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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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진즉에 사두었던 책....작가님 작품은 친애하고 친애하는을 읽었더랬다. 작품이 애매하게 좋았던 기억이다. 할머니와 어머니... 외가댁에서 자랐던 그녀의 마지막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무조건 좋은 거기에... 좋았다고 생각하고.. 글이 예스럽게 서정적이어서... 다음 작품을 기대는 했는데 무조건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지난 여름에 잔뜩 사 둔 책 중에 하나인데... 책이 참 예뻤거든.

결론... 너무 좋았다. 이 책 덕에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을 다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모음집... 그냥 그냥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글이 참 깔끔하고 담백하게 서정적이다.

 

13개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멋진 날.....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던 한낮의 해변..책을 읽던 가운데... 나타난 누군가의 아름다워서요’ .... 뒤에 무슨이야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 어떤 날은 분명 ... 정말 멋진 날이지.

우리, 키스할까?...권태기였던 그가 어느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를 보던 날... 봄 향기가 머물 것 같은 늦가을의 한 때... 함께 있는 주정아 작가 님의 단풍 그림이 예술이다.

완벽한 휴가...너무 더워 휴가로 간 공항... 진우와 주희의 어린 시절 휴가 이야기를 나누다 주희는 그 때의 아빠를 떠올린다. 젊었던 ...아무것도 두렵지 않던 아빠...(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었다.

그 새벽의 온기.... 멜랑꼴리한 그녀, 삶도 잠도 피곤하고 몸도 마음도 추운 그녀에게 찾아온 버려진 개... 그 개의 온기.

봄날의 동물원... 동물원에서 일하던 내게 찾아왔던 사촌 누나와의 봄날의 추억... 홍학.. 아름답고 슬펐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 보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너무 공감이 가서... 어느 부분에서 공감일까... 암튼 유독 결론이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

어떤 끝....처음과 끝의 여행...도쿄... 모든 사랑이란건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까....쓸쓸했다.

비포 선라이즈....엄마와의 파리 여행... 모녀 간의 여행...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은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법... 암튼 현실적이었다.

언제나 해피엔딩...조교로 있는 민주, 축제 마지막 날이라 오후 강의가 다 휴강이던 어느 날 철학과 사무실에 찾아온 박 선생(큰 백 팩을 들고 다니며, 세상 유행과 동떨어진 차림새, 화장은 물론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남에게 절대 피해 안 주며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여 훗날 그렇게 될까 두려운 사람의 전형) 이 나타난다.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않을 거야 다짐하는 민주.. 스물일곱 살이 된 이래로 매일매일 초조하다. 대학에 가면 ~해야지 했던 많은 꿈들... 어느 순간 자신이 원했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아버렸다. 자신은 현재 비정규직, 남친은 몇 년째 공시생.. 암울한 그녀.

 

민주는 스무 살 이후 자신의 삶이란 꿈꾸어왔던 것들을 조금씩 하향 조정하는 날들의 연속인 것처럼 느꼈다. ...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을 떼어 길가에 버리며 걸었다는 동화 속의 남매처럼 민주는 자신의 꿈의 디테일을 하나씩 버리며 걸어왔지만, 자신의 삶이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끝을 향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 했다. p.149

 

암튼 박 선생이 잠깐 차를 마시고 가도 되냐고 물어본 후 자신의 스테인레스 보온병에서 차를 한잔 따라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옛날 영화관 아르바이트 시절을 이야기해 준다.

영화관 아르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알아요?’

공짜 영화 보는 건가요?’

아뇨. 결말을 미리 본다는 점이었어요. 그 시절에 뭐가 그렇게 인생에 불안하게 많던지, 영화만이라도 결말을 미리 알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나는 해피엔딩인 영화만 골라 볼 수 있잖아요.’

 

....‘...괜찮아지나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만 여기, 여기의 온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p.155~157

이 작품이 가장 여운이 남았다. 뒷표지에 이 글의 문구가 왜 있는지 읽으면서 납득했다.

