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읽는 일이 만만치 않다. 중국사에 대한 기본 상식도 전무한데다가 기전체라는 형식도 한몫을 단단히 하는 듯하다. 본기를 읽을 때는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낳고, 낳고......’ 하는 마태복음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려운 문장은 하나도 없다. 중간 중간 밑줄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보석 같은 문장들도 보인다. 그런데도 읽고 나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매 행마다 사람이 죽고 서너 줄만 읽으면 한 나라가 무너지고 새 왕이 생겨난다. 52만 6500자로 총 130 편을 썼는데 죽은 사람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항우와 진시황이 생매장한 사람만도 얼마냐.

무지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사기』를 읽기 위한 참고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고우영의 만화 <십팔사략>10권을 책꽂이에서 꺼냈고,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정작 『사기』는 제쳐두고 참고서만 뒤적이게 되었다. 꼬박 열흘을 뒤적이다보니 거칠게나마 기전체의 꼴이 잡히고 읽는 방법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책은 앞으로도 몇번은 더 볼 것 같다. 사기와 함께 보면서 이 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십팔사략'은  말 그대로 중국의 역사서 18권을 간략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사마천이 중국땅을 샅샅이 밟고 다녔듯이 고우영도 그 넓은 중국 땅을 현장답사 했던 것 같다.  

사마천이 사기를 쓰면서 인물의 말을 마치 소설속 대화처럼 처리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아직 본기 밖에 읽지 못했지만 본기에 나오는 대사가 만화에 똑같이 쓰여지고 있었다. 그림은 고우영의 상상력으로 그렸지만 그 대사 하나하나를 모두 역사에 나오는 그대로를 옮겨 놓은 것같다. 다른 것이라면 사마천이  감정을 배제한 채 사실만을 간결하게 나열하고 마지막 부분에 '태사공이 말하기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반면, 고우영의 만화는 재미를 위해서 고우영 개인의 도덕적 판단이나 현대인의 입장이 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부분은 사마천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사자성어 공부하기에 좋게 구성되어있다. '사기의 말과 인간군상'이라는 소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의 관계에서 생겨난 말 즉 주지육림, 관포지교, 와신상담, 합종연횡 등 낯익은 사자성어들을 주제로 사기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건을 기술했다. 
                                                                                                   사자성어의 말 뜻만 외우기보다 그 말이 생겨난 배경을 알 수 있어 학생들에게 유용할 듯하다.  

 

 

 

 저자는 미야자키 이치사다라는 이름의 일본인 학자다. 교토대학 교수로 60여 년 동안 중국사에 몰두했다고 한다. "나는 기록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대로 믿는 사마천의 태도에 웃음이 난다. 또한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사마천이 써 놓은 것을 그대로 삼킬 수가 없다."는 저자의 말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서동요'를 보면 선화공주에 대한 요상한 노래를 지어 부르는데 왕은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을 찾아 벌하지 않고 선화공주를 내쫓아 버린다. 이것이 단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백성들의 말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항우본기>와 <고조본기>는 항우와 유방을 다룬 이야기다. 항우없이 유방을 얘기할 수 없고 유방없이 항우를 다룰 수 없는데 왜 사마천은 한번에 다루지 않았을까? 각각의 관점을 달리해서 서술한 것은 아니었을까 꼼꼼이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천퉁성이라는 중국작가의 사마천 평전이다. 사마천의 일대기가 마치 소설처럼 쓰여있어 쉽게 읽힌다. 한무제가 흉노 때문에 고심을 하고 있을 때 이릉이라는 자가 보병 5천을 이끌고 흉노족을 치러간다. 5천으로 1만이 넘는 흉노를 죽였으나 사지에서 보급품도 지원군도 없던 이릉은 투항하고 만다. 이를 변호했던 사마천은 한무제의 화를 돋우게 되어 궁형에 처해진다. 궁형은  '음탕한 행위' 즉 불법적인 성행위에 대한 벌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궁형을 받은 자는 그  치욕스러움을 견디기보다 차라리 자결을 하는 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궁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벌금으로 50만전이 있어야했지만 사마천의 집안에는 그만한 돈을 구할 능력이 없었다. 그가 궁형을 받은 것은 그의 나이 47세 때다. 사기는 초고가 거의 완성되어있을 때라고 한다. 아버지의 유언과 쓰다만 글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치욕속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나머지 그의 생은 오로지 쓰는 것으로만 그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보임안서>에는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사마천의 절절함이 쓰여있다.   

