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 한문화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명망 있는 의사집안 출신으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그녀는 20여 년 동안 이 업종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임상경험과 자신의 개인체험을 통해 여성 질병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완쾌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 질병의 원인으로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생활환경이다. 그중에서도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오는 갈등, 성적 억압과 학대 등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여성의 몸이 남성에 비해 열등하기 때문에 지배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뿐만 아니라 의학체계 역시 남성적인 관점에서 정의된 것이므로 여성에게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전 세계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여아가 남아의 네 배에 달한다거나 약물과 수술을 선호하는 것 등은 공격적인 가부장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를 “중독된 사회구조”라 부른다. 중독된 사회구조는 육체를 뇌에 종속된 것,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기, 불안, 피로를 무시하도록 가르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무시하라고 가르치며 이런 것을 요구하는 육체를 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뇌를 짜증나게 만드는 메시지를 몸이 보낼 때 육체는 뇌의 숙적이 된다. 현대의학은 그 메시지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육체가 다시는 메시지 자체를 보내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폭력에 가장 유용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과학이다. 현대사회는 ‘과학적’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면 무엇이든 옳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중독된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가득 찬 문화적 산물이다. 특히 자연의 순환과 깊은 관계가 있는 여성의 몸을 과학만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현대 과학 특히 의학은 인간이 아니라 질병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수술은 성공했으나 사람은 죽었다”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병든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생각과 감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러므로 감정을 억압하고, 이 억압된 감정이 축적되면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병의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 저자는 치유와 치료를 분리한다. 치료는 의사가 행하는 것으로 주로 외과적인 처방이며 치유는 자연의 과정이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천부적인 힘이다. 치료가 증상을 일으킨 근본원인을 생각하지 않는 반면 치유는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효과 또한 치료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런 치유를 위해서는 질병을 적이라 여기고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내면의 안내자’로 여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명랑하고 즐겁게 생활하라고, 슬픔이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해가라고 배워왔으며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그러나 슬픔이나 고통 역시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며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눈물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몸을 씻어내는 독성이 들어있다. 슬플 때 마음껏 울면 우리 몸이 깨끗이 소독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 에너지와 인간의 몸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는 동양철학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리고 이것을 임상에 적용하고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저자는 우리 몸의 에너지 중심점인 차크라에 주목한다. 일곱 군데의 차크라는 각각 그 관장영역이 다르다. 이것은 우리 몸에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인데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주목했던 기(氣 )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치유와 치료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했지만 저자가 치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로서 치료되지 않는 부분을 치유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여성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병 즉 자궁, 유방과 관련된 모든 질병을 언급하고 있는 저자의 관점은 그동안 중독된 사회구조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내 몸을 또 여성의 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폐경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은 차이가 있었다. 폐경이 오면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고 우울증, 골다공증, 안면홍조, 기억력 감퇴 등의 증세가 생기며 여성이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소의 기능중단으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결핍상태로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배워왔던 것이다. 그러나 월경을 하고 있을 때 난소에서 분비되던 호르몬은 폐경이 오면 에스트로겐을 대신하여 작용할 수도 있고 에스트로겐의 전구체가 되는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이 부신에서 두 배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폐경기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난소의 기능중단에 동조하기보다 부신을 잘 돌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는 저자의 관점이었다. 또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병을 다루면서 그녀가 빼놓지 않는 것은 유제품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에 나오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소의 정상적인 우유 분비량은 3-4리터인데 최근의 소들은 20-30리터가량을 채취당한다고 한다. 젖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과다한 호르몬제가 투여되고 이것은 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소가 분비하는 젖에는 이런 성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제품을 먹게 되면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소의 스트레스까지 함께 내 몸에 축적되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했던 일은 연습 없이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엄마를 두고도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주었지만 여전히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후회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여자로서 인생의 삼분의 이를 살아버리고 나서야 이 책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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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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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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