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나의 독서론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 릴레이 주자들
  • Inuit님 (독서란 자가교육이다) 
  • buckshot님 (독서는 월아이다)
  • 고무풍선기린님 (독서란 소통이다)
  • mahabanya님 (독서란 변화다)
  • 어찌할가님 (독서란 습관이다)
  • 김젼님 (독서란 심심풀이 호두다)
  • 엘군님 (독서란 삶의 기반이다)
  • 무님 (독서란 지식이다)
  • okgosu님 (독서란 지식섭식이다. ) 여기도 #개드립
  • hyomini님 (독서란 현실 도피다. )
  • Raylene님(독서란 머리/마음용 화장품 이다.)
  • 하느니삽형님(독서란 운동이다)
  • foog님(독서란 이다)
  • 토양이님(독서란 모르겠다.)
  • 파이랑님(독서란 새벽 3시다.)
  • Demian   님(독서란 여행이다.)
  • Forgettable 님(독서란 이다.)
  • 하이드 님 (독서란 [발견]이다. ) 
  • Jude 님 (독서란 [한밤중의 북풍] 이다.) 
  • 다락방 님 (독서란 하루키의 농담 이다)    
  • 마노아 님(독서란 이다)
  •  Turnleft님 (독서는 사유다) 
  • 프레이야님(독서는 자전거타기다)

     

     제가 마지막이군요. 앞서 하신 분들의 독서에 대한 정의 흥미로웠습니다. 내게 있어서 독서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레이야님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서는 내 영혼의 이태리타월이다

     한때는 책읽기가 찰나적 도피의 한 행태였다.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벗어나려는 핑계로 책을 집어들곤 했다. 한 때는 책읽기가 망원경이자 현미경이었다. 스텔라노바 지구본을 이리저리 굴리며 아침에는 로마로 저녁에는 갈라파고스 군도로 렌즈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 공간의 거리뿐 아니라 시간의 거리도 책의 망원경은 얼마든지 조절 가능했으므로 한 동안 잘 놀았다. 그러나 책읽기가 재물대위에 나 자신을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현미경의 역할을 할 때는 끔찍했다. 그 위에는 무지한 여자가 있었고 그 모습은 초라하고 아름답지 않았다. 또 한 때는 책읽기가 각성제이자 수면제였다. 책읽기는 세상을 향해 나를 깨어있게 하고 또 고요히 휴식을 취해야할 때를 일러준다. 최근에는 책읽기가 내 영혼의 이태리타월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이리되었는지 모르지만 잘못 교육되고 학습된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이다. 여행갈때도 이태리타월부터 챙기듯이 아마도 시력이 허락하는 한 책을 통한 영혼의 때를 벗기는 일은 계속될 것 같다.  

  • 내게 책읽기는 도피의 한 행태이며,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며, 각성제이자 수면제이며 동시에 영혼의 때를 벗기는 이태리타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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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9-06-21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역시 기대했던 대로 너무 멋진 독서론이에요.
    책읽기가 오히려 내게 현미경 역할을 하고 들여다볼 때 끔찍했다는 구절,
    동감합니다.^^
    잘 읽었어요!!

    반딧불이 2009-06-21 11:2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덕분에 저의 끔찍한 모습을 한 번 더 봤지 뭡니까. 하지만 정말 해볼만한 점검이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리고 프레이야님 http://inuit.co.kr/1727 여기 가보셔요. 아주 재미난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9-06-22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2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카프카의 『변신』을 처음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나의 첫마디는 “아니 그레고르 잠자는 계속 잠이나 자지 왜 깨어나서 날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나?”였다. 알랭 드 보통도 나한테는 도통 인연이 닿지 않는 그야말로 보통이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검색하다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책을 마주쳤는데 그 책의 저자가 알랭 드 보통이었다. 그의 작품을 검색해보니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작가였고 목차를 훑어보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알라딘 헌책방에 『동물원에 가기』,『우리는 사랑일까』가 있어 준비해두었었다. 『동물원에 가기』가 옮긴이의 이름이 낯익고 책이 얇아서 먼저 집어 들었다.

