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읽기가 이제 마지막 한 권 <명암>을 남겨두고 있다. 소세키 읽기는 짬짬히 다른 책을 병행하면서 함께 살펴 볼 예정이다.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그동안 읽은 것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보는 것인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 안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평전들을 모아 읽을 계획을 세웠다. 자서전은 질색이었다만 스콧니어링과 김대중의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자서전도 자서전 나름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박홍규가 쓴 카프카의 평전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를 읽고 짜증이 확 밀려와서 한동안 평전읽기도 미루어두었지만 이제 더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몇 권 안되지만 집안에 있는 평전들을 골라 리스트를 만들어 둔다. 근데 평전들은 왜 이렇게 두꺼운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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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20세기 가장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삶
산토 아리코 지음, 김승욱 옮김 / 아테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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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평전 :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1859~1882 <종의 기원> 출간에서 말년까지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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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평전 :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 1809~1858 출생에서 비글호 항해까지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10년 8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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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어둠의 시대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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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5-1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의 책은 어떤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셨어요?

반딧불이 2010-05-17 16:35   좋아요 0 | URL
여러가지로 맘에 안들어요. 나무님.
대강 살펴보셔요.
http://blog.aladdin.co.kr/734872133/2739230

파고세운닥나무 2010-05-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강'이 아닌 꼼꼼히 살펴봤네요^^ 박홍규에 대해선 저도 불만이 좀 있죠. 저는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를 무척 좋아합니다. 위의 사진도 그의 강의장면이구요. 얼마 전 이 분의 육성 강의를 발견하곤 기뻐 밤에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아껴 듣고 있구요. 박홍규는 한국에선 사이드를 가장 힘써 소개하는 사람입니다. 사이드의 주저인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와 제국주의>도 그가 번역했구요. 그런데 이 사람의 사이드 사랑이 도가 지나쳐 그의 부족함마저도 얼렁뚱땅 넘기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음악은 사회적이다>란 책을 번역하며 사이드가 서구의 클래식만이 아니라 동양의 민중음악도 아꼈다는데 사실무근이죠. 박홍규의 좌파적 혹은 민중지향성이 사이드를 그리 보게 만든 거죠. 사이드는 평생을 고급한 문화 속에 살았고, 민중의 문화와 절연된 삶이 그의 부족함이죠. 팔레스타인 출신이지만 동양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구요. 박홍규의 열정과 애정이 외려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딧불이'님의 리뷰도 꼼꼼히 살핀 이유구요^^

반딧불이 2010-05-17 17:40   좋아요 0 | URL
<오리엔탈리즘>을 통독하지 못하고 부분 발췌만 본 터라 별 생각이 없었어요. <셰익스피어는 제국주의자다>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카프카...>를 보고는 집어던지고 싶었어요. 학생들시켜서 번역하고는 자기이름으로 출간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고., <병원이 병을 만든다>도..영~ 신뢰가 안갔어요. 박홍규의 시각만이 평전의 전부가 아닌걸 알면서도..평전에는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수입] 알프레드 브렌델 : 작품집 [35CD]
루드비히 판 베토벤 외, 브렌델 (Alfred Brendel) / Brilliant Classics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교향곡이 클래식의 황제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교향곡 보다는 소나타나 콘체르토가 더 듣기 편하다. 여러악기들의 하모니를 즐기지도 못하거니와 한가지 악기를 따라가다 놓치고 나면 짜증도 난다. 이래저래 내 귀는 황제와는 거리가 먼 시녀급이다.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만을 들었다.   

 

베에토벤의 월광이나 비창은 여기 저기 다른 씨디에 들어있었지만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는 이상하게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에도 아이팟에도 컴퓨터에도 온통 브렌델이 연주하는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인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클래식을 듣는 무식한 나를 이렇게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대체 브렌델인가 베이토벤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모리스 하송처럼 브렌델이 내게 오직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된다. 

