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와 <생일편지>


격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황금빛 연꽃이 심겨질 수 있으리라.

 

1963년 실비아 플라스가 서른의 나이로 목숨을 끊었을 때, 이 글귀가 그녀의 묘비에 새겨졌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녀를 보며 전 남편 테드 휴즈가 자주 인용하던 산스크리트어 경구였다.

두 격렬한 시혼(詩魂)이 처음 마주친 곳은 책의 거리로 유명한 런던 채링크로스가였다. 둘은 바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결혼은 늘 그렇듯 사랑의 무덤, 영화 <실비아>는 두 시인의 무덤을 현실감 있게 재현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와 테드 휴즈의 시집 <생일편지>를 토대로 한 이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뜨겁고 순수한 한 영혼이 사랑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아프다.    

실비아 플라스는 “죽는다는 것은/ 예술, 다른 매사에 그렇듯이/ 난 그것을 예외적으로 잘한다”고 읊었듯이 오만과 절망을 동시에 내보였던 아름다운 천재였고, 그런 여자를 잊는다는 건 불가능인지도 모른다.

젊은 날 그녀를 놓아버렸던 테드 휴즈는 35년 뒤, 실비아와의 첫 만남부터 죽음 이후까지를 담은 88편의 시를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한다. <생일편지>라는 제목의 이 시집을 펴내고 불과 보름 만에 테드 휴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그에겐 실비아의 세상으로 떠나는 죽음이야말로 새로운 탄생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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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아플러스의 일기를 사려다 실비아dvd를 사면 실비아 플러스일기책을 주는 행사덕분에 2개를 다 가질수가 있었답니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스머프 2007-05-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작년 겨울에 그런 행사를 했지요. 지금은 안 하는 것 같아요. [너무 너무]라는 책에 실비아 플라스의 아름다운 사진이 실려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