 

여행의 시작 교직 생활 30년 후 퇴직한 그는 얼마 전 아내와 사별했다. 외롭던 그는 딸이 있는 프랑스로 떠나기로 했다. 아내가 가고 싶어했던 곳, 혼자 가는 비행기와 공항에서의 이야기... 쉽지 않은 여행의 시작 이야기...

 

오직 눈 감을 때 ...옛 연인과의 낯선 중국집에서의 저녁....칠성반점이었으면서 지금은 차이나향이 되어버린... ‘어향가지가 남다른 맛이었다는... ... 먹고 싶다. 나는 이 이야기도 쓸쓸하고 아련하고 너무 좋았다. 나의 최애 작품이다.

 

별것도 아닌 일로 정의 운운하며 핏대 높이고 싸우다가도, 실연하면 쉽게 동지가 되던 나이. 마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고, 서른이 되기 전엔 인생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바심이 났다. 뭐는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사이를 휘청거리면서도 그 나이에만 허락되던 무책임과 자유를 방탕하게 누리던 날들. p.188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없는 것이 많았을까? 그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별하고도 한동안 나는 내가 만약 조금 더 가진 것이 많았다면, 미모든 재능이든 박애주의자같이 넓은 마음씨든,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인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이. p.194~195

 

참담한 빛.... 부모 준비를 하는 어린 소년 소녀의 이야기... 그들이 온전히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아무 일도 없는 밤.... 요양원에서의 끝을 앞둔 환자와 눈이 엄청 오던 밤 간병인이 옆을 지키던 이야기...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가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따뜻했다.

 

... 이렇게 다 적고 나니... 이 작품들은 참 다 좋았다. 아련하게 슬프고 따뜻하고 애잔한 감정들, 여행의 이야기, 추억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예쁜 일러스트와 버무려 참 아름다운 책이 되었다. 글들도 참 아름다웠고.. 계속 소장하고픈 책이다.

민주는 스무 살 이후 자신의 삶이란 꿈꾸어왔던 것들을 조금씩 하향 조정하는 날들의 연속인 것처럼 느꼈다. ...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을 떼어 길가에 버리며 걸었다는 동화 속의 남매처럼 민주는 자신의 꿈의 디테일을 하나씩 버리며 걸어왔지만, 자신의 삶이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끝을 향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 했다.
- P149

....‘...괜찮아지나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만 여기, 여기의 온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p.155~157
- P155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없는 것이 많았을까? 그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별하고도 한동안 나는 내가 만약 조금 더 가진 것이 많았다면, 미모든 재능이든 박애주의자같이 넓은 마음씨든,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인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이. p.194~195


- P194

별것도 아닌 일로 정의 운운하며 핏대 높이고 싸우다가도, 실연하면 쉽게 동지가 되던 나이. 마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고, 서른이 되기 전엔 인생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바심이 났다. 뭐는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사이를 휘청거리면서도 그 나이에만 허락되던 무책임과 자유를 방탕하게 누리던 날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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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 기적을 일으켜줘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8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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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 기적을 일으켜줘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메달을 거머쥔 성장소설의 대가 팀 보울러가 10년간 집필한 역작이라는 이 성장소설... ‘리버보이로 유명한 그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표지도 제목도 아름답고 ....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할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지만... 이 소설은 내겐 썩 좋지 않았다. ... 어둡고 우울한 상황과 이야기라서.... 제목과 표지에서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방향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짓(Midget..난쟁이).. 주인공 소년의 상황이자 별명이고 이 책의 원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난쟁이 소년이고 열다섯 살이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하게 더듬고, 아이같이 작은 몸, 시도 때도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비틀린 몸과 근육들로 평생 사람들의 보호막 없는 시선을 받는 삶을 살면서 세상에 버림받고 자신과 세상을 미워하며 사는 아이이다. 간절한 소망이 있지만 누구도 자신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 아이.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꿈과 같은 미러클 맨을 만나지만.... 그 이야기가 시작되면 정말 아름답고 고운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기적’... 알 수 없는 힘이 아름답게 전개되지 않는 이야기.

