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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평점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장편소설
SF소설은 정말 매력적이다. 2018, 2019년은 정말 이런 이슈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잊고 지내던 sf소설을 다수 읽었고...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에 빛나는 이 책을 진작에 버킷리스트에 담아 놓고는 했다. 그러면서 왜 이리 늦게 읽었냐고?.... 진짜 이번 학기는 바빴다니까.... 물론 그래도 행복한 바쁨... 일이 많아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이렇게 행복하고... 뭐낙 내가 잘 하고 있는 것같은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한 바쁨... 덕분에 책을 전혀 못 읽었지만.. 시간이 나서 읽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몇 배는 더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계기도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암튼 긴 사설은 그만... ‘천 개의 파랑’...
이 이야기는 어느 기수 휴머노이드 C-27의 짧은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2035년의 지구....로봇 들이 많은 부분을 담당해주게 되는 세상의 어느날.... 빠른 경마 경주를 위해 탄생한 150cm 작고 가벼운 기수 휴머노이드 (말 타는 로봇인거지.) ... 물론 그런 애들은 아주 많다. 근데 이 C-27은 잠이 부족했던 어느 연구생이 인지와 학습 능력을 넣어두었던 칩을 흘렸는데 마침 청소 담당자가 그 칩을 다른 칩들 있던 곳에 넣으면서 인간의 실수로 탄생하게 된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유니크하고 특별한 인간적인 로봇이다. 화물차 이송 당시 비좁은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던 이 아이(콜리)는 세상을 보며 “찬란하다”를 읊조리고 여러 단어들을 떠올린다. 천 개의 단어... 그리고 옮겨진 자그마한 기수방... 말을 타면서 그 곳의 관리인 ‘도민주’를 만나고 자신의 단짝 ‘투데이’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콜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민주....
함께 호흡하며 행복하게 달리지만 혹사로 인해 관절에 이상이 생긴 ‘투데이’를 위해 콜리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 먹고 경기에서 낙마하여 몸이 망가지게 된다. 그로 인해 폐기를 기다리다 만나게 된 운명의 소녀 우연재..... 그리고 그녀의 가족, 경마장 앞에서 닭집을 하는 엄마 보경(한 때 그녀는 배우였고.... 살아날 확률 3%에서 헌신적인 소방관에 의해 소생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따뜻하고 좋은 남편 소방관은... 낡은 소방복에 갇힌 채 돌아오지 못 했다.), 어린시절...다리를 못 쓰게 된 언니 우은혜는 매일 경마장을 찾아 말들과 교감한다. 그 중에서도 ‘투데이’와 가장 많이 교감하지..
트라우마로 로봇을 꺼리는 엄마 보경에게 로봇 천재인 연재가 태어났고 로봇에 대한 꿈을 잊고 살던 어느날 로봇대회에 같이 참가하자며 다가온 지수라는 친구와 경마장에서 만나게 된 ‘콜리’.... 로봇 알바생에게 자기 자리를 뺏기고 마지막 받은 ‘80만원’의 알바비를 모두 쏟아넣고 망가지 ‘콜리’를 데려와서 고쳐주는데.. ‘콜리’는 삭막했던 연재 네 집에 가장 인간적인 존재이다. 상처가 많은 그들에게 대화와 관심과 사랑의 기회를 열어주는...
그러다 안락사를 맞이하게 될 ‘투데이’를 위해 사건을 벌릭고 그로 인해 마지막이 되는 콜리의 마지막이 이야기의 시작....
읽는 내내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인물 한명 한명의 서사가 예사롭지 않고 다 사연이 있어 너무 좋았다. 왜 이렇게 몽글몽글 따뜻할까?
sf소설이라 읽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보다 너무 인간적이고 따뜻한 글들...동물권, 우정,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배려`상처, 장애인에 대한 시선, 기술 도입과 예산, 그로 인해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들 놓치는 것, 빠르게 사는 것이 최고로 중요한 시대에 느리게 걷기... 등 너무나 아름답고 중요하고 소중하며 좋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너무 너무 행복했다.
여기는 다 좋은 사람들만 나온다.
다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콜리...(브로콜리)....의 주옥같은 대사가 너무나 시적이어서 그 아이는 그냥 시인이었다. 과학소설이 이렇게 시적일 일인가? 너무 아름답고 좋은 글을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참 좋은 독서였다. 행복이 천 개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