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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알프레드 브렌델 : 작품집 [35CD]
루드비히 판 베토벤 외, 브렌델 (Alfred Brendel) / Brilliant Classics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교향곡이 클래식의 황제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교향곡 보다는 소나타나 콘체르토가 더 듣기 편하다. 여러악기들의 하모니를 즐기지도 못하거니와 한가지 악기를 따라가다 놓치고 나면 짜증도 난다. 이래저래 내 귀는 황제와는 거리가 먼 시녀급이다.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만을 들었다.
베에토벤의 월광이나 비창은 여기 저기 다른 씨디에 들어있었지만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는 이상하게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에도 아이팟에도 컴퓨터에도 온통 브렌델이 연주하는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인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클래식을 듣는 무식한 나를 이렇게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대체 브렌델인가 베이토벤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모리스 하송처럼 브렌델이 내게 오직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된다.
그래도 저질렀다. 브렌델 연주의 씨디가 35개나 들어있다. 더구나 몽땅 내가 좋아하는 소나타 아니면 콘체르토다. 거기다 베에토벤 소나타 전곡이란다. 183000원짜리를 72% 할인에 5000원 할인쿠폰까지 있어서 47000원이다. 후회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불만 없다. 모짜르트를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베에토벤을 들으면 편안해지는게 이상하다. 하이든은 콘체르토라는 말의 의미, 경쟁과 협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카덴차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도 하이든이다. 소세키의 단편 <회상>에는 하이든이 사람들로부터 두번 죽은 사람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첫 번째 죽음은 조시(弔詩)까지 만들어졌었다고 한다. 소세키의 뜬금없는 이야기 때문에 하이든을 다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