미짓을 증오하고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은 몸의 상태보다도 주변 가족이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고 사랑을 주지만 두 살 위의 형인 은 정말 이런 나쁜 놈이 다 있나 할 만큼 악랄하고 지속적으로 미짓을 괴롭힌다. 그 이유가 더 끔찍한데.... 미짓을 나으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살인자라며... 남들 안 볼 때만 아주 격렬하게 괴롭히는 무슨 싸이코패스같다.

미러클 맨을 만나고 기적을 일으키는 미짓은 서서히 깨닫게 된다. 기적을 일으키는 힘은 자기 안에 있는 거라고.... 그리고 그 아이의 선택...

 

많이 먹먹하다.

삶에 있어 고통이나 행복이 누군가는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했는데... 미짓에게는 왜.... 그의 행복과 기쁨과 사랑과 안위는.... 어디에 있는 걸까?

 

글은 나쁘지 않았다. 그냥 상황이 어두운 거지. 왜 이렇게 고통과 괴로움만이 있는 건데?

 

암튼 성장소설 읽으면 보통 나는 우는데..(그냥도 아니고 눈물콧물 다 흘리며 질질 우는데...) 이건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았다는 말은 하기 어려운... ... 왜 이리 어둡고 끝도... 이런 결말 밖에 없어야 했는지... 답답한... 독서였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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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에게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리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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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에게

 

실로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도 아름답고 내용도 아름답다.

나는 이 작가 님의 책 모르는 여자가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말을 건다를 정말 우연히 읽었고 그 뒤로 그 작품의 전편 격인 나는 매일 아침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찾아 읽었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무지개 곶의 찾집’... 그 책을 참 좋아했다.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나는 아 작가 님의 두 작품이랑 요 책이 참 느낌이 비슷했다. 살짝 낯간지럽기도 한데 아기자기 예쁘고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동화같은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 님 작품을 찾아보니 작품이 더 있더라구....찾아봐야지.

 

암튼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면 웬만하면 그 작가 님 작품은 다 좋아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가뜩이나 멋진 표지에 제목까지 이쁜 책.... 어떻게 안 읽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미카는 사람 이름이다.

이 작품에는 많은 이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시어머니 카페 미쯔에서 임신을 준비하며 일을 돕고 있는 영양사 출신 사치코. 그들의 조용한 카페에 이웃으로 독신 생활 하다 돌아가신 나미에 님이 유품으로 기증한 뻐꾸기 시계가 들어온다. 매 시간 부지런히 나타나 울리며...특유의 소리도 나는 그 시계를 보던 사치코의 절친 미카가... ‘나도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 10년동안 인기 아이돌 그룹 데이트 클렌징을 키워낸 미카는 흔하디 흔한 소모성 걸그룹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면모의 그룹을 끌고 가며 어린 시절 아이돌을 꿈꿨던 순간처럼 매순간 열정적으로 살아왔었다. 그러나 그 그룹은 해체되었고 미카는 예전 그렇게 싫어했던 사회적 시선과 규칙, 틀에 맞춘 삶.... 남들 하니까, 이 나이에 해놓은 것이 없다며... 결혼이 인생의 목표라도 되는 양 열정적으로 혼활(결혼 준비 활동)에 돌입한다.

아이돌을 정말 사랑했던 미카, 자기 일에 열정적이었던 그녀, 사회가 만들어낸 틀을 벗어던지고자 하던 반짝반짝 빛나던 미카를 기억하는 사치코는 그녀의 변화가 안타깝고 그런 가운데 혼활마니아로서 사치코가 맘에 안 들어하는 이상한 여성상으로 친구를 유도하며, 걱정하는 사치코를 가진 자의 여유 운운하며 여기저기 기분 나쁜 말만 하는 시바타랑 함께 있는 미카를 보며... 자기가 부족해서 미카랑 멀어지는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 그러다 임신,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정 클렌징도 했다가 스크랩북 만들고 다시 덕질을 시작하는... 그녀.

