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 한문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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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명망 있는 의사집안 출신으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그녀는 20여 년 동안 이 업종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임상경험과 자신의 개인체험을 통해 여성 질병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완쾌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 질병의 원인으로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생활환경이다. 그중에서도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오는 갈등, 성적 억압과 학대 등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여성의 몸이 남성에 비해 열등하기 때문에 지배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뿐만 아니라 의학체계 역시 남성적인 관점에서 정의된 것이므로 여성에게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전 세계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여아가 남아의 네 배에 달한다거나 약물과 수술을 선호하는 것 등은 공격적인 가부장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를 “중독된 사회구조”라 부른다. 중독된 사회구조는 육체를 뇌에 종속된 것,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기, 불안, 피로를 무시하도록 가르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무시하라고 가르치며 이런 것을 요구하는 육체를 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뇌를 짜증나게 만드는 메시지를 몸이 보낼 때 육체는 뇌의 숙적이 된다. 현대의학은 그 메시지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육체가 다시는 메시지 자체를 보내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폭력에 가장 유용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과학이다. 현대사회는 ‘과학적’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면 무엇이든 옳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중독된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가득 찬 문화적 산물이다. 특히 자연의 순환과 깊은 관계가 있는 여성의 몸을 과학만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현대 과학 특히 의학은 인간이 아니라 질병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수술은 성공했으나 사람은 죽었다”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병든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생각과 감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러므로 감정을 억압하고, 이 억압된 감정이 축적되면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병의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 저자는 치유와 치료를 분리한다. 치료는 의사가 행하는 것으로 주로 외과적인 처방이며 치유는 자연의 과정이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천부적인 힘이다. 치료가 증상을 일으킨 근본원인을 생각하지 않는 반면 치유는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효과 또한 치료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런 치유를 위해서는 질병을 적이라 여기고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내면의 안내자’로 여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명랑하고 즐겁게 생활하라고, 슬픔이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해가라고 배워왔으며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그러나 슬픔이나 고통 역시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며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눈물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몸을 씻어내는 독성이 들어있다. 슬플 때 마음껏 울면 우리 몸이 깨끗이 소독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 에너지와 인간의 몸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는 동양철학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리고 이것을 임상에 적용하고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저자는 우리 몸의 에너지 중심점인 차크라에 주목한다. 일곱 군데의 차크라는 각각 그 관장영역이 다르다. 이것은 우리 몸에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인데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주목했던 기(氣 )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치유와 치료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했지만 저자가 치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로서 치료되지 않는 부분을 치유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여성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병 즉 자궁, 유방과 관련된 모든 질병을 언급하고 있는 저자의 관점은 그동안 중독된 사회구조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내 몸을 또 여성의 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폐경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은 차이가 있었다. 폐경이 오면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고 우울증, 골다공증, 안면홍조, 기억력 감퇴 등의 증세가 생기며 여성이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소의 기능중단으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결핍상태로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배워왔던 것이다. 그러나 월경을 하고 있을 때 난소에서 분비되던 호르몬은 폐경이 오면 에스트로겐을 대신하여 작용할 수도 있고 에스트로겐의 전구체가 되는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이 부신에서 두 배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폐경기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난소의 기능중단에 동조하기보다 부신을 잘 돌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는 저자의 관점이었다. 또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병을 다루면서 그녀가 빼놓지 않는 것은 유제품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에 나오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소의 정상적인 우유 분비량은 3-4리터인데 최근의 소들은 20-30리터가량을 채취당한다고 한다. 