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 -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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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해 전 박민규의 단편들을 읽고 좀 실망했다. 박민규마저 매너리즘에 빠진 건가 싶어 아쉬웠는데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작과 자천작을 읽고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역시 박민규!  웃음과 울음이 함께하는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 기쁘다.  후보작으로 오른 다른 작품들은 솔직히 별 인상이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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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함께 춤을
베르트 케이제르 지음, 오혜경 옮김 / 마고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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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락사를 시행하는 네덜란드의 의사가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솔직하게 고백한 책이다. 신도 의학의 절대성도 믿지 않는 그의 냉소적인 유머가 웃음과 함께 쓸쓸한 공감을 준다. 안락사뿐 아니라 의학이라는 것에 대해, 죽음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대해,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케 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안락사의 역사>를 읽으며 안락사를 단순히 찬성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얼마큼 고통을 겪어야 죽음이 허용되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가슴이 아프다. 책을 덮으면서 이런 의사의 손에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할 수 있는 환자들이 몹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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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 선인들의 자서전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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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서평을 보고 구해 읽었다. 옛사람들의 자화상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아주 많은 사람들의 글이 소개되어 있어 옛 자료를 훑어본다는 측면에선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쉼움이 크다. 

뭣보다 번역이 아쉽다. 한문 표현을 그대로 옮긴 번역이 워낙 많아서 뜻을 짐작키 어려운 대목이 꽤 많았다. 고전을 그럭저럭 읽은 내게도 버거우니 고전문이 처음인 독자에게는 어떨지... 

또 처음엔 자서전 전체를 번역한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어떤 글은 전문이, 어떤 글은 부분부분 발췌였다. 기준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역자가 중간에 설명글을 넣는 것보다 전문 소개를 원칙으로 하면 어땠을까 싶다. 한 편의 글은 전체로서의 완성도라는 것이 있는데 장편도 아닌 글을 이리저리 짜깁기 해놓으니 독자로서는 전체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편집의 아쉬움. 원문과 역자의 설명글을 글자색으로 구분했는데, 이 색 차이가 애매한 부분들이 꽤 있다. 인쇄의 잘못이지만 애초에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편집했으면 좋았겠다.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디자인의 보기좋음을 고려해 괄호를 안 쓰고 글자를 작게 해 한자를 병기하고 간단한 설명주를 달았는데, 이 한자의 음독이 있다가 없다가 하기도 하고 설명 역시 기준이 뭔지 알기 힘들다. 편집자가 인문서로서의 정확성과 가독성보다 모양 내기에 치중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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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소현세자 시강원 지음, 정하영 외 옮김, 이강로 감수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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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의 아내로 청나라에 함께 끌려갔던 강빈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 책 저 책 읽다가 당시 심양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이 책을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받아보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빨려들 듯 읽게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조선 조정으로 보낸 보고 편지를 모은 이 책은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기막힌 성과다. 때론 하루에도 두 번씩 보고서를 보내는데, 이걸 쓴 관리의 고단함이 눈에 선하고, 조선과 심양 사이의 먼 거리가 가져올 오해를 염려하는 그의 노심초사가 안타깝다.  

책을 읽을수록 인조의 정치적 무능은 물론 그가 저지른 끔찍한 패륜에 대해서도 용서하기 힘들어진다. 조선왕조는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망했어야 했다. 그 무능하고 잔인하고 어리석은 왕조가 무너졌다면, 이런 성실한 기록을 가능케 한 힘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이뤘으련만. 해봐야 소용없는 게 역사적 가정이지만 하도 답답하니 그런 생각마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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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누가 뭐라는 건 아닌데 그동안 한국소설들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자 의무감 비슷한 게 생겼다. 그래서 요즘 유명짜한 작품들을 몰아 읽었다. 

공지영의 [도가니]는 성폭력에 대한 소설. 소설의 계몽적 역할을 믿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도 성폭력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적으로 호소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문제를 안이하게 풀어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고민이 깊었던 느낌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여운은 짧고, 독자의 몫은 너무 적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참 편안한 소설이다. 작가도 쓰기가 편했을 것이고 독자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엄마 얘기다. 엄마에 대해 새로운 발상이나 고민은 없다. 그냥 누구나 엄마는 이럴 꺼야, 아니 엄마는 이런 거지, 이래야 하지, 라고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얘기한다. 엄마의 은밀한 사랑 같은 에피소드를 집어넣은 건, 작가가 그렇게 너무 상투적인 엄마상을 그리는 게 민망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 같지만, 작품 내적으로 유기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작가의 영악함을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읽는 내가 더 민망하다. 신경숙은 글 쓰는 법을 아는 작가인데 왜 아직 늙지도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비하는지 모르겠다. 성공이라면 충분히 했지 않은가. 

김훈의 [공무도하]는 앞에서 절반까지 읽다가 맨 뒤부터 다시 1/3를 읽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김훈은 역시 산문이고, 소설은 단편이 좋다. 장편은 정말...건너기 힘든 강을 건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의식 과잉이 읽는 이를 지치게 한다. 한국의 지가를 올린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때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 정도가 더하다. '삶은 비루하고..던적스럽다'는 소설 속 문장을 읽는 순간,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던적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서 제일 입맛 쓴 것이 포즈의 허무주의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허무는 허무로 말해질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건 문장 너머의 절망이고, 그 절망은 스타일이나 포즈로는 닿을 수가 없다.  

알라딘에 책을 주문했더니 김연수의 신작단편집의 일부를 담은 소책자가 함께 왔다. 그 짧은 소설을 아직도 읽지 않았다. 김연수의 수다스러움을 지금 내가 감당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수다스럽다.   

한유주의 [얼음의 책]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통속소설을 굉장한 예술적 성취로 상찬하는 데 대해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작품의 무엇이 그리 대단한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스로의 문법으로 글을 쓰는 그 과감함에는 물론 나도 한 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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