 

보면서 너무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십여년 전 나랑 나의 친구가 겪었던 그런 이야기들.

예전에 그런 조사를 했었다. 남자들은 기억도 안 나고 여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친구라고 했다. 실제 나도... 절친이 결혼하고... 얼마 뒤 결혼을 했었고.... 또 다른 절친도 내 결혼 이후....급히 결혼을 했었다.

결혼... 그다지 크게 생각이 없었던 나인데... 어느 순간 조바심이 나던 그 때.. 30대 초반이 뭐가 급해서.. 쫓기듯 결혼했고.... 주변에서 의아해하며... 말리고 싶어했던 언니들과 친구들(나는 주변에 비혼이 참 많았고.. 지금도 많다.)

아이돌을 덕질하며 살던 미카, 그녀를 덕질했던 사치코....

(읽다보니 나에게도 사치코의 미카같은 친구가 있었다.)

이게 아니구나 덕질을 중단하며 회피하기 급급했던 나와는 달리 계속 노력하던 사치코의 모습이 참 기특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친구와 멀어지게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나는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실제 제법 오래도록 나의 친구관계는 결혼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참 많이 이해해 주었던 것 같네.. 고맙군.

근데... 결혼해서라기보다.... 어느 순간 애 키우고 살다보니... 다른 지역에 살다보니... 서로 다른 관심과 일상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가까이 있는 경우는 지속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나도 한때는 그렇게 친구에 목을 메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코로나의 특수성인가 싶을만큼 ... 여기저기 거리를 두고 사는 것도 같고..

 

... 글 읽는 중간중간 약간 낯간지러웠던 순간이 있었지만 너무 예쁜 사람들과 아기자기 일상들과 귀여운 모습들이 참 기분 좋았다. (여기 다 착한 사람들만 있어. 밉상같던 시바타도 안 밉고... 심지어 결론도 다 좋았다. 너무 이상적이지만... 글에서라도 우리 기분좋게 그러면 왜 안 되겠나)

덕질...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데... 공연도 골고루 보고 좋아하는 작가도 많고 ....하나를 파는 건 잘 못 하는데.... 괜히 스크랩북으로 뭐라도 만들고 싶은 이 기분은 뭐지?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밤... 사실 이 책을 읽을 여건이 전혀 못 되었는데.. 괜히 보다가 밤에 잠을 못 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날밤 세웠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행복한 독서... 친구들이 유독 그리워지는... 연락을 해보자고 결심을 하던...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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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 2019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0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이국환 지음 / 산지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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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제목이 엄청 .. 자기계발서 같다. (나 자기계발서 싫어하는데...)

부산 원북원도서라 읽었다. (애증의 원북원도서... 정말 안 좋은 작품도 있었지만 덕분에 몰랐던 책들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도서를 접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

겉표지나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읽기 시작하고 보니...

여는 글부터 아주 좋았다. 작가 님은 독서광이시다. 심지어 그 중에서도 소설을 사랑하시는 분...교수님이지만 어렵고 잘난 척 글쓰기가 아닌... 그냥 겸손하고 읽기 쉽게 글을 쓰시는 분이다. (모르겠지만.. 글에서 작가 님의 좋은 인품...그런게 느껴졌다.)

보통의 글들이 4~6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글들인데... 다양한 책과 영화 등을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 글들은 아주 읽기 좋았고 인생의 가르침이 되는 것들이 구석구석 스며있었다. ... 나도 대학 다닐 때 이런 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후의 삶이 훨씬 좋았을까....

지방이라는 제약... 가끔 내려오시는 유명한 분들의 강의를 나름 찾아들으면서... ... 서울에 가면 이런 강의를 얼마나 자주 듣고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잠깐만 하다 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서덕분...