그래도 저질렀다. 브렌델 연주의 씨디가 35개나 들어있다. 더구나 몽땅 내가 좋아하는 소나타 아니면 콘체르토다. 거기다 베에토벤 소나타 전곡이란다. 183000원짜리를 72% 할인에 5000원 할인쿠폰까지 있어서 47000원이다. 후회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불만 없다. 모짜르트를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베에토벤을 들으면 편안해지는게 이상하다. 하이든은 콘체르토라는 말의 의미, 경쟁과 협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카덴차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도 하이든이다. 소세키의 단편 <회상>에는 하이든이 사람들로부터 두번 죽은 사람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첫 번째 죽음은 조시(弔詩)까지 만들어졌었다고 한다. 소세키의 뜬금없는 이야기 때문에 하이든을 다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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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지 2010-05-3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운드가 어떤가요? 초창기 녹음이어서 음질이 좀 걱정이네요... 길레스, 코간, 로스트로포비치 트리오의 도레미 레코딩을 듣고 있는데, 사운드 때문인지 생각보다 감동이 덜 와서 아쉬워 하고 있거든요..

반딧불이 2010-05-30 14:07   좋아요 0 | URL
apouge님, 음질로 감동을 느낄만큼 제 귀가 훌륭하질 못해요. 제가 요즈음 듣는데 사용하는 기기가 Bang & olufsen 이어폰인데요. 별다른 거스름없이 담백하고 깨끗하긴해요.

아포지 2010-05-30 17:52   좋아요 0 | URL
뱅 앤 울프슨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어떤 제품을 사용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이어폰 가격이 5만원 이하의 제품이라면, SHURE SRH 440 같은 10만원 초반의 헤드폰을 사용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클래식 듣기에 좋은 것 같아요..

반딧불이 2010-05-3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폰 A8이에요. 몇년 되었는데 기내에서 십 몇만원 주고 샀던 것 같아요. 커널형, 오픈형 모두 저는 불편한데 이 제품이 귀도 안아프고 바깥 소리도 적당히 들을 수 있어서 편하게 사용하는 편이에요. 추천해주신 제품은 헤드밴드형이네요. 참고할께요. 고맙습니다.
 
나츠메 소세키 문명론
나쓰메 소세키 지음, 황지헌 옮김 / 소명출판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강연록을 모았고 2부에는 아사히신문 입사의 변을 비롯해서 평론 등을 모아 시론(時論)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강연록은 1911년 6월부터 1914년 11월까지의 총 8편을 실었다. 1910년 위장병으로 대량의 토혈을 한 후 다음해 2월까지 병상생활을 한 후이다.

2월에는 문부성의 문학박사학위 수여를 거부했고 8월에 관서지방에서 개최된 아사히신문사 주최 강연회에 참석했다. 아사히신문사 주최 강연회였으므로 반드시 소세키가 강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던 듯싶다. 강연을 할 때마다 나오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 하지만 아카시에서의 <도락과 직업)>, 와카야마에서의 <현대 일본의 개화>, 사카이에서의 <내용과 형식>, 오사카에서의 <문예와 도덕> 등은 강연이 순차적으로 진행될수록 내용상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제1고등학교에서의 <모방과 독립>, 동경고등공업학교에서의 <무제>, 이 모든 내용들은 학술원 보인회에서 한 강연 <나의 개인주의>라는 열매를 위한 밑거름이었다. 동경고등공업학교에서의 강연은 공업학교라는 특색을 감안해서인지 기술과 예술을 비교 설명하는 방식인데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내용 또한 쉽고 간단하다.

2부의 時論에는 <아사히신문 입사의 변>과 수여를 거부한 <박사문제의 전말>, 전쟁과 군국주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점두록>등 총 11편이 실렸다. 선생이라는 직업에 대한 소세키의 생각은 그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아사히신문 입사의 변>에는 노골적으로 나타나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나는 내 강의가 항상 개가 짖는 것처럼 생각되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내 강의가 형편없었던 것은 거의 반쯤은 이 개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소세키에게 신문사 쪽에서 제의가 왔다. 출근할 필요도 없고 매일 서재에서 용무를 보면 그것으로 그만이고 생활비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급료를 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교사로서의 돈벌이만 금지했다. 소세키는 신이 나서 학교를 그만두고는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고 한다. 입사의 변에 실린 마지막 말은 죽는 날까지 글쓰기를 계속했던 소세키의 성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은 명예나 영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되어 일한다는 말이 있다. 괴짜와 같은 나를 괴짜에 가장 알맞은 처지에서 일하게 해준 아사히신문을 위해서, 별난 인종으로서 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다하는 것은 나의 즐거운 의무일 것이다.”