젖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과다한 호르몬제가 투여되고 이것은 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소가 분비하는 젖에는 이런 성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제품을 먹게 되면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소의 스트레스까지 함께 내 몸에 축적되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했던 일은 연습 없이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엄마를 두고도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주었지만 여전히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후회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여자로서 인생의 삼분의 이를 살아버리고 나서야 이 책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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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7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의보감 제1권 내경편(B형) 휴머니스트 동의보감 2
허준 엮음, 동의과학연구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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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시대의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이 이성에 눈뜨고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농경이 시작되었으니 농경은 인류사를 양분 할 수 있는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착을 하게 되자 인간은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땅의 만물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해와 달은 움직이면서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땅의 변화하는 모든 것은 하늘의 사라지지 않는 태양과 달의 영향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늘의 해, 달, 별을 관측했고 그것의 결과에 따라 언제 씨를 뿌려야 할지 추수는 언제 해야 하는지 등 땅을 연구했다. 지혜로운 지도자의 역할은 하늘의 뜻을 잘 읽어 백성들을 배부르고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이 되었다. 해와 달과 별자리에 관한 관측, 즉 우주의 원리를 땅에 살고 있는 인간의 생활에 응용하는 음양오행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하늘을 관측하여 천문도를 그리고 그것을 땅에 적용하여 지리도를 그렸다. 지도자들은 우주의 원리를 농경에 적극 활용하였으며 인간의 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의보감』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의학서이다. 16세기 말 선조의 명을 따라 허준이 중국의 의서를 두루 섭렵하고 ‘정기신’이라는 인체의 기본 구성 요소를 축으로 몸의 안팎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처음 선조의 명령을 받은 허준과 몇몇 사람들은 편찬국을 세우고 모은 책들의 주요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하였다. 그러나 정유재란이 일어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일은 중단 되었다. 선조는 다시 자신이 갖고 있던 책 오백 권을 허준에게 내어주며 혼자서라도 정리하라고 명했다. 선조의 뒤를 이어 광해군 즉위 3년째에 허준은 마침내 14년(1597-1610)에 걸쳐 완성한 동의보감 25권을 진상하였다. 광해군은 허준에게 그 공을 치하하고 태복마(나라에서 쓰는 말을 키우던 기관에서 키운 말) 한 필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당시의 말 한 필 값이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임금이 내린 상을 팔아 살림에 보탤 수는 없었을 것이고 허준은 이 말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왕진 갈 때 타고 다녔을까? 어쨌거나 이렇게 탄생한 『동의보감』은 조선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발간되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이 특별한 것은 병을 중심에 두지 않고 인간의 몸에 중심을 둔 것이다. 당시 중국의 의서나 현대의학이 병증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일반적인 법칙을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병 자체가 아니라 병든 사람의 몸에 초점을 둔 것이다. 또 의사는 환자의 병세를 진단하고 단순히 처방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도인에 가까운 존재였다. 선조가 내린 의서 오백 권말고도 무수한 책을 참조했지만 『동의보감』은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취했다. 책의 앞부분에는 원전을 밝힌 역대의방 70여권의 목록이 실려 있다. 또 백성들 누구나가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있도록 처방을 조선의 현실에 맞게 간소화하고 약재의 이름도 조선 땅에서 나는 것으로 바꾸어두었다. 약재의 이름을 바꾸어두긴 했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이름들도 많다.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Ⅰ, 잡병편Ⅱ, 탕액편과 침구편으로 나누어져있다. 내가 본 것은 내경편으로 오늘날의 인체해부도와 비슷한 신형장부도가 맨 앞에 그려져 있다. 팔다리가 없는 인체의 측면도로 내부 장기의 위치가 모두 그려져 있다. 해부학을 근대임상의학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내게는 놀라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각 기관들의 생김새와 기관사이의 유기적 관계는 각 장기를 다룰 때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내경편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것이 남성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남존여비사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부인병과 소아병은 잡병편에서 따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내경편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정기신을 기준으로 오장육부와 대소변, 충으로 표현되어 있는 기생충 등이다. 인간의 목소리나 땀, 침, 혈, 꿈까지 다루고 있다. 설사의 형태와 색등을 살펴 20여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처방을 달리한것도 놀랍지만 기생충 또한 제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일부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꼼꼼하게 살펴도 알똥말똥 한데 대충대충 건너뛰면서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보냐 마는 『동의보감』은 내게 의학서가 아니라 내 몸을 들여다보는 종이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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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4 18:02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비로그인 2010-07-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리뷰 덕분에 관심이 생겨 책을 보니 윽.. 한문이예요.. 반딧불이님. ㅠㅠ~~ 옆에 한글이 번역되어있는 것인듯 보이긴 하는데요..

