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핸드폰을 교체했다. 3 년 정도 사용했는데 치매환자같은 행동을 더러 했다. 통신사에서 무료핸드폰으로 교체해준다고 수시로 연락이 왔었지만 미루고 미루고 있던 참이었다. 한참동안 키가 안먹어 신경질을 부리고 있던 차에 KT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저런 모델들을 불러주는데 확인해본 결과 스마트폰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는 교체가 안되느냐고 했더니 아이폰은 148000원정도 기기값을 내야하고 구글폰은 무료라고 한다. 값도 문제지만 나는 심플한 구글폰이 마음에 들었다. 단정하고 정갈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내 취향에 가장 근접했다.

통화량을 확인해보니 한달 평균 사용량이 100분 정도다. 가장 저가인 I-슬림제, 그러니까 한달 요금이 35000원에 부가세 별도이니 38500원이다. 통화 150분에 1년동안 무료 60분을 추가 해주고, 문자는 200건, 데이터 100M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통화나 문자는 알겠는데 데이터가 뭘 말하는지 몰라 이해하는데 한참걸렸다. WI-FI가 뭔지 3G는 뭔지 APN은 뭔지 블루투스며 테더링이며 외계인의 언어같은 것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쓰니까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도움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아이들을 부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모두 다른 종류다. 딸은 아이폰4G, 아들은 노키아다. 그리고 나는 넥서스. 뭐 하나 통일되는 게 없는 집안이다. 참고로 우리집 가족의 혈액형은 모두 B형이다.
아들은 자기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음악듣는 것이라며 노키아를 선택했고, 딸년은 우리집 돈덩어리, 스타일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치고 유행의 첨단을 걸어야하니 아이폰에 요금제도 밸류인지 뭔지 한달 요금이 7,8만원이다. 비록 무료폰이지만 여기에 나까지 합류하고보니 남은 건 이 집의 가장 한 사람뿐이다. 이 사람은 불과 2주 전에 핸드폰이 망가졌는데 통화량이 너무 많아 스마트폰을 쓰면 오히려 손해라고 일반폰을 기십만원 주고 새로 샀다.
어쨌거나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서 2주일 정도 나는 거의 원시인임을 통감하면서 보내야 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모임 카페에도 가입하고 부지런히 드나들었지만 앱이니 어플이니 넥원이니 전부 말을 반토막으로 잘라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뭘 말하는지 알아먹는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속을 안썩이면 좋겠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비맞은 개가 제 몸의 물 털듯이 화면이 떨렸다. 자판입력에 익숙치 않아서 오타 작렬에 거의 반벙어리처럼 지냈다. 또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들이 생겨나서 그때마다 아이들을 불러댔다. 처음엔 엄마가 뭘 몰라서 그러려니 하다가 자기들이 해보더니 불량폰이라고, 돈생각하지말고 아이폰으로 교체하라고 큰소리다. 지들이 돈내줄 것도 아니면서...... 사실 나는 이 슬림제 요금도 문자며 통화며 데이터량은 남아돌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핸드폰 기기값까지 내야하는건 좀 심한 낭비다.
두번 교체를 하고 세번째 핸드폰이 어제 도착했다. 오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생겨났지만 이제 어떻게든 견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게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일단 깔았다. 그래봐야 Aldiko, Audiobooks라는 책 읽는 프로그램과 뉴스 어플, 그리고 오늘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시험삼아 다운받았다. 그리고 1000원을 주고 칼릴지브란의 <예언자>를 구매했다.
영문으로 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오페라의 유령을 무료다운 받아 보고 있고 한글은 이것이 처음이다. Aldiko라는 어플은 모르는 단어를 그자리에서 검색할 수 있고 트위터나 블로그 등과 공유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반면 알라딘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볼수 있는 'K-전자책'이라는 어플은 이런 검색기능은 없는듯 하다. 기능의 문제보다도 나는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인지 내용에 집중이 잘 안된다.
그저 유리판 위에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느낌의 책 읽기가 언제쯤 가슴이나 근육에 새겨질지......
그때까지 나는 또 얼마나 뜨거운 프라이팬 위의 참깨처럼 뛰어야할지 알 수 없다.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해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예언자여, 제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저의 앞날이 스마트하기를 예언하소서! 첫 전자책 구입기념으로 적어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