 

사마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은 많지 않다. 사마천이 그의 친구 안임에게 보낸 편지 <보임안서>에 이릉 사건의 전모를 간략하게 밝히고 『사기』의 저술 동기와 목적을 밝혀두었다. 또 <태사공자서>에 집안의 내력과 아버지의 죽음, 본기, 세가, 열전,표, 서 등에 대한 요지를 밝혀두었다.  

『사기』는 구성의 특이함으로 인해 책읽기는 입체적으로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사기』의 구성은 본기가 종축을 이룬다면 세가는 횡축, 그리고 열전에 나오는 각각의 인물들이 각 시대별 좌표로 점점이 박혀있다. 마치 x, y 축과 각 분면 4개로 그려지는 함수의 형상이다. 그러니  『사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본기, 세가, 열전을 함께 읽으면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해야 하는 형식이다.  도대체 사마천은 어떻게 이런 구성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감히 답을 구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또 감탄만이 내 몫임을 한탄 한다. 

최근 『사기』가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 값도 만만치않고 가지고 있던 책이 있어서 이럭저럭 꿰어 맞춰 읽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이고..알라딘은 상품넣기를 하면 왜 제대로 정열이 안되는 걸까? 왜 붙여넣기를 하면 키가 들쑥날쑥 이모양일까..할때마다 속터진다. '인간 사마천'옆에 붙어 있는 글은 왜 저장만 누르면 나란히가 제멋대로 정서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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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기열전> 2권을 모셔두고 있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이번엔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욕구가 드네요. 저도 가끔 페이퍼 쓸 때 상품넣기하면
들쑥날쑥해서 짜증나요.^^;;

반딧불이 2011-01-16 21:29   좋아요 0 | URL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질확률이 거의 백프롭니다. 남자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비로그인 2011-01-16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독서법을 갖고 계시는군요. 오에 겐자부로도 주제나 작가별로 책과 자료들을 모아 섭렵하는 식으로 독서를 했다더군요. 주제별로 최소한 한 박스 분량이 될 때쯤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전문적인 독서를 할 수 있었다나요. 이 페이퍼를 읽으니 문득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파에 별고 없으시죠?^^

반딧불이 2011-01-16 21:33   좋아요 0 | URL
새벽한파를 뚫고 담양에 갔다가 좀전에 도착했습니다. 식영정, 풍양정의 기문을 읽고 추위도 잠시 잊었네요. 후와님도 평안하시죠?

프레이야 2011-01-1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감탄합니다, 반딧불이님.
이번에 사마천이군요.
이런 페이퍼 보는 것만으로도 정돈되는 느낌을 받아요.
우선 님의 이어질 페이퍼에 좀 기대어볼래요.
새해도 어느덧 보름 지나 17일째에요.
마음의 평화 잃지 않는 한 해 되면 참 좋겠어요.^^

반딧불이 2011-01-16 21:36   좋아요 0 | URL
읽고 보고 쓰고 하는 프레이야님의 부지런함 앞에서 저는 늘 감탄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어머님도 건강하시고 프레이야님도 행복한 한해가 되시기 바래요.

blanca 2011-01-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응원하고 가요. 괜시리 제가 기대됩니다. 역사 기행의 그 노정에 동반하는 느낌입니다. 숟가락 하나만 더 얹고 가서 미안스럽네요--;;

반딧불이 2011-01-16 23:54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블랑카님. 숟가락을 얹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드실게 없으실까 외려 신경쓰이는 걸요.

라로 2011-01-17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알라딘 상품 넣기 할 때 상품을 넣을 장소를 잘 결정하신건가요???
저도 님처럼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글 위)라고 된 것을 선택해서 넣으니까 좀 정리가 되는 듯한,,,뭐 글보다 너무 커서 공간은 많이 차지하지만 제가 원하는 곳에 넣어지니 그나마...아뭏든 늘 님의 서재에 오면 죽비로 얻어 맞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반딧불이 2011-01-17 09:50   좋아요 0 | URL
상품넣을 장소는 그냥 커서로 하고 있는데요. (글 위)라는 기능이 있는 줄 몰랐어요. 다음에 할 때는 찾아서 이용해봐야겠네요.
근데..내일 출근하실분이 이시간까지 안주무시면 어쩐데요?


양철나무꾼 2011-01-17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영수 님 번역 본을 눈독 들이고 있어요.

대장정이 될 것 같으세요.
저도 뒤에서 응원할게요~^^

반딧불이 2011-01-17 09:53   좋아요 0 | URL
그 책에 <보임안서>와 <태사공자서>가 모두 실려있어요. 저는 이미 갖고 있는 것도 있고 책값도 만만찮고 해서 도서관에서 일별하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