반딧불이 2010-07-26 10:05   좋아요 0 | URL
하이고 설마 제가 한문으로 읽었을라구요. 옆에 친절하게 번역이 되어있답니다. 그런데 아마 책을 구하실 수가 없으실거에요.

라로 2010-07-2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동의보감 간략하게 나온건 읽어 봤지만,,,존경스러워요.

도사님 저도 사주 봐주세요!!!요즘 엄청 힘들어 하고 있다는,,,ㅠㅠ

반딧불이 2010-07-27 01:52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말이에요..너무 행복해서 행복의 맛을 모를까봐~ 또는 행복의 맛을 더 즐기시라고 가끔 힘드신거에욧!!

라로 2010-07-27 11:37   좋아요 0 | URL
메렁~~3=3=3==333

반딧불이 2010-07-27 12:44   좋아요 0 | URL
지금 제말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대놓고 인정하고 싶지 않으신거 맞죠??
 
CAPSULEBOOK ver.3/ 독서기록장 책 50권 읽기 - red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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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30대 중반이었다. 아이가 미술학원에 있는 동안 나는 같은 건물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수영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수영복은 없고 스케치북만 들고 있었다. 아이에게 수영복을 주어서 학원에 보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준답시고 수영복과 아이는 집에 두고 스케치북만 들고 갔던 것이다.

쓰레받기나 무선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일은 사건도 아니었다. 공과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 가던 날, 가는 길에 버리겠다고 쓰레기 봉지를 같이 들고 나갔는데 은행에 도착해보니 지갑은 온데간데없고 쓰레기봉투만 들고 있었다.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이 지갑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것이다. 내게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고 나름 심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한바탕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나 역시 치명적이 아니었던 탓인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내 머리 속에 무슨 벌레가 한 마리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던 건 단어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였다. 딸아이 이름을 부르는데 갑자기 아이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아들이름을 부른다거나 동생들 이름을 다 부르고 나서야 아이 이름이 떠오르는 식이었다. 더 심각한건 책을 읽어도 읽을 때 뿐 책을 덮으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전에서 찾은 영어단어의 해석을 보고 읽던 책으로 옮겨오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수준까지 가버렸다. 거리상으로는 불과 10cm도 안되고 시간상으로 겨우 2,3초 걸린 경우인데도 말이다. 나는 이것이 내 관자놀이 주변에서 펄떡거리는 편두통 때문이라 여겼다.

나는 메모를 시작했지만 메모한 사실을 햄스터가 해바라기 씨 까먹듯 까먹었다. 소형이를 준형이로 부른다고 아이가 바뀌는 것도 아니요, 냉장고 속 전화기는 꺼내면 그만,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지갑도 사다리타고 들어가 건져오면 그만이다. 밑줄은 좍좍 그어져있는데도 그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읽은 책에 대한 아무런 기억 없음은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이래서 시작한 것이 리뷰쓰기였다. 리뷰는 써보니 쓴 것만큼 딱 그만큼만 내 몫이라는 것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이런 저런 노트들을 쓰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대학노트, 삼공노트, 스프링노트, 가네쉬 데일리 노트, 옥스포드 프리미엄 노트 등의 순으로 진화해왔다.  

 

 집에 굴러다니는 대학노트 두어 권을 쓰고는 새로 사야했을 때 삼공노트를 준비했다. 분량이 많아지면 파일링을 할 수 있어서 편했지만, 크기가 너무 큰 것이 단점이었다. 다음으로 쓴 것은 스프링 노트. 밤늦은 시간, 집중이 잘 안되거나 눈 아플 때 만년필로 좋은 글귀를 옮겨 적거나 뭔가를 끄적일 때 만년필촉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스프링 노트는 한참 쓰다보면 스프링에 손이 걸려 불편하다. 그리고 사이즈가 좀 큰 편이어서 핸드백에 잘 안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한 권 쓰고 가네쉬 데일리 노트로 건너뛰었다. 이 노트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어디를 펴도 180도로 완벽하게 펼쳐져 손에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 360도로 펴도 마찬가지. 겉표지도 단단하고 핸드백에도 속속 들어간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줄 간격이 좁다는 것. 눈이 점점 어두워져서 요즈음은 두 칸에 걸쳐 써야 할 판이다.   

  

 


 

  

  옥스퍼드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노트북은 착한 가격에 사이즈 알맞고 180도로 완벽하게 펼쳐지고 줄 간격도 적당하다. 굳이 아쉬움을 찾자면, 자주 쓰다 보니 노트 귀퉁이가 뒤집어진다.

  

 

최근 받은 캡슐 노트북. 공교롭게도 가네쉬 노트북과 색깔도 크기도 비슷하다. 다만 가네쉬의 커버가 가죽느낌이 난다면 캡슐노트는 양장본 책 커버의 두꺼운 종이 느낌이 난다는 것이 다르다. 이 캡슐노트는 오직 독서노트로 쓰도록 만들어졌다. 읽어야할 책 목록과 읽은 책의 목록을 적을 수 있게 되어있다. 제목, 지은이, 옮긴이, 출판사 등 책에 대한 기본정보를 적는 칸을 포함, 책 50권을 읽고 정리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번호도 매겨 두었다.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노트 뒤쪽에 있는 대한민국 지역별 도서관 리스트다. 도서관의 주소와 전화번호, 인터넷 싸이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절판된 책을 구해야 할 때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책읽기에 도전하는 사람이나 청소년들에게 선물로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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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5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런 말씀... 좀 그렇지만... "최근 받은 캡슐 노트북..."으로 시작하는 문단을 두 번 쓰셨는데요... 일부러 그러신 거죠? 그렇죠?

