 때문에. 그것은 아주 아득하면서도 묘하게 퍼져 나가는 기운이었는데, 그 경건한 냄새로 눈 속에 숨쉬고 있는 건 사람이었다. 내가 의대 공부며 병원냄새로 조금씩 잃어 갔던 인간의 것. 나와 세상이 가져 본 적 없거나 가졌지만 부족하게 가진 걸 그 개의 주인은 제대로 갖고 있었고, 써야 할 곳에 쓰고 있었다. 내가 반한 것이다. p.126

 

그의 인생 모토는 발이 편해야 인생이 편해진다였다. 내 인생이 편치 않았던 건 발 때문이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발이 아프고 불편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았다. p. 170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작가의 말이 나는 항상 가장 좋다.

 

날짜 없는 달력을 대하듯

소설을 쓰는 일은 백지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모래 위에 까만 문장으로 지어 올리는 작은 세계

벽돌을 차곡차곡 쌓듯 어떤 문장으로라도 백지를 채워 나가야만하는 하는 일.

건너뛰기나 생략할 수 없으면, 날짜 없는 달력처럼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나는 매번 깜빡 잊고는 한다.

그 세계를 모래 위에 지었다는 사실을.

자그마한 바람에 하나의 세계가 부서지고 나면 파도는 잔해들을 쓸어 가고

내 앞에 백지가 막막하게 놓인다.

날짜 없는 달력처럼 언제 문장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그렇게 다시, 고통과 절망뿐이 백지 위에 홀로 서 있다. p.263

 

작가님의 고통과 고독으로 만들어진 이 글이 참 좋았다. 감사하다. 항상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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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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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정세랑

 

.... 아직도 정세랑 작가 님 작품이 남았다.

이 책..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라는데... 아주 얇고 읽기에 부담없고 딱 좋았다.

 

재인, 재욱, 재훈은 화목한 것과 거리가 먼 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남매들이다. 재인과 재욱은 세 살 터울로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막둥이 재훈은 재인과는 13살 터울의 고등학교 2학년이다.

허구헌날 바람 피고 다니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폭발 직전이다 자주 폭언을 쏟아내는 엄마 밑에 있는 그들은 집에 있는게 편치 않고 딱히 우애도 좋지 않지만 연례행사처럼 여름 휴가를 함께 보냈다. 특히 이번에는 둘째 재욱이 아랍 사막에 파견 근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좋지 않은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우연히 형광빛 바지락칼국수를 사먹게 된다. 그리고 각자 돌아간 일상...첫째는 대전의 연구단지로, 둘째는 아랍 사막 플랜트 공사장으로, 셋째는 급작스럽게 엄마가 교환학생으로 신청한 조지아 염소농장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능력들이 하나씩 생긴다. (엄청난 초능력은 아니고.... 귀엽다.) 나름 당황하던 순간 배달된 메시지와 소포... 뭔가를 구하라는데.... 처음에는 멍하니 읽었고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고 소소하게 유쾌하고 ... 다정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일상에 찾아드는 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님... 주변 친구, 동생의 이름을 빌려 오셨다는... 항상 작가의 말에서 남기시는 이름 스토리와 작품 탄생 배경 등이 너무 기다려지는 아주 좋은 글들... 이번에도 성공! 아주 다정하고 유쾌했다!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특별한 경험... 나도 단 한명이라도 누군가를 구하며 사는 인생이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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