    아홉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 이 책은 얇다. 처음 한번 읽고 책 뒤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고 헌책사길 잘했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가 8500원짜리를 3830원에 샀다. 내가 읽으면서 밑줄을 긋기 전에는 새 책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비록 3830원에 샀지만 8500원의 값이 궁금해 다시 읽어보았다. 얇은데다가 만화 같은 그림도 중간 중간 끼어있어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책 표지를 홀딱 벗기고 보니 책은 제법 고급스러워 보인다. 고흐가 즐겨 마셨다고 해서 나도 마시고 러시아의 가루비누인지 자루비노항인지로 가는 뱃바닥에 널브러졌던 압셍트 빛보다 좀 진하고 고흐의 그림에 자주 등장해서 나를 한숨짓게 하는 딥 블루 빛이다. 책값 때문에 별 얘기가 다 나왔지만 정작 알랭 드 보통이 내게 더 이상 보통이 아니게 된 건 책 표지 때문은 아니다.

    내게는 지적 사치 혹은 허영심이 있는 것 같다. 좋게 얘기하자면 지적 호기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굳이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내게는 감각적인 것들을 무시하려는 경향도 있어왔다. 어디서 학습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고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늘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어왔는데 최근 들어 몸이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지적 허영심과 감각적인 것에 대한 경시경향을 알랭 드 보통은 교묘한 방식으로 건드리고 간다. 그가 <일과 행복>에서 정리해놓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의 의미변화는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마르크스를 이렇게 경쾌하게 인용하는 글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진정성>은 클로이를 만나 저녁을 먹고 키스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에 따른 유혹자의 심정적 층위를 그려놓았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말도 불사하지만 과연 그녀는 그의 거짓말 때문에 그를 더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가 아무리 계획을 짜고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을 해도 결국 사랑은 계획에 의해서라기보다 우연에 의해 목표에 이른다. 그러나 과연 아무런 노력이 없었더라도 그 우연이 일어났을까는 생각해볼 일이다. 
     

    알랭 드 보통은 그가 읽은 다양한 영역의 책과 선인들의 말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그의 글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면에 있는 비가시적인 것들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또 너무나 사소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을 우리 앞에 되살려내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이 오감으로 느끼는 감정의 층위들을 낱낱이 해부해 언어화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적인 글이 매력적이다. 그의 다른 글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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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9-06-16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참 좋아해요.
    리뷰 잘 읽었어요. 반갑구요.^^

    반딧불이 2009-06-1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도 보통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저는 늦게 알았지만 보통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두드러기로 음식을 가리다보니 입맛이 예민해졌다. 쳐다보지도 않았던 올리브 맛을 알게되고, 식초보다 레몬즙이 훨씬 감칠맛나는 것도 알게되었다. 먹지도 않고 냉장고에 처박아두었던 복분자주와 즙도 요리에 이용된다. 이참에 입맛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글맛도 변할모양인지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헤세의 글맛도 새삼스럽다.  나의 이런 취향의 변화에 동조라도 하듯 때맞춰 헤세를 다룬 책이 새로 나왔다. 그것도 내가 눈여겨 보았던 폴커 미헬스가 편집한 것이라고한다. 신뢰감이 선입견으로 작동되는 경우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잊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한 헤세의 명문장




    연합뉴스 | 입력 2009.06.09 11:14 

     

    '헤세의 인생' 등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사람들은 어떤 '이유들'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만약 어디엔가 혐오스러운 점이 있으면 그런 '이유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소. 사랑과 동정은 이성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1925년 두 번째 부인 루트 벵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헤세는 1924년 첫 번째 아내와 이혼하고 소설 '싯다르타' 여주인공의 모델이 되기도 한 20살 연하의 루트 벵어와 곧장 결혼했지만, 3년후 합의 이혼한다.