글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그만 웃고 말았지만 반딧님껜 고통이자 두려움이었을 걸 생각하니 죄송하네요. 저도 요즘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가스레인지에 뭘 올려놓기가 겁나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도 두려워져요.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곤 해서요 ㅠㅠ 그래도 힘내세요. 너무 신경쓰면 우울증 생긴다니까 말예요^^

반딧불이 2010-07-25 10:11   좋아요 0 | URL
한 문단을 못넘기는 저의 건망증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리려고 그만....ㅋㅋ

가스레인지..이거 무서운거죠. 아이들 준다고 메추리알을 삶다가 그만 깜빡했는데 갑자기 집안에서 폭탄터지는 소리가...
메추리알이 천정으로 날아가 불꽃놀이를 하는 기이한 현상이..쩝

2010-07-25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7-2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년 정도 사용한 독서노트가 있어요. 고등학교, 대학 생활을 함께 했으니 인연이 꽤 깊지요.
중간에 다른 노트도 사용해 봤지만 정들어서 그런지 다시 같은 노트에 적게 되더라구요. 전에 적어놓은 거 보면 유치해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지금의 생각과는 꽤 다르다는 생각도 들구요.
노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군요? 사용하는 게 속지만 끼워 놓으면 되는거라 앞으로도 계속 쓸 듯 합니다.

반딧불이 2010-07-25 13:06   좋아요 0 | URL
닥나무님~ 노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게 아니라요, 제가 워낙 양은냄비 풀죽 끓듯 변덕스러워서 그래요.

근데 정말 대단하시다~ 12년을 쓰시다니....그건 어떤 노트에요?(급관심)

파고세운닥나무 2010-07-25 21:2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변덕이 좀 부러워요~
흔히 쓰는 다이어리에요. 규격 모양이니 속지만 계속 갈아 끼우면 되구요. 정들어서 다른 노트 쓸 생각도 없어졌네요^^;

반딧불이 2010-07-25 22:07   좋아요 0 | URL
부러울 것도 많으셔라. 이렇게 변덕을 부리다가 마음에 드는걸 만나면 죽도록 한가지만 고집하기는 해요. 저는 가끔 여행갈 때 제가 쓰던 리뷰노트를 갖고 가거든요. 이국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닥나무님도 어디 먼길 여행가실 때 들고 가셔서 12년 전의 닥나무님을 낯선 곳에서 만나보세요.

blanca 2010-07-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저는 님이 참한 아가씨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있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왠지 반딧불이님한테서는 그런 참한 아가씨의 느낌이 풍겨와요.

그리고 저는 리뷰랑 페이퍼랑 범벅에 다 쓰는 것도 아니라서 독서 기록이 엉망입니다. 예전에 어떤 블로거분이 독서달력폼을 올려 놓으셨던데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참, 반딧불이님은 그러면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하시는 거예요? 저도 체계를 좀 잡아가야 할 것 같아서요. 이런 노트에 관한 얘기는 언제나 저를 매혹합니다.^^ 제가 문구에 심하게 집착한답니다.

반딧불이 2010-07-25 22:22   좋아요 0 | URL
흠흠..제가 한가면 하지요? 블랑카님.

저는 원래 오프라인이었는데요. 노상 그 노트를 들고 다니기도 뭣하고 먼 곳에 갔을 때도 요긴하고 해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거에요. 그러다 여기 알라딘 서재까지 왔구요. 제가 워낙 정리에 젬병인 여자라서 아직도 제대로 틀을 갖추지는 못했어요.

노트들은 가끔 소파위를 뒹굴면서 들여다보는데 요긴하고 블로그는 복사하거나 다른분들의 글과 비교해볼 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블랑카님께서는 글을 많이 쓰시던데 워드가 훨씬 편하지 않으시겠어요? 좋은 점은 있어요.만년필로 밤에 글씨 연습하듯이 쓰면요. 잉크냄새도 좋구요. 낙엽위를 건너가는 바람의 발자국소리를 듣는 것 같아 마음이 차분해져요.

