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소현세자 시강원 지음, 정하영 외 옮김, 이강로 감수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소현세자의 아내로 청나라에 함께 끌려갔던 강빈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 책 저 책 읽다가 당시 심양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이 책을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받아보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빨려들 듯 읽게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조선 조정으로 보낸 보고 편지를 모은 이 책은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기막힌 성과다. 때론 하루에도 두 번씩 보고서를 보내는데, 이걸 쓴 관리의 고단함이 눈에 선하고, 조선과 심양 사이의 먼 거리가 가져올 오해를 염려하는 그의 노심초사가 안타깝다.  

책을 읽을수록 인조의 정치적 무능은 물론 그가 저지른 끔찍한 패륜에 대해서도 용서하기 힘들어진다. 조선왕조는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망했어야 했다. 그 무능하고 잔인하고 어리석은 왕조가 무너졌다면, 이런 성실한 기록을 가능케 한 힘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이뤘으련만. 해봐야 소용없는 게 역사적 가정이지만 하도 답답하니 그런 생각마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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