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中 ‘무급휴가‘

미리의 마음이 어떨지 너무 잘 알겠어서 나도 같이 답답함을 느꼈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
그럼에도 현주가 미리를 조건없이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어주어 감사한 마음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미리는 현주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벽에 부딪친 기분을 느꼈으니까. 그래서 결국 이해받기를 포기하게 되었으니까.
누구나 생각하듯 무조건적으로 엄마가 딸을 사랑한다는 착각을 한다.
미리는 끝까지 어머니에게 이해받지 못했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맘이 아픈데... 이럴 때의 위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다.

미리는 어머니의 말투, 표정, 몸짓에서 자식 사랑하지않는 부모는 없다는 그 당연한 진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주인의 식탁 밑에서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개처럼 노력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작은 증거라도찾으면 그 자그마한 것을 잡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라도 그런 믿음의 공동체에 속하고 싶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말하는 어머니의 사랑조차 받지 못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습관이 되어서 그녀는 사람들의 말투나 표정에 민감한 어른이 됐다. - P220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그 모든 사실을 알려준 건 현주였다. 현주와 함께 있을 때면 미리는 안전함을 느꼈다. 현주는 미리에게 미리의 존재 이외의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 - P221

그런 현주가 미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는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 무엇보다도 현주는 미리가조건 없이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기에 미리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을 넘어서 불쾌함까지 느끼는 것같았다. - P221

현주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미리는 벽에 부딪힌 기분을 느꼈다. 왜 자신의 마음을 현주가 정확히 알아주기를 바랐던 걸까. 왜 그토록 현주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걸까. 그러면서도 미리는 한 번씩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고 현주는 그런 미리의 이야기를 어린애의 투정처럼 받아들였다. 그래서 미리는 어느 순간 현주로부터 자신의 한 부분을 이해받는 것을 포기했다. 최악의 인정 욕구는 자기 아픔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일지도 몰랐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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