<박사문제의 전말>은 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문부성 국장이 보내온 편지와 그 편지에 대한 소세키의 답장이 실려 있는데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박사에 대한 소세키의 생각은 <도락과 직업>의 강연 내용 중에도 나온다. “여러분들은 박사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사정과 인간과 관련된 일체의 일을 포함하여 천지우주의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완전히 그와 반대여서 불구 중에서도 가장 불구적으로 발달한 사람이 바로 박사라는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는 미리 사양해 두는 바입니다.” 강연장에 참석한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 이야기이겠지만 소세키의 생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거기다가 너도 나도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 박사가 아니면 학자가 아닌 것처럼 세상 사람들이 오해하게 될 폐해에 대해서 언급해두었다.

 <점두록>은 1916년 1월에 쓴 글이다. “다시 정월이 돌아왔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자신에게 한 해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것을 고마워하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하늘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제1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 표명이다. 소세키는 이번 전쟁이 ‘내면적 배경’ 도 피비린내에 비례하는 정도의 ‘근거’도 없는 ‘천박한 활동사진이나 경박하고 선정적인 소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1차 세계대전을 ‘인도(人道)를 위한 싸움’도 아니고 ‘신앙을 위한 투쟁’도 아니며 ‘의미 있는 문명을 위한 충돌’로도 평가하기 어려우며 단지 ‘군국주의의 발현’으로 해석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평론가는 니체, 헤겔, 비스마르크 등을 들먹이며 이번 전쟁의 배후에 사상가나 학자들의 이론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간주하고 싶어 하지만, 헤겔 같은 순수 철학자를 군인정치가와 연결시키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학자들은 그 정도로 실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소세키의 견해다. 현대 일본도 정치는 어디까지나 정치일 뿐이고, 사상 또한 사상일 뿐 상호간에 어떤 이해도 교섭도 없다고 단언한다. 소세키는 군국주의, 애국주의를 제창했던 트라이치케와 비스마르크의 관계조차도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는 편이 적당하다고 한다. 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가 <점두록>의 마지막에 한 말은 새겨 읽어야 할 듯싶다. “트라이치케는 독일이 전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정복하기까지 그의 군국주의, 국가주의를 관철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모두 독일에 정복당했을 때, 우리들은 그 보답으로서 독일로부터 과연 무엇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독일과 트라이치케는 우선 이 점부터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독일 대신 일본으로 바꿔 읽어도 소세키의 질문은 유효할까?

『문명론』은 강연록에 8편, 시론에 11편의 글이 실려 있고, 『나의 개인주의』에는 소세키의 간사이 지방 강연 4편과 ‘문학론 서’, ‘점두록’이 실려 있다. 그리고 요코하마 시립대학 명예교수 이즈 도시히코의 ‘소세키의 자기본위’라는 해제와 더 읽어야할 자료들을 덧붙여 두었다. 『문명론』은 하드카버에 8쪽 분량의 사진과 소세키 연보까지 합쳐 381쪽 분량이고 『나의 개인주의』는 문고판으로 사진 없이 234쪽이다. 『문명론』에서 오탈자가 12개 나왔고 『나의 개인주의』에서는 못 봤다. 전작읽기가 아니었으면 나는 『나의 개인주의』만을 읽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두 권을 다 읽어야했다. 책세상 문고판 『나의 개인주의』에서는 '문학론 서', '나의 개인주의', '현대 일본의 개화', '내용과 형식', '문예와 도덕', '점두록'의 순으로 실려있다. 강연한 날짜 순으로 실었으면 소세키의 개인주의가 어떤 경로로 완결에 이르는지 이해하기가 훨씬 편했을 것이다. '나의 개인주의'를 먼저 읽고 다른 것을 읽으면 마치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내용상 다른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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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의 모든 책을 찾아 읽으시는군요. 앞으로 따문따문 읽어볼 예정인데 반딧불이님의 리뷰가 좋은 안내가 되겠네요^^

반딧불이 2010-05-16 23:02   좋아요 0 | URL
이제 제일 두꺼운 <명암> 한권 남았습니다.헉헉...

후와님 쓰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보니 뭐 2년에 걸쳐 읽은 저보다 더 나으시던걸요. 번역본에 따라 좀 차이가 있는듯 하니 그것만 참고하시면 좋으실듯 해요. 따문따문 읽으시고 느낌을 교환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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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단종


 

썬크림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런데 나는 왜 썬크림 바르는 일이 이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사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썬크림이라는 걸 모르고 살기는 했다. 썬크림이라는 걸 의식하게 된건 5박 6일동안의 일본여행에서 돌아온 뒤였다. 당연히 그때는 썬크림이라는걸 모르고 살 때였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카마쿠라 하코네 후지산 등으로 싸돌아다녔다. 일본인 친구의 집에 머물렀기 때문에 친구의 어머니가 내주는 양산이 손에 들려있긴 했지만 그나마도 귀찮아서 맨얼굴로 다니다 돌아왔다.  