블랑카님께서도 문구에 집착하시는군요~ 문구관련 글도 좀 올려주세요. 저도 좀 따라하게요.

라로 2010-07-2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이 사용하시는 만년필은 몽블랑????이 글을 읽으며 전 왜 그게 제일 궁금할까요????내가 생각해도 참 독특해,,,ㅠㅠ

라로 2010-07-27 11:30   좋아요 0 | URL
이 질문은 왜 회피하심????ㅎㅎㅎㅎ

반딧불이 2010-07-27 12:43   좋아요 0 | URL
하하..지금 봤어요. 나비님.
참내..메롱~ 하고 도망가봐야 요기 계시면서~

제가 쓰는 만년필은 세일러에요. 많이 비싼건 아니지만 나름 맘에 들어요. 이미지를 올려드리고싶은데..알라딘에는 안보이네요.
 
대통령의 독서법 - 성공으로 이끄는 책읽기의 즐거움
최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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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독서교육지원 시스템이 2학기부터 각 학교에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중고생들은 독서교육지원 시스템 안에 자신의 독서활동을 기록 저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미 부산에서 시범운영을 했고 전국적으로 확대적용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기록은 대학입학전형에도 적극 활용될 모양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부담도 늘어나고 학생들 역시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할 책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문학작품 같은 경우 작품을 감상하는 질보다 축약본 등을 통한 량에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주위에서 나는 분명히 경험하고 있다. 그 사람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독서량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얼마만큼 체화 하느냐 하는 독서의 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독서의 효과를 가늠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대통령의 독서법』이 궁금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그들이 읽은 책이 그들에게 어떤 정책을 펴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궁금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대통령 8명의 독서기록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각각의 이름을 붙였다. 이명박은 ‘속독파의 실용 독서법’, 노무현은 ‘다독파의 비판 독서법’, 김대중은 ‘정독파의 관찰 독서법’ 등이다. 사투리 때문에 웃지 못 할 사건도 많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때까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김영삼의 독서법은 ‘발췌독파의 알맹이 독서법’이다. 사과하나를 잘못 먹어 응급실에 실려가 단층촬영까지 받아야했던 나에게는 참 무서운 실언이었다. 그런 대통령의 실언이 발췌독의 부작용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십년도 더 전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총 8명의 대통령 중 이승만을 제외한 일곱 명 대통령의 시대를 나는 살아왔다. 나는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적도 있었고 대통령은 단지 우러러야할 대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무관하다고 여겼던 대통령이나 국가, 정부, 정치 같은 단어들이 내 삶에 속속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대통령의 얼굴을 보며 혀를 차야하는 날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을 정치인으로 만나는 불편함은 잠시 괄호쳐두고 한 명의 독서인으로 만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이 읽은 독서의 영향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미천하지만 그동안 접해왔던 역사서나 현재의 여론, 정책 등을 모두 연계시켜 보아야했다.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았던 전두환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주변에 두었고, 충성도보다도 독서량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고 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모르겠다. 책을 많이 읽은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인 듯 하고 가장 폭넓게 읽은 사람은 이승만 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독서법이 옳고 어떤 독서법이 그르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성공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실패했다면 거기에는 일정정도 독서의 몫도 있었을터이니 우리는 그들의 실패를 거울 삼으면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독서 방식에는 왕도가 없다. 아니 왕도가 있다. 나만의 방식이 바로 왕도이다.” 능력이 된다면 그들의 다양한 독서법을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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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무가 말하였네 1 -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 나무가 말하였네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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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칼럼니스트라는 저자는 나무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시 70편과 함께 엮었다. 시가 70편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무의 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 나무는 각각의 이름을 가진 나무도 있고, 그 각각의 나무를 총칭하는 나무로도 등장한다. 왼쪽 페이지에는 시인의 시를 싣고 시에 등장하는 나무나 꽃에 대한 저자의 글은 오른쪽 페이지에 실었다. 시에 대한 섣부른 해석이나 감상을 덧붙인 글은 아니어서 시는 시 대로, 저자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따로 읽을 수도 있다.