나의 유년 시절, 청소년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어지간히 책으로 위안을 얻고 살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열등감보다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것, 지금 불만과 불안함보다는 행복하다는 내뱉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모두 독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예쁘고 활기찼지만 너무나 불안했고 자신감 없던 20대에서 삶이란 현실 속에 온전히 빠져 항상 바쁘고 지치고 정신 없었던 30대를 지나, 무한 체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머잖아 노안이 올 것 같은 40대에 나는 훨씬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모든 것이 덕이다.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 제목의 책도 나왔던데... ‘덕분에... 명품을 휘감은 사람들` 멋진 집과 차와 물질적인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며 배아파하지 않고 진정 축하도 해주고 열등감 없이 그래... 나는 내면은 누구보다 알찬 사람이야... 현재 나에게 있는 것을 사랑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것에 편안해진 것은 그것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왜 이리.. 딴소리... 모든 글들이 참 좋았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참 공감 갔다. ‘우선 즐겁고, 나아가 카타르시스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여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p.71’ 정화나 순화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 암튼 최근 소설 읽기가 조금 아쉬운 것은.. 카타르시스가 덜하다고 느꼈었는데... 교수님이 공감해주는 것 같아 감사했고 글쓰기 수업과 관련된 글들이 참 좋았다. 어느 순간 책 읽기에 함몰되면서 나는 읽는 것만 하고 글쓰기까지는 하다가 어느 순간 남과 나누는 것을 멈추고 살고 있다. 귀찮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글쓰기를 내보이고 나누는게 망설여지는 순간을 살고 있는데... 글쓰기를 나누어 가는 과정에서 더욱 세상을 보는 시야도 확대되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 발전할텐데... 내가 너무 동굴 속에서... 나만 잘났네... 하고 살았나 반성도 하고...

 

그리고 가장 감동 받았던 구절... 개설한 수필 창작 수업 수강생 중...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글(작가 님도 가장 사랑하는 글이라고 하셨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며 자기 손에 반지 하나 두지 못 하고 살았던 ....착한 딸이 엄마 사진 앞에서 푸념하자 그녀의 글 속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 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p.105)

좋은 글은 인간미와 온기를 지닌 에토스가 핵심이며, 에토스는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들며 힘을 얻는다고 하시는 작가 님.

글 전체적으로 의식되지 않은 무의식이 곧 운명이다.” 말이 많이 나오는데...

 

내 삶에서 의식되지 않은 무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글 읽기와 글쓰기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서 행복했고 많이 느꼈고 감사했던 독서였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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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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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황정은 님 작품 파씨의 입문을 먼저 읽었다.

좋은 소리를 안 했다. 다시는 이 분 글을 읽나 봐라... 했었지.

근데... 나는 이미 이 책을 구입했기에(왜 난 쇼핑을 이따구로 할까? 하나 먼저 ... 따로 하나씩 사면 좀 좋을까?...) 그냥 읽게 되었다.

 

아주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파씨의 입문보다 훨씬 읽기가 쉬웠다는 점. (초현실주의적 파격적 구성... 이상의 같은 느낌의 전작... 물론 이해 못 하는 내가 촌스러운거지.)

그래도 스토리가 있었고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았고 인물들이 현실에서 볼 만한 사람이었다.

물론, 허무맹랑 밝음을 추구하는 나에게는(나는 지금 현재 드라마 중 도도솔솔라라솔같은 밝고 애니같은 말도 안 되게 귀엽고 발랄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아들에게도 너무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니까) 전반적인 정서가 맞지 않아 공감이 가거나 너무 재밌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 님 매니아가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글이 참 좋다. 공감은 뒤로 하더라도.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시는 것 같은데 군더더기가 없는 글.... 의식적으로 뭔가 꾸미는상황이나 글쓰기를 경계하시는 것처럼 깔끔하게 글을 쓴다. 뭔가 세련되게... ‘아무도 아닌제목처럼 특별하지 않지만... 있을 법한.. 뭔가 아쉬운 사람들의 극적이지 않은 지지부진한 삶의 이야기를 담담..덤덤 하게 써내신 작가님...

현실감 떨어지지만 극적인 상황을 글로 쓰는게 훨씬 쉬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 님은 심지가 곧은 분인가보다. 아마도 작품을 만들어가가는 과정이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작가님 작품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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