돌아올 즈음부터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이 느낌이 안좋았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여겼지만 웬걸, 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화끈거려 그냥 둘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피부과에도 다녀오고 마사지도 받고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누군가 알로에가 진정효과가 크다고해서 약국에서 파는 알로에 젤을 매일 얼굴에 두껍게 도포하고 남은 휴가를 보냈다. 냉장고에 있던 차가운 알로에 젤을 얼굴에 바르면 시원한 느낌 때문인지 기분도 나아지고 화끈거림도 가라앉았지만 화장품을 일체 사용할 수 없을만큼 얼굴이 따가웠다.. 이삼일 동안  150ml  정도의 튜브형 젤 두 개를 다 써버렸다.  

며칠 지나자 얼굴에서는 페이스 오프 타입의 팩을 벗겨내는 것처럼 껍질이 한 겹 벗겨졌다. 나는 얼굴 곳곳에서 압력밥솥 위에 말라붙은 밥물처럼 일어나는 각질을 한참씩 뜯어내야 했다. 간신히 진정이 되어 출근을 했더니 직원들이 내 손목을 잡아 끌고 화장실로 가서는 했지? 했지? 하고 묻는다. 무슨 소린지 몰라 멀뚱거리는 내게 솔직히 고백하라며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얼마에 했냐, 어디서 했냐, 경과는 어땠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멍청한 나를 위한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박피수술을 했냐는 질문이었다. 썬크림도 모르는 내가 박피 수술을 알겠는가?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는 격이지만 다행히도 내 피부는 박피수술을 받은 것처럼 깨끗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 햇빛만 보면 가렵고 따가운 것이다. 얼굴 뿐만 아니라 팔, 손, 다리, 발등 등에 좁쌀보다도 더 작은 소름같은 것이 돋아나기도 했다. 햇빛 알레르기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햇빛이 무서워졌다. 그렇다고 그늘만 골라디딜 수는 없고 그늘만을 골라 딛고 다녀도 외출에서 돌아오면 늘 피부가 가렵고 화끈거린다.  

이래서 이제는 썬크림을 사용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나마도 자꾸 까먹는다. 화장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화장 위에 썬크림을 덧바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늘 고민이었다. 이런 내 까마귀과의 기억에 이 파우더형 썬블록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단 한번 발라보니 파우더를 대신할 수 있어서 간편하고, 생각보다 훨씬 입자가 고와서 한듯 안 한듯 느낌이 가볍다. 싸이즈도 작아서 휴대하기도 편하다. 맘만 먹으면 수시로 사용해서 햇빛으로부터 내 피부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썬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이것만으로 이번 여름을 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 보내온 립스틱형 립틴드도 간편하고 질질 흐르지 않아 좋다. 색깔도 과하지 않고 촉촉한 느낌이 오래간다. 나처럼 화장에 게으르고, 거울도 안보고 립스틱 바르는 여자 한테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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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0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으세요???ㅠㅠ
저는 팔(접히는 부분)과 허벅지 윗부분에(오른쪽) 있어요.
햇빛 알레르기 있어서 아는데 얼굴에 있으시다니!!
제가 오늘 캐리비언 베이에 갔었는데 수영복위에 흰셔츠를 입으니까
제 남편이 햇빛 알레르기라는 건 없다면서 햇볕과 더 친해지면 된다는 어거지를 부리더라는,,ㅠ
암튼 이것도 일단 보관함에 넣고 지금 사용하는거 다 쓰면 구매할께요~.

반딧불이 2010-06-09 10:17   좋아요 0 | URL
얼굴에만 있는게 아니라 팔, 다리, 발등에 다 생겼어요. 한여름에 두어시간만 나갔다오면 바로 가렵고 오톨도톨 물집생겨요.