 

강은교의 <나무가 말하였네>를 시작으로 오세영의 <나무처럼>까지 내로라하는 시인부터 나는 처음 접하는 시인의 시까지 딱히 어떤 수순에 따르지는 않고 실은 듯하다. 등장하는 모든 나무들을 내가 분별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이다. 하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는/커다란 소태나무 한 그루가 있다”로 시작하는 고영민의 시는 시도 나무이름도 모두 초면이다. 그런데 정말 소태처럼 쓴 맛을 지닌 소태나무가 있어 초여름에는 황록색의 꽃을 피우고 물로 헹궈내도 그 맛이 잘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맛본 가장 쓴 맛은 라일락 이파리였다. 우리이름으로 수수꽃다리라고 불리는 이 꽃은 꽃잎이 네 개인데 어쩌다 다섯 잎을 가진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것을 씹지 않고 삼키면 첫사랑의 연인이 자기를 오래오래 기억해준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 여고시절 독일어를 가르치시던 담임선생님을 짝사랑해서 라일락꽃이 피는 오뉴월이면 쉬는 시간마다 라일락나무아래 섰던 기억이 있다. 어떤 날은 꽃잎이 열네 개나 되는 꽃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선생님은 라일락 꽃잎뿐만 아니라 라일락 나뭇잎의 쓴맛도 알게 해주었다. 소태나무와 라일락과 사랑 중에 가장 쓴 맛은 어느 것일까?

 

한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면 시에 자주 등장하는 동식물이 있다. 시적 상관물로 등장하는 이러한 동식물로 시인의 성정을 가늠해보는 일은 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묶인 70명의 시 한편씩이 실려 있다. 나무 시의 숲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이 나무에 관한 시들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깨달음이나 겸허함, 배움의 자세 등이 주로 나타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듯도 한데 나는 이제야 겨우 이것을 발견했다.

 

이 책을 나는 아름답다고만 말하지 않겠다. 끔찍해서 아름다운 나무도 있고, 반짝이며 흔들리는 나무도 있고, 사람도 싣지 않은 텅 빈 기차 같은 나무도 있고, 한 평생 배워야할 나무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나무답다. 이 많은 나무에 관한 시들을 골라낸 저자도 역시 나무답다.

 

 

고로쇠 나무/마경덕

 

 

백운산에서 만난 고목 한 그루, 밑둥에 큼직한 물통 하나 차고 있었다. 물통을 반쯤 채우다 말고 물관 깊숙이 박힌 플라스틱 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등치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받던 자리. 시름시름 잎이 지고. 발치의 어린 순들, 마른 잎을 끌어다 푸른 발등을 덮고 있다.

 

주렁주렁 링거를 달고 변기에 앉은 어머니. 기저귀를 갈아주는 자식놈에게 부끄러워 얼른 무릎을 붙이는 어머니, 옆구리에 두 개의 플라스틱 주머니와 큼직한 비닐 오줌보를 매단 어머니. 호스를 통해 세 개의 주머니에 채워지는 어머니의 붉은 육즙肉汁, 오십 년 간 수액을 건네준 저 고로쇠나무.

 

 

 

 

미루나무/박재삼

 

미루나무에

강물처럼 감기는

햇빛과 바람

돌면서 빛나면서

이슬방울 튕기면서

은방울 굴리면서.

 

사랑이여 어쩔래,

그대 대하는 내 눈이

눈물 괴면서 혼이 나가면서

아, 머리 풀면서, 저승 가면서,

 

 

 

죽편竹篇 1/서정춘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나무학교/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P.S : 이부분은 나도 남들처럼 '접힌부분 펼치기' 기능을 이용해 넣고 싶은데 나는 왜 이 기능이 안되는 걸까?    


이책은 마음산책의 블로그 오픈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선착순 50명이라고 했으니 나는 원래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책을 받게 된 까닭은 순전히 댓글로 응원을 달아주신 분들 덕분이거나 '마음산책'님의 자비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책을 알게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음산책입니다. 

3주동안, 마음산책 식구들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했던  블로그 오픈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고심하여 고르셨을 책을 보내드리는 마음 참으로 뿌듯하고, 받아보시고 기뻐하실 걸 생각하니 웃음이 씨익-나고, 어쩐지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이 드는 건 오버일까요?^^: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마음산책 블로그- 부디 잊지 마시고 자주 들러주세요. 

이른 더위와 곧 다가올 장마에 지치지 마시고 건강 잘 지키시는 여름 보내시고요. 

감사합니다! 

마음산책 올림

 

 
   

 책속에 넣어보내준 메모다. 메모를 읽으면서 책만 덜렁 받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프던 몸이 씻은듯이 나았다면 '마음산책'님이 오버한다고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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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2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07-12 12:30   좋아요 0 | URL
ㅎㅎ 저승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어하잖아요.
'눈물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저 시인에게 왜붙었는지 이제 좀 알것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