    헤세가 벵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헤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인생과 사랑, 예술에 대한 헤세의 통찰력이 담긴 명문장들이 '헤세의 인생', '헤세의 사랑', '헤세의 예술'(그책 펴냄) 등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의 편집자로 수십년간 헤세 문학을 연구해온 폴커 미헬스가 헤세의 시와 소설, 에세이, 사적인 편지와 메모 등에서 문장을 뽑아 엮은 것이다.

    '헤세의 인생'에는 결코 순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헤세가 인생과 인간, 나이 듦 등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이 담겼다.

    헤세는 50대 초반에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원래 젊다거나 늙었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존재한다"며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듯이, 재능 있고 섬세한 사람들은 모두 어떤 때는 늙고 어떤 때는 젊다"고 말했다.

    '헤세의 예술'에 수록된 또 다른 편지에서는 "예술가가 바라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그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했는가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한 것을 이해해 주는 것"이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원 옮김. 184-216쪽. 각권 9천800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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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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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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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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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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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1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드러기가 6주차에 진입했다. 처음 오른쪽 손목 안쪽에 앵두만 하게 부풀었던 것이 명자꽃처럼 커지더니 진달래처럼 피어 끝내는 모란처럼 온 몸으로 번졌다. 매일 주사 두 대와  하루 세 번 약으로 도무지 차도가 없어 침도 맞고 그마저도 시원치 않아 침과 약침을 동시에 맞고 나면 겨우 몇 시간 사람 꼴로 돌아온다. 이번 주에는 하루 세 번 먹던 약을 한 번에 먹으란다. 여섯 개의 알약을 한꺼번에 털어 넣으면 약만으로도 배부르다. 내 인생에 한 번도 꽃 핀적 없었으니 온 몸에 붉은 꽃이 창궐하는 구나 생각하다가도 또 이 두드러기를 지켜보며 생각을 모으다가도 가려움증이 살아나면 혀가 꼬이면서 감정의 두드러기같은 욕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내가 시에서 욕을 처음 대한 것은 최승자의 시에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욕은 상쾌했다.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

    아 썅! (왜 안 떨어지지?)

    쌍시옷이 입을 옆으로 찢으면서 이응으로 마무리되는 이 발음은 묘한 울림을 준다. 그리곤 뒤이어 오는 통쾌함과 파열하는 웃음이라니.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효과만점의 언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통쾌함과 파열하는 웃음도 가려움증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두드러기는 내 몸을 긁고 잠을 긁고 밤을 긁는다. 긁을수록 드러나는 벌건 두드러기의 실체, 긁어도 긁어도 다다르지 못하는 가려움의 실체 앞에서 나는 건어물녀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배달되어온 문학 계간지를 뒤적이다가 유쾌한 욕을 또 만났다. 김상미 시인이다.

    똥파리

    영화 <똥파릴>를 보았다. <똥파리>속에는 ‘시발놈아’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영화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보다 훨씬 더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곤 목이 터져라 ‘시발놈아’를 스무 번쯤 소리쳐 불렀다. 그랬더니 내 가슴 안 피딱지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겁 많은 똥파리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후두둑 강물 위로 떨어졌다. 시발놈들!