남편분은 나비님께 감동의 눈물도 잘 흘리게 하시자너요. 어거지는 애교로 봐주세요~
 

  

 

 

  

 

 

 

  

   

책세상 문고판으로 <나의 개인주의>를 먼저 구입했는데 <문명론>에도 '나의 개인주의'가 실려 있었다. 일본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자제가 들어가는 '학습원'이라는 곳이 있는 모양이다. '나의 개인주의'는 이 학습원에서 소세키가 행한 강연의 제목이었다. '자기본위'라는 말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는지 쉽게 설명되어 있다.

     
 

 내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교사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나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이미 귀찮고 따분한 것이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는 시종일관 엉거주춤한 자세로 틈만 나면 나의 본령으로 날아가겠지, 날아가겠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본령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해서 어디를 향해서도 결단을 하고 날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로소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자력으로 만들어내는 방법 외에는 나를 구할 길이 없다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타인본위여서 근본이 없는 부평초와 같이 그 근처를 되는 대로 표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부터 문예에 대한 나의 입각점을 확실히 하기위해서, 확실히 하기보다는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서 문예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기본위(自己本位)라는 네 글자를 간신히 생각해 내어 이 '자기본위'를 입증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연구라든가 철학적인 사색에 탐닉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내가 저술한 <문학론>은 그 기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실패의 유해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형아의 시체일 뿐이었습니다. 혹은 멋지게 건설되지 않은 채 지진으로 무너져버린 미완성 시가의 폐허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작은 실패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그때 확실히 포착했던 자기 자신이 주인이고, 다른 사람은 손님이라는 신념은 오늘날의 나에게조차 특별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신념의 연속으로 오늘까지 계속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논지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자기 개성의 발전을 완수하려고 생각한다면, 동시에 타인의 개성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두 번째로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권력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것에 부수되는 의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세 번째로 자기의 금력을 나타내려고 한다면 그것에 동반되는 책임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요컨대 이러한 3개의 조항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당파심이 없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그런 주의입니다. 붕당을 만들고, 단체를 조직해서 권력과 금력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의 개인주의입니다.

 
     

 

     
 

 나는 의견의 차이는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 집에 출입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조언은 할지언정, 그 사람들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는 데에 억압을 가하는 듯한 일은 다른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 결코 한 적이 없습니다.  

 
     

 

     
 

 국가적 도덕이라는 것은 개인적 도덕에 비해서 훨씬 단계가 낮은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외교적 수사는 대단히 찬란합니다만, 도덕심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기를 치고, 속임수를 쓰고 계략을 사용하는 등 엉망진창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를 표준으로 삼는 이상, 국가를 하나의 단체로 보는 이상, 상당히 저급한 도덕을 감수하며 태평스럽게 견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주의의 기초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대단히 우월한 위상으로 부각되어 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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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5-1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쿠슈인(學習院)은 천황 일가와 귀족이 다니는 학교랍니다. 미시마 유키오도 이 학교 출신인데 <일본 정신의 풍경>을 보면 그가 이 학교에서 천황과 천황 일가를 만난 얘기가 나옵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이 학교 출신이구요.

반딧불이 2010-05-10 10:36   좋아요 0 | URL
햐~ 고맙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도 이 학교 출신이었군요. 거기다 시오노 나나미까지. 학습원에서 정신교육이나 도덕교육같은걸 어떻게 했나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뭐 참고할 만한 책이 있을까요? 그런곳에 가서 소세키는 국가, 국가 하지말라고 했던거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5-10 11:44   좋아요 0 | URL
일문학사에서 시라카바파(白樺派) 얘기할 때 주워 들은 게 저도 전붑니다. 이 사람들이 다들 가쿠슈인 출신인데 문학 동인을 결성했다고 하죠. 가쿠슈인의 국가주의에 반발했던 게 결성의 한 이유라고 하는데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작품들이 주류라고 합니다. 아리시마 다케오와 시가 나오야가 대표적이구요. 두 사람의 소설을 보면 세간의 평이 맞는 것도 같구요. 아리시마의 후반생은 좀 다르다는 생각도 해보지만요.
이 곳에서 한 나쓰메의 행동을 보니 도쿄대에서 한 미시마 유키오의 강연이 생각나네요. 둘의 강연은 퍽 대조적입니다.

반딧불이 2010-05-1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고세운 닥나무님, 여러가지 정보 고맙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전공투 관련은 들은바 있지만 백화파는 처음 들어요. 미시마유키오와 나쓰메 소세키를 국가주의와 개인주의 라는 주제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5-10 21:52   좋아요 0 | URL
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좌익 작가들을 제한다면 두 사람은 극단에 서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