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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법 - 성공으로 이끄는 책읽기의 즐거움
최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독서교육지원 시스템이 2학기부터 각 학교에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중고생들은 독서교육지원 시스템 안에 자신의 독서활동을 기록 저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미 부산에서 시범운영을 했고 전국적으로 확대적용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기록은 대학입학전형에도 적극 활용될 모양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부담도 늘어나고 학생들 역시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할 책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문학작품 같은 경우 작품을 감상하는 질보다 축약본 등을 통한 량에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주위에서 나는 분명히 경험하고 있다. 그 사람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독서량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얼마만큼 체화 하느냐 하는 독서의 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독서의 효과를 가늠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대통령의 독서법』이 궁금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그들이 읽은 책이 그들에게 어떤 정책을 펴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궁금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대통령 8명의 독서기록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각각의 이름을 붙였다. 이명박은 ‘속독파의 실용 독서법’, 노무현은 ‘다독파의 비판 독서법’, 김대중은 ‘정독파의 관찰 독서법’ 등이다. 사투리 때문에 웃지 못 할 사건도 많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때까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김영삼의 독서법은 ‘발췌독파의 알맹이 독서법’이다. 사과하나를 잘못 먹어 응급실에 실려가 단층촬영까지 받아야했던 나에게는 참 무서운 실언이었다. 그런 대통령의 실언이 발췌독의 부작용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십년도 더 전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총 8명의 대통령 중 이승만을 제외한 일곱 명 대통령의 시대를 나는 살아왔다. 나는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적도 있었고 대통령은 단지 우러러야할 대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무관하다고 여겼던 대통령이나 국가, 정부, 정치 같은 단어들이 내 삶에 속속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대통령의 얼굴을 보며 혀를 차야하는 날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을 정치인으로 만나는 불편함은 잠시 괄호쳐두고 한 명의 독서인으로 만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이 읽은 독서의 영향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미천하지만 그동안 접해왔던 역사서나 현재의 여론, 정책 등을 모두 연계시켜 보아야했다.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았던 전두환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주변에 두었고, 충성도보다도 독서량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고 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모르겠다. 책을 많이 읽은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인 듯 하고 가장 폭넓게 읽은 사람은 이승만 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독서법이 옳고 어떤 독서법이 그르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성공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실패했다면 거기에는 일정정도 독서의 몫도 있었을터이니 우리는 그들의 실패를 거울 삼으면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독서 방식에는 왕도가 없다. 아니 왕도가 있다. 나만의 방식이 바로 왕도이다.” 능력이 된다면 그들의 다양한 독서법을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