    능청스럽게 영화 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긴장을 풀어놓더니 느닷없이 시발놈들! 이라니. 혼자 시발놈 시발놈 하며 강가를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홍반처럼 떠올랐다. 모든 시인들의 가장 큰 결핍이며 동시에 축복인 것이 언어이다. 시인들의 결핍과 축복인 언어 만세! 그런데 약물도 잠재우지 못하고 온 밤을 긁고 있는 이 두드러기를 한방에 날려 보낼 언어의 백신은 어디 없나,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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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9-06-0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두드러기들이 반딧불이님을 괴롭히고 있군요.
    어쩌나요. 그냥 욕해버리세요.
    (에잇, 쌍시옷같이~ ㅎㅎ)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보고 싶은 책과 봐야할 책은 넘쳐나는데 책에 관한 책까지 읽어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책의 세계, 아니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넓어져 가는 책의 세계를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읽는 방법』, 박민영의 『책 읽는 책』,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책의 제목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저자들의 이력은 모두 각각이다.  모티머 J.애들러는 철학자이며 사상가이고,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본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평을 듣는 젊은 소설가이다. 진정한 독서가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자신의 내부를 발견한다는 말로 나를 반성하게 했던 박민영은 책 만드는 일과 저술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헤세는 이미 우리의 청소년기부터 책꽂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할배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저자의 이력이 다르듯이 그들이 쓴 책의 내용도 각각의 특징이 있다. 애들러의 책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고 체계가 분명해서 요약 정리하기가 쉽다. 독서에 관한 강의 자료를 준비해야한다면 이 한권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게이치로의 책은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인지 ‘책읽는 방법’이라는 제목보다 ‘소설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만큼 소설 읽는 방법서에 더 가깝다. 박민영의 책은 그가 대상으로 한 독자가 있으므로 미리 독자유형을 살펴보고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민영의 책은 다른 독서에 관한 책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내용이 알차서 부담스럽지 않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들 세권의 책은 독서에 관해 저자가 맘먹고 쓴 책이지만 헤세의 책은 이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헤르만 헤세는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다. 이 책은 헤세가 쓴 수많은 에세이 중에서 책과 독서에 관한 것만을 골라 편집했다고 한다. 독일 주르캄프 출판사의 편집장을 역임한 폴커 미켈스가  편집을 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집자의 의도와 편집능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편집자의 편집능력 때문인지 헤세의 글을 단숨에 떠내려간 독서에 관한 책처럼 보인다.  책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있지만 결론은 책에 머물지 않고 인간으로 향한다.   

     

    이십여 년 만에 헤세의 글을 다시 대하는 것 같다. 이십여 년 전의 나는 그의 글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당시의 내게 독서는 그저 해치워버려야 하는 일, 책은 읽어버려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니 어느 작가의 글맛은 알고 읽었으랴마는 헤세의 글에서 나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사람들이 강권하다시피해서 읽었던 장 그르니에의 『섬』도 내게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했다.  나중에 그의 『일상적인 삶』을 읽고 생각을 고쳐먹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에게 깊이 빠져보지 못했다. 그르니에보다 더 심한 헤세는 20여년을 방치해두었던 셈이다. 아니 내가 그를 방치해둔 것이 아니라 헤세가 나를 방치해 두었다는 말이 더 옳다. 그는 폭넓은 감동의 올가미로 나를 포획했지만 옥죄지 않고 열어둔다.

    헤세의 글을 읽으면 전혀 반대의 이미지인 레고블록이 떠오른다. 레고블록이 0.2마이크론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것처럼 헤세의 글은 치밀하고 힘이 있다. 또 레고블록이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책이라는 물질세계와 독서라는 정신적 행위로까지 폭넓게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헤세의 글은 부드럽지만 뜻이 깊다. 불순한 맛이 끼어들어있지 않은 이 맑은 글은 햇차를 맛보는 느낌이다. 그는 책을 아끼고 쓰다듬으며 사랑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버려야 할 대상, 해치워버려야 할 일로 여기는 나의 생각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는 저자의 입장에서만 글을 쓰지 않는다. 자신 또한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에서, 또 많은 책을 정리해서 이사를 해야 하는 책의 주인으로써,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단의 선배로써, 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한 사람의 비평가로서 자신의 입장을 맑고 깨끗하게 밝혀 두었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아끼고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래 그가 책속에 만들어둔 세계문학 도서관을 곁눈질 하며 내 책꽂이를 더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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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9-06-0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독서의기술도 있군요.
    담아갑니다.^^

    반딧불이 2009-06-0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